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81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12)
오상진과 한소희가 통화를 했다.
-작은 오빠 이번에 영화 투자하기로 했어요.
“아, 그래요?”
-네, 그리고 제목이 바뀌었어요. 연산의 남자였던가?
“아. 그렇구나. 그래도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제목만 바뀐다고 해요. 제목만. 그보다 상진 씨 진짜 잘되어야 해요.
“걱정 마세요. 엄청 잘될 겁니다. 우리 소희 씨가 직접 투자했으니까 더 잘될 겁니다.”
-정말요?
“그건 그렇고 이제 새학기인데 안 바빠요?”
-대학생이 바쁠 것이 있나요?
“수강 신청은 다 끝낸 거예요?”
-그럼요. 당연히 다 끝냈죠.
“그래도 수업하느라 이제 정신없겠어요.”
-에이, 그래도 데이트는 해야죠. 저 생각보다 똑똑해요.
“알죠. 우리 소희 씨. 똑똑한 거.”
-알면 됐어요.
“그리고 너무 예쁘게 학교 다녀도 안 돼요.”
-어멋! 지금 관리 들어가는 거예요?
“네. 관리 들어가는 겁니다. 학교 갈 때마다 불안해서 영…….”
-호호호. 걱정 말아요. 저 못 믿어요?
“믿어요. 소희 씨는 믿는데 주위에 있는 남자들을 못 믿어서 그렇죠.”
-철저하게 까칠하게 나갈게요. 그럼 됐죠?
“네. 알겠어요. 그만 쉬어요.”
-네. 상진 씨도요.
오상진이 전화를 끊으며 피식 웃었다. 그 옆으로 김일도 병장이 다가왔다.
“소대장님.”
“어. 일도야. 무슨 일?”
“저 신경 좀 써주십시오. 이번에 말년 휴가 나갑니다.”
“뭐야? 벌써?”
오상진이 깜짝 놀란 눈이 되었다. 그러면서 김일도 병장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처음 봤을 때 김일도 병장은 상병을 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속에서 여러 사건이 있고, 분대장이 되었다. 김일도 병장과 함께했던 지난 1년의 시간이 훅 지나갔다.
“이야, 우리 김일도 병장이 말년 휴가를 나가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김일도 병장을 바라봤다.
“9박 10일이지?”
“네.”
“그럼 말년 휴가 다녀오면 그다음 날 바로 제대겠네.”
“그렇습니다.”
“어쨌든 축하한다.”
“아닙니다.”
“제대하면 뭐 할 건지 생각은 했어?”
“일단 학교 복학부터 할 예정입니다.”
“그래. 내일 나가면 제대 전날 복귀 날이라고 했지?”
“네.”
“휴가 복귀하면 소대장이랑 소주 한잔하자.”
김일도 병장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일도 병장은 김대식 병장 때 일을 떠올렸다. 그때 김대식 병장도 제대 전날 밖에 나가 오상진과 소주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때 진짜 엄청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진짜 꼭 사주시는 겁니다.”
“그래.”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잘 다녀와라.”
“네!”
김일도 병장이 경례를 한 후 몸을 돌렸다. 내무실로 복귀를 하는데 구진모 상병이 눈에 들어왔다.
“진모야.”
“충성. 상병 구진모.”
“내일 나 말년 휴가인 거 알지?”
“와, 그렇습니까?”
구진모 상병이 모르는 척했다.
“뭐야? 몰랐어?”
김일도 병장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러자 구진모 상병이 히죽 웃었다.
“설마 몰랐겠습니까.”
“그렇지? 그보다 뭐 없어? 준비한 거 있지?”
“뭘 말입니까? 준비라니…….”
구진모 상병은 고개를 갸웃했다. 김일도 병장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아무것도 준비 안 했어?”
“어떤 준비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와, 진짜 너무하네. 아무것도 준비 안 했어? 진짜야?”
김일도 병장은 짐짓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구진모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원래 뭐 하는 겁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날 그냥 보내게? 그런 것은 알아서 눈치껏 해야지.”
하지만 구진모 상병은 솔직히 보고 배운 것이 없었다. 최용수와 강상식이 뜻하지 않게 사라졌고, 김대식 병장은 조용히 군 생활 마무리를 했고 말이다. 그다음 김일도 병장에게 분대장 안장이 내려왔다.
‘생각해 보니, 참고할 만한 일이 없었네.’
김일도 병장이 오랫동안 분대장을 했다. 그 결과 밑에 애들에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지를 못했다.
‘하긴 내가 일병 때 제대하는 병장들에게 작지만 그날 파티도 하고, 기념 선물도 주고 그랬는데…….’
김일도 병장이 생각을 하며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진모 상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병장님. 뭘 해드려야 합니까?”
“아니야. 됐어. 신경 쓰지 말고 들어가.”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눈치를 보며 내무실로 들어갔다. 김일도 병장은 잠시 밖으로 나갔다. 구진모 상병이 내무실로 들어가고 김우진 병장 옆에 앉았다.
“김일도 병장님이 좀 이상합니다.”
“왜?”
“절 부르더니 오늘 뭐 없냐면서 그랬습니다.”
“아, 그 양반 어련히 알아서 안 해줄까. 그걸 물어보고 그런데.”
“불안해서 그렇겠죠. 불안해서.”
김우진 병장이 힐끔 조용히 있는 한 달 아래인 차우식 병장을 봤다.
“우식아.”
“네.”
“넌 내가 분대장 되어도 안 서운하겠어?”
“서운하고 그럽니까. 어차피 김 병장님은 말년 휴가 다 써서 제대 날까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너, 나 놀리냐?”
“무슨 놀립니까. 그렇다는 거죠. 저는 말년 휴가 다녀오고, 김 병장님은 쭉 하시면 됩니다.”
“와, 진짜……. 그래 그렇게 해라. 그런데 너 말년 휴가 다 남았지?”
“네. 심지어 포상휴가도 남아 있습니다. 그것하고 말년 휴가랑 합쳐서 갈 생각입니다.”
“뭐? 그럼 14박 15일이잖아.”
“네.”
“헐, 너도 참 대단하다. 쩝, 부럽네.”
“저도 이날을 위해서 지금까지 참아왔지 말입니다.”
“그래, 그래. 좋겠다. 그럼 넌 제대하고 뭐 할 거냐?”
“에이, 아직 제대하려면 4개월이나 남았지 않습니까.”
“아, 6월 제대지?”
“네.”
“내가 5월 제대니까.”
“그럼 김 병장님은 뭐 할 생각입니까?”
“나는 뭐 제대하고 생각해 볼라고? 너는?”
“저는 말년 휴가 때 10일 정도는 노가다를 생각 중입니다.”
“뭐? 휴가 때 노가다를 한다고?”
김우진 병장하고 주변에 있는 소대원들까지 눈을 번쩍하고 떴다.
차우식 병장은 원래부터 조용히 군 생활을 했다. 김우진 병장이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권위적이지도 않았고, 후임병에게 딱히 지적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해왔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노가다를 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집안도 가난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야, 무슨 노가다야.”
김우진 병장이 물었다. 차우식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제대하면 복학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학비에 보태려고 말입니다.”
“너희 집 못 살지는 않잖아.”
“네. 그래도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죠. 10일 정도 노가다를 뛰면 학비 반 정도는 될 겁니다. 그거라도 보태려고 말입니다.”
“이야, 대단하다.”
김우진 병장이 말했다. 다른 소대원들도 한마디씩 했다.
“맞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차 병장님께서 그런 생각을 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냥 생각일 뿐이야. 아직 제대하려면 4개월이나 남았는데…….”
“그래도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실 줄은…….”
“으음. 저도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구진모 상병이 말했다. 김우진 병장이 ‘풉’ 하고 웃었다.
“인마, 상병 단지 고작 2개월밖에 안 된 놈이 무슨 벌써부터 계획이야.”
“아. 그래도 말입니다.”
“됐다. 병장 달고 계획을 짜도 충분해.”
김우진 병장의 한마디에 구진모 상병이 시무룩해졌다. 한 편으로 김우진 병장도 고민을 했다.
“하긴 나도 계획을 세워야 하긴 하는데…….”
내무실은 그야말로 침묵에 잠겼다. 모두 생각이 많아진 것이었다. 그러다가 차우식 병장이 한마디 했다.
“내무실 분위기가 왜 이래?”
김우진 병장이 입을 열었다.
“너 때문이잖아. 아무튼 너도 대단하다. 부럽기도 하고.”
차우식 병장이 피식 웃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진 상병을 봤다.
“그보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우리 제대하면 이제 네가 왕고네.”
“에이, 아직 멀었습니다. 한참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어디 보자……. 5월쯤인가? 그때 병장 다나?”
“네.”
“이야, 그러면 해진이 너 세상이냐?”
“에이, 뭘 또 그럽니까.”
“뭘 또 그래? 아무튼 애들아. 앞으로 해진이에게 잘 보여야겠다.”
“김 병장님…….”
이해진 상병이 괜히 부끄러워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최강철 이병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본 김우진 병장이 한마디 툭 던졌다.
“야, 최강철. 너 왜 웃어?”
“이병 최강철.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왜? 네가 좋아하는 이해진 상병이 병장 달고, 바로 분대장 달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냐?”
“아닙니다.”
“아니긴, 그놈의 휴가증 때문에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지.”
김우진 병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불쑥 끼어들었다.
“김 병장님은 왜 자꾸 우리 강철이만 못살게 구십니까. 이리와 강철아.”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이해진 상병에게 푹 안겼다. 그 모습을 본 김우진 병장이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뭐, 뭐야? 너희들……. 사귀냐?”
“네.”
이해진 상병이 대답을 하며 최강철 이병을 바라봤다.
“강철아, 커피 한잔할래?”
“네, 좋습니다.”
“그래, 가자!”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나란히 내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입이 떡 하니 벌어진 채 바라보는 김우진 병장이었다.
내무실을 나선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에게 물었다.
“야, 강철아.”
“이병 최강철.”
“너 왜 그렇게 좋아했냐? 내가 차기 분대장이라서 좋아?”
“그것도 있고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 제대하면 신병 들어오지 않습니까.”
“신병? 아아, 신병 들어오네. 맞다! 오오, 우리 강철이 신병이 보고 싶었어?”
“에이, 왜 그러십니까. 저도 곧 일병 답니다.”
“우오오, 이제 일병 달아? 좋겠다.”
“네, 뭐…….”
최강철 이병이 부끄러워했다. 이해진 상병이 슬쩍 물었다.
“참, 너 요새 은호 안 챙기더라.”
“아, 은호 말입니까. 안 챙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노현래 일병이 자기가 챙길 테니까. 신경 끄라고 했습니다.”
“뭐? 현래가 그래?”
“네.”
이해진 상병이 살짝 놀랬다. 노현래 일병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야, 현래 그 녀석도 집착이 쩌네.”
노현래 일병이 마치 어미 새처럼 이은호 이병을 챙기고 있었다.
“그래서 네 바로 밑에 후임을 두고 싶었어?”
“네.”
“하긴 김일도 병장 말년 휴가 나가니까. 곧 신병도 들어오겠지.”
최강철 이병의 입가로 웃음이 번졌다. 그때 김도진 중사가 걸어왔다.
“어, 해진아.”
“충성!”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김도진 중사는 곧바로 물었다.
“너희 중대 뭐 하냐?”
“네? 아직 지시받은 내용은 없습니다.”
“애들 다 있지?”
“네. 다 있습니다.”
“그러면 너희 나랑 작업이나 하자.”
“작업 말입니까?”
“그래. 안 그래도 소대장님께 얘기는 해뒀다.”
“무슨 작업입니까?”
“대대장님께서 화단이 성의가 없다고 하신다. 이제 봄도 되고 했는데 미화에 신경 좀 쓰라고 하신다.”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