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60화
41장 추위가 가면(3)
“네, 뭐 그런 셈이죠.”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그러면서 이모부가 중얼거렸다.
“우리 주혁이가 떡볶이 좋아하는데, 여기서 사 가야겠다.”
“그렇지 않아도, 엄마가 종종 집에 사 가시는 것 같아요.”
“아, 너희 이모가 저녁마다 먹는 떡볶이가 이 집 떡볶이였어? 아이고야, 난 그것도 몰랐네.”
“네에. 2층 올라가 보실래요?”
“2층? 막 올라가도 돼?”
“뭐, 어때요.”
아직 새벽이라 문 연 가게는 없었다.
“2층 전체가 커피숍이에요.”
“오오, 넓게 하네. 그런데 여기 커피숍이 잘 되려나?”
“여기 어제 데려온 제 여자 친구 있죠?”
“그래.”
“여자 친구 오빠가 하는 곳이에요.”
“아, 그래?”
“네. 종종 여기서 커피 마셔도 돼요. 서비스로 줘요.”
“에이, 내가 무슨 건물주도 아니고 어떻게 그러니?”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오상진은 곧장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다.
“여긴 한의원이 전부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도 되게 좋으신 분들이 소개받고 들어오셨어요.”
“그래?”
이모부는 대답을 하면서도 의아하다는 듯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이 녀석이 왜 갑자기 이런 걸 소개하고 그러지?’
이모부가 고개를 갸웃하며 쳐다봤다. 오상진과 눈이 마주쳤다.
“왜요?”
“아, 아니야.”
4층에 올라갔다.
“여긴 학원이에요. 이분들도 아주 좋으신 분들이에요.”
“…….”
이모부는 이제 말이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 길로 오상진은 5층에 올라왔다. 방이 여러 개 보였다.
“저쪽은 작은 출판사가 있고요, 저 구석진 곳은 제 개인 공간이에요. 엄마랑 이모에게는 비밀이에요. 여기 가끔 소희 씨도 와요.”
“아, 그래? 임대한 거야?”
오상진은 답변하지 않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출판사 옆의 관리실로 향했다. 그곳 문을 열었다. 딸랑딸랑 소리가 들리며 꾸벅꾸벅 졸고 계시던 경비 아저씨가 눈을 떴다.
경비 아저씨가 오상진을 발견하고 꾸벅 인사를 했다.
“아이고, 오셨어요.”
“네.”
“잠깐 졸았습니다.”
경비 아저씨가 멋쩍게 웃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이모부를 소개시켜 줬다.
“인사하세요. 이모부세요.”
경비 아저씨가 바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모부는 살짝 당황하며 얼떨결에 인사를 했다.
“아, 네에. 안녕하세요.”
경비 아저씨는 분위기가 어색한지 모자를 쓰며 말했다.
“전 한 바퀴 돌고 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세요.”
경비 아저씨가 나가고 이모부가 물었다.
“너 경비 아저씨랑 친해?”
“이제 이모부랑도 친해져야죠. 저야, 원래 친하고요.”
“내가? 저 사람이랑 친해져?”
“네.”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이모부,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상한 거 못 느꼈었어요?”
“이상한 거? 글쎄다.”
“이모부 놀라지 마세요. 여기 이 건물 제 겁니다.”
“뭐?”
이모부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크게 벌렸다.
이모부는 잠시 멍 때리더니 지금까지 오상진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었다. 이모부가 찬찬히 오상진을 바라봤다.
“너, 네가 돈이 이렇게 많았니?”
“예전부터 돈이 많았던 것은 아니고, 운 좋게 주식이 대박이 났어요. 그 덕분에 돈이 좀 모였는데 엄마 가게 알아보다가 경매로 싸게 나온 것이 있어서 사게 되었어요.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이모부는 말을 하며 슬쩍 관리실 내부를 훑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쩐지 처형이 여기서 국밥집을 하고, 상진이 너 여자 친구 오빠가 2층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더라니.”
“네, 뭐, 그렇죠. 그래도 공짜는 아니에요. 임대료는 다 받고 있습니다.”
“그래…….”
이모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잠시 이모부는 한 가지 생각에 머물렀다.
‘가만, 날 여기 왜 데려왔지?’
그 생각을 하며 오상진을 딱 쳐다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이모부가 여길 좀 맡아주세요.”
“뭐?”
“저 대신 여기 관리해 주실 생각 없으세요?”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모부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
6
이모부는 관리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상진도 맞은편에 앉았다. 이모부의 손에는 종이컵이 들려 있었고, 믹스커피가 담겨 있었다.
이모부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를 바라봤다. 사실 이모부는 아직도 정신이 없었다. 믹스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진아,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직도 얼떨떨해.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
“절대 꿈은 아니에요. 사실 오래전부터 말씀은 드리고 싶었어요. 그게…….”
오상진이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혹여 말을 꺼냈다가 이모부 자존심에 상처는 주지 않을까? 아니면 힘들 때 도와달라고 매달리지는 않을까?
아마 그렇게 되면 어쩌면 깊은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오상진이 말을 하지 못했다. 이모부는 순간 움찔하며 오상진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그래, 그랬구나.”
“죄송해요, 이모부.”
“아니, 네가 죄송할 것이 뭐가 있니? 네 덕분에 우리 가족이 이렇듯 함께하고 있잖니.”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해요. 그래서 말인데요, 이모부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오상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이모부가 고민을 했다. 이모부의 머릿속에 조금 전에 봤던 빌딩 내부가 떠올랐다.
‘으음, 일하기에는 별로 어려울 것 같지는 않고……. 그런데 뭔가가 걸린다.’
이모부가 생각을 하며 슬쩍 오상진을 바라봤다.
‘내가 여기서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조카에게 월급을 받아야 하니…….’
오상진 역시도 그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모부가 자존심 상하지 않게, 좋게 말했다.
“엄마에게는 말 안 했지만 저 이 한 채로 빌딩을 끝낼 생각이 없어요.”
이모부의 눈빛이 커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또 괜찮은 빌딩이 있으면 추가로 구매할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면 전문적으로 관리를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군인이지 않습니까.”
“그럼 네가 제대하고 관리하면 되잖아.”
“이모부, 저는 군인이 천직입니다. 다만 제 가족들이 돈 걱정 없이 편히 살고자 해서 돈을 모은 거죠. 전 이 돈을 우리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게끔 쓰고 싶어요. 그런데 믿고 맡길 사람이 아무리 찾아봐도 이모부밖에 없었어요. 이모부는 펜션 경험도 있지 않으세요?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신다고 생각해 주세요.”
오상진의 말을 찬찬히 듣던 이모부는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잠깐 고민을 하던 이모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너희 이모랑 상의를 해봐야겠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마.”
“감사합니다, 이모부.”
이모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관리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냈다. 시간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 일어났어?”
-아까 일어났지. 당신 어디야?
“아, 상진이랑 사우나 왔다가…….”
-아, 그랬어? 오랜만에 조카랑 목욕하니 좋아?
“후후후, 좋지. 그보다 당신이랑 상의할 것이 있는데.”
-상의?
“그래. 나 지금 상진이랑 건물에 왔는데…….”
-아, 건물……. 잘 봤어?
신지애도 신순애에게 한울빌딩이 오상진 거라고 이미 들은 모양이었다.
“당신도 알고 있었어?”
-으응, 나도 며칠 전에 언니에게 들었어. 그래서 왜? 당신만 늦게 알아서 서운해?
“무슨! 서운한 것이 아니고…….”
-당신 서운해하지 마. 속이려고 해서 속이려고 한 것 같지는 않고……. 사실 뭐 당신 펜션 사업이 갑자기 안 될 줄 알았나. 알았으면 일찍 도와줬겠지. 나도 뭐, 뒤늦게 말했는데, 뭐.
“하긴 우리가 쉬쉬했지.”
-그러니까. 그런 걸로 서운해하면 우린 사람도 아니야.
“아이, 그런 오해 안 해.”
-그런데 왜?
“상진이가 이 건물 관리를 맡아 달라는데.”
-상진이가 그래? 혹시 당신이 하고 싶다고 티를 낸 것은 아니고?
“아이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고 그래. 이 사람이 나를 뭐로 보고.”
-그래? 상진이가 부탁을 하면 도와줘야지.
“그런데 내가 해도 될까?”
-상진이가 믿을 사람이 당신밖에 없어서 그런 거잖아요. 이모부가 되어서 조카가 부탁을 하는데 당연히 들어줘야죠.
“그렇지? 그게 맞지?”
-그래요. 이제 맘 잡고, 우리 여기에 정착하고 살자. 애들하고 떨어져서 힘들고, 나도 이제 언니 옆에 있고 싶어. 언니도 혼자고…….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할 게.”
-그래요. 나도 당신 옆에 있으면 좋잖아.
“알았어요. 그렇게 하자.”
이모부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관리실로 들어왔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모랑 통화했어요?”
“어떻게 알았냐?”
“제가 이모를 모르나요. 그래서 이모가 뭐래요?”
“뭐라고 할 것 같냐?”
“아마 당연히 하라고 했겠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모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라고 한다.”
“그럴 줄 알았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관리소장님!”
“관리소장이라, 허허……. 그래, 그럼 난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냐?”
“에이, 당연히 평소처럼 부르면 되죠. 이모부가 조카한테 존대하는 경우가 어이 있어요.”
“그래도 될까?”
“그럼요.”
“알았다.”
이모부가 말을 한 후 가장 안쪽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여기가 관리소장 자리야? 자리 좋네.”
이모부가 자리에 앉아 흐뭇하게 웃었다.
7
월요일 아침 오상진은 행정반에 출근을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회의를 마치고 내려와 중대 회의를 했다.
“이번 주는 다들 알겠지만 저번 주 혹한기 훈련의 피로를 푸는 한 주가 될 거다. 소대 정비하고, 무엇보다 행군에 의한 물집 잡힌 거 그거 심한지 확인하고. 의무대 보낼 수 있으면 보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각자 소대장들이 움직였다. 오상진도 1소대로 향했다.
“다들 주말 잘 보냈나.”
“네. 그렇습니다.”
“좋아, 오늘은 지난 혹한기 때 사용한 장비들 및 개인정비를 하도록 한다. 알겠나.”
“네.”
“일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병장 김일도. 네, 그렇습니다.”
“그럼 일도가 알아서 잘하길 바란다.”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무실을 나섰다. 김일도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창고 넣어 두었던 천막 있지. 그거 오늘 깨끗이 청소하고 흙 묻은 것도 털어 내도록 해.”
“네.”
“그리고 장구류와 방탄 헬멧, 그리고 군장까지 모두 야외 소독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아, 해진아.”
“상병 이해진.”
“방탄 외피 벗겨서 말려라.”
“네.”
“좋아, 그럼 오늘 하루도 힘내자.”
“넵!”
김일도 병장의 지휘 아래 1소대가 빠르게 움직였다. 몇몇 팀은 창고로 가서 천막을 꺼냈다.
“야, 일단 쫙 펼쳐봐.”
“네,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 옆으로 노현래 이병도 붙었다. 두 사람이 낑낑거리며 24인용 천막을 바닥에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