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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72화 (47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72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3)

“저기, 소대장님.”

“왜?”

“일병 휴가라 붙여 쓰면…….”

“야이씨! 아무리 그래도 휴가 20일은 좀 그렇지! 정신 나갔니?”

“아, 제가 정신이 살짝 나갔는가 봅니다.”

“됐고, 어서 내무실로 가.”

“네. 충성.”

최강철 이병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을 보며 중얼거렸다.

“자식이 말이야. 잘해주면 한도 끝도 없어.”

오상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소문이 중대 전체에 돈 것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우진 병장님. 김우진 병장님.”

내무실에 있던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들었다. 구진모 상병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왜? 뭔 일인데 급히 뛰어와?”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뭔 소식?”

“최강철 또 휴가 간답니다.”

“뭐? 휴가? 아니 그 자식은 왜 또 휴가를 가?”

김우진 병장은 어이없는 얼굴이 되었다. 구진모 상병이 옆에 앉아서 얘기했다.

“아니, 지난번의 불발탄 찾은 거 있지 않습니까.”

“어? 그거 대대장님이 줬잖아.”

“그렇죠. 그런데 이놈이 중대장님을 찾아가서 휴가증 달라고 했답니다.”

“와, 새끼. 완전 미친 새끼 아냐?”

옆에서 듣던 김일도 병장도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원래 중대장님께서 주기로 한 약속이었다.

“됐어. 원래 그런 약속을 하셨잖아.”

“그렇게 따지면 저희도 휴가 가야죠.”

“야, 인마. 제발 부탁인데. 후임병 휴가 가지고 그러지 마라. 지금 너희들 얼마나 꼴불견인 줄 아냐?”

“꼴불견까지는…….”

“에이, 제기랄…….”

김우진 병장이 인상을 팍 썼다. 그때 최강철 이병이 내무실에 나타났다. 그 순간 내무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최강철 이병이 눈치를 봤다.

“이, 이 상병님 무슨 일 있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해진 상병이 슬쩍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야, 너 휴가증 받았냐?”

“어? 그, 그걸 어떻게…….”

“아니, 몰래 받던지. 아니면 조용히 움직이던지. 지금 소문 다 놨어.”

최강철 이병이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이미 사달이 났는데.”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최강철 이병이 슬쩍 김우진 병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 김우진 병장과 눈이 마주쳤다. 최강철 이병이 움찔했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왜, 날 보냐?”

“네?”

“왜 날 보냐고, 새끼야.”

“아, 아닙니다.”

최강철 이병이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지만 김우진 병장의 목소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왜? 내가 너 휴가 간다고 지랄할 것 같아서 그러냐?”

“아닙니다.”

“너 인마. 나를 어떻게 보냐? 너 요새 진짜 맘에 안 든다.”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나섰다.

“야, 그만하라고 했다.”

“이야, 요새 내무실 분위기 개판이네.”

김우진 병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최강철 이병은 말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구진모 상병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무실을 나갔다.

“아무튼 이등병 새끼들, 요새 너무 풀어줬어. 이러니 당나라부대라는 말을 듣지.”

“…….”

내무실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최강철 이병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날 저녁 행정계원이 나타나 내무실에 근무표를 두고 나갔다.

“근무시간 확인하십시오.”

경계근무를 확인하던 최강철 이병이 우뚝 멈췄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근무조 사수가 김우진 병장이었다. 이해진 상병도 근무시간을 확인했다.

“어? 너 김우진 병장님하고 근무서네.”

“네.”

“왜? 많이 불편해?”

“뭐, 지금은 좀 그렇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가만 생각을 하다가 김우진 병장에게 가서 말했다.

“김일도 병장님.”

“왜?”

“오늘 경계 말입니다.”

“경계가 왜?”

“강철이랑, 김우진 병장이랑 같이 섭니다.”

“그래? 강철이랑? 아이씨……. 골치 아프게 생겼네.”

김일도 병장이 최강철 이병을 노려봤다. 그리곤 이해진 상병에게 말했다.

“그래서 뭐? 근무 바꿔 달라고 그러는 거야?”

“안 되겠습니까?”

“야, 나도 바꾸고 싶은데 그러면 또 말이 나오잖아. 아마 김우진 더 지랄할 건데. 안 그래도 휴가 때문에 난리가 난 상태인데. 너도 알잖아, 다른 애들도 불만이 많다는 것을.”

“그렇긴 하지만…….”

“해진아, 너도 강철이를 많이 아낀다는 것은 알아. 그래도 적당히 해라. 너 그러다가 나 제대하고 나면 김우진 보복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 알잖아, 너도. 김우진 성격 더러운 거. 해진이 너한테는 지랄하지는 않겠지만 적당히 해.”

“…….”

“경계서는 것도, 막말로 계속 편안한 사람과 설 수도 없잖아. 알아서 짜주는 건데 말이지. 안 그래?”

“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니다. 네가 뭔 잘못이 있겠냐. 그보다 저 둘 빨리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7.

그날 밤, 김우진 병장과 최강철 이병은 둘이 경계근무를 나섰다. 모두가 잡은 밤 두 사람은 잠에서 일어나 부스럭 옷을 갈아입었다. 먼저 옷을 다 차려입은 최강철 이병이 문 앞에 섰다.

김우진 병장은 전투화 끈을 묶고 일어났다. 내무실 문을 열며 상황실로 갔다. 그곳에서 총기와 탄창을 지급 받은 후 탄약고 근무조와 교대를 했다.

“총 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신라!”

암호도 되며 탄약고로 갔다. 근무를 교대하며 서로 인사를 나눴다.

“고생했다.”

“네. 수고하십시오. 김 병장님.”

“그래.”

탄약고 전 근무조가 가고, 최강철 이병인 근무를 섰다. 이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최강철 이병은 평소처럼 총을 어깨에 걸치고 근무를 섰다. 그런데 김우진 병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누가 밤 경계근무를 그렇게 서는 거라고 했어?”

“네?”

최강철 이병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누가 근무를 그딴 식으로 서라고 했어.”

“그게 저…….”

최강철 이병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김우진 병장이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

“잔말 말고 똑바로 서!”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바로 총을 풀어 개머리판이 왼쪽 허리에 뒀다. 그리고 왼 손바닥으로 총을 받치며 가만히 섰다.

이것이 바로 초FM 근무 방식이었다. 사실 이 제사가 정석이지만 대부분 이렇게 근무를 서지 않았다. 아주 편안한 자세로 근무를 섰다.

“시선은 전방! 조금이라도 움직여봐. 가만 안 둔다.”

“네, 알겠습니다.”

“너, 근무를 누구랑 어떻게 섰는지 잘 모른다. 아무튼 난 FM으로 선다.”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도 쪼잔하게 다른 것 가지고 뭐라고 안 해. 다만 군 생활 똑바로 해라. 내가 지켜본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최강철 이병은 힘든 경계근무를 섰다. 그다음 날 아침 부대 행정반으로 전화가 왔다.

“통신보안, 충성대대 1중대 행정반입니다.”

행전계원이 전화를 받았다.

“누구 말씀입니까? 김우진 병장 말입니까?”

오상진이 책상에 있었다. 김우진 병장 찾는다는 소리에 오상진이 귀를 쫑긋했다.

“김우진 병장? 김우진 병장을 왜?”

오상진의 물음에 행정계원이 수화기 입구를 막고 말했다.

“그게 김우진 병장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답니다.”

“그래? 잠깐 나 좀 바꿔봐.”

오상진이 바로 전화를 바꿨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김우진 병장 소대장인 오상진 중위입니다.”

-아, 네에. 안녕하세요.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꽤 젊은 여자 목소리였다.

-저는 김우진 누나에요.

“네네. 무슨 일이십니까?”

-할머니께서 매우 위독하셔서 전화를 드렸어요.

“아, 할머니께서 위독하시다고요.”

-네, 아무래도 오늘내일하실 것 같은데…….

“제가 김우진 병장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우진이 휴가 나올 수 있을까요?

김우진 병장 누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상진이 잠시 생각을 했다.

“으음, 아마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김우진 병장 부모님이 돌아가신 연락이라면 또 모를까, 할머니께서 위독하신 것으로는 휴가가 좀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죄송합니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그래요? 그런데 진짜 안 될까요? 우진이가 할머니를 끔찍하게 생각을 해서요. 이대로 할머니 돌아가시면 상심이 엄청 클 것 같아서요.

“아, 네에…….”

오상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뒤로 누나의 음성이 계속 들려왔다.

-사실 저희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할머니께서 저희를 키워주셨어요. 아마 우진이가 이 사실을 알면 엄청 충격받을 텐데……. 게다가 할머니께서도 지금 우진이를 많이 찾고 계세요. 어떻게 안 될까요?

누나가 울먹이며 부탁을 했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제가 한 번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행정계원을 봤다.

“김우진 병장 말이야. 휴가 남아 있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행정계원이 휴가 및 외박 상황철을 빼내 확인을 했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말년 휴가까지 다 당겨 쓴 것 같습니다.”

“휴가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네. 그렇습니다.”

“하아……. 알았다.”

오상진이 어두운 얼굴로 행정반을 나섰다. 아침 일과를 준비하는 1소대로 가서 김우진 병장을 따로 불렀다.

“김우진.”

“병장 김우진.”

“잠깐 소대장하고 얘기 좀 하자.”

“네.”

김우진 병장이 나왔다. 김우진 병장은 나가면서 잠시 생각했다.

‘혹시 강철이 때문에 그러나? 하긴 소대장님이 강철이랑 친하니까. 제기랄…….’

김우진 병장의 눈빛이 사납게 바뀌었다. 오상진은 김우진 병장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갔다.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우진아 충격받지 말고 들어. 조금 전에 우진이 너의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무슨 일로…….”

그러다가 김우진 병장의 눈이 커졌다. 누나가 그것도 아침에 전화를 한 것이라면 하나밖에 없었다.

“서, 설마 할머니……께서 돌아가셨…… 습니까?”

김우진 병장은 벌써부터 눈빛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할머니께서는 살아계셔, 다만 좀 위독하시다고 하네.”

“위, 위독하시답니까?”

김우진 병장은 순식간에 넋이 나가버렸다. 오상진은 그런 김우진 병장을 봤다.

“지금 상황에서는 너에게 휴가를 보내주고 싶지만 상황이…….”

김우진 병장의 귀에 오상진이 말하는 내용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냥 ‘우우우우웅’하는 이명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그냥 경례를 한 후 터벅터벅 내무실로 걸어갔다.

그 뒤에 오상진이 부르는 것 같았지만 지금 김우진 병장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내무실로 돌아온 김우진 병장이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김일도 병장이 완전 맛이 간 김우진 병장을 보며 물었다.

“야, 우진아. 무슨 일이야? 왜 그래?”

김우진 병장은 대꾸 없이 걸터앉은 상태로 머리를 감쌌다. 그 상태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머리를 막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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