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70화
42장 전우이지 말입니다(1)
1.
1소대는 다들 활동복으로 환복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맞다. 오늘 강철이 복귀 날 아닙니까?”
“그렇지. 그런데 왜 이렇게 안 와?”
김우진 병장이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5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뭐, 허탈한 마음을 안고 부대를 설렁설렁 올라오고 있겠지 말입니다.”
“하긴 그렇겠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다른 한 명이 엉뚱한 말을 했다.
“설마 탈영은 아니겠죠?”
김우진 병장이 버럭 했다.
“야! 탈영은 안 돼!”
“어? 최강철 이병 걱정되십니까?”
“걱정되지, 내 맥심을 가져오기로 했단 말이야.”
“아, 맥심…….”
“너 이번에 맥심 표지 모델이 누군 줄 알아? 섹시 아이돌이 나온다고 했어.”
“우와, 그 소식은 도대체 어디서 듣는 겁니까?”
“후후후, 다 듣는 곳이 있지.”
김우진 병장은 이미 다른 소대에서 소식을 접했다. 구진모 상병이 눈을 크게 떴다.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이 맥심을 찍겠습니까?”
“우와! 구진모.”
“상병 구진모.”
“그럼 인마.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그 소식을 전한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이겠죠.”
“아니야. 그 녀석은…….”
김우진 병장은 그 소식통의 정보를 강하게 신뢰하고 있는 눈치였다.
“이번 달 표지 모델 이요리라고 했어.
그 순간 1소대원들 모두 깜짝 놀랐다.
“진짜입니까? 이요리라고 말입니까?”
“그래!”
김우진 병장이 팔짱을 끼며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
“강철이가 맥심 사 온다고 했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신신당부를 했는데 안 사 오면 뒤질라고?”
김우진 병장은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어? 왜 그러십니까?”
“그, 급 떵…….”
김우진 병장은 휴지를 챙겨서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갔다. 한편, 최강철 이병은 부대에 복귀해 상황실에 신고한 후 1소대 내무실로 복귀를 했다.
“충성. 이병 최강철 휴가 복귀했습니다.”
“오오, 강철이. 잘 놀다가 왔어?”
이해진 상병이 따뜻하게 맞이해 줬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다녀왔습니다.”
“자식 보기 좋네. 왜? 여친이랑 뜨밤을 보내고 온 거야?”
다른 고참들이 짓궂은 질문을 했다. 최강철 이병은 그런 질문에도 유연하게 대처를 했다.
“뭘 사 온 거야?”
“최신 음악 CD랑 다, 담배입니다.”
“그래? 어디 보자.”
선임병들이 확인을 했다.
“와, 서양 담배네. 말보르니다.”
“저, 하나씩 가져가.”
“넵!”
김일도 병장이 말보르니를 나눠줬다. 그런데 구진모 상병이 슬쩍 물었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그런데 왜 맥심이 안 보이냐?”
“아, 맥심 말입니까?”
최강철 이병이 난처해하고 있을 때 내무실 문이 열리며 김우진 병장이 나타났다.
“와, 진짜 요즘에 왜 이렇게 똥이 많이 나오지.”
김우진 병장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내무실로 들어왔다. 구진모 상병이 김우진 병장에게 말했다.
“김 병장님. 강철이 왔습니다.”
“뭐? 강철이가 왔어?”
김우진 병장은 환한 얼굴로 최강철 이병에게 갔다.
“오오, 강철이. 잘 다녀왔어?”
“이병 최강철. 네, 그렇습니다.”
“좋았어. 휴가 다녀와서도 기합이 제대로 들어가 있네. 그럼 슬슬 줘봐야지.”
“네?”
“내가 부탁한 거 있잖아. 어서 내놔.”
김우진 병장이 손을 내밀었다. 최강철 이병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 그게…….”
순간 김우진 병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없어?”
“그게 말입니다.”
바로 이 순간 최강철 이병의 두뇌는 빠르게 회전되었다. 그리고 오늘 위병소 통과할 때 만난 부사관을 떠올렸다.
‘맞아, 오늘은 깐깐한 부사관이 있었지.’
최강철 이병은 그 부사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없어? 안 사 온 거야?”
김우진 병장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최강철 이병이 우물쭈물했다.
“너 설마 뺏겼냐?”
“네. 죄송합니다.”
“하아…….”
김우진 병장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소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오늘 위병소 부사관이 강 중사님였습니다.”
“뭐, 강 중사였어?”
“네.”
“하긴 강 중사라면 온몸을 다 뒤지지. 아놔, 하필 오늘 강 주사야.”
김우진 병장도 강 중사를 익히 알고 있었다. 강 중사는 휴가 복귀자나, 외박 복귀자를 그냥 가만히 두지 않았다. 워낙에 FM이라 불량 서적이나 불온서적은 바로 압수를 했다. 김우진 병장은 인상을 쓰며 버럭 했다.
“야, 이런 등신아. 도대체 어디에 숨겼기에 뺏겨? 내가 시키는 곳에 했어?”
“네. 그런데 대번에 찾아내던데 말입니다.”
최강철 이병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다. 김우진 병장은 위병소 강 중사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에이, 아깝네.”
김우진 병장은 바로 포기를 했다. 최강철 이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다. 그래도 설마 확인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최강철 이병은 그날 무사히 넘어갔다.
2.
그다음 날 아침 오상진이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최강철 이병이 행정반으로 갔다. 그전에 김철환 1중대장에게 휴가 복귀 신고를 마쳤다.
“충성, 이병 최강철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오, 강철이.”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오상진에게 갔다. 오상진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중대장님께 신고했어?”
“네. 방금 신고하고 오는 길입니다.”
“잘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슬쩍 최강철 이병을 봤다. 최강철 이병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야, 휴가 갔다 온 놈이 표정이 왜 그래? 왜? 지현 씨랑 잘 안 됐어?”
“아, 아닙니다. 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래?”
“그게……. 아닙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자식이, 요새 연애한다고 넋이 나갔구만. 아무튼 너 조심해라. 사고 난다.”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너 일병까지 얼마나 남았냐?”
“3월에 답니다.”
“오오, 우리 강철이 이제 작대기 하나에서 벗어나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일병 달면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알았어. 어서 소대로 가서 오전 일과 준비해.”
“네. 충성.”
최강철 이병이 경례를 한 후 행정반을 나갔다. 그때 4소대장이 쓰윽 다가와 오상진에게 물었다.
“쟤 맞죠?”
“네?”
“그, 국회의원…….”
“아, 네에.”
오상진이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4소대장이 팔짱을 끼며 미소를 지었다.
“이야, 처음에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완전히 판박이입니다.”
4소대장이 관심을 표현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런 관심이 불편했다.
“강철이는 국회의원 아들이 아니라, 그저 우리 부대에 입대한 한 명의 군인일 뿐입니다.”
“누가 뭐라고 합니까. 그리고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네, 알고있습니다. 그래도 그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
4소대장이 입을 다물었다. 오상진이 전투모와 다이어리를 챙겨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갔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4소대장이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아니, 뭐! 내가 뭐라고 했나? 아니면 혼자만 줄 타겠다는 거야? 1소대장 그렇게 안 봤는데…… 좀 그렇다.”
4소대장이 구시렁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사실 4소대장은 은근슬쩍 자신도 국회의원에게 줄타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막아버리니 빈정이 확 상해버렸다.
이미선 2소대장이 행정반에 들어왔다. 잔뜩 굳어 있는 4소대장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이미선 2소대장의 물음에 4소대장이 바로 답했다.
“오늘도 여전히 예쁘십니다. 어떻게 모닝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바로 표정이 싹 바뀌는 4소대장이었다.
3.
1소대는 점심을 먹고 내무실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문이 확 열리며 김우진 병장이 들어왔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이 새끼…… 나한테 할 말 없냐?”
김우진 병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물었다. 최강철 이병이 당황했다.
“네?”
“나한테 할 말 없냐고, 새끼야!”
“…….”
최강철 이병이 당황한 얼굴로 잔뜩 얼어붙었다. 김우진 병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나에게 할 말 없어!?”
“무, 무슨…….”
“무슨? 이 자식이 고참에게 구라를 쳐놓고 무슨?”
김우진 병장이 살벌하게 말했다. 최강철 이병은 순간 깨달았다.
‘아, 들켰구나.’
김우진 병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라. 너 맥심 사 왔어?”
“어, 그게…….”
최강철 이병은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이 자식이 머리 또 굴리네. 바로 말하지 못해! 맥심 샀어, 안 샀어!”
최강철 이병이 눈을 찔끔 감았다. 그때 김일도 병장이 나섰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아니, 저 새끼가 맥심을 안 사 와놓고, 사 왔다고 구라를 치지 뭡니까.”
“그래? 확실해?”
“제가 마당발 아닙니까. 위병소에 아는 동기 놈이 있어서 물어봤지 말입니다.”
“그래?”
“네. 그 동기가 어제 맥심 사 온 사람 한 명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야, 최강철을 알아?”
“네. 우리 부대라서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어제 강 중사님이 검사까지 했지만 맥심을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래?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은 잔뜩 주눅이 든 얼굴로 힘없이 관등성명을 댔다. 김일도 병장이 몸을 돌렸다.
“야, 왜 거짓말했냐?”
“제, 제가 깜빡하고 못 사 왔는데, 혼날까 봐 거짓말을 했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솔직하게 말했다. 김일도 병장이 살짝 인상을 썼다.
“야, 이놈아. 뭐 한다고 거짓말을 하냐. 그냥 못 사 왔다고 하지. 너도 참…….”
“죄송합니다.”
김일도 병장이 몸을 돌려 김우진 병장을 봤다.
“우진아, 그냥 넘어가.”
“네? 넘어가라고 말입니까?”
“그래.”
“아니, 이걸 어떻게 그냥 넘어갑니까? 저 자식이 나에게 구라를 쳤단 말입니다. 그것도 이등병 녀석이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이 버럭했다. 김일도 병장이 그런 김우진 병장을 달랬다.
“야, 너는 살면서 거짓말 해본 적 없어? 두려웠겠지, 너에게 혼난다고 생각을 하니까. 그리고 어제 강 중사님이었다면 십중팔구 뺏겼어. 그렇다고 생각해.”
“그래도 아닌 건 아니지 말입니다. 왜 자꾸 최강철 편을 드십니까.”
“뭐, 인마?”
김일도 병장이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혹한기 훈련 때 있었던 사건이 떠올랐다. 바로 대항군에게 붙잡혔던 그때의 일을 말이다.
“야, 내가 언제 최강철 편만 들었지? 와, 갑자기 옛 생각이 나게 하네.”
김우진 병장도 그 말뜻이 무엇인지 알았다.
“아, 왜 또 그 얘기를 하시고 그럽니까.”
“네가 그 얘기를 하게 만들잖아. 같은 병장이라고, 내 말은 듣지도 않지?”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김우진 병장 역시 살짝 짜증이 났다. 최강철 이병 때문에 화가 났는데 갑자기 김일도 병장이 나서자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김일도 병장 역시 화가 났다.
“그래서 아니야?”
“아닙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김일도 병장이 김우진 병장 앞에 서며 물었다.
“아, 진짜! 왜 그러십니까?”
김일도 병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1소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야, 너희들 다 나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