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79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10)
“네, 그러세요.”
“내가 그 두 사람 잘라도 나중에 딴소리하는 건 아니지?”
“에이, 절대 안 그래요. 원래 이 빌딩 관리는 이모부에게 맡긴 거잖아요.”
“그래! 맡긴 거지.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라고. 알았어, 그렇게 알고 있으마.”
“네.”
“그리고 한동안 빌딩에 오지 마라. 사무실에도 들르지 말고. 혹시라도 저 사람들이 전화를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네.”
“물론 이모부도 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바로 자르지는 않을 거야. 다시 한번 경고를 할 것이고, 그런데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내 원칙대로 한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이모부.”
“그래, 고맙다.”
오상진은 이모부가 하는 일들을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이 바빠서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까지 이모부가 세심하게 신경 써주고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움을 느꼈다.
“상진아, 막말로 이모부가 펜션을 말아먹긴 했지만, 대충하고 그러지는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펜션 망한 것은 내가 사람을 잘못 써서 그래. 너도 알지? 이모부가 펜션 7채 가지고 있었던 것 말이야.”
“잘 알죠.”
“사실 말이지. 이모부가 3채까지는 직접 관리를 하겠어. 그런데 7채까지는 솔직히 무리더라. 지역도 좀 떨어져 있고……. 사실 지금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멀리 있는 곳은 받지 말았어야 했어. 너무 싸게 나와서……. 투자자들이 저것까지 사자고 조르는 바람에 말이지. 그래도 그때는 정말 자신이 있었거든.”
이모부는 지난 얘기를 꺼내며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모부의 펜션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았다. 제주도 각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펜션을 이렇게 한 이유도 들어보면 일리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지역에 관광명소가 분포되어 있는 제주도의 특성상 펜션 사업도 여러 곳에서 활발했다.
그래서 이모부가 생각한 것이 여러 유명한 관광지 쪽에 펜션을 차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나둘 시작했고, 이모부 생각처럼 관광지 근처에 펜션들을 지었다.
그런데 여러 곳에 펜션들이 분포되어 있다 보니, 관리가 무척 힘들었다. 그곳 펜션을 다 둘러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이모부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래서 펜션마다 펜션을 관리해 줄 매니저를 뒀다.
그런데 관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하물며 꼼수까지 부렸다. 관리를 하지 않고, 이모부가 오면 하는 척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모부는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매니저야 사장이 같은 시간에 나타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시간 때만 조심하면 되었다. 그러다 보니 펜션 일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잘 운영되지 않았다.
“그때 내가 무리해서 운영한 것도 있지만, 딱 하나는 알고 있다. 사람을 정말 잘 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이모부만 믿어라.”
“네, 이모부.”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은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뭐, 이모부가 하신다니까 든든하네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모부. 그런데 그것보다 빌딩 세입자들은 파악하셨어요?”
“뭐, 대충 파악은 한 것 같다.”
“아, 그래요? 다들 어때 보여요?”
“세입자들이야, 다들 네가 말한 대로 사람들은 전부 좋더라. 좋은데, 에휴…….”
이모부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왜요?”
“몇 번 쭉 훑어봤는데 전부 나에게는 성이 안 차.”
“그래요? 뭐가 문제인데요?”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모부도 이참에 전부 말하고 싶었다.
“일단 하나씩 얘기해 볼까? 바로 옆에 있는 출판사. 거기 사장님과 직원분들 전부 다 좋긴 좋아. 그런데 이 양반들이 불을 안 끄고 다닌다.”
“네?”
“아무리 자기네들이 전기세를 낸다고 하지만, 퇴근할 때면 불을 꺼야 할 것 아니야. 심지어 온풍기도 그대로 켜놓고 다니더라. 그건 문제가 있는 거야. 자칫 잘못했다가 넘어져서 불이라도 나봐. 큰일 나잖아. 안 그래?”
“네. 그렇죠. 그 부분은 정말 위험하네요. 게다가 출판사라 책도 많을 거고요.”
“그렇지. 한순간에 불이 나 버릴 거야. 그러니 항상 조심해야 해.”
“그래야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는 이모부가 한마디 하셨어요?”
“물론 한마디 했지. 거기 있는 아가씨에게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 아가씨가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고 그게 끝이야. 그렇다고 세입자인데 일일이 잔소리를 하고 그럴 수는 없잖아. 솔직히 이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일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그 부분은 이모부께서 따끔하게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그래. 이건 만일을 대비해서 한마디 더 하는 게 좋겠다.”
“네, 출판사는 그렇게 하시고. 또 있어요?”
“있지. 4층의 학원 말이야. 좋아, 다 좋아. 그런데 거기 젊은 선생들이 좀 그래.”
“그렇다는 건…….”
“싸가지가 없어.”
“아, 그래요?”
“그래. 나를 완전 경비 아저씨 취급하더라니까.”
이모부가 살짝 빈정 상한 듯 말했다. 따지고 보면 여기 관리소장인데 말이다.
“거긴 또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 지난번에 쓰레기봉투에 잔뜩 음식물을 섞어서 내놨더라고.”
한마디로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자꾸만 쓰레기봉투가 아닌 그냥 비닐봉투에 버리는 것이 허다했다.
“주의를 주시지 그랬어요.”
“줬지. 몇 번이나. 그런데 돌아온 답이 뭔 줄 알아? 아저씨가 이런 것은 좀 해주시면 안 되냐고 그러더라. 내가 어이가 없어서는…….”
“아, 그래요? 그 부분은 내가 원장님하고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아니야. 내가 이미 말씀드렸어. 그나마 원장님은 말이 좀 통하는 분이시라 지도는 하겠다고 했어. 좀 지나보면 알게 되겠지.”
“네.”
“뭐, 학원이라 애들이 좀 떠드는 문제는 이해를 하니까.”
오상진은 이모부가 하는 얘기를 듣다 보니 매우 흥미로웠다. 오상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이모부가 이렇게 금방 파악한 줄은 몰랐다.
‘역시 이모부를 이곳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맞았어.’
오상진은 절로 뿌듯했다.
“그럼 3층의 한의원은 어때요?”
“한의원 좋지. 그 원장 부부들 인상 좋으시더라. 나 볼 때마다 인사해 주시고. 건강 챙겨주시고 말이야. 가끔씩 몸에 좋다는 환 같은 것도 챙겨주시고 말이지. 허허허.”
이모부가 작게 웃음을 흘렸다.
“뭐예요. 그걸 혼자 드세요?”
“야, 인마. 몸에 좋은 것은 혼자 먹어야지. 그리고 네가 지금 그런 약을 먹을 나이니.”
“하하, 알았어요. 이모부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어험, 그래. 고맙다.”
“그럼 한의원은 별문제가 없는 거네요.”
“아니지. 한의원도 조금 문제가 많지.”
“네?”
“거기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와, 너무 죽치고 앉아 있어. 가끔 내려가서 보면 무슨 입구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계시더라니까. 더 놀라운 것은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분들도 계시더라.”
“그 정도예요?”
“여기 원장님 인성이 너무 좋은 신 것은 다 좋은데. 너무 저렇게 하니까, 장사가 너무 안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무래도 한 건물 장사인데 할아버지 할머니 때문에 너무 젊은 사람들이 안 오는 경향도 없잖아 있고 말이지. 물론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고,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허허허.”
이모부가 크게 웃었다. 솔직히 이모부도 장사를 해 봤기 때문에 어떻게 돌아가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막말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은 곳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갈까? 그 생각을 해보면 얼추 답은 나왔다.
“그렇구나. 뭐, 저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니까요. 그럼 2층 커피숍은 좀 어때요?”
“아, 거긴 정 반대야. 장사가 너무 안돼.”
이모부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안돼요?”
“가끔씩 커피 마시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긴 한데 딱히 젊은 사람들이 찾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은근슬쩍 확인을 해보니 임대료가 많이 싸던데……. 혹시 장사가 안돼서 많이 싸게 해준 거야?”
오상진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거기 소희 씨 오빠가 하는 곳이에요.”
“아, 그래? 사돈네가 하시는 곳이야?”
“에이, 무슨 벌써부터 사돈네입니까?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요.”
“그래서 결혼 안 할 거야?”
“그건 아니지만…….”
“어차피 결혼할 건데, 뭐. 사돈네는 사돈네지.”
“네. 이모부. 편한 대로 부르세요.”
오상진은 반쯤 포기한 상태로 입을 뗐다.
“아무튼 사돈네가 하는 곳이면 당연히 이해를 해야지. 내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이다.”
이모부가 괜히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오상진은 살짝 마음이 걸렸다.
“1층은 어때요?”
“1층? 떡볶이집이랑, 처형이 하는 국밥집?”
“네.”
“어휴, 거긴 말도 마라. 장사가 어찌나 잘 되던지. 거기만 보면 흐뭇하다. 흐뭇해.”
“그래도 이모부 대단하시네. 잠깐 사이에 다 파악하시고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내 일처럼 생각하니까, 걱정하지 마. 건물 하나 가지고는 끄떡없어. 그리고 예전에 말하지 않았냐. 건물 하나 더 추가 매입한다고? 아직 생각 없는 거야?”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그럼 이모부만 믿고 건물 추가 매입합니다.”
“상진아, 해. 당연히 사야지. 이거 하나만 관리하니, 몸이 근질거려 죽겠다. 너도 알잖아, 이모부가 펜션 7개나 관리했다는 사실을 말이야. 아, 그렇다고 건물을 7개까지 늘리라는 소리는 아니고. 아니지, 건물이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건물은 괜찮지 않을까?”
이모부가 넌지시 말했다. 오상진은 그런 이모부를 보며 피식 웃었다.
“후후, 7개까지 할 여력은 없습니다.”
“말이 그렇단 거지. 말이. 아무튼 걱정 말고, 추가 매입해도 돼.”
“네. 이모부.”
오상진은 그런 이모부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김소희 여동생인 김소윤이 앉아 있었다. 오전이 10시가 훨씬 지났는데도 손님 하나 없었다. 커피숍에는 잔잔한 음악만이 흐르고 있었다.
김소윤은 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그 책을 보며 무료함을 달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딸랑딸랑!
문에 달린 방울 소리가 울렸다. 김소윤은 반사적으로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할머니가 들어오더니 입을 뗐다.
“여기 차는 안 팔아요?”
“차요? 죄송해요, 할머니. 저희는 커피 종류만 팔아요.”
“아, 그래?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미안해요, 담에 올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김소윤은 친절하게 말했다. 할머니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커피숍을 나갔다. 김소윤이 몸을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품종을 바꿔야 하나?”
다시 책을 읽던 자리로 돌아온 김소윤이 언니인 김소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뭐해?
-나 지금 형부랑 데이트 중. 왜?
“뭐? 데이트? 가게는 나에게만 맡겨 놓고는…….”
김소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언니. 가게에 너무 무신경한 거 아니야?
-그래서 너 월급을 떼먹니? 월급을 꼬박꼬박 주잖아.
-언니는 지금 월급이 중요해? 그 월급도 형부 지갑에서 나오는 거잖아. 나도 가게가 잘 되어서 보너스도 받고 싶단 말이야.
-왜? 월급 부족해? 형부에게 더 달라고 할까?
순간 김소윤의 눈이 치켜떠졌다.
“아니, 이 언니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