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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73화 (47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73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4)

“야, 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김일도 병장이 계속해서 물었다. 머리를 문지르는 김우진 병장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홱 들려 소리쳤다.

“이거 놓으십시오.”

김우진 병장의 눈이 붉게 충열되어 있었다. 김일도 병장은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내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야, 김우진 너 왜 그래? 미쳤어?”

그런데 갑자기 김우진 병장이 울기 시작했다.

“흐흑, 흐흑, 흐흑. 으아아아.”

오히려 소대원들이 당황했다. 김일도 병장은 계속해서 물었다.

“김우진!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야?”

김일도 병장이 주위에 있는 소대원들에게 물었다.

“얘 왜 이러는 거야?”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방금 소대장님 만나고 온 후로 저렇습니다.”

“소대장님?”

김일도 병장이 구진모 상병을 봤다. 구진모 상병이 후다닥 행정반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구진모 상병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김 병장님.”

“어?”

김일도 병장이 구진모 상병에게 갔다. 구진모 상병이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김우진 병장 할머니께서 위독하다는 전화가 왔었다고 합니다.”

“그래? 진짜야?”

“네, 행정계원이 직접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알았다. 너는 애들 데리고 일단 밖으로 나가 있어.”

“네.”

그때까지 김우진 병장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구진모 상병이 소대원들에게 눈짓으로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모두 그 눈짓을 받고 하나 둘씩 내무실을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간 소대원들이 구진모 상병을 봤다.

“하아, 너희들 놀랐지?”

“그보다 어떻게 된 겁니까?”

“김우진 병장님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은 모양이다. 일단 다들 내색은 하지 말고, 조용히 있자.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소대원들 모두 굳은 얼굴이 되었다. 특히 최강철 이병의 마음이 더 좋지 않았다. 어제까지 그렇게 얄밉던 김우진 병장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펑펑 울지는 몰랐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 시각,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을 만나고 있었다.

“김우진이가?”

“네.”

김철환 1중대장은 1소대 신상명세서철에서 김우진을 꺼내 확인했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할머니가 자신을 키워주셨다.”

이런 내용이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확실히 할머니께서 키워주신 것이 맞네. 김우진 병장 어떻게 하고 있냐?”

“그냥 넋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그래? 사고는 안 치겠지?”

“설마 그러겠습니까. 다만, 무척 상심이 큰 모양입니다.”

“휴가라도 보내줘야 하는데…….”

“중대장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직계가족이 돌아가신 것이 아니면 휴가를 보내 줄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물며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은 아닌데…….”

“그래도 인마, 오늘내일하신다면서…….”

“규정상…….”

오상진도 이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중대장 재량껏 보내 줄 수는 있는 문제였다.

“내가 보내 준다는 왜? 김우진 남아 있는 휴가 없어?”

“안 그래도 행정계원에게 알아봤는데 남아 있는 휴가를 다 썼다고 합니다.”

“그래? 말년 휴가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2박 3일 보낼 수 있는데…….”

두 사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김철환 1중대장이 중얼거렸다.

“아, 새끼. 뭔 휴가를 이렇게까지 쓰고 말이야.”

오상진이 두둔했다.

“저한테 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할머니 때문에 먼저 땡겨 쓴 것 같습니다.”

“으음, 대대장님께 따로 얘기를 해서 부탁해 봐야 하나?”

“중대장님께서 좀 힘을 쓰시면 안됩니까?”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이것이 전례로 남으면 안 돼. 이걸 악용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잖아.”

“알죠, 아는데…….”

“나도 주고 싶다. 너도 알다시피 중대장이 병사들에게 포상휴가를 줄 수 있는 것이 두 개인 것으로 안다. 한 개는 이미 줬고, 나머지 한 개는 후반기에 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하지?”

두 사람은 따로 방법이 없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문이 살짝 열리며 최강철 이병이 나타났다.

“충성.”

“어? 강철아.”

오상진이 깜짝 놀랐다. 최강철 이병이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최강철 왜?”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

“그때 주신 포상휴가 말입니다. 제가 김우진 병장에게 양보하면 안 됩니까?”

“네 포상휴가를?”

오상진이 깜짝 놀라면서 김철환 1중대장을 봤다. 김철환 1중대장 역시 놀랍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걸 왜? 김우진 병장이 달래?”

“아, 아닙니다.”

“정말 아니야?”

“아닙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다시 한번 물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정말 김우진 병장이 달라고 해서 주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순수한 마음입니다. 사실 김우진 병장이 우는 모습을 보고 너무 죄송스러워서……. 게다가 그런 모습 처음 봐서 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포상휴가라 이거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전우애 때문에 나섰단 말이지?”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알았다.”

최강철 이병이 자신의 휴가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나갔다. 오상진이 휴가증을 챙겼다. 김철환 1중대장은 조금 전과 달리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자식……. 1소대장.”

“네.”

“그걸로 김우진 병장 휴가 보내줘.”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휴가증을 가지고 곧바로 내무실로 갔다. 김우진 병장이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김우진! 어서 짐 챙겨.”

“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들었다.

“휴가 갈 준비 해!”

김우진 병장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휴가증을 내밀었다. 그곳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특별휴가다.”

“지, 진짜입니가?”

“그럼 가짜냐? 빨리 준비해.”

“네.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후다닥 휴가 갈 준비를 했다. 그렇다고 별거 없었다. 지난번에 다려놓은 A급 전투복과 전투화를 꺼내 신었다. 단 10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가자, 소대장이 역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오상진은 자신의 차량으로 서울역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김우진 병장의 집은 대전이었다. 위병소도 통과를 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소대장님, 그런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갑자기 휴가는…….”

김우진 병장도 솔직히 알고 있었다. 자신이 휴가를 나갈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말이다.

“원래 원칙상으로는 안 되는 거 알지?”

“네.”

“너 말년 휴가까지 다 썼더라.”

“그렇습니다. 할머니가 최근에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 특별휴가 가는 것입니까?”

“특별휴가는 무슨……, 강철이가 자기 포상휴가증 너에게 주라고 하더라.”

“가, 강철이가 말입니까?”

김우진 병장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김우진 병장에게선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오상진도 말없이 서울역으로 차를 몰았다.

8.

오상진의 차가 서울역에 도착을 했다.

“조심해서 내려가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네.”

“그래, 어서 가봐.”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나중에 복귀하면 강철이에게 고맙다고 해.”

“……네.”

오상진이 품에서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라.”

“소, 소대장님…….”

“기차표 사, KTX 타고 가야 빨리 가는 거 알고 있지.”

“괘, 괜찮습니다. 저 돈 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KTX에 TMO 없어.”

“아, 알고 있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하얀 봉투를 손에 꽉 쥐었다. 그리고 곧바로 오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어서 안 내리고.”

“아,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경례를 한 후 쏜살같이 뛰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상진이 말했다.

“잘 다녀와라.”

김우진 병장은 곧장 표를 구입했다.

“대전 하나요.”

“10시 37차 있습니다.”

“네. 그걸로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표를 구입한 김우진 병장은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후에 출발하는 부산행 KTX 열차였다. 시간을 확인한 후 곧바로 플랫폼으로 뛰어갔다.

“헉, 헉.”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5분 후에 열차가 도착을 할 예정이었다. 김우진 병장은 잠깐 생각을 했다.

‘휴가증……. 최강철.’

뭔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이내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할머니만 생각해야 했다.

“할머니, 제가 갈 때까지…… 갈 때까지 살아 계셔야 해요.”

김우진 병장이 중얼거렸다. 그때 열차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정신을 차렸다. 열차에 올라탄 김우진 병장은 자리에 앉아 기도했다.

“할머니 제발…….”

약 1시간 후 대전역에 도착을 했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또 뛰어갔다. 택시 승강장으로 간 김우진 병장은 빈 택시에 올라탔다.

“어서 오십시오. 어디로 모실까요?”

“한밭병원이요.”

“한밭병원 알겠습니다.”

택시기사가 바로 출발했다. 눈미러로 힐끔 봤다.

“군인이신가 보네. 휴가?”

“아, 네에.”

“한밭병원에 가시는 것을 보니 누가 입원했는가 보네요.”

“네. 할머니께서…….”

“이런…….”

택시기사는 눈미러를 통해 김우진 병장을 봤다. 찹찹한 그의 표정에 택시기사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약 30여 분을 달려 한밭병원에 도착을 했다.

“수고하세요.”

택시비를 지불한 후 곧장 병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할머니가 입원한 병동을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2027호 앞에 섰다. 그곳에 할머니 이름을 확인한 후 문을 열었다.

“할머니!”

순간 김우진 병장 누나가 고개를 돌렸다.

“우, 우진아. 어떻게…….”

다른 친척들 역시 김우진 병장을 발견하고 놀랐다.

“어떻게 왔니?”

하지만 김우진 병장은 누나에게도 친척에게도 인사도 하지 않고, 힘없이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뛰어갔다.

“할머니 우진이 왔어요. 할머니!”

김우진 병장이 할머니를 불렀다. 하지만 이미 의식은 없었다. 그저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얕은 숨소리가 내쉴 뿐이었다.

김우진 병장이 울먹였다.

“할머니, 우진이 왔어요. 할머니 제발 눈 좀 떠봐요.”

김우진 병장이 얼굴을 푹 파묻으며 흐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김우진 병장의 머리에 할머니의 손이 얹어졌다. 순간 고개를 홱 든 김우진 병장이 놀란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봤다.

“하, 할머니?”

할머니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힘없이 말했다.

“어, 어이구…… 내…새끼…….”

할머니는 김우진 병장을 그렇게 불렀다. 김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할머니, 나 보여? 할머니 나 보이냐고! 왜 그래? 도대체 왜 그러냐고. 왜 여기에 누워 있냐고!”

김우진 병장이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옆에 있던 누나가 김우진 병장을 말렸다.

“우진아. 할머니 괜찮으실 거야.”

“그래. 괜찮아. 괜찮아…….”

김우진 병장이 애써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은 쉽사리 멈춰지지 않았다. 할머니의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졌다.

“허억, 허억……. 헉!”

할머니가 몸을 들썩였다. 김우진 병장이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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