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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64화 (46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64화

41장 추위가 가면(7)

12.

이미선 2소대장은 여느 때와 같이 퇴근하기 전 2소대에 들렀다.

“오늘 무슨 일 없었지?”

“네, 그렇습니다.”

“환자는?”

“없습니다.”

소대원들이 힘차게 말했다. 그런데 말없이 손을 드는 녀석이 있었다. 바로 박대기 병장이었다. 순간 이미선 2소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박 병장 왜?”

“오늘도 의무대에 가고 싶지 말입니다.”

“이번에는 어디가 아픈데?”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링거 좀 맞고 싶습니다.”

“링거?”

“네. 요즘 계속 몸이 아파서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힘도 없어지고……. 이참에 링거 한 대 맞고 기력을 좀 회복하고 싶습니다.”

박대기 병장의 말을 듣고 소대원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아까 저녁때 국물 하나도 남김없이 박박 긁어 먹더니. 뭐? 입맛이 없어?’

‘와, 환장하네. 그 정도 먹고 입맛이 없다고? 그럼 누가 입맛이 없다는 거야?’

‘밉다, 밉다 하니까. 진짜 미운 짓만 골라 하네.’

소대원들이 그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박대기 병장은 실실 웃고 있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박대기 병장은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강인한 병장이 바로 입을 뗐다.

“소대장님! 거짓입니다.”

박대기 병장이 눈을 부릅떴다.

“뭐? 강 병장. 뭐가 거짓말이라는 거지?”

“박 병장님.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십니다. 입맛이 없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저녁에 식판 다 비운 것은 뭡니까? 진짜 입맛이 없긴 합니까?”

“이 새끼가 진짜……. 야, 강 병장. 말 함부로 하지 마라. 소대장님이 허락하셨다.”

박대기 병장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이미선 2소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쵸, 소대장님.”

“그래. 맞다.”

“거봐, 새끼야. 뭣도 아닌 새끼가. 깝치기는…….”

박대기 병장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잔뜩 어깨에 힘까지 들어가 있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전에 박 병장.”

“네.”

“잠깐 소대장이랑 얘기 좀 할까?”

“네, 좋죠.”

“그럼 상담실로 가자.”

“네.”

이미선 2소대장이 앞장서서 내무실을 나갔다. 그 뒤를 입꼬리를 올린 채 실실 웃는 박대기 병장이 따랐다. 그것도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소대원들을 하나씩 훑어보았다. 마치 ‘너희는 안 돼, 봤지? 소대장 하는 거?’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강인한 병장의 주먹이 절로 꽉 쥐어졌다.

‘하아…….’

강인한 병장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나가고 소대원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강 병장님. 박 병장 진짜 왜 저럽니까?”

“뭔 놈의 꼬장을 저렇게 부립니까?”

“소대장님께 저래서는 안 되지 말입니다.”

“어떻게든 해보십시오.”

소대원들의 말을 들은 강인한 병장은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매섭게 떴다.

한편, 이미선 2소대장은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박대기 병장이 들어오자 문을 잠갔다.

“앉아.”

“네.”

박대기 병장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맞은편에 이미선 2소대장이 앉았다.

“박대기 병장. 요즘 태도가 왜 그렇지?”

“뭐가 말입니까?”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아픈 거 맞아?”

“진짜 아픕니다.”

“어제 약 타왔다고 그랬지. 두통약은 안 먹었어?”

“먹었는데 오늘은 링거를 맞고 싶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살벌하게 바뀌었다.

“야, 박대기. 내가 우스워?”

박대기 병장이 순간 당황했다.

‘뭐가 이리 당당해?’

이미선 2소대장이 팔짱을 끼며 입을 열었다.

“뭐? 창고에 있었던 일 때문에 이렇듯 기고만장해? 그래서 소대장에게 까부는 거야?”

“…….”

박대기 병장은 갑자기 세게 나오는 이미선 2소대장을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이미선 2소대장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말했다.

“왜? 소대장이 몰랐을 것 같아? 네가 봤다고 해서 어제 의무대에 보내준 것 같아? 아프다고 하니까 보내준 거야. 별 뜻 없이. 그런데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니까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이미선 2소대장이 천천히 팔짱을 풀며 매섭게 말했다.

“착각하지 마!”

“…….”

박대기 병장의 눈빛이 크게 요동쳤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빛을 강하게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얘기해 버립니다.”

“얘기? 헛! 웃기지도 않아. 그래 얘기해. 얘기해도 돼. 내가 뭐 못 할 짓 했나? 부대 내에서 연애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면 네 처지는 어떻게 될까?”

박대기 병장이 당황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걸 가지고 협박할 생각만 했지 그 일을 가지고 입 밖으로 낼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

“박대기 병장. 네가 그렇게 협박을 하면 소대장이 호락호락 네 말을 들어줄 거라 착각하는 거 같은데. 까불지 마! 봐주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야. 너 한 번만 내 눈에 띄면, 너 그때는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만 안 둔다.”

이미선 2소대장이 낮게 그것도 위엄 있게 말했다. 박대기 병장이 순간 겁을 먹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너 할 말 있어?”

“어, 없습니다.”

“그럼 의무대는? 안 가도 되겠지?”

“……네.”

“그럼 내무실로 돌아가.”

“알겠습니다.”

박대기 병장이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례를 하고는 상담실을 나섰다. 그리고 복도를 걸어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칫, 지가 뭘 어떻게 할 거야.”

이렇듯 박대기 병장의 야망은 하루 만에 완전히 깨어져 버렸다.

13.

한편, 최 중사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고민했다.

“흐흠, 어제 그 녀석이 누구지? 빨리 알아내야 하는데 말이야.”

최 중사는 자신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순간 1중대 행보관인 김도진 중사가 떠올렸다. 뭐니 뭐니 해도 김도진 중사의 정보력이 최고였다.

“야, 해동아.”

“일병 이해동.”

“나, 잠깐 1중대 행보관님 만나러 간다. 작전장교님 나 찾으면 그렇게 말해.”

“네. 알겠습니다.”

최 중사는 곧장 1중대 창고로 향했다. 항상 그곳으로 가면 김도진 중사가 있었다. 김도진 중사도 행정반보다는 창고에 책상을 두고 일하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김 중사님.”

최 중사가 불렀다. 김도진 중사는 혼자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어이구, 작전과의 최 중사. 어쩐 일이야?”

“네, 뭐. 인사도 드리고…….”

최 중사가 말을 얼버무리며 김도진 중사의 손에 들린 책을 봤다.

“뭐하십니까?”

“아, 그냥 책 좀 보고 있었어. 이런 걸 물으려고 온 것은 아니잖아. 뭔데?”

김도진 중사가 책을 덮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아, 다른 게 아니라 뭐 좀 여쭤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뭐가 궁금해?”

김도진 중사의 눈빛이 반짝였다. 최 중사가 등 뒤에 감췄던 치킨 한 마리를 꺼냈다.

“우선 이것부터 드시면서 하시죠.”

“어? 치킨이네?”

“네. 우리 부대 앞에 깡촌이 치킨집 아시죠?”

“헉! 거기야? 우리 부대에서 유명한 깡촌이 치킨집!”

“네. 맞습니다.”

“아이고,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래……. 뭔데? 뭐가 궁금해서 그래? 말만 해, 다 말해줄게.”

김도진 중사는 곧바로 사람 좋은 표정을 지었다. 최 중사는 곧바로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았다.

“다름이 아니라…….”

최 중사가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김도진 중사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최 중사, 혹시 말이야. 이 소위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 아냐?”

최 중사가 깜짝 놀랐다.

“헉,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어떻게 알기는 알면서…….”

“아이고 우리 김 중사님께는 숨길 수가 없습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뭐든지 물어봐, 다 말해줄 테니까. 참, 그러고 보면 말이야. 우리 이 소위님이 미인이긴 미인인가 봐. 이곳저곳에서 침을 바르려고 하네.”

“네? 그렇게나 많습니까?”

최 중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김도진 중사가 바로 입을 뗐다.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 그러나 오늘 내 입이 열릴 예정이라는 것!”

최 중사가 환하게 웃으며 치킨을 슬쩍 밀었다.

“드시면서 하십시오. 드시면서.”

김도진 중사가 슬쩍 다리 하나를 들며 물었다.

“그래, 뭐가 궁금해?”

“사실 이 소위 그렇지만 병사 한 명이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병사 누구?”

“혹시 박대기 병장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최 중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김도진 중사가 가만히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박대기. 왜?”

“혹시 잘 아십니까?”

“알지. 혹시 말이야. 전에 2소대장 좌천된 거 알지?”

“네.”

“그 녀석 작품이야.”

“네에?”

김도진 중사가 전후 사정을 얘기해 줬다. 최 중사의 표정이 무섭게 바뀌었다.

“아,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전임 2소대장하고 붙어먹었단 말씀이시죠?”

“어.”

“그럼 지금 있는 2소대장이랑은 사이가 좋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안 좋지. 영창 다녀오자마자 바로 밑 후임이 분대장을 달았잖아. 하물며 진급 역시 누락당하고. 그래서 지금 후임 모시고 있잖아. 아마도 소대에서 숨도 못 쉬고 있을걸?”

“아, 그런 겁니까?”

“그렇지.”

최 중사는 본부중대에 있어서 정확한 내용을 몰랐다. 오늘 김도진 중사에게 듣고서야 알았다.

“그러니까, 그런 상황이라면 분명 그것을 가지고 우리 연약한 2소대장님을 협박하겠네. 이런 개자식을…….”

최 중사의 눈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김도진 중사에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뭐야? 그것만 물어보는 거야?”

“네. 겸사겸사 물어본 겁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부탁인데 말입니다. 만약 2소대장님께 집적대는 사람 있으면 말씀 좀 해주십시오.”

“그럴 줄 알았어. 걱정 마. 바로 연락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최 중사가 다시 인사를 하고 창고를 벗어났다. 김도진 중사는 흐뭇한 얼굴로 치킨을 봤다.

“이거 참 오랜만에 먹는 치킨이네.”

14.

그다음 날 최 중사는 2소대 부소대장인 김 하사를 불렀다.

“김 하사.”

“넵.”

“자네 소대에 박대기 병장이라고 있지?”

“네, 있습니다.”

“그 녀석 불러와라.”

순간 김 하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혹시 그 녀석 또 잘못한 거 있습니까?”

김 하사는 의심부터 했다. 최 중사는 이 일은 최대한 몰라야 했다.

“아니, 그냥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래. 불러줘.”

“아, 네에.”

김 하사가 2소대로 내려가 박대기 병장을 불렀다.

“박 병장.”

“네.”

“너 나 좀 따라와.”

“왜 그러십니까?”

“따라오라면 따라올 것이지. 뭔 말이 많아.”

순간 박대기 병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

박대기 병장이 대답을 한 후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 시발. 이 새끼든 저 새끼든 다 부르고 앉아 있네. 내가 그리 만만한가?”

박대기 병장은 이미 착한 척 코스프레는 끝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 하사가 박대기 병장이 중얼거린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김 하사는 박대기 병장을 데리고 최 중사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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