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58화
41장 추위가 가면(1)
1.
오상진은 휴대폰을 들어 다시 신순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예요.”
-왜? 못 오겠어?
“그게 아니라 혹시 집에 소희 씨 데려가도 돼요?”
-뭐? 지금?
“왜요? 안 돼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은 좀 더 일찍 말해줘야지.
“그게, 소희 씨랑 데이트 중인데 이모부 왔다고 하니까요. 겸사겸사 소개도 시켜주고 싶고……. 알잖아요, 가족이라고는 이모네밖에 없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안 돼요?”
-아니, 뭐…….
신순애는 옆에 있다는데 오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 데리고 와. 알았어. 그런데 상진아.
“네?”
-2시간 이따가 와.
“2시간요? 알았어요.”
오상진이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한소희를 바라봤다.
“어머니가 데리고 오래요.”
“정말요? 와, 떨린다.”
한소희는 긴장되는 얼굴로 가슴에 두 손을 올렸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2.
신순애는 전화를 끊고 동생인 신지애를 불렀다.
“지애야.”
“왜, 언니?”
“상진이 여자 친구 데리고 온대.”
“뭐? 지금? 뭐야, 상진이 그 아가씨랑 결혼한대? 집에까지 소개시켜 주고.”
신지애가 슬쩍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신순애는 마음이 급했다. 그냥 가게에서 볼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막상 집에 데려온다고 하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집 청소도 제대로 안 되었는데…… 뭐 먹을 것은 있나.”
신순애는 잔뜩 걱정된 얼굴로 괜히 냉장고를 열어 확인했다. 그 뒤로 신지애가 나타났다.
“언니. 내가 언니 성격을 모르우? 언니가 얼마나 깔끔떠는 성격인데. 봐봐, 집에 먼지 한 톨 없구만.”
“얘는 무슨 소리니. 내가 언제 깔끔떨었다고, 모든 집이 다 하는 청소하지 않니.”
“하지,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요. 언니, 깔끔 떠는 거.”
“아니야. 청소기 좀 돌려야겠어.”
“됐고. 냉장고에 반찬 할 것 있어?”
신지애도 냉장고를 확인했다. 그러자 신순애가 냉장고 문을 확 닫았다.
“아니, 그전에 장 좀 봐야겠다.”
신순애는 허겁지겁 안방으로 가서 옷을 입고 나왔다.
“지애야. 언니. 장 보고 올 테니까. 네가 청소 좀 하고 있어.”
“어휴, 알았어.”
신순애가 후다닥 현관문을 나섰다. 그때 2층에서 이모부가 내려왔다.
“어? 처형 어디가?”
“상진이가 색시 될 사람은 데려온대.”
“뭐? 상진이 색시 될 사람? 상진이 연애했어?”
이모부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자 신지애가 바로 말했다.
“아니, 지난번에 말했잖아요. 귓등으로 들었어요?”
“그랬던가? 정신이 없어 가지고……. 어떤 사람이야?”
“아이고, 온다고 하잖아요. 직접 봐요.”
“어이구, 우리 상진이가 벌써…….”
이모부는 마치 자기 일인 양 ‘껄껄’거리며 좋아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이모부가 2층을 바라봤다.
“얘들아, 다들 내려와 봐.”
신지애가 이모부를 말렸다.
“애들은 왜 부르고 그래요.”
“온다며, 애들에게도 미리 알려 줘야지.”
“아이고, 오면 어련히 알아서 볼까. 벌써부터 무슨 오지랖이에요. 주책이야 정말!”
그때 2층에서 하나둘 애들이 내려왔다. 오상희는 아이돌 합숙 때문에 집에 없었다. 이모부는 애들을 보고 환한 얼굴로 말했다.
“얘들아, 상진이 결혼할 사람 데려온단다.”
“네? 결혼요?”
“아빠, 진짜?”
주혁이랑 주희도 깜짝 놀랐다.
“너희들 몰랐냐?”
이모부가 깔깔 웃었다. 신지애가 청소기를 들고나오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이구, 저놈의 오지랖……. 자자, 그만 떠들고. 다들 청소 좀 해. 주희는 청소기 밀고. 주혁이는 주변 정리 좀 해. 아. 그리고 정진이는 2층 좀 정리하고. 자자, 서둘러.”
“네.”
“주혁이 아버지는 환기 좀 시키게. 문 좀 열어요.”
“환기? 지금 추운데…….”
“아잇, 좀…….”
신지애가 눈을 부릅뜨자 이모부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그렇게 급하게 집안 대청소를 시작했다.
오상진은 차를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돌렸다. 조수석에 앉은 한소희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상진 씨, 나 떨려요.”
“괜찮아요. 엄마는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이모님은 처음이고……. 이모부님도 그렇고. 아무튼 완전 긴장돼요. 게다가 집에 찾아가는 것은 또 다른 의미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괜찮겠어요?”
“네? 뭐가요?”
“이대로 우리 집 가면 완전 빼박인데?”
오상진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한소희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예요? 그럼 나랑 결혼 안 하려고 했어요?”
“아니, 난 또 마지막 기회를 드리는 거죠.”
오상진이 장난치는 것을 안 한소희가 팔을 툭 쳤다.
“장난하지 말고, 어서 가기나 해요.”
한소희의 진지한 말투에 오상진이 움찔했다.
“아, 그, 그래요.”
한소희는 조수석에 앉아 손으로 턱을 만지며 고민했다.
“그래도 빈손으로 가긴 그렇고……. 뭘 사지? 상진 씨, 뭘 사 갈까요?”
“에이, 뭘 사요. 그냥 가도 돼요.”
“안 돼요!”
한소희가 단호하게 말을 했다. 오상진이 움찔했다.
“그, 그럼 뭘 사요?”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니까, 뭘 사면 좋을까요?”
한소희는 엄청 진지한 얼굴로 고민을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한소희가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상진 씨, 스톱!”
오상진이 당황하며 차를 멈췄다.
“왜요? 화장실 가고 싶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그럼 벌써 맘이 바뀐 거예요?”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요.”
한소희가 안전벨트를 풀더니 후다닥 차에서 내려 어딘가로 뛰어갔다.
“소, 소희 씨…….”
오상진이 불러 봤지만 한소희는 듣지 않았다. 그런데 한소희가 뛰어간 곳을 보니 화원이었다. 오상진은 차를 일단 주차하고 한소희에게 뛰어갔다.
“소희 씨, 우리 엄마 꽃 안 좋아해요.”
“정말요?”
“네.”
“으응? 꽃 싫어하는 사람 없는데.”
“에이, 우리 엄마는 꽃 별로 안 좋아해요. 실용적인 걸 좋아하지.”
한소희가 오상진을 빤히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상진 씨!”
“네?”
“어머니에게 꽃 선물 언제 해봤어요?”
“으음…… 어버이날에 해준 카네이션?”
“와, 너무했다. 그러니까, 어머님이 싫어하시지.”
“아니, 나는 생신 때 꽃 선물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됐다고 해서…….”
오상진이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아니, 당연히 됐다고 하죠. 누가 좋다고 해요. 설마 상진 씨, ‘엄마, 생신 때 꽃 사드릴까요?’ 이렇게 물었죠?”
“그렇게 물어보지, 뭐라고 물어봐요?”
“어휴. 이러니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하죠. 걱정 마요. 어머님이랑, 이모님 꽃 선물 엄청 좋아하실 거예요.”
“네?”
한소희는 오상진을 뒤로하고, 꽃을 고르기 시작했다. 두 개의 꽃을 포장한 후 말했다.
“어때요? 예쁘죠?”
“예쁘긴 한데, 왜 두 개나 샀어요?”
“이모님도 드려야죠.”
“아,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한소희는 매우 만족한 얼굴로 차에 올라탔다.
‘엄마가 좋아하시려나 모르겠네.’
3.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신순애가 문을 열어줬다. 그 앞에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어서 와, 소희야.”
“어머니, 이거요.”
한소희가 꽃 한 다발을 건넸다. 그 꽃을 받은 신순애의 얼굴에 세상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가 걸렸다.
“어머나, 예뻐라. 이게 무슨 꽃이니?”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 생각나서 하나 샀어요.”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도 이렇게 예뻐요.”
그때 신지애도 참지 못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어이구, 언니 좋겠네. 예쁜 꽃도 받고.”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신지애를 봤다.
“안녕하세요. 상진 씨 이모님 되시죠? 한소희예요.”
“그래요. 어서 와요. 반가워요.”
신지애도 반갑게 한소희를 맞이했다. 그 뒤에 쭈뼛거리던 오상진을 봤다.
“야, 상진아. 뭘 그렇게 서 있어? 어서 들어와.”
오상진이 뒤에 숨겨 놓았던 꽃다발을 수줍게 건넸다.
“이, 이모 이거…….”
“이건 또 뭐니?”
“이건 이모 거야.”
“아이고 고마워라.”
신지애는 꽃다발을 받고 환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한소희에게 다가가 두 손을 꼭 잡았다.
“어떻게 이런 복덩이가 들어왔데.”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신지애가 나직이 말했다.
“우리 상진이랑 꼭 결혼해요.”
“네, 이모님.”
두 사람은 꽃다발 하나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한소희의 꽃다발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가족이 식탁에 앉았다.
세 식구만 있던 식탁에 많은 사람이 앉았다. 처음에 식구도 적은데 큰 식탁을 샀다고 구박했던 오상진이었다. 하지만 신순애가 많은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식탁으로 사자고 했다. 그 빛을 오늘에서야 발하고 있었다.
“우와, 어머니 뭘 이렇게 많이 차리셨어요?”
“많이 차리긴, 그냥 냉장고에 있던 재료들로 했어.”
하지만 갈비찜에 잡채에 전에 이것저것 해물탕까지. 두 시간 만에 엄청나게 준비를 했다. 신지애가 슬쩍 말했다.
“소희 너 온다고 해서 시어머니 되실 분이 엄청 준비한 거야.”
“지애야!”
신순애가 눈을 부라렸다. 신지애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어머니, 감사해요.”
“됐어. 어서 먹기나 해.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하신 요리는 다 맛있어요.”
그러나 한소희는 원래부터 많이 먹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신순애가 고봉밥을 퍼서 한소희에게 내밀었다. 오상진이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엄마…… 소희 씨 이렇게 많이 못 먹어.”
“아, 그러니? 그럼 밥 좀 덜어서 줄게.”
그러자 한소희가 불쑥 말했다.
“아니에요, 어머니. 먹을 수 있어요.”
신순애는 그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무리해서 먹지 않아도 돼. 그러다가 체할라. 귀한 따님이신데.”
신순애가 피식 웃으며 밥을 적당히 덜어서 건넸다.
“괜찮은…….”
“자, 어서 먹자.”
신순애의 말에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그래.”
가족들이 맛있게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한소희가 주희를 보며 슬쩍 물었다.
“혹시 상희 씨?”
“아뇨, 상희는 합숙소에서 못 왔어요. 이쪽은 사촌 동생인 주희예요.”
오상진이 바로 설명해줬다.
“아.”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바로 소개를 해줬다.
“그 옆이 바로 주혁이.”
“아, 그럼 이쪽이 상진 씨 동생인 정진 씨구나.”
“네.”
오정진이 수줍게 대답했다.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정진이 살짝 당황했다.
“혀, 형이 제 얘기를 해요?”
“그럼요. 똑똑한 동생 있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
한소희가 슬쩍 오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소리에 오정진이 씨익 웃었다.
“내가 그랬나?”
“어머, 정진 씨 형님 부끄러운가 봐요.”
“소, 소희 씨…….”
오상진이 당황하자, 주위에 있던 식구들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상진아. 많이 당황한다.”
“뭐야, 오빠. 그런 모습 처음이다.”
“그래, 상진아. 왜 그렇게 놀라고 그러니.”
“제, 제가 언제요. 다들 밥 안 먹어요?”
오상진이 급히 수저를 들고 밥을 먹었다. 그 모습을 신순애는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식탁에 사람 한 명 더 있을 뿐인데 너무나도 화기애애했다. 그러다가 이모부가 ‘어험’ 한 번 헛기침을 한 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