인생 리셋 오 소위! 488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7)
김철환 1중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상황을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일개 중대장이 사단장과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아. 그리고 이쪽이 내 비서실장인 나종덕 중령이네.”
“반갑네.”
“김철환 대위입니다.”
“아, 그리고 이쪽은 비서관 김우종 소령이야.”
“반갑네.”
“네, 반갑습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장기준 소장이 다음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사단에 무슨 일이 있거나. 애로 사항이 있다면 지체 없이 통해서 연락하게. 뭐, 나에게 직접 해도 되지만 부담스럽지 않겠나.”
“네? 아, 네에…….”
김철환 1중대장이 움찔했다. 장기준 소장이 미소를 지으며 두 부관에게 말했다.
“자네들도 다른 것은 몰라도 여기 김 대위와 우리 오 중위 전화는 꼬박꼬박 빼먹지 말고 받고.”
“네. 사단장님.”
“알겠습니다.”
한마디로 이 두 사람은 장기준 소장의 오른팔과 왼팔이었다.
사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가장 핵심적으로 알아본 것은 오상진이었다. 그 때문에 오상진이 백 소장을 따라가지 않은 이유 역시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은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있는 사이였다.
오상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옷 벗을 각오로 막아 줬던 것이 바로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그 첫째가 바로 뺑소니 사건이었고, 두 번째가 헬기 사건이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김철환 1중대장까지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1중대장이 부대원 관리를 참 잘한다고 들었네.”
“네? 아, 아닙니다. 제 할 도리를 한 것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주변에서 칭찬이 아주 자자하더만.”
“그, 그렇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은 장기준 소장의 칭찬에 싱글벙글했다. 오상진도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약 30여 분간의 티타임을 마치고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돌아갔다.
“그런데 상진아.”
김철환 1중대장이 사단장실을 나서며 오상진을 불렀다.
“네.”
“혹시 저분들하고도 안면이 있냐?”
“아닙니다. 처음 뵙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내 이름을 어떻게 잘 알고 있지? 아니, 우리 둘에 대해서 모두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슬쩍 사단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편, 사단장실에는 장기준 소장과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 김우종 소령이 앉아 있었다. 장기준 소장이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
“어때? 그대들이 보기에.”
“김철환 대위. 보기보다 사람이 정직해 보입니다.”
“그래? 정직이 얼굴에 보여?”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거짓말하면 얼굴에 티 나는 사람 말입니다. 조금 전에 칭찬을 해줬더니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던데 말입니다.”
“하긴 그렇지? 나도 그렇게 보였어. 군인들은 너무 뻔뻔한 것보다는 저런 스타일이 다루기 편하지. 안 그래?”
“그렇습니다.”
“오상진 중위는 어때?”
“사실 오 중위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 중위의 포커페이스가 좋습니다.”
“그래도 오상진 중위가 인물이야. 자네도 알지 않는가, 전임 사단장이 어떻게 위로 올라갔는지 말이야.”
“압니다. 오상진 중위가 복덩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솔직히 사단마다 그런 복덩이가 한 명씩 꼭 있습니다.”
“그래. 그래. 오상진은 특별히 신경을 좀 써!”
“예, 알겠습니다. 사단장님.”
“그건 그렇고……. 이제 뭐부터 하면 좋을까?”
그러자 바로 비서관 김우종 소령이 나섰다.
“먼저 사단 순시부터 도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거 꼭 해야 해?”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셔야죠. 새로 사단장님이 오셨는데 얼굴은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서관 김우종 소령이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일반 병사들이나, 다른 부사관들도 사단장님이 바뀌었는데 얼굴로 모르고 제대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긴 그런 것은 곤란하겠지.”
“네.”
“그리고 각 대대장들은 어때? 문제 될 만한 사람은 있어? 아니면 각 대대마다 애로 사항이나?”
장기준 소장의 물음에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체크를 해봤는데 다른 대대장들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충성대대장이…….”
“충성대대장이 왜? 아까 보니까, 괜찮아 보이더만.”
“충성대대장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영 아닙니다.”
“그래?”
장기준 소장이 의아해했다.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곧바로 옆의 비서관 김우종 소령을 봤다. 김우종 소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의 보고서를 건넸다.
“이것 좀 보십시오.”
장기준 소장이 보고서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충성대대장인 한종태 중령에 대한 보고 내용이었다. 장기준 소장이 쭉 훑어보더니 심각한 눈빛이 되었다.
“으음……. 이런 사람이 우리 부대에 있었어? 이것 참…….”
장기준 소장이 곤란한 얼굴로 보고서 내용을 다시 훑었다.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임 사단장도 충성대대장만 쏙 빼고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사단 유일의 전투대대인데 말입니다.”
“오케이! 아무튼 알겠네. 그럼 다음번 부대 방문은 충성대대부터 하도록 하지.”
“네.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곧바로 다이어리에 적었다.
“아, 그리고.”
“네.”
“충성대대장에게는 말하지 마.”
“네?”
“이보게, 나 중령.”
“네.”
“충성대대장에게 뭘 부담을 주고 그러나. 괜히 내가 간다고 하면 또 우리 장병들 괴롭히는 것밖에 더하나? 그냥 얼굴만 보고 오는 거지. 안 그런가?”
“네, 알겠습니다. 그리 준비하겠습니다.”
비서실장 나종덕 중령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렇게 장기준 소장의 충성대대 방문이 비밀리에 계획되었다.
6.
약 30여 명의 신병이 충성대대에 도착했다. 이번에 제대하는 충성대대 병장들이 제법 되었기 때문이었다. 인사장교가 인사계원에게 말했다.
“일단 애들 빈 내무실 있지?”
“네. 그렇습니다.”
“그곳으로 나눠서 보내.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래도 그곳에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인사장교가 인사과로 향하고, 남은 인사계원이 신병들을 인솔했다.
“야, 모두 날 따라와.”
부대 내부로 들어가 파견 근무 나간 5중대 내무실 두 개를 나눠서 배치를 시켰다. 그중 한 녀석이 잔뜩 긴장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인사계원이 그 녀석에게 다가갔다.
“야, 너 이름 뭐야?”
“이병 강태산.”
“강태산? 이름 좋네.”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너 왜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누가 너 잡아먹냐?”
“아, 아닙니다.”
“아니긴. 쉬고 있어. 그리고 화장실 갈 때는 꼭 두 명씩 함께 움직이고. 아니다, 내가 말할 때까지 움직이지 마. 시간 날 때마다 올 테니까.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인사계원이 말을 마친 후 곧장 인사과로 갔다. 인사장교가 물었다.
“애들은?”
“일단 내무실에 뒀습니다.”
“잘했다. 그런데 말이야. 하루 이틀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위에서 오늘 중에 각 중대로 신병 보내라고 하네.”
“그럼 저희야 편하지 않습니까. 이틀 동안 애들 뒤치다꺼리할 것 생각하니 막막했는데 말입니다.”
“나도 그렇다. 일단 이 서류대로 각 중대에 인원 배치해.”
“네. 알겠습니다.”
인사장교가 건넨 서류를 들고 인사계원이 확인을 했다.
“어? 이미 배정이 다 된 겁니까?”
“글쎄다. 나도 위에서 받은 거라.”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각 중대 행정계원에게 말하겠습니다.”
“그래라.”
인사계원이 수화기를 들어 각 중대 행정계원에게 전파했다. 모두 다 전파를 한 후 서류를 챙겼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욕 안 듣게 꼼꼼히 인수인계해.”
“넵!”
인사계원이 신병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입구 쪽으로 가자 안이 소란스러웠다. 인사계원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새끼들 봐라.”
인사계원이 내무실 문을 확 열었다. 그러자 뭔가 후다닥 소리가 들리며 소란스러움이 사라졌다.
“어쭈, 새끼들 봐라. 야, 인마 누가 떠들라고 했어.”
“…….”
“대답 안 해?”
“아닙니다.”
“이것들이 간땡이가 부었지. 아니면 여기가 너희들 안방이냐?”
“아닙니다.”
신병들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인사계원이 그 모습을 보니 또 짠했다.
“자식들 이제부터 군 시작인데 벌써부터 찍혀서 되겠냐.”
“아닙니다.”
“아무튼 주목!”
“주목!”
“너희 중대 배치가 좀 빨라졌다. 그래서 호명하는 녀석들은 일어서도록.”
“네.”
인사계원이 하나둘 호명을 했다. 그들은 중대에서 나온 행정계원을 따라 각 중대로 이동했다. 그때 강태산 이병이 번쩍 손을 들었다. 인사계원이 강태산 이병을 봤다.
“왜?”
“제 이름은 없습니까?”
“너? 이름이 뭐야?”
“이병 강태산.”
“강태산, 강태산…….”
순간 인사계원이 당황했다.
“어라? 왜 네 이름이 없지? 너 충성대대 맞아?”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 없지?”
인사계원이 당황할 때 인사장교가 건넨 서류가 있었다. 그것을 확인해 보니 그곳에 이름이 있었다.
“아, 여기 있네. 넌 1중대야.”
그러자 강태산 이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마치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을 기뻐하는 듯했다. 사실 인사계원이 내려오기 전 인사장교에게 물었다.
“왜, 강태산 이병만 1중대로 내정되어 있습니까?”
“몰라, 인마. 위에서 그렇게 하라는데.”
“아, 그렇습니까? 우리 가족입니까?”
인사계원의 물음은 군부대 가족인지 물어본 것이었다. 인사장교가 피식 웃었다.
“아니, 집이 잘살아.”
“잘삽니까?”
“꽤 잘사는 것 같은데. 그냥 넣자. 빼달라는 것도 아닌데, 뭐.”
“네, 알겠습니다.”
인사계원이 인사장교와 대화했던 것을 떠올렸다. 강태산 이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1중대로 가고.”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강태산 이병은 다른 동기 두 명과 함께 1중대 행정반으로 향했다.
“야, 너희들 저곳에 앉아 있어.”
“네.”
1중대 행정반에 신병 3명이 나란히 앉았다.
잠시 후 행정반으로 1중대 행정보급관 김도진 중사가 들어왔다.
“야, 신병 왔다며?”
“네.”
행정계원이 바로 신병 신상명세서를 들고 김도진 중사에게 향했다. 김도진 중사는 그것을 받아 들고 신병에게 갔다.
“너희들이냐?”
“네. 그렇습니다.”
“그럼 어디 보자…….”
김도진 중사가 신병들을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필요한 소대를 확인했다.
“신병이 어디, 어디 필요하지?”
“네. 1소대, 3소대, 4소대입니다.”
“그래? 알았다.”
행정계원에게 보고를 받은 김도진 중사가 각 소대로 보내 신병을 정리했다.
“어디 보자. 누굴 몇 소대로 보내나.”
어차피 여기 앉아 있는 모두 주특기가 소총수(1111)였다. 그래서 아무 소대나 가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4소대장이 찬찬히 바라보다가 누굴 지목했다.
“행보관님 저 이 녀석 우리 소대 주십시오. 생긴 것이 반반한 것이 딱 우리 소대 스타일입니다.”
“네?”
“에이, 아시지 않습니까. 제 외모도 좀 반반하지 않습니까. 딱 봐도 우리 소대입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