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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76화 (47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76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7)

“이제 좀 알았니? 군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뒤에 있던 김일도 병장이 한마디 했다.

“야, 이 상황에서 군기를 잡냐?

“아, 그건 그거고. 군기는 군기지 말입니다.”

“어이쿠, 김우진 그래도 살아 돌아왔네. 잘 왔다!”

김일도 병장의 한마디에 주위에 있던 소대원들의 얼굴이 미소가 지어졌다.

저녁을 먹고 최강철 이병은 내무실로 바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가 향하는 곳은 공중전화 박스였다.

“어? 최강철 또 가네.”

“놔두십시오. 어디 한두 번입니까?”

“새끼가 말이야. 자기 연애한다고 아주 티를 내요. 티를!”

“한창 좋을 때 아닙니까.”

“우씨, 여자 친구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구진모 상병이 잔뜩 인상을 썼다. 그러다가 멀어지는 최강철 이병을 불렀다.

“야, 강철아.”

최강철 이병이 움찔하며 몸을 돌렸다.

“이병 최강철.”

“또 가냐?”

“네, 그렇습니다.”

“새끼, 연애 하더니 아주 공중전화에서 산다.”

“…….”

최강철 이병은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빨리 통화하고 올라와!”

“넵!”

고참들이 하나둘 올라가고, 최강철 이병은 공중전화로 갔다.

공중전화카드를 넣고,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전화음이 들려오고 딸각 하는 소리가 들리며 최지현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 여보세요.

“저예요, 지현 씨.”

-어머, 우리 강철 씨다. 시간 정확하네요.

“하하, 네 뭐…….”

최강철 이병은 항상 저녁을 먹고 전화를 하기에 전화 거는 시간이 거의 일정했다.

-강철 씨. 저녁 먹었어요?

“네, 방금 먹고 오는 길입니다. 지현 씨는 먹었어요?”

-아뇨, 아직…….

“왜요? 시간이 몇 시인데.”

-저는 나중에 먹으면 돼요. 그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전화하는 거 고참분들이 뭐라고 안 해요?

“전혀요. 다들 좋으신 분들이에요.”

-그럼 다행이다.

“있잖아요. 전에 말했던 그 고참 말이에요. 할머니…….”

-아, 네에. 중간에 들어보니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

“네. 그랬죠. 그 고참이 오늘 복귀했어요.”

-그래요? 상은 잘 치르고 오셨나?

“일단 표정은 좋아보였어요.”

-다행이네. 큰일 치르면 얼굴이 많이 상한다던데.

“네, 다행이죠.”

-그래서요? 그 고참이 뭐라고 그래요?

“저에게 고맙다고 하네요.”

-어? 그래요? 잘 됐다. 그럼 이제 그 고참하고는 좀 친해지는 건가?

“에이, 군대에서 그런 걸로 고참과 막 친해지고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뭐…… 예전보다는 좀 마음이 편해졌다? 그 정도예요.”

-아, 그렇구나.

“그보다 김 병장님 할머니 손에 컸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돌아가셨고……. 복귀해서 표정이 많이 어두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괜찮아 보여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그래도 이겨내신 것 같네요.

“네. 그래서 제가 욕심 안 부리고 휴가증을 드렸던 것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참 잘했어요. 안 그래도 고참들에게 눈치 보였다면서요.

“네, 뭐…….”

-그래요. 아직은 군에 좀 더 충실해요. 제가 면회 자주 갈게요. 같은 서울이니까, 크게 부담은 없어요.

“역시 우리 지현 씨. 마음이 완전 태평양처럼 넓어요.”

-어머! 그걸 지금 알았어요?

“아, 아뇨. 옛날부터 알았지만 또 한 번 각인을 시켜주신 거죠.”

-그런 거죠.

“그럼요.”

두 사람은 전화 통화를 하며 웃었다. 아직은 연애 초기라 그런지 뭔 얘기를 해도 즐거웠다.

-강철 씨.

“네?”

-사실 아까 생각한 건데요. 솔직히 말하면 그 고참분 충분히 공감돼요.

“…….”

최강철 이병은 가만히 최지현의 얘기를 들었다.

-저도 할머니 돌아가셔서 아는데, 거의 키워주셨다고 했잖아요. 그럼 불쑥불쑥 생각이 날 거예요. 아마 당분간 많이 힘들 것 같아요.

“그럴까요?”

-아마 맞을 거예요. 옆에서 많은 도움을 드리세요.

“에이, 이등병이 감히 병장을 위로해요? 안 될 말입니다.”

-그래도…….

“아, 알겠어요. 노력해 볼게요.”

-그래요. 그건 그렇고, 우리 다음에 만날 때는 일병 휴가 때죠?

순간 최강철 이병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다음 달입니다. 후후후.”

-아, 강철 씨 빨리 보고 싶다.

최강철 이병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현 씨, 조금만 참아요.”

-그러지 말고, 내가 다음 주에 면회 갈까요?

“으음, 지금 소대 분위기가 좀 그래서…… 다음 주에 와도, 외박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어머, 무슨 외박이에요? 전, 그냥 면회 얘기를 한 건데요.

“어, 어……. 그, 그래요?”

최강철 이병이 당황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 최지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호호, 농담이에요. 강철 씨가 안 되면 어쩔 수 없죠. 그럼 한 2주쯤 있다가 갈까요?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알겠어요.

“지현 씨.”

-네?

“조금만 참아봐요. 내가 포상휴가란 포상휴가는 다 받아 낼 테니까요. 이 악물고 따내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의 눈에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어머! 안 그러셔도 돼요.

“아니, 나 때문에 그래요. 통화만 해도 이렇게 가슴이 뛰고, 보고 싶은데. 아니에요, 꼭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이를 악물며 결의를 다졌다.

그다음 날 국방부 홈페이지에 ‘칭찬합니다.’라는 게시판이란 곳에 글이 올라와 있었다.

그곳에 긴 장문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성대대 1중대 1소대 소속 김우진 병장의 누나 김나연입니다. 얼마 전에 저희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저희 가정사를 전부 밝힐 수 없지만, 저희 남매에게 할머니는 엄마 같은 존재였습니다.

할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제 동생은 병장 휴가까지 쪼개서 나와 병간호를 했습니다. 물론 그 기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우진이는 할머니의 말동무도 해주고, 살뜰히 챙겼습니다. 그만큼 할머니를 끔찍하게 생각했던 녀석입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갑자기 상태가 위독해지셨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우진에게 알려야 했습니다. 예전에 우진이가 휴가 나왔을 때 남겨놓은 부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소대장님과 통화를 했고, 현재로써는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동생은 이미 모든 휴가를 다 썼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부대로 규율이 있기에, 억지로 부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진이가 휴가를 나왔습니다. 분명 힘들다고 했는데 우진이가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저는 우진이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물었습니다. 같은 내무실에 있던 병사 한 명이 딱한 사정을 듣고, 자신의 포상휴가를 대신 줬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남은 군 기간 동안 꼭 은혜를 갚겠다고 했지만 제 가족이 받은 이 큰 은혜를 짧은 기간에 다 갚을 수 있을까요?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이렇게나마 글을 남깁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최강철 이병!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먼 길 조문 와주신 1중대장과 1소대장님께도 정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 소식은 곧바로 사단 정훈과에 알려졌다. 아니, 알려졌다기보다는 확인을 한 것이었다.

정훈과에 근무하는 소위가 매일 하는 일이 바로 국방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자, 그럼 오늘은 또 뭐가 있는지 한 번 볼까?”

이것저것 쭉 확인을 하는데 ‘칭찬합시다.’란 게시판에 뭔가가 하나 올라와 있는 것이었다.

“어? 오랜만에 글이 올라왔네.”

소위는 눈을 반짝이며 게시판을 클릭했다. 그리고 쭉 읽어 내려가다가 소위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와, 대박이네.”

그리고 맨 마지막 글에 올라온 글을 보고 박수를 쳤다.

“와, 게다가 우리 사단에 있는 충성대대네.”

소위는 곧바로 앞 책상에 있는 정훈장교인 장석태 중위를 바라봤다.

“장 중위님.”

“왜?”

“국방부 홈페이지 좀 보십시오. 충성대대에 대한 좋은 미담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정훈장교 장석태 중위가 아침에 올린 보고서를 작정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미담? 무슨 미담?”

“안 보셨습니까? 국방부 홈페이지에 있는 ‘칭찬합시다.’ 게시판 말입니다.”

“거긴 뭔가 올라와 있어?”

“네. 읽어보십시오.”

장석태 중위가 마우스를 클릭해서 글을 읽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남긴 글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잠깐만, 충성대대 1중대 1소대?”

장석태 중위가 빠르게 소위에게 물었다.

“1중대 1소대면, 오상진 중위가 소대장으로 있는 소대 아니야?”

“확인해 보겠습니다.”

몇 번 자판을 두드리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오 중위.”

“와, 오 중위! 대박! 또 크게 한 건 하셨네.”

장석태 중위가 피식 웃으며 글을 다시 읽었다. 그러다가 뭔가가 떠올랐는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모를 챙겼다.

“나, 사단장실에 다녀올게.”

“네. 다녀오십시오.”

장석태 중위가 사단장 비서실을 두드렸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서실장이 있었다.

“어, 무슨 일이야?”

“긴히 보고 할 것이 있습니다.”

“말해.”

“혹시 이번에 국방부 ‘칭찬합시다.’ 에 올라온 게시글을 읽어보셨습니까?”

“아니, 아직……. 거기에 글이 올라왔어?”

“네, 아무래도 저희 사단에 있는 충성대대에 관한 글입니다.”

“그래?”

“네. 한번 보십시오.”

사실 보고는 정훈장교가 먼저 정훈과장에게 보고를 한 후 정훈과장이 올려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장석태 중위의 아버지가 이미 소장이었다. 게다가 이곳으로 사단장이 되어서 온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래서 두루두루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흐흠, 알았네.”

비서실장이 곧바로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이 갔다. 몇 번 마우스를 클릭한 후 쭉 글을 읽어 내려갔다.

“어이구,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요새도 이런 착한 일이 있어?”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아는 곳이야?”

“여기 1중대 1소대가 오상진 중위입니다.”

비서실장의 눈이 커졌다.

“아. 오 중위! 내가 알고 있는 그 오 중위란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 친구 참 대단하네. 부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소대장이 워낙에 잘하니까, 소대원들끼리 전우애가 좋은 것 같습니다.”

“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잖아. 이런 좋은 미담은 많은 부대가 알아야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걸 기사로 한번 다뤄보고 싶습니다.”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그보다 사단장님께 보고해서 포상도 줘야 되겠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기사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네.”

장석태 중위가 나가고, 비서실장은 곧장 사단장실로 들어갔다.

똑똑똑.

“들어와.”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잠시 후 사단장실을 나온 비서실장이 곧바로 수화기를 들었다.

“나, 비서실장이야. 정훈장교. 지금 사단장실로 올라와.”

전화를 끊고 얼마 있지 않아 장석태 중위가 올라왔다.

“부르셨습니까?”

“사단장님께서 자넬 찾으시네.”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장석태 중위는 사단장을 만나러 비서실장과 함께 움직였다.

“정훈장교가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비서실장이 장석태 중위에게 말했다.

“이제 들어가 봐.”

“네.”

장석태 중위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사단장실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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