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71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2)
김일도 병장의 외침에 1소대원들이 후다닥 나갔다.
내무반이 텅 비자 김일도 병장이 김우진 병장을 봤다.
“야, 김우진.”
“네.”
“아무리 같은 처지라지만 이러는 건 아니지. 너 쓸데없이 애들 갈구지 좀 마. 너 곧 분대장 될 놈인데, 내가 이런 너에게 분대장을 맡기고 말년 휴가를 갈 수 있겠냐?”
“…….”
김우진 병장은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제 병장도 달았고, 곧 분대장이 될 거잖아. 좀 더 포용력을 가져봐.”
김일도 병장이 김우진 병장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후 내무실을 나갔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인상을 썼다.
“아, 시발. 김 뱀은 왜 나 가지고 그래.”
그러면서 김우진 병장이 이를 갈았다.
“강철이, 너 어디 한번 두고 봐. 어떻게든 버릇을 고치고 말겠다.”
밖으로 나온 최강철 이병 곁으로 이해진 상병이 다가갔다.
“강철아, 왜 그랬어?”
“죄송합니다.”
“그보다 왜 안 사 왔어? 일부러 사 오지 않은 거냐?”
“그게 아니라, 계속 여자 친구가 부대 앞까지 따라와서 말입니다.”
그제야 이해진 상병이 이해를 했다.
“아, 그래서 못 사 왔구나.”
“네. 자꾸 먼저 가라고 말했는데도 따라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부대 앞에서 나 맥심 살 테니까 가라고 어떻게 말을 합니까.”
옆에서 가만히 듣던 구진모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뭔지 알겠다. 그럼 그 얘기를 솔직하게 말을 하지.”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돌려 구진모 상병을 봤다.
“야, 김우진 병장 여자 친구 없잖아.”
“네?”
구진모 상병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잘 들어. 김우진 병장님에게 여자 친구 때문에 맥심을 못 샀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 화가 안 나겠냐?”
“아,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바라봤다.
“아이고, 강철이 너는 재수가 없구나.”
구진모 상병이 안쓰러운 얼굴로 최강철 이병을 봤다. 그때 내무실 문이 열리며 김일도 병장이 나왔다.
“어? 끝났는가 봅니다.”
이해진 상병이 슬쩍 최강철 이병을 봤다.
“강철아, 괜히 지금 들어가 봤자, 한 소리 들을 것 같으니까. 너 나랑 휴게실이나 가자.”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두 사람이 휴게실로 이동했다. 구진모 상병이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중얼거렸다.
“진짜 이 상병님도 너무 강철이를 챙기신다.”
그때 김우진 병장이 나왔다.
“아, 진짜…….”
그 소리에 구진모 상병이 바로 김우진 병장에게 갔다.
“김 병장님, 많이 혼나셨습니까?”
“혼나긴 뭘 혼나! 내가 혼날 짬밥이야?”
“그건 아니지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뭐 하고 있었냐?”
“그냥 뭐…… 밖에서 대기했지 말입니다.”
“대기만?”
“아뇨, 이해진 상병이랑 강철이랑 얘기 좀 했습니다.”
“무슨 얘기?”
“아, 강철이가 맥심을 왜 못 사 왔는지 들었습니다.”
“그래? 왜 못 사 왔는데? 이유가 뭐야?”
“여자 친구가 부대 앞까지 쫓아왔다고 합니다.”
“뭐? 그 얘기를 왜 안 해? 그 얘기를 하면 됐을 것 아니야. 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어.”
그러자 구진모 상병이 피식 웃었다.
“아이, 김 병장님은 여자 친구 없지 않습니까.”
“그게 뭐? 내가 여자 친구 없으니까, 지랄할 거라 생각했어? 강철이 그 자식이 그래?”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뭐, 안 그렇습니까?”
구진모 상병이 어색하게 웃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까닥했다.
“아, 최강철 이 새끼. 날 뭐로 보고……. 와,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이 자식 안 되겠네.”
4.
그다음 날 김우진 병장과 최강철 이병의 사이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김우진 병장이 최강철 이병을 노려보고 있었다. 최강철 이병은 감히 눈도 못 마주쳤다. 소대 분위기가 이 두 사람으로 인해 냉랭했다.
김우진 병장이 싸늘하게 있으니까, 그 아래까지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강철 이병이 틈을 내서 김일도 병장에게 다가갔다.
“김 병장님. 전화 한 통화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전화? 갔다 와.”
“네, 다녀오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내무실을 나왔다. 그러곤 인상을 썼다.
“와, 숨을 못 쉬겠네. 숨을 못 쉬겠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눈 딱 감고 사 올 걸 그랬네. 그냥 누나에게 전화해서 보내달라고 할까?”
그러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아니야. 잘못했다간 더 난리가 날 수 있어.”
최강철 이병이 중얼거리며 공중전화 박스로 갔다. 다행히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곧바로 콜렉트 콜로 전화를 했다.
“지현 씨. 잘 지냈어요?”
-네, 잘 지냈죠.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전화를 해요?
“아, 내무실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요.”
-왜요?
“그냥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그럽니다.”
-에효, 우리 강철 씨 어떻게요. 이렇게 목소리 들으니까, 보고 싶다.
수화기 너머 애교 섞인 최지현의 목소리를 들으니 최강철 이병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정말 보고 싶습니다.”
-다음 휴가 언제 나와요? 아직 한참이죠?
“한참 남긴 했는데…….”
최강철 이병이 막 말을 하려는데 저 멀리 김철환 1중대장이 쓰윽 하고 지나갔다.
“중대장님? 맞다, 휴가증! 지현 씨 저 바로 휴가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아니, 맡겨놓은 휴가증이 있거든요. 그걸 빨리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머, 정말요?
“네.”
-빨리 해결해 보세요. 얼른 봤으면 좋겠어요.
“알았어요. 나만 믿어요.”
-네.
그렇게 최강철 이병이 전화를 끊고, 부대로 들어갔다. 그리고 약 하루 동안 생각을 한 후 행정반으로 향했다.
5.
최강철 이병은 곧장 행정반을 찾았다. 혹한기 훈련 때 불발탄을 찾아서 대대장님과 중대장님께 포상휴가를 두 개 받았다. 한 번은 다녀왔고, 이제 마지막 하나를 받아서 다시 한번 휴가를 다녀오고 싶었다.
잠깐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몰라! 어차피 가야 하는 휴가인데 가야지.”
최지현의 얼굴을 떠올리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똑똑똑.
최강철 이병은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이병 최강철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상진이 오전 일과를 정리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곧장 오상진에게 갔다.
“무슨 일이야? 할 말 있어?”
“네.”
“그래 말해봐.”
“저……, 휴가 좀…….”
“뭐? 휴가?”
“네. 지난번에 불발탄으로 받은 중대장님 휴가증 말입니다.”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야, 너 그거 대대장님께서 주셨잖아.”
“대대장님은 따로 그냥 주신 거고, 중대장님은 약속이지 않습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 자식 봐라. 그래서 뭐? 이제 곧 일병이니 휴가를 다 챙기시겠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의 생각을 뻔히 알았다.
“안 됩니까?”
“왜? 여자 친구 때문에 그래?”
“네. 이제 좀 가까워졌는데 일병 휴가를 가려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인마, 많이 남긴. 너 다음 달이면 일병이야.”
“그래도 아직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오상진은 살짝 어이없어했다. 하지만 연애 초기라서 불안한 것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본 지현 씨는 절대 고무신 거꾸로 신을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던데……. 자식 많이 불안하긴 한가 보네.’
오상진이 속으로 웃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등병인데 너무 휴가를 자주 간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너 휴가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최소한 한 달은 있어야지.”
“그래야 하는데…….”
최강철 이병이 머뭇거렸다. 오상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철아.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넌 이등병이잖아. 이등병 때 자주 휴가 나가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제가 얻은 포상휴가지 않습니까.”
“그렇기 한데…….”
“소대장님께서도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막무가내로 나섰다. 따지고 보면 최강철 이병이 하는 말도 맞았다.
‘자식이 여자한테 푹 빠지더니…….’
오상진의 얼굴이 사납게 바뀌었다. 최강철 이병이 움찔했다.
“너 정말 휴가 나가야겠냐?”
“……네.”
“알았다. 일단 중대장님께는 말씀 올려 볼게.”
“가, 감사합니다.”
최강철 이병이 인사를 하고 행정반을 나갔다. 오상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것 참 난감하네.”
오상진도 그렇고 김철환 1중대장님도 약속을 했다. 지뢰를 찾으면 포상휴가를 주겠다고 말이다.
물론 불발탄이지만……. 그런데 문제는 최강철 이병이 이미 대대장님께서 준 휴가를 갔다 왔다. 그런데 휴가 다녀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또 나가겠다고 한다. 이는 형평성의 문제였다.
“하아, 그렇다고 약속을 했는데 안 줄 수도 없고…….”
오상진이 고민을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정반을 나서 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리고, 오상진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 1소대장. 어서 와.”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했다.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이 의아해했다.
“갑자기 무슨 경례야?”
“아, 원래 경례하지 않습니까.”
“니가 언제 했다고……. 그보다 무슨 일이야?”
“남는 휴가증 하나 주십시오.”
“휴가증? 맡겨났냐? 왜 네가 휴가증을 달라고 그래?”
“저 말고 말입니다.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네. 혹한기 훈련 때 지뢰 말입니다.”
“아, 맞다. 그때 주기로 했지. 그런데 대대장님 포상휴가도 가지 않았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최강철 말이 그건 그거고, 중대장님께서 약속하신 것과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와, 이 자식 봐라. 아버지가 정치를 하더니, 자식놈도 정치를 하려고 하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냥 둡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김철환 1중대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에이, 그냥 줘. 쪼잔하게 약속한 것을 안 지키면 무슨 중대장이냐. 최강철 이병 요새 군 생활 잘하지?”
“네. 잘합니다.”
“그 뭐냐. 최강철 이병 누님하고는 종종 연락하냐?”
“네. 연락합니다.”
“가끔씩 내 얘기도 하고 그래 인마. 중대장도 잘 챙겨 주고 있다고 말이야.”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통화할 때마다 항상 말을 합니다.”
“그래? 그런 거야?”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환해지며 오상진을 툭 쳤다. 오상진이 다시 물었다.
“휴가 보냅니까?”
“포상휴가 다녀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보네. 그냥 휴가증만 줘.”
“아, 네에. 알겠습니다.”
6.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최강철 이병은 오상진이 중대장실에서 나오자 곧바로 물었다.
“소대장님 어떻게 되었습니까?”
“중대장님께서 보내주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 바로 갈 수 있습니까?”
최강철 이병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상진이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왜 그럽니까?”
“솔직히 휴가를 바로 쓰는 것은 좀 아니지 않냐? 너 저번 주에 휴가 갔다 왔잖아.”
“그건…….”
“게다가 한달 후면 일병 아니야?”
“맞습니다.”
“그럼 일병 휴가도 나올 것이고.”
“그렇습니다.”
“그럼 좀 기다렸다가 나중에 가자. 보기가 좀 안 좋다. 어차피 날짜가 안 적힌 휴가증은 발행해서 줄 거야.”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서 내무반을 가려는데 발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