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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77화 (47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77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8)

그로부터 이틀 후 김철환 1중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아, 네에. 네. 네에?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네.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또 뭐야? 일이 이렇게 풀린다고?”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수화기를 들어 행정반으로 전화를 걸었다.

“중대장인데, 1소대장 좀 중대장실로 오라고 해.”

수화기를 내려놓고 얼마 있지 않아 오상진이 들어왔다.

“저 부르셨습니까?”

“1소대장.”

“네.”

“이야…… 너 또 상 받게 생겼다.”

“네? 제가 또 왜 받습니까?”

오상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의문을 표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강철이가 포상휴가 준 거 있잖아.”

“네.”

“그것 때문에 사단에서 난리가 난 모양이야.”

“난리가 나다니 왜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불안한 눈빛이 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곧바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하하하, 아니. 그게 아니라. 좋은 일로 말이야.”

“아, 좋은 일 말입니까? 하, 전 또…….”

“왜? 너 나 몰래 무슨 사고 쳤냐?”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닙니다. 제가 사고는 무슨…….”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사실 김우진 병장 누나 있잖아. 그분이 국방부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모양이야. 그런데 여기서 대박인 것은 그 글을 사단장님께서 보셨다고 하네.”

“아, 그렇습니까?”

“왜? 너도 알고 있었어?”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보긴 했습니다.”

“그런데 왜 나에게 말을 안 했어.”

“말씀드리기 좀 그래서 그랬습니다.”

“자식이……. 아무튼 간에, 내 이름도 거기 들어갔다며?”

“네. 우진이 누님이 중대장님하고 저하고 조문 와주셔서 고맙다고 간단하게 올려주셨습니다.”

“야, 덕분에 나도 상 받게 생겼어.”

“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아무튼 너는 뭐만 했다하면 상이 위에서 막 떨어지니. 살다 살다 너같이 군 생활 잘하는 애는 처음 봤다.”

“아이고,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능력이야.”

“우리 중대장님께서 너무 팍팍 밀어주셔서 그런 것이 아닙니까.”

“자식, 잘 아네.”

“제가 어떻게 잊겠습니까.”

“그렇지?”

“네네.”

두 사람이 즐겁게 대화를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1중대장 대위 김철환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표정을 바르게 하며 통화를 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김철환 1중대장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또 왜 그러십니까?”

“대대장님 호출이시다.”

“대대장님께서 말입니까? 혹시 그 일 때문입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상진아.”

“네, 중대장님.”

“나 지금 불안하다.”

“뭐가 말입니까?”

“아무래도 왜 거기에 자기 이름이 없냐며 한마디 할 것 같아.”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대대장님께서는 모르셨지 않습니까.”

“그래도 느낌이 뭔가 좋지 않아.”

김철환 1중대장은 잔뜩 불안감을 안고, 대대장실을 찾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김철환 1중대장이 예상했던 얘기가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대대장실에 들어갔다가 얼마 후 나온 두 사람은 입가에 슬쩍 쓴웃음을 지었다.

“와, 중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맞았습니다.”

“내가 말했지. 대대장님 장난 아니라고.”

“네. 확인했습니다.”

“하아, 글쎄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문도 안 다녀오신 분이 거기에 자기 이름도 넣으라고 하신다는 것이…….”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감한 것을 떠나서, 김우진 병장 누님에게 어떻게 말을 하냐 말이다. 오상진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설마 대대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진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렇다고 진짜 찾아가서 대대장님 이름을 더 넣어달라고 어떻게 말해.”

“그건 또 그렇습니다.”

“나중에 상 받을 때 대대장님 얘기하자. 어차피 사단장님께 상 받으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어쨌든 한종태 대대장의 삐진(?) 사건은 그런 식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은 1중대로 내려가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보다 최강철 이병 말이야. 포상휴가를 또 줘야겠다.”

“네? 강철이 말입니까?”

“그래. 기특한 일 했잖아. 어차피 포상휴가 있던 거고 말이야.”

“일단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김 병장도 포상휴가 하나 줘.”

“김 병장까지 말입니까?”

“왜?”

“아니, 김 병장은 이미 병장 휴가까지 다 썼는데 말입니다.”

“알아. 그리고 그 휴가를 뭐 때문에 쓴 줄도 알고 있잖아.”

“네. 그렇죠.”

“그럼 인마, 말년 휴가 때 쓰라고 휴가증 하나는 줘야지. 그리고 그 녀석 누님 때문에 우리가 상까지 받는데…….”

“그런데 중대장님 포상휴가 T.O. 남아 있습니까?”

“김 병장 주고 나면 없어.”

“아……. 그럼 올해는 중대원들에게 줄 포상휴가가 아예 없다는 말씀입니다.”

“아, 그런가?”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이번 해가 지나려면 10개월이나 남은 상태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뭐 어떻게 되겠지.”

“네네, 알겠습니다. 일단 그렇게 조치해 놓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럼 오늘도 수고하고.”

“넵! 수고하십시오.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들며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오상진도 행정반에 들어갔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일과를 시작했다.

모든 일과가 끝이 나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모두 내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상진이 퇴근 전에 내무실에 들렀다.

“충성, 1소대 휴식 중.”

“쉬어.”

“쉬어.”

1소대 내무실은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오상진이 나타나자 곧바로 TV를 껐다.

“괜찮은데 TV를 왜 꺼.”

“아닙니다.”

“그래. 일단은 오늘 일과 중에 환자 있는 사람 거수!”

소대원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없어?”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의 시선이 김우진 병장에게 향했다.

“우진이는?”

“병장 김우진.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김우진 병장을 찬찬히 확인했다.

‘일단 괜찮아 보이긴 하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뗐다.

“누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해라.”

“네?”

“누님 덕분에 중대장님과 나 상 받게 생겼다.”

“아, 그러셨습니까?”

김우진 병장은 솔직히 누나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저희 누나가 무슨 일을 했습니까?”

“아. 그건 나중에 행정반에 가서 행정계원에게 물어봐.”

“아, 알겠습니다.”

“아무튼 중대장님도 그렇고 소대장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꼭 누님에게 고맙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고개를 돌려 최강철 이병을 봤다.

“강철이.”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힘차게 관등성명을 댔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4박 5일 휴가증 다시 생겨났다.”

“네?”

최강철 이병이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왜…….”

“아, 맞다. 그래 이참에 소대장이 소대원들에게 말해줄게. 강철이 네가 다시 포상휴가증을 얻게 된 것도, 김우진 병장의 누님 때문이야. 하긴, 좋은 일은 많은 사람이 알아야 좋은 거지.”

오상진의 말에 1소대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실 김우진 병장 누님께서 국방부 홈페이지에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인데 딱히 해드릴 것이 없어서 그런 식으로 글을 올린 모양이더라.”

김우진 병장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누나가요?”

김우진 병장도 솔직히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최강철 이병은 다시 휴가증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군인에게 있어서 휴가증은 군 생활의 활력소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강철아.”

“이병 최강철.”

“김우진 병장 누님의 글 때문에 위에서도 다시 생각해서 너에게 휴가증을 주기로 했다. 이번에도 신중하게 사용하기 바란다.”

“네, 소대장님.”

“으음, 우진이도 강철이 덕분에 할머니 임종 지켰으니까. 더 필요한 것은 없지?”

“네.”

“서운해하지 말고.”

오상진은 김우진 병장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제대하기 한 달 전에 휴가증을 줄 생각이었다. 뜻하지 않게 휴가증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상진은 그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오늘도 고생했고, 다들 내일 보자. 이상!”

김일도 병장이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쉬어라.”

오상진이 내무실을 나가고, 소대원들은 난리가 났다.

“이야, 강철이!”

“이병 최강철!”

“이런 운도 한 바가지로 퍼 붓는 새끼. 너 인마, 무슨 복이 그렇게 좋냐.”

“우, 운이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뭔 놈의 운이 그렇게 좋냐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속으로는 너무도 기뻤다.

‘우와, 대박! 잊고 있었는데 이 무슨 행운이야.’

그때 최강철 이병 앞으로 김우진이 나타났다.

“강철아.”

최강철 이병이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이병 최강철.”

“축하한다. 사실 좀 맘이 무거웠다. 솔직히 병장이 이등병 포상 휴가를 빼앗은 느낌이잖아.”

“무슨 소리십니까. 빼앗는 거 아닙니다. 제가 드린 겁니다.”

“아무튼 인마! 내 기분이 그랬다고.”

“아, 네에…….”

최강철 이병이 곧바로 주눅이 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조영일 일병이 중얼거렸다.

“강철이, 넌…… 엄청 운 좋은 놈이야. 부럽다, 새끼야.”

“…….”

김우진 병장이 조영일 일병을 노려 봤다.

“야, 조영일.”

“일병 조영일.”

“그런 소리 하지 마. 너도 휴가 짱 박아 놓은 거 있었잖아.”

“네. 뭐…….”

조영일 일병이 우물쭈물거리며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조영일 일병도 휴가증이 하나 있었다. 원래 때가 되면 한 명씩 포상휴가를 주고 그랬다. 그 순번이 조영일 일병이었던 것이다. 조영일 일병은 그것을 아끼고 아껴서 상병 휴가 나갈 때 붙여서 나갈 생각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조영일 일병이 말을 얼버무렸다. 김우진 병장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봐, 너도 나에게 휴가증을 줄 생각은 했어?”

“아, 그, 그건…….”

“왜 못 줄 것 같지.”

“아, 아닙니다.”

“아니긴……. 인마, 널 탓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야. 그만큼 우리 병사들의 입장에서 휴가증은 정말 소중한 것이야. 그런 소중한 휴가증을 강철이는 망설임 없이 나에게 줬어. 그것 하나만으로도 기특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마,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갑작스러운 칭찬에 몸둘바를 몰라 했다.

“기, 김 병장님…….”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하지만 김우진 병장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아예 최강철 이병을 대변하고 있었다.

“아무튼 이번 일은 운이 아니라. 스스로 얻은 거야. 아니, 복 받은 거야. 그러니 이런 걸로 강철이에게 뭐라고 하지 마라. 만약 그런 것이 내 눈에 띄거나, 들리면 다 뒤진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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