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80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11)
김소윤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언니가 그러고도 사장이야!
김소윤은 답답한지 열을 냈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는데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잘 되겠지. 우리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김소희에게서 장문의 답장이 날아왔다. 이 메시지를 본 김소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답답하다. 언니는 팔자가 폈네. 폈어!”
그때 다시 한번 문 입구에서 ‘딸랑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소윤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어서 오세요. 어멋!”
김소윤이 오상진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어쩐 일이세요?”
“아, 예에. 왔다가 겸사겸사 차 한잔하러 왔어요. 커피 주세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오상진이 바로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김소윤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건물주님이신데. 그냥 커피 한 잔 정도는 드릴게요.”
“아닙니다. 그래도 계산은 하셔야죠.”
“괜찮아요. 이 정도도 못 드릴까요. 그냥 자리에 가서 앉아 계세요.”
“괜찮은데…….”
김소윤은 말없이 음료를 제조했다. 오상진은 살짝 민망한 얼굴로 카드를 지갑에 넣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을 쭉 살폈다. 토요일이고, 좀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
“으음…….”
오상진이 잠시 신음을 흘렸다. 그때 김소윤이 커피를 가져와 내려놓았다.
“커피 좀 드세요.”
“아, 네에. 감사합니다.”
“그런데 누구 기다리세요?”
“아뇨. 혼자 잠깐 왔어요.”
“그럼 제가 잠깐 말동무해 드릴까요?”
“어후, 저야 좋죠.”
김소윤이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오상진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장사는 잘됩니까?”
“호호, 보시다시피…….”
김소윤은 조금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이 주변의 유동인구가 많지는 않아요. 아마 그걸 알고 왔을 것 같은데요. 언니랑 형부가 잘못 생각하신 것 같아요.”
김소윤의 직언에 오상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한대만이 직접 찾아와서 달라고 했기에 흔쾌히 주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여기는 커피 종류만 되는 거죠?”
“네.”
“디저트 종류는?”
“디저트요? 디저트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그리고 디저트까지 놓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오상진 입장에서는 이 가게만 겉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몇 가지 생각한 것이 있는데 말씀해 드릴까요?”
“저야 좋죠. 사실 언니가 태교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저 혼자 고생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아, 김 중위님은 언제쯤 출산하시나요?”
김소윤이 피식 웃었다.
“언니 전역한 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도 김 중위님이에요?”
“아, 죄송합니다. 입에 붙어서요. 그럼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하나?”
“편하게 부르세요. 저희끼리인데요.”
“네.”
“언니 예정일이 아마 5월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 배가 많이 불렀겠네요.”
“그렇게 많이는 안 불렀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되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데요.”
“아, 그래요? 그래도 요즘엔 밖에는 잘 못 나오시겠네요.”
“그건 아닌 것 같던데요. 조금 전에도 통화했는데 형부랑 밖에 나와 있다고 하더라고요. 뭐, 형부랑 언니랑 잘 지낸다니 다행이긴 한데요. 둘 다 가게를 너무 나 몰라라 하고 있어서 걱정이 되긴 해요.”
김소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상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기 위층에 한의원이 있는 것은 아시죠?”
“네. 알고 있어요.”
“혹시 말이에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드실 만한 음료를 준비해 보시는 것은 어때요?”
“그렇지 않아도. 하루에 두세 분씩 찾아와요. 그러곤 차를 물어보시는데 고민 중이었어요. 만약 할아버지 할머니가 오시면 젊은 층이 안 올 가능성도 있고 해서요. 언니는 그것을 많이 걱정하더라고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잘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요. 만약에 요 아래에 떡볶이집하고 협력을 해보는 것은 어때요?”
“떡볶이집이요?”
김소윤이 눈을 크게 떴다. 떡볶이집과 커피숍은 생각처럼 조합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떡볶이집이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알겠는데요. 거기 손님들을 저희 가게에서 드시게끔 하자는 것인가요?”
“그것보다는 요새 젊은 손님들이 예전처럼 어묵 국물 먹고 그런 사람 없어요. 물론 포장해 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재밌는 건 떡볶이에 커피가 궁합이 은근히 잘 맞는다는 거예요.”
오상진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슬쩍 말해보았다. 김소윤은 고개를 갸웃했다.
“떡볶이에 커피요? 저는 잘…….”
김소윤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맛있으려나?”
오상진이 말한 것을 대놓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에도 떡볶이에 커피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오상진은 확신했다. 오상진이 알고 있던 미래에서는 떡볶이와 커피 이런 식의 조합이 유행이었다. 따지고 보면 아직 먼 미래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떡볶이만 먹으면 입이 텁텁했다. 거기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서 입안을 깔끔하게 해주면 환상의 조합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만약에 요 아래 떡볶이집에서 주문만 받아서 따로 테이크아웃 용으로만 준비해서 따로 판매해 보시면 어떨까요?”
김소윤이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처음에는 과연 괜찮은 조합일까? 고민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상진의 말에 흔들렸다.
“뭐, 그렇게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떡볶이 사장님께서 해준다고 할까요?”
“제가 잘 얘기해 볼게요. 서로 상부상조해 보면 좋죠. 오히려 그 커피 때문에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약간의 가격만 조율해 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조율요?”
“네. 커피 가격을 조금 다운시켜서 내보세요. 그럼 많이 괜찮을 것 같아요.”
김소윤이 심각한 얼굴로 생각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김소윤이 입을 뗐다.
“좋아요, 한번 해볼게요. 대신에 말씀 좀 잘 전해주세요. 저희도 떡볶이 잘 먹긴 하는데. 장사가 잘 안된다고 협력 좀 부탁한다고, 말을 못 꺼내겠어요. 염치도 없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 부분은 당연히 제가 해야죠. 걱정 마세요.”
“이것저것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전통차 얘기는 언니랑 형부하고 찬찬히 상의해 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제가 너무 오지랖을 부렸는지 모르겠네요.”
“아니요, 이렇듯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죠. 저희도 장사가 잘되어야 가겟세도 내고 그러니까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소윤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오상진도 같이 인사를 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신 후 가게를 나섰다.
“김 중위님하고 많이 닮았는데 성격은 정반대인 것 같네.”
사실 김소희는 저런 말을 잘하지 않는다. 오랜 군 생활로 인해 다부지고, 똑 부러지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남에게 잘 부탁도 하지 못했다.
“아무튼 다행이다.”
오상진이 중얼거리며 1층으로 내려왔다. 떡볶이집은 여전히 장사가 잘되었다. 오상진은 그런 떡볶이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오늘도 여전히 떡볶이집은…….”
“어머, 사장님 어서 오세요.”
오상진이 환하게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장사 잘되시죠?”
“너무 잘 됩니다. 이렇게 장사가 잘되어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그럼 조만간 2호점 슬슬 차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오상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양 사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2호점 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계약할 때 사장님과 얘기하지 않았어요. 프랜차이즈 할 때 사장님과 같이 상의해서 하자고 말이에요.”
“아이고 그건 그냥 해본 말이에요.”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사장님 허락하시면 하겠어요.”
“그러면 말이죠. 제가 조만간에 빌딩 하나를 더 살 생각이거든요.”
“와, 빌딩을 하나 더요? 우리 사장님 진짜 돈 많으신가 보다.”
“아뇨.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냥 그 정도 여유는 된다는 거죠. 그때 그곳에 분점을 하나 더 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이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야. 정말 감사하죠. 솔직히 이렇게 좋은 건물주님을 만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데…….”
양 사장이 말하는 좋은 건물주에는 세를 싸게 해주시는 사장님, 인테리어를 공짜로해 주시는 사장님. 그것에 대한 기대 심리가 들어 있었다. 오상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새 가게 들어갈 때도 이번과 똑같은 계약 조건으로 해드리겠습니다.”
양 사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아이고 사장님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2층 커피숍에 관한 얘기를 꺼낼 참이었다.
“그건 그렇고, 사장님.”
“네?”
“2층 커피숍이랑 상부상조할 방법 생각해 봤는데 어디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양 사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커피하고 떡볶이를 말입니까?”
양 사장이 생각해도 별로 좋은 조합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상진의 눈빛을 보고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네. 일단 말씀해 보세요.”
“저기 떡볶이집에서 커피 주문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네? 커피 주문요?”
양 사장은 솔직히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오상진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꺼냈다.
“솔직히 지금 떡볶이 주문만 받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세트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떡볶이만 가져가는 여자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어쩌면 입이 심심할 수 있으니까요. 커피를 사서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요?”
양 사장이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뭔가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종종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떡볶이를 먹고 2층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어? 2층이 커피숍인데…….’ 갈까 말까 고민을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 몇 번 봤어요.”
“그렇죠. 제 말이 맞다니까요.”
“그럼 저희가 뭐 어떻게 해드릴까요?”
여자 사장이 물었다.
“네. 커피 주문만 받아주시면 2층에서 테이크아웃 용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올 겁니다. 대신에 판매 대금의 일부는 수수료 대신으로 드릴 생각입니다.”
양 사장과 부인은 딱히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커피 주문도 받고, 어느 정도의 수수료도 챙기고 말이다. 몇 잔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공짜가 아니었다.
2층 커피숍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았다. 1층 떡볶이집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떡볶이집에서 ‘커피 몇 잔요.’ 이렇게 말하면 훨씬 괜찮았다. 지금처럼 사람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말이다.
“일단 시험 삼아 한번 해보시죠. 많이는 아니고, 일단 3달 정도만 시범적으로 해보죠. 잘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아뇨, 잘될 것 같아요. 사장님 아이디어 좋으세요.”
떡볶이집 여자 사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역시 우리 사모님, 감각이 아주 좋으십니다.”
오상진이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칭찬을 했다.
“어멋! 정말요? 우리 사장님 진짜 말씀 잘하신다.”
“제가 좀 합니다. 하하핫!”
그렇게 오상진의 상생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