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86화
43장 꽃 피는 봄이 오면(5)
“이런 건 참 좋습니다. 대신에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약 1시간에 걸쳐서 다들 휴대폰을 새롭게 맞췄다. 오상진이 정중히 인사를 하고 휴대폰 매장을 나왔다.
“자, 휴대폰은 다 맞췄고. 그다음은 뭐가 필요하지?”
“당연히 옷이지! 옷 사러 가. 옷!”
오상희가 손을 들며 바로 말했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오상희가 옷을 사러 가면 한도 끝도 없었다. 그냥 몇 시간을 질질 끌려다녀야 했다.
“야, 옷은 나중에 너 혼자 사.”
“아, 왜! 나온 김에 사줘. 사 달라고.”
오상희가 때를 쓰며 오상진의 팔에 매달렸다. 그때 오상진의 시선이 주희에게 향했다.
‘맞다. 주희 코트.’
오상진은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는 오상희를 봤다.
“알았어. 가!”
“아싸!”
오상희는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밥도 먹어야 하니까.”
그 길로 백화점으로 향했다. 여성 의류 코너에 도착하자마자 오상희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와, 예뻐! 옷들이 아주 날개를 달았네. 달았어.”
오상희가 주희를 데리고 옷 가게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 뒤에 남자 셋은 힘없이 따르기만 했다. 때마침 지루한 시간을 날려주는 한소희의 전화가 있었다.
“소희 씨!”
-상진 씨, 뭐해요?
“애들하고 쇼핑 나왔어요.”
-아, 백화점이요?
“네.”
-뭐 사 주고 있어요?
“새 학기도 되었고 해서 코트나 하나 해주려고요.”
-어머나, 좋겠다. 오빠가 멋져서.
“멋지긴요. 그보다 소희 씨는 뭐 해요?”
-에효, 뭐 하겠어요. 뻔하죠. 엄마 도와서 밥 차리고 이러고 있어요. 그 와중에 잠깐 시간이 나서 제 방으로 와서 전화한 거예요.
한소희는 잔뜩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고생이 많네요.”
-네, 정말 힘들어요.
한소희는 투정도 부렸다.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의 말에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물론 주로 한소희가 말하고, 오상진이 답하는 식이었다. 대부분의 얘기는 친척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하하, 그랬구나. 다들 좋으신 분들이네요.”
-좋기는요. 다들 보수적이죠.
“그래도 가족을 끔찍이 생각한다는 거잖아요.”
-아, 몰라요. 아무튼 전 지금 상진 씨가 너무 보고 싶단 말이에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다음 주에는 볼 수 있잖아요.”
-하아,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해.
“전 소희 씨 생각하며 참을 수 있어요.”
-알겠어요. 아, 엄마가 찾으신다. 상진 씨 끊어요.
“그래요.”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오상진이 고개를 돌리자 애들 전부 옷을 다 고른 상태였다.
“다 고른 거야?”
“응!”
오상희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오정진도, 주희도, 주혁이도 마찬가지였다.
“좋아 보이네.”
오상진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계산해 주세요. 일시불로.”
“네. 알겠습니다.”
다들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백화점 음식 코너에서 밥을 먹었다.
“자, 그럼 또 필요한 것 없어?”
오상진의 물음에 주혁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형, 죄송한데 컴퓨터 한 대만 사주시면 안 돼요?”
그때 옆에 있던 주희가 주혁이를 툭 쳤다.
“야!”
오상진이 눈을 반짝였다.
“컴퓨터?”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하긴 저 나이 때에 컴퓨터가 한창 필요할 때지.’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주혁이는 컴퓨터가 좋니?”
“당연하죠. 제 꿈은 프로그래머가 되는 거예요.”
옆에 있던 주희가 눈을 날카롭게 했다.
“너 컴퓨터로 게임 할 거잖아.”
“게임 안 해!”
오상진이 찬찬히 생각을 해 봤다.
‘맞다. 지난 과거에도 컴퓨터 관련 공부를 했었지. 대학 역시도 컴퓨터 학과를 갔다고 그랬으니까.’
하지만 오상진은 그 이상 물어보지 못했다.
‘컴퓨터를 진짜 좋아하긴 하는구나, 주혁이가. 지금이라도 제대로 투자를 해주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컴퓨터 사러 가자.”
주혁이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주희가 바로 나섰다.
“오빠 안 그러셔도 돼요.”
“아니야. 사 주고 싶어. 컴퓨터 사러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오상진이 두리번거리자, 주혁이가 나섰다.
“형. 용산으로 가요. 원래 컴퓨터는 조립식이죠.”
주혁이는 컴퓨터 얘기에 눈을 반짝였다. 오상진은 그런 주혁을 보며 물었다.
“너 좀 알아?”
“형, 저만 믿으세요.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펜션에 있는 컴퓨터 제가 다 만진 거예요.”
“정말?”
오상진이 눈을 크게 뜨자, 주희가 나섰다.
“뭐, 주혁이가 컴퓨터 조립은 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조립만 하는 거 아니거든. 나 다른 것도 다 알거든.”
주혁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우리 주혁이 믿고 가 볼까?”
오상진이 움직이자, 오상희가 투덜거렸다.
“아, 무슨 컴퓨터야. 이왕 온 김에 백화점 쇼핑 더 하자.”
“그럼 상희 너는 네 짐 들고 집에 먼저 가라.”
오상진이 오상희를 보며 말했다. 오상희는 솔직히 컴퓨터 매장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정말? 먼저 집에 가도 돼?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
“알았다.”
“오예!”
오상희는 히죽거리며 먼저 갔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제 철이 들는지.”
그리고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우린 가자.”
“네.”
그렇게 오상진은 세 사람을 데리고 용산 컴퓨터 상가로 향했다.
오상진은 차를 주차한 후 세 사람과 함께 편안하게 한 바퀴를 돌았다.
“일단 뭐가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자.”
컴퓨터 상가 안에는 정말 컴퓨터에 관한 모든 것이 다 있었다. CPU는 얼마며,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 각종 키보드와 마우스, 그 외 여러 가지 부품들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었다.
“와, 이렇게 보니까 하나도 모르겠다.”
오상진이 눈을 크게 뜨며 말하자, 주혁이가 나섰다.
“형, 여기에 중고랑 새것이랑 섞여 있어요.”
“그래?”
“네, 그리고 저기 조립해 놓은 것은 있죠. 가격대가 다 다른 이유는 안에 중요 부품들이 있고, 없고의 차이점이에요. 특히 그래픽카드 있잖아요. 그게 좀 비싸요. 으음, CD룸이나 하드 디스크도 좋은 거로 골라야 해요. 파워서플라이 같은 경우는…….”
주혁이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신이 난 얼굴로 설명했다. 오상진은 그런 주혁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요. 조립된 컴퓨터예요. 잘못 샀다가는 중고 부품을 넣고, 새것 넣었다고 해서 가격을 받아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오, 그래? 나쁜 사람들이네.”
“뭐, 그렇죠. 그러니까, 일일이 확인을 하고 사야 돼요.”
“알았어.”
주혁이의 설명을 들으며 상가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주혁이가 한 곳을 가리켰다.
“형, 일단 저 매장이 괜찮은 것 같아요.”
“저 매장?”
오상진이 딱 보는데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야, 저기 괜찮을까?”
“네?”
“아니, 매장에 손님도 한 사람도 없고. 아저씨도 저렇게 졸고 있잖아. 저러니 제대로 된 것을 팔겠냐 이 말이지.”
“에이, 저만 믿고 따라오세요.”
주혁이가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그 매장 앞에 서서 말했다.
“아저씨, 컴퓨터 좀 보러 왔는데요.”
아저씨가 움찔하며 몸을 일으켰다.
“어이구, 컴퓨터 보러 왔어요?”
그러곤 눈을 돌리며 물었다.
“어느 분이…….”
“저요. 제가 살 거예요.”
“아…….”
아저씨가 주혁을 봤다. 오상진이 슬쩍 나섰다.
“괜찮은 거로 준비해 주세요.”
오상진의 그 말에 아저씨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아이고, 그러십니까. 당연히 해드려야죠. 그보다 가격대는 얼마로 예상하셨습니까?”
“네?”
“어느 정도 예상하셨다면 그 금액으로 맞춰드리려고 그럽니다.”
오상진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금액은 신경 쓰지 마시고, 최고로 괜찮은 거로 보여주세요.”
그러자 주혁이가 바로 나섰다.
“아니에요, 아저씨. 한 백만 원대로 맞춰주세요.”
“그럼 거의 최고 상향인데…….”
“네. 그렇게 맞춰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맞춰보겠습니다.”
아저씨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주혁을 봤다.
“왜? 더 좋은 거 사지.”
“형, 요새 컴퓨터 부품이 엄청 빨리 바뀌어요. 지금 사도 금방 똥값 돼요. 그러니 굳이 비싼 거 살 필요가 없어요.”
“그래?”
“네. 그래서 2년 정도 보고, 최고 상향에서 한 단계에서 두 단계 정도 아랫것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에요.”
“아, 그런 거야?”
“네.”
주혁이가 방긋 웃었다. 그 모습만 봐도 주혁이가 얼마나 컴퓨터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 아저씨가 종이를 가지고 나오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일단 메인보드는 아토스가 있는데, CPU는…….”
아저씨가 컴퓨터에 부품에 대해서 설명을 하며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다. 그 옆에 주혁이가 딱 달라붙어서 얘기를 듣고, 조율을 했다.
“어이쿠, 너 컴퓨터에 대해서 좀 아는구나.”
“네. 제가 컴퓨터 조립을 좀 많이 했어요.”
“그래? 그럼 아저씨가 조립 안 해 줘도 되니?”
“에이, 그래도 조립은 해주셔야죠. 서비스로!”
주혁의 행동에 아저씨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서비스? 참 당돌하게 말하네. 알았다. 이 정도로 산다면 조립은 공짜로 해주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컴퓨터 상향을 조율한 끝에 가격대가 107만 원 정도 나왔다.
“현금으로 하시겠습니까? 카드로 하시겠습니까? 카드로 하시면 부가세로 좀 붙습니다.”
“으음, 현금으로 하면 좀 깎아 주시나요?”
“현금으로 하면……. 2만 원 깎아드릴게요.”
“에이, 고작 2만 원요?”
주혁이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아저씨가 말했다.
“그럼 얼마를 원해?”
“딱 보면 뒤에 거 빼도 될 것 같은데요.”
“뭐? 백만 원?”
“네.”
“이야, 꼬맹이가 협상도 할 줄 알아.”
“헤헤헤, 컴퓨터잖아요.”
“에이, 알았다. 뒤꽁다리 빼고. 백만 원! 대신 현금이어야 한다.”
“네.”
주혁이가 대답을 하고는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아저씨를 봤다.
“현금으로 드릴게요.”
“배달은 되죠?”
“배달은 되지만……. 차 안 가져오셨어요?”
“가져왔습니다.”
“에이, 그러면 그냥 들고 가세요. 1시간만 주위 둘러보고 오시면 3대 바로 완성해 드리겠습니다.”
아저씨의 말에 오상진이 주혁을 봤다.
“그럼 그렇게 할까?”
“네. 형!”
주혁이가 고개를 돌려 아저씨를 봤다.
“아저씨, 내용물 다 확인할 거예요. 제대로 조립해 주세요.”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걱정 마라.”
아저씨가 대답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왕 나온 김에 모니터도 바꿀까?”
“모니터도 사 주시려고요?”
“그럼!”
“네.”
주혁이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리고 오정진도 주희도 적당한 크기의 모니터를 사 주었다. 그렇게 주변을 돌고, 다시 매장으로 갔다. 때마침 주혁이가 주문한 컴퓨터가 나와 있었다.
“마침 오셨네. 자, 다 끝났습니다.”
주혁이는 컴퓨터 본체를 보고는 표정이 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