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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59화 (45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59화

41장 추위가 가면(2)

“그런데 부모님은 뭐 하세요?”

“저희 부모님이요?”

한소희가 밥을 넘기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먼저 신지애가 옆구리를 툭 쳤다.

“아잇! 당신이 그걸 왜 물어봐?”

“물어보면 안 되나?”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저희 아버지 한의사세요.”

“아, 그래요. 좋은 일 하시네요. 그럼 부모님 다 살아…….”

“아이, 진짜. 당신은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봐요.”

신지애가 살짝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아니, 물어볼 수도 있잖아.”

“아이고, 진짜 주책이야.”

“괜찮아요. 두 분 다 살아 계세요.”

한소희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신지애가 나섰다.

“괜찮아요. 이 사람이 물어보는 거 일일이 답할 필요 없어요.”

“어이, 왜 그래?”

“언니도 가만히 있는데…….”

“처형이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물어보는 거지.”

“그만하고, 식사나 해요.”

이모부와 이모의 투닥거림에 한소희는 피식 웃었다. 그때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어? 누구지?”

“상희 왔나 봐요.”

한소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나가볼게요.”

한소희는 누가 말릴 것도 없이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오상희는 양손 가득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잔뜩 힘들어한 얼굴로 말했다.

“왜 이렇게 문을 늦게…….”

오상희가 고개를 들어 한소희를 봤다.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맞이해 주자 오상희가 당황했다.

“어? 죄송합니다. 제가 집을 잘못 찾아왔나 봐요.”

오상희가 인사를 한 후 문을 닫았다. 오상희는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뭐야, 내가 많이 힘들었나? 집을 잘못 찾고…….”

그런데 고개를 들어 집 호수를 확인해 보니 자기 집이 맞았다.

“어? 맞는데…….”

오상희가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그 앞에 오상진이 퉁명스럽게 서 있었다.

“뭐야?”

오상희가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그렇지? 여기 우리 집 맞지? 이제 헛것이 보이고 말이야.”

오상희가 중얼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오상진이 물었다.

“뭘 헛것을 봐?”

“아니, 조금 전에 엄청 예쁜 언니가 서 있어서 우리 집 아닌 줄 알았잖아.”

그러자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야, 그 예쁜 언니가 혹시 이 언니니?”

오상진 식탁에 앉아 있는 한소희를 가리켰다.

오상희가 고개를 쓰윽 돌렸다.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상희가 순간 ‘뜨윽’ 하는 표정을 지었다.

4.

오상진이 한소희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모부가 오상진을 데리고 소파에 앉혔다.

“상진아, 상진아.”

“네.”

“네 여자 친구 엄청 예쁘다. 무슨 연예인인 줄 알았다.”

“그렇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 옆으로 신지애가 다가왔다.

“아주 그냥, 아주 그냥……. 예쁘니까, 정신을 못 차려요. 누가 보면 당신이 연애하는 줄 알겠어.”

이모부가 너스레를 떨었다.

“허허, 나는 당신의 젊었을 때 생각이 나서 그랬지.”

순간 신지애가 이모부 옆에 바짝 앉았다.

“어이쿠,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세요. 정말 내가 저렇게 예뻤어? 솔직히 말해봐. 내가 저렇게 예뻤냐고.”

“어험. 아무튼 상진이 부럽다.”

“어이구, 이모부란 사람이 저렇게 철이 없어요.”

“내가 뭘…….”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사뭇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저기 이모부.”

“응?”

“제주 펜션 정리하셨다면서요.”

바로 이모부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 그래. 상진이 네 덕분에 정리 잘했다. 고맙고, 미안하다. 이모부가 면목이 없다.”

“아니에요.”

“네가 해준 돈 고맙다.”

“제가 해드린 것도 아닌데요.”

“네 엄마에게 들었다. 네가 해준 돈이라고 말이야. 사실, 네가 해준 돈인 걸 알았으면 안 썼을 거다.”

이모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말했다.

“에이, 그러지 마세요. 이모부가 저에게 해준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래, 상진아. 네가 도움을 준 그 돈. 꼭 갚겠다. 아니, 갚을 거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해 줘.”

오상진이 웃으면서 말했다.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순간 이모부도 그렇기 이모도 당황한 눈빛이 되었다.

“하하하, 그래야지. 암, 당연히 갚아야지.”

“그런데 이모부. 이제 뭐 하실 거예요?”

“글쎄다. 이제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이모부도 10년간 제주도에서 펜션사업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다 접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모부 계속 제주도에 살 거예요?”

“그것도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괜찮다면 서울로 올라오세요.”

“서울로? 나도 애들도 있으니까 올라오고 싶은데……. 당장은 이모부가 그럴 여유가 안 돼.”

오상진이 슬쩍 신순애를 바라봤다. 신순애의 표정은 이모부와 이모를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오상진은 솔직히 외면할 수는 있었지만 이모부와 이모가 남도 아니었다. 또 엄마가 이모와 지내면서 많이 좋아진 것도 있었다.

‘하긴 이모가 엄마를 많이 도와준 것도 있지. 잘하면 이모에게 국밥집 2호점을 맡겨도 될 것 같고.’

오상진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자신이 없는 자리에 이모부와 이모가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이모부. 제 말 오해하지 마시고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뭔데?”

“제가 서울 사시는 데 도움을 드리겠어요. 그러니까, 같이 사시는 것이 어때요?”

“…….”

오상진의 물음에 이모부는 말을 하지 못하고 살짝 망설였다. 옆에 앉아 있던 이모가 입을 뗐다.

“상진아 고마워. 솔직히 네가 이런 말 하면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해야 하는데. 이모가 차마 그런 말은 할 수가 없다. 네가 이렇게 말해줘서 고맙고, 이모가 염치가 없네.”

신순애가 다가와 말했다.

“미안하게 뭘 미안해. 우리가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 상진이 그 정도 여유는 있으니까, 해주는 거다.”

바로 오상진이 거들었다.

“그래요. 이모. 주희도 있고, 주혁이도 있잖아요. 두 사람을 생각하세요.”

그런데 이모부가 살짝 고집을 부렸다.

“아니야, 상진아. 이모부가 할 수 있어.”

이모부는 그래도 아직까지 마지막 자존심이 좀 남아 있었던 모양이었다. 오상진도 이모부의 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1억이 넘는 돈을 빌려줬고, 게다가 집까지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좀 그럴 것이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이왕 해주기로 한 거 좋게 해주고 싶었다.

“이모부, 이모. 지금 당장 좋은 곳으로 해주지는 못해요. 그래도 가족은 함께 해야 하잖아요.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모부와 이모 두 사람이 서로 바라봤다.

“주희랑 주혁이는 여기 있으면 돼요. 애들끼리 서로 친하고, 같이 공부도 도와주고 하니까요.”

이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주희 아빠. 상진이가 해준다는데 그렇게 해요.”

이모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염치가 없어서 그렇지. 염치가!”

이모의 눈이 크게 떠지며 이모부의 등짝을 후려쳤다.

짝!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이 그 돈을 그렇게 썼어?”

“아이, 이 사람이. 왜 또 그 얘기를 해.”

“어휴, 내가 아까운 그 돈을 생각하면…….”

“알았어, 할게. 해. 상진아 염치없지만 이번만 도와주라. 이모부가 꼭 갚을게.”

“그래요. 공짜는 아니에요.”

“그래, 그래!”

이모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오상진은 이모부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드리고 싶었다. 공짜가 아니라는 말로 말이다.

“그럼, 이모부 내일 아침 일찍 오랜만에 사우나 가실래요?”

“사우나? 좋지.”

이모부가 환하게 웃었다. 오상진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 06시 오상진이 눈을 번쩍하고 떴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눈을 뜨는 오상진이었다. 그런데 밖에서 이모부의 음성이 들려왔다.

“상진아, 일어났니?”

“아, 네에. 이모부.”

“사우나 가자.”

“네. 바로 나가요.”

오상진은 알파룸에서 츄리닝을 입고 나왔다. 그사이 거실에서 주무신 이모부는 모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가요, 이모부.”

“그래.”

두 사람은 곧바로 근처 사우나로 향했다. 탕에서 몸을 부리고, 밖으로 나와 때를 밀었다.

“이리 등 돌려봐.”

“네.”

이모부는 묵묵히 오상진의 등을 밀어줬다. 그 속에서 오상진은 옛날 어릴 적 아버지가 자신의 등을 밀어줬던 것을 기억했다.

‘훗.’

오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모부는 등을 밀며 말했다.

“우리 상진이. 몸 좋네. 진짜 다 컸어. 듬직하다, 야.”

“헤헤, 그럼요. 저도 이제 20대 중반인데요.”

“그래도 인마. 아직 넌 이모부에게는 애기야. 애기.”

“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모부가 물로 오상진 등에 부었다. 오상진이 몸을 돌려 말했다.

“이제 제가 해드릴게요.”

“그럴래?”

이모부가 등을 맡겼다. 그런데 의외로 이모부의 등에 때가 쭉쭉 나왔다.

“이모부 그동안 사우나에 가셨어요?”

“왜? 때 많이 나오냐?”

“네.”

“허허, 때 밀었는데 등 쪽은 잘 안 밀렸나 보다.”

이모부가 살짝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이모부가 팔자 좋게 사우나에 다니고 그러지는 않았다. 하루하루 펜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모부 이제 서울 왔으니까. 미련 터시고 저희랑 행복하게 살아요.”

“그래. 나도 그러고 싶다.”

이모부가 씁쓸하게 웃었다.

5.

사우나를 마친 두 사람은 새벽의 추운 공기를 마셨다.

“개운하다.”

“그러게요. 이모부, 설렁탕 한 그릇 하실래요?”

사실 오상진은 어머니 국밥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침 장사는 안 했다. 주변의 백반집이 많아서 점심과 저녁 장사만 했다.

“좋지. 근처에 맛있게 하는 곳 있냐?”

“네. 따라오세요.”

오상진과 이모부는 설렁탕집에서 아주 맛나게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어휴, 이 집 잘하네.”

“그쵸.”

“그보다 이 근처에 엄마 가게도 있는데 구경해 보실래요?”

“그럴까?”

오상진과 이모부는 한울빌딩으로 향했다. 이모부는 한울빌딩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상진이 네가 오자고 한 곳이 여기야?”

“네.”

“이야, 건물 잘 지었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엄마가 운영하는 국밥집 가게에요.”

“아, 여기. 여기가 처형네 가게구나.”

이모부는 아직 문 열지도 않은 국밥집을 들여다봤다.

“안에 들어갈 수 있나?”

“네. 들어가 보세요.”

오상진은 세콤으로 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이모부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확인을 했다.

“이야, 넓구나. 처형 돈 많이 버시겠네.”

“네. 장사는 제법 잘돼요. 아시잖아요, 저희 엄마 손맛이 있으신 거.”

“그렇지. 우리 처형 손맛 좋지.”

이모부가 찬찬히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그리고 오상진은 그 옆 떡볶이 가게까지 소개했다.

“여기 가게 부부가 장사하는 데 사람들이 좋아요.”

“그래.”

오상진이 한울빌딩에 들어온 세입자들을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이모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요기 앞에서 푸드트럭을 하셨는데 떡볶이가 정말 맛있었어요. 그런데 모은 돈이 없어서 가게를 못 얻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슬쩍 소개를 해줬죠.”

“네가 소개를 해줘?”

이모부가 살짝 놀란 눈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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