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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78화 (47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78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9)

“특히 조영일.”

“일병 조영일. 에이, 그냥 부러워서 그랬습니다.”

“인마, 부러우면 너도 열심히 하면 되잖아.”

“넵! 알겠습니다.”

조영일 일병이 힘차게 말했다. 최강철 이병은 김우진 병장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솔직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야, 내가 잘한 일은 하긴 했네. 그 당시에는 그렇게 속이 쓰렸는데…….’

최강철 이병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한편,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녀석, 할머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성숙해졌네. 이제 분대장 달아도 되겠어. 비록 3개월짜리지만…….’

김일도 병장은 차기 분대장으로 김우진 병장으로 못 박았다.

금요일 저녁 모든 일과를 마친 오상진이 퇴근 준비를 했다. 4소대장이 먼저 준비를 마치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이번 주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주말인데 우리 소대장들끼리 술 한잔 어떻습니까? 1소대장님?”

그 순간 퇴근 준비를 하던 이미선 2소대장의 눈이 반짝였다. 오상진를 바라보며 뭔가 기대를 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오상진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미안합니다. 오늘 저 선약이 있습니다. 다음에 같이 하죠.”

오상진이 한마디에 이미선 2소대장의 얼굴에 실망한 빛이 떠올랐다. 4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1소대장님, 저번에도 못 했는데…….”

“진짜 미안합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오상진이 서둘러 행정반을 나갔다. 순간 4소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아, 진짜 너무하시네. 그럼 우리끼리라도 가죠.”

그런데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해요. 저도 오늘은 생각이 없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이미선 2소대장도 인사를 하고 행정반을 나갔다. 4소대장은 짜증이 확 솟구쳤다.

“아이씨, 다들 뭐야! 저번에도 그러고, 이번에도 그러고 말이야. 너무들 하는 거 아냐? 소대장들끼리 가볍게 술 한잔도 못 하나?”

4소대장이 이래저래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3소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4소대장, 오늘은 나랑 둘이서 마시죠.”

“네. 그럽시다.”

그러다가 4소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3소대장님 오늘은 택시 타고 시내로 나가서, 좋은 단란주점에서 마시는 거 어떻습니까?”

“아, 단란주점 말입니까?”

3소대장이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여자 친구 때문에…….”

“아뇨. 거긴 좀 비싸지 않습니까?”

“아, 진짜! 내가 쏩니다. 내가!”

그러자 3소대장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럼 가 봅니까?”

“갑시다, 가!”

“네!”

3소대장과 4소대장은 오늘 의기투합해 행정반을 나섰다.

한편 오상진은 퇴근을 한 후 한소희에게 전화를 했다.

“소희 씨.”

-상진 씨.

“저 퇴근했어요. 지금 집으로 가는 길요.”

-어? 그래요? 그런데 어떡하죠?

“왜요?”

-이번 주는 만나기 힘들 것 같아요.

순간 오상진의 눈빛에 실망감이 흘렀다.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이번 주는 아버지가 가족들 전부 시골에 같이 내려가자고 해서요.

“시골요?”

-네. 그곳에 작은 별장이 있는데 가족들 전부 오랜만에 그곳에서 모여서 작은아버지 생신 잔치를 한다고 해서요. 아무튼 우리 아버지는 그런 걸 정말 거창하게 하신다니까요.

“아, 그렇구나. 어쩔 수 없죠.”

오상진의 말투에 아쉬움이 툭툭 묻어났다.

-저 보고 싶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요. 안 되면 제가 일요일에 시간 내보도록 할게요.

“아뇨, 무리하지 않아도 돼요.”

-알겠어요. 연락해요.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잠깐 고민을 하던 오상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럼 내일 모처럼 빌딩을 찾아가 볼까?”

오상진의 차량은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새벽 오상진은 눈을 떴다. 사우나를 가기 위함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이모부. 준비 다 되었습니다.”

-나도 지금 나가는 길이다.

“그럼 사우나 앞에서 뵐게요.”

-알았다.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바로 집을 나서 사우나로 향했다. 입구에서 이모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상진이 곧바로 뛰어갔다.

“이모부.”

“왔어? 그렇지 않아도 몸이 근질근질해서 사우나에 갈 생각이었다.”

“누구랑 가려고요?”

“뭐, 주혁이 아니면 정진이 데리고 갈 생각이었지.”

“에이, 그 녀석들보다 제가 편하지 않아요?”

“그건 당연하지.”

“헤헤. 들어가요.”

“오냐.”

두 사람이 사우나에 들어갔다. 뜨끈한 탕에서 몸을 눕혔다. 몸이 쫙 퍼지는 기분이었다. 옆에 있던 이모부가 슬쩍 물었다.

“상진아.”

“네.”

“어떻게 연애는 잘 되어가냐?”

“여, 연애요? 잘 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 그보다 어떻게 그런 여자를 만났어?”

“하하하…….”

오상진은 웃음으로 넘겼다.

“그보다 주말인데 안 만나?”

“아, 이번 주는 가족 모임이 있다고 해서요.”

“오, 가족 모임이 있다고? 이야, 그 집안 좋네.”

“네. 뭐…… 그렇죠.”

“뭐야? 정말 아쉬워하는 것 같다.”

“네. 보고 싶어서 일주일을 참았는데 못 보니까요. 다시 일주일을 참아야 하잖아요.”

“으그……. 벌써부터 그럼 못써! 이럴 때는 쿨하게 보내야지.”

“네. 저도 그러고 싶어요.”

두 사람은 탕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참. 이모부 일은 어때요?”

“일? 할 만해.”

이모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다가 탕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때나 밀자!”

“네.”

그렇게 때를 밀고 다시 샤워를 한 후 사우나를 나섰다.

“오늘도 해장국 드실래요?”

“좋지.”

두 사람은 해장국 집에서 얼큰한 해장국 한 사발을 먹었다.

“크으, 역시 사우나를 한 후 먹는 이 집 해장국은 최고다. 최고야.”

“그렇죠. 저도 이 맛을 잊지 못합니다. 그보다 빌딩은 어때요? 할 만해요?”

오상진이 또 한 번 물었다. 이모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까 할 만하다고 했잖아.”

“그래도 혹시나 해서요.”

“상진아, 내가 제주도에서 펜션을 몇 개나 관리를 했는데 이거 하나 못하겠니.”

“하긴 그러네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탕에서 보였던 이모부의 그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하지만 밥 먹으면서까지 얘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선지해장국을 뚝딱 해치웠다. 해장국 집을 나선 이모부가 슬쩍 물었다.

“집에 갈 거냐?”

“이모부는요?”

“잠깐 사무실 좀 나가보려고.”

“오늘 주말이잖아요. 일하시게요?”

“그것도 있고, 정리할 것도 남았고.”

“그럼 같이 가요.”

“그럴래?”

“네.”

이모부와 오상진은 곧장 한울빌딩으로 갔다. 5층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이모부와 오상진이 문을 열려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어? 잠겨 있네. 어디 갔어?”

이모부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곧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 진짜 이 아저씨가…….”

“어디 가셨나 보죠.”

“경비 서는 사람이 어딜 가! 그리고 왜 전화를 안 받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야. 일단 안에 들어가 있어.”

이모부가 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 이모부와 오상진이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모부의 전화기가 울렸다.

“네.”

-네, 소장님. 무슨 일입니까?

“김 씨 아저씨. 지금 어디십니까?”

-어? 나 지금 한 바퀴 돌고 있는데요.

“한 바퀴 어디 돌고 계시는데요?”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제가 어디일 것 같습니까?”

-아이고, 미안합니다. 내가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에 있습니다. 금방 들어가겠습니다.

“빨리 오세요.”

이모부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잔뜩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이 아저씨. 또 농땡이 부리시네.”

“왜요?”

오상진이 물었다. 이모부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으로 말했다.

“김 씨 아저씨, 정말 맘에 안 들어. 이 아저씨를 넌 어떻게 뽑았냐?”

“아니, 뭐 제가 뽑은 건 아니고요. 원래부터 계속 경비를 보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냥 계속하시라고 했죠. 딱히 뽑을 사람도 없고 해서요.”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모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랬구나.”

“그런데 왜요? 문제가 있어요?”

“문제 많지. 이 아저씨 너무 일을 안 해.”

“아, 그래요? 얘기 들어보니, 소일거리로 하신다고 그러던데…….”

순간 이모부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진아, 그건 아니지. 막말로 네가 나 월급 주는데. 조카가 건물주라고 해서 내가 대충 일한다고 생각을 해봐. 넌 어떨 것 같니?”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모부가 그렇게 일하셔도 상관이 없는데요.”

“아, 물어볼 사람에게 물어봤어야지.”

이모부가 고개를 돌려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다시 오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내가 건물주라고 하면 저런 사람 안 쓴다.”

“그 정도예요?”

“말도 마! 만날 내가 올 때마다 잠만 자고 있고, 일도 안 해. 게다가 인사도 제대로 안 하고. 뭐 하나 살갑게 얘기도 안 해. 가끔씩 누군가 찾아와 물어보면 귀찮다는 듯이 대꾸하고. 이러다가 여기 있는 사람 다 나갈 판이야. 재계약하자고도 안 할 것 같아.”

“그 정도예요?”

“지금도 봐봐. 분명 어디선가 놀고 있을 거야. 편하게 쉬고 있을 거란 말이야. 토요일 날 내가 안 나온다는 것을 알고 말이지.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어떻게 해! 경비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지.”

“그럼 두 사람 다 그럽니까?”

“아니, 김 씨 아저씨만 그래. 최 씨 아저씨는 일 잘해.”

사실 두 사람을 비교하면 최 씨 아저씨보다는 김 씨 아저씨가 나이가 좀 많긴 했다.

“아무튼 자꾸 이런 식이면 김 씨 아저씨는 해고해야 할 것 같아.”

“해고요?”

“그래. 일을 못 하는데 빌딩 이미지만 나빠지게 계속 둘 수는 없잖아.”

“으음…….”

오상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최 씨 아저씨는 어떻게 오게 되었어요?”

“아마 김 씨 아저씨의 소개로 왔지?”

“그렇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루걸러 하루 쉬는 건데.”

“그러면 청소하시는 정 씨 아줌마 있잖아요.”

“알지.”

“그분은 어때요?”

“그 아줌마도 말도 마. 화장실 청소 좀 제대로 하라고 몇 번을 주위를 줬는데 말을 안 들어.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

“네?”

“여자 화장실을 안 치운다는 거지.”

“네?”

“아무래도 내가 남자다 보니까, 여자 화장실을 안 들어갈 줄 알았나 보지. 그래서 내가 이모에게 화장실 좀 가 보라고 했지. 그런데 이모가 뭐라고 했는 줄 아니? 더러워서 사용 못 하겠다고 하더라.”

오상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만약 저 말이 진짜면 심각한 문제였다.

“그 정도예요?”

“그래! 이걸 어떻게 하니?”

여기서 또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김 씨 아저씨와 정 씨 아주머니가 부부라는 것이었다. 이모부는 이 두 사람을 어떻게든 처리를 하고 싶었다. 이모부는 말도 없는 오상진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상진아.”

“네.”

“내가 여기 관리하는 소장 맞지.”

“당연하죠.”

“여기 인력관리는 내가 하는 거지?”

“네.”

“그럼 그 두 사람 잘라도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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