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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74화 (47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74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5)

“할머니? 할머니 왜 그래? 누, 누나…….”

“가, 가만히 있어 봐.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

누나가 병실을 뛰쳐나갔다. 그 사이 할머니는 계속해서 몸을 들썩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잔잔해졌다. 할머니가 힘없이 눈꺼풀을 떴다. 김우진 병장이 곧바로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 괜찮아? 괜찮아?”

할머니는 마치 생명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사람 앞에 회광반조처럼 몸에 살짝 빛이 났다.

“우, 우진아…….”

“하, 할머니. 여기 우진이 있어요.”

김우진 병장이 곧바로 말했다. 할머니는 슬쩍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낮게 말했다.

“잘 살아…….”

“네? 뭐라고요? 할머니!”

김우진 병장이 곧바로 할머니 입에 귀를 가져갔다.

“뭐라고 했어요. 할머니, 다시 말해봐! 다시 말해 보라고.”

김우진 병장이 애타게 할머니를 불러봤지만 더 이상의 목소리를 들리지 않았다. 그때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이닥쳤다.

그와 동시에 ‘삐익’하는 소리와 함께 팔딱팔딱거리던 전자기계에 긴 한 줄이 새겨졌다.

“비켜요. 비켜!”

의사가 김우진 병장을 뒤로 밀쳤다. 의사는 할머니에게 CPR을 시전하고 있었다. 김우진 병장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체 바닥에 밀쳐져 앉아 있었다.

“할머니?”

너무 놀란 나머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할머니의 마지막 미소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9.

늦은 밤.

오상진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통신보안, 오상진 중위입니다.”

-아, 네에……. 김우진 누나입니다.

“아, 네에. 안녕하세요. 김우진 병장은 잘 도착했나요?”

-네, 잘 도착했어요.

“다행입니다. 그보다 할머니께서는…….”

오상진의 물음에 누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 돌아가셨습니다.

“이, 이런…….”

오상진은 번뜩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고 위로의 말은 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정리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김우진 병장이 떠올랐다.

“김우진 병장은요?”

-지금 통화할 상태는 아니에요.

“그렇겠죠. 누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누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흐흑…….

오상진은 일단 가만히 듣기만 했다. 찹찹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잠시 후 누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아닙니다. 조금 진정되셨습니까?”

-네에.

“김우진 병장이 할머니 임종은 지켜봤습니까?”

-네.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우진이를 보내주셨어.

“아닙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다…….

오상진은 몇 가지 더 얘기를 나눴다. 장례는 어떻게 치를 것이며, 발인은 언제인지 이것저것 물어본 후 전화를 끊었다.

“하아…….”

오상진은 휴대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상진이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중대장님 접니다.”

-어, 그래. 무슨 일이야?

“김우진 병장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 그래? 아이고……. 마음이 편치않네.

“네.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강철이 휴가증으로 보내줘서 다행이다. 할머니 임종을 지켰을 거 아니야.

“네. 다행히…….”

-오늘 돌아가셨으면 3일 후 발인이겠네. 3일장 맞지?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알겠다. 내일 부대에서 다시 얘기하자.

“네. 쉬십시오.”

-그래.

오상진이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굳은 얼굴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 상태 그대로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10.

그다음 날 아침 오상진은 중대장실에 있었다.

“김 병장…… 말이 아니겠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래도 다행이야. 할머니 발인까지는 보고 복귀할 수 있잖아.”

“네.”

“우리도 가 봐야겠지?”

“네에…… 일과 다 마치고 저녁에 내려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저녁에 너랑 나 둘만 가자.”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중대장실을 나섰다. 김철환 1중대장은 마음이 찹찹한 상태로 일과를 시작했다. 그건 오상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저녁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이 대전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은 김우진 병장의 누나가 알려줬다. 오상진은 내비를 찍고 내려갔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는 2시간이면 도착을 했다. 한밭병원 옆에 장례식장이 있었다. 그쪽으로 주차를 하고 내렸다. 김철환 1중대장이 군복을 매만졌다.

“가자.”

“네.”

오상진이 대답을 한 후 김철환 1중대장의 뒤를 따라갔다. 장례식장은 2층 B홀이었다. 그곳으로 군복을 입은 두 사람이 나타났다.

상주자리에 김우진 병장이 넋을 잃고 서 있었다.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붓고, 붉게 충열되어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할머니에게 다가가 절을 했다. 그리고 상주와 절을 하려는데 그때 김우진 병장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주, 중대장님……, 소대장님.”

하지만 두 사람은 말없이 절을 했다. 김우진 병장도 번뜩 정신을 차린 후 절을 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말을 한 후 가만히 김우진 병장에게 다가갔다.

“중대장님 어떻게…….”

“당연히 와야지. 내 중대원인데.”

“가, 감사합니다.”

그때 누나가 나타났다.

“앗! 혹시 우진이…….”

“네. 안녕하십니까. 제가 김 병장 부대 중대장 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 옆에 오상진도 인사했다.

“통화했던 오상진 중위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렇듯 찾아오셔서.”

“아닙니다.”

“일단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한쪽으로 가서 앉았다. 누나가 김우진 병장에게 향했다.

“너도 저쪽으로 가서 앉아.”

“으응…….”

김우진 병장이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 곁으로 가서 앉았다. 김철환 1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니?”

“괜찮습니다.”

“밥은 먹었어?”

“…….”

오상진의 물음에 김우진 병장은 말은 없었다.

“자식이……,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입맛이 없어서…….”

김철환 1중대장이 측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인마. 발인까지 할머니 모시려면 배가 든든해야지.”

“……네에.”

그때 누나가 상에 이것저것 음식을 놓았다. 밥과 육개장도 함께 놓았다. 오상진이 누나를 봤다.

“저기, 김 병장에게도 밥 좀…….”

“아, 네에.”

누나의 표정이 밝아지며 후다닥 뛰어갔다. 아마 김우진 병장에게 억지로라도 밥을 먹일 심산인 모양이었다.

어제부터 김우진 병장은 단 한 번도 밥을 입에 되지 않았다. 누나는 저러다가 진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김우진 병장 앞에 밥과 육개장이 놓였다. 김우진 병장은 그것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오상진이 육개장에 밥을 말았다. 그리고 수저를 쥐여주며 말했다.

“아까 중대장님 하신 말씀을 못 들었어? 발인까지 하려면 너라도 체력이 있어야지. 이렇게 밥 안 먹고 넋 나간 사람처럼 있으면 할머니가 좋아하시겠어?”

그 말에 김우진 병장이 움찔했다.

“어서 먹어. 그래야 할머니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하지.”

김우진 병장의 눈가에 어느새 눈물을 고였다. 그리고 수저를 들어 육개장에 담긴 밥을 한 숟갈 떴다. 손이 부르르 떨리며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그 모습을 본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도 밥을 먹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말없이 밥을 먹었다. 그 모습을 누나가 지켜보고 있었다. 누나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오상진은 잠시 주위를 살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우진 병장의 친척들이 많았다.

‘다행이네. 김우진 병장 혼자 할 줄 알았는데…….’

오상진은 안심이 되었다. 그때 짙은 주름의 한 남성이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우진이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다.

“아, 앉으세요. 앉아요.”

“네.”

김우진 병장 아버지가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비웠다.

“우리 우진이 군 생활은 잘하고 있죠?”

“네. 항상 밝은 얼굴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애비가 되어서 잘 챙겨 주지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푸념하듯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비워진 아버지의 술잔에 술을 채워드렸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할머니 손에 키워졌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해서 지방에 내려가 있었죠. 그래서 할머니를 끔찍이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이후 아버지는 자신의 얘기를 쭉 했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은 그런 아버지의 말씀을 다 들었다.

약, 두 시간 정도 자리를 지키다가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일어났다. 아버지와 누나에게 인사를 한 후 김우진 병장을 봤다.

“갈게.”

김우진 병장이 후다닥 뛰어나왔다.

“괜찮아, 나오지 마.”

“아, 아닙니다.”

김우진 병장이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밖으로 나갔다. 차가 주차된 곳까지 김우진 병장이 나왔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소대장님.”

김철환 1중대장이 축 늘어진 김우진 병장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내고! 내일 발인이지?”

“네.”

“그래, 마음 정리하고 복귀해라.”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 말을 하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오상진이 김우진 병장을 봤다. 김우진 병장이 입을 뗐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대장님이 덕분에 할머니 가시는 거 마지막으로 봤습니다. 그거 못 봤으면 가슴 속에 응어리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래, 그거면 됐다.”

오상진이 김우진 병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소대장님.”

“응?”

“강철이에게도 고맙다고 전해 주십시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그 얘기를 전해 줄게. 하지만 네가 복귀해서 니 입으로 전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

“네.”

“강철이가 요새 좀 그랬던 것은 알지만 이번에 잘 풀자!”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홀가분한 얼굴로 차를 몰았다. 김우진 병장이 멀어지는 차량을 향해 경례를 했다.

11.

1소대 내무실이 조용했다. 모두 김우진 병장의 소식을 접한 후였다.

“아, 김우진 병장님 짠해서 어떡합니까?”

“야, 괜히 김우진 병장님에게 그런 소리 하지 마. 자존심 센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없으니까, 하는 소리죠.”

김일도 병장이 1소대원들을 바라봤다.

“야, 내 말 잘 들어라. 너희들도 부모님에게 전화 한 통씩 해라. 만날 여자 친구에게만 하지 말고.”

그 소리에 몇몇이 움찔했다. 특히 최강철 이병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김일도 병장이 버럭 했다.

“특히 최강철!”

“이, 이병 최강철!”

“너, 새끼야. 만날 여친에게만 전화하지 말고, 부모님에게도 전화 좀 드려!”

“종종합니다.”

“종종하기는 볼 때마다 입이 귀에 걸리는 것을 보니 여자 친구랑 통화를 하더만.”

최강철 이병이 멋쩍게 웃었다. 구진모 상병이 슬쩍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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