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82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13)
“몰라! 아무튼 우리 1중대에게 명령이 떨어졌으니까. 꽃 좀 심자!”
“알겠습니다.”
“그럼 네가 좀 전달하고…… 어디 보자. 내가 지금 나가서 꽃을 구입해 올 테니까. 그리 알고.”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내무실로 갔다. 그리고 상황을 전달한 후 소대원들이 투덜거렸다.
“무슨 꽃입니까?”
“낸들 아냐. 대대장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아무튼 이상합니다. 그냥 대충 정리하면 될 것을…….”
“넌 모르는구나. 이것 역시 매년 봄에 하는 일이다. 잔소리 말고, 작업복으로 환복한 후 집합!”
김우진 병장이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소대원들이 전투복 상의를 벗고, 활동복 상의를 입었다. 전투모를 들며 말했다.
“태수가 창고로 가서 삽이랑 호미를 가지고 와.”
“네. 알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몇 명을 데리고 창고로 갔다. 나머지는 부대 앞 화단 앞으로 집합을 했다.
“자자, 화단에 있는 죽은 잡초들과 꽃들을 파내고 흙들을 정리하자.”
“네. 알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가지고 온 삽과 호미로 화단을 정리했다. 잡초를 빼내고, 이미 죽은 꽃들의 뿌리를 캐냈다. 그러는 사이 밖으로 나갔던 김도진 중사 차량이 도착을 했다.
“야, 김우진.”
“병장 김우진.”
“화단 정리 다 했냐?”
“네. 거의 다 했습니다.”
“그럼 애들 데리고 와서 이것 좀 내려라.”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과 몇 명이 움직였다. 김도진 차량 트렁크를 열자 그곳에 검은 컵들 속에 작은 꽃들이 들어 있었다.
“빨리 꺼내.”
“네.”
김우진 병장과 소대원들이 꽃들을 내렸다. 그것을 일일이 화분 근처에 배치를 시켰다.
“으음…… 어디 보자.”
김도진 중사가 화단에 꽃들 종류를 어떻게 배치를 시킬지 고민을 했다. 그사이 2소대원들도 나와서 화단 작업을 하고 있었다.
“와, 덥다!”
3월이지만 아침과 저녁은 날씨가 쌀쌀했다. 하지만 낮이 되면 따사로운 햇볕에 날씨가 따뜻해졌다. 그 가운데 힘을 쓰는 작업을 하니 땀이 나왔다.
“오오, 김 병장님 운동하셨습니까? 몸이 좋습니다.”
“후후후, 괜찮냐?”
“그렇습니다.”
“내가 겨울에 체력 단련실에서 좀 살았지 않냐.”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김우진 병장은 괜히 자신의 몸매를 자랑했다. 그 옆으로 어느새 나타난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이구, 지랄한다.”
“왜 나와서 시비십니까. 그냥 들어가십시오.”
김우진 병장이 투덜거렸다.
“됐어, 인마. 혼자 있는 게 더 심심해.”
“그럼 가만히 있지 말고 도우십시오.”
“야. 내일 말년 휴가 나가! 마지막까지 조심하자!”
“쳇!”
김우진 병장이 인상을 썼다. 김일도 병장은 작업하는 곳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다가 일병이 삽질하는 모습을 보고 인상을 썼다.
“쯧쯧쯧, 저게 삽질이라니…….”
김일도 병장이 한심스럽게 바라보다가 다가갔다.
“야, 삽 내놔! 삽질을 그따위로 하면 되냐. 잘 봐.”
김일도 병장은 진정한 삽질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일병들이 박수를 쳤다.
“와, 김 병장님 멋있습니다.”
“완전 짱입니다.”
“이야, 삽질의 신!”
그렇게 김일도 병장을 추켜세웠다. 그 옆으로 구진모 상병이 다가왔다.
“어? 김 병장님!”
구진모 상병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 맺혔다.
“웬 삽질입니까?”
“아니, 이 녀석들이 삽질을 제대로 못 하니까. 시범을 보여 주는 거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내일이면 말년 휴가 나가실 분이 조심하고 또 조심하셔야지.”
“그렇긴 한데…….”
“이리 주십시오. 지금은 조심할 때입니다. 혹시 못 들었습니까?”
“뭘?”
“5중대 강 병장 말입니다.”
“강 병장이 왜?”
“아니, 말년인데 주말에 괜히 농구하자고 애들을 불러냈지 말입니다. 그런데 몸 푼다고 레이업 하다가 착지를 잘못해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지 뭡니까.”
“진짜?”
“네. 그래서 농구도 못 하고 반깁스를 했습니다.”
“어쩐지 발목에 깁스를 했더라.”
“그뿐이면 말도 안 합니다. 소대원들이 얼마나 구박을 줬는지 아십니까? 괜히 주말이 잘 쉬고 있는데 불러냈다고 엄청 눈총을 받았답니다.”
“그, 그래…….”
“어서 이리 주십시오. 조심해야 할 분이…….”
구진모 상병이 잽싸게 삽을 받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조영일 일병에게 건넸다.
“그리고 너희들은 새끼야. 지금 일병까지 달았으면 기본적으로 삽질은 잘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 너희들이 뭔데 말년인 김일도 병장님에게 삽질을 시켜!”
“그, 그게 아니라…….”
“시끄러워, 새끼들아! 어디서 변명은……. 뭐 하고 있어. 빨리 일 안 하고.”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한마디로 주변을 정리한 후 김일도 병장에게 말했다.
“그냥 내무실에 들어가 계십시오. 괜히 다쳐서 내일 휴가 못 나가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어어, 그래.”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무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저 멀리 있던 박대기 병장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웠다.
“지랄하고들 있네. 지랄하고들 있어.”
강인한 병장이 다가왔다.
“김 병장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
“야, 또 너냐? 보면 몰라? 담배 피우잖아.”
“담배를 피우더라도 왜 꼭 작업하는 곳에서 피십니까? 좀 다른 곳에 가십시오.”
“아, 새끼! 존나 깐깐하게 구네. 내가 인마, 여기서 담배를 피우든 말든 뭔 상관이야.”
박대기 병장이 큰소리를 쳤다. 강인한 병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애들 작업하는 거 안 보이십니까? 양심이 있다면 좀 이러지 마십시오.”
“양심? 이 새끼 웃기네. 어차피 너희들도 좀 이따가 여기서 담배 피울 거잖아.”
“그럼 그때 피우시든가. 애들 일하고 있는데 힘 빠지게 혼자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까. 아니면 같이 일이라도 하시던지.”
“아, 새끼.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지랄을 해요. 에라이 알았다. 알았어.”
박대기 병장이 별일 아니라는 듯 담배를 툭 하고 던졌다. 그런데 그 모습이 건너편에 있던 누군가의 눈에 똑똑히 들어왔다.
김도진 중사가 한창 애들의 작업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옆으로 본부중대 최 중사가 슬쩍 다가왔다.
“김 중사님.”
“어? 최 중사.”
최 중사가 씨익 웃으며 종이컵을 내밀었다.
“김 중사님, 커피 드십시오.”
“어? 이게 뭐야? 무슨 커피야.”
“에이, 커피 한 잔 드시고 하십시오.”
그러자 김도진 중사는 인상을 썼다.
“야. 최 중사. 이거 네가 한 짓이라며?”
“아, 아닙니다.”
“아니긴. 네가 본부중대장이랑 어울려서 한마디 했다며.”
“그게 아니라. 본부중대장님이 바라보고 계셔서 옆에서 ‘잡초 한번 뽑아야겠네’ 이 소리 한 것밖에 없습니다.”
“왜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일을 벌여. 본부중대장이 대대장님이랑 친한 거 몰라?”
“몰랐습니다.”
“몰라? 어쭈, 이런 빡곰이 새끼가.”
“에이, 왜 그러십니까?”
최 중사가 김도진 중사에게 안겼다.
“떨어져. 남자 녀석이 안기고 있어. 그보다 여긴 왜 왔어? 일 잘하나 감시하러 왔냐?”
“감시는 무슨 감시입니까. 그냥 왔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1중대 행정보급관이신 김도진 중사님을 보러 이렇게 왔지 말입니다.”
“아이고, 지랄하고 있네. 그런데 이걸로 때우게?”
김도진 중사가 손에 들린 믹스커피를 봤다. 최 중사가 곧바로 말했다.
“제가 치킨에 맥주 쏘겠습니다.”
“진짜지?”
“당연하지 말입니다.”
최 중사가 대답을 할 때 저쪽에서 담배를 툭 하고 던지는 모습을 봤다.
“어라? 저 자식 봐라.”
“왜?”
“저 녀석 말입니다. 저 녀석!”
김도진 중사가 힐끔 박대기 병장을 봤다.
“아, 박대기 말이야. 그냥 냅둬!”
“아닙니다. 저 자식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입니다.”
“또 왜 그래?”
“아닙니다. 저 자식 알고 보니 우리 동네 후배였지 뭡니까.”
“아, 그래? 최 중사가 잘 알겠네.”
“저희 동네에서 저렇게 까불면 먼지 나듯 맞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가서 교육 좀 시켜야겠습니다.”
“뭐, 알아서 하세요.”
김도진 중사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말했다. 최 중사가 터벅터벅 걸어가 박대기 병장을 불렀다.
“야, 박대기.”
박대기 병장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에 최 중사가 서 있는 것을 보며 움찔했다.
“어쭈, 관등성명 안 대지.”
“병장 박대기.”
“내 앞으로 안 뛰어오지.”
박대기 병장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뛰어갔다. 최 중사 앞에 선 박대기 병장은 시선을 외면했다.
“넌 상관을 보면 경례 안 하나?”
“충성.”
“어쭈 병장 새끼가. 경례가 그게 뭐야? 손가락은 왜 구부려. 경례를 그따위로 해!”
“아닙니다.”
“다시 해봐!”
“충성.”
“다시!”
“충성.”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나.”
“아닙니다.”
최 중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대기 병장을 바라봤다.
“너, 조금 전 뭐 했냐?”
“뭘 말입니까?”
“뭘 말입니까? 이 자식이 지금 나랑 장난하냐. 인마, 네가 조금 전에 한 행동을 몰라? 기억상실증 걸렸냐?”
“아닙니다.”
박대기 병장은 지금 죽을 맛이었다.
“너, 화단에 담배꽁초 버렸지.”
“…….”
“너 지금 여기에 화단 공사하는 거 안 보여?”
“보입니다.”
“화단 공사를 왜 하는 것 같아?”
“환경미화를 하기 위함입니다.”
“환경미화를 하는데 그걸 넌 방해를 해?”
“…….”
“어쭈 대답을 안 해. 엎드려뻗쳐!”
박대기 병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천천히 엎드려뻗쳐를 했다.
“동작 봐라. 원위치!”
박대기 병장이 다시 일어섰다. 최 중사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엎드려뻗쳐!”
이번에는 좀 빨리 움직였다. 그럼에도 최 중사의 눈에는 안 찼다.
“원위치! 엎드려뻗쳐!”
이 동작을 세 번 정도 했다. 박대기 병장이 재빨리 엎드려뻗쳐를 했다.
“너 새끼야. 동네 후배라고 해서 봐주려고 했는데 도저히 봐줄 수가 없어.”
최 중사가 박대기 병장이 엎드려뻗쳐를 하고 있는 곳에 쭈그리고 앉아 말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박대기 병장의 머리를 툭툭 밀었다.
“좀 잘해라. 제발 부탁이다. 창피하지 않게 말이다.”
박대기 병장은 엄청 빈정이 상했다.
‘시발, 시발…….’
박대기 병장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하물며 후임들이 다 보는 앞에서 엎드려뻗쳐를 하지 않았나. 엄청 쪽팔렸다.
“똑바로 할 거야, 안 할 거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말로는 왜 못해. 넌 항상 말만 앞서지 않았냐.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할 거야.”
“네. 제대로 하겠습니다.”
“구라치지 마, 새끼야!”
“…….”
박대기 병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입을 다물었다고 최 중사가 펄쩍 뛰었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반항하냐? 반항해?”
“아닙니다.”
“아니긴…… 아놔 이 새끼.”
그러면서 벌떡 일어나 엉덩이를 전투화를 툭 밀었다. 엎드려뻗쳐하고 있던 박대기 병장이 옆으로 넘어졌다.
“야, 일어나. 원위치!”
박대기 병장이 다시 엎드렸다. 그를 향해 최 중사의 갈굼은 계속되었다.
“너 정신 안 차리지. 한번 뒤져볼래?”
“아닙니다.”
“너 이 새끼. 내가 지켜본다고 했어, 안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