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53화
40장 혹한기란 말이다(6)
5중대장은 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냈다.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뚜뚜뚜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 제기랄! 왜 전화를 안 받아!”
5중대장이 다시 통화 버튼을 눌러봤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몇 번을 더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젠장!”
5중대장은 잔뜩 인상을 쓰며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러다가 순간 멈칫했다.
“가만 일러바치면 어떻게 되는 거야?”
5중대장은 가만히 멈춰서 생각했다.
“내가 다시 작전지역을 바꿔서 알려준다. 그런데 대항군이 다시 5중대로 간다. 그렇다면 내가 일러준 것이 확실해지는 거잖아. 그리고 1중대장이 와서 뜬금없이 원래 위치로 바꾸자고 할 수도 있는 거고.”
5중대장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 진짜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잠깐 고민하던 5중대장이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아이씨,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5중대장이 병력을 이끌고 1중대 작전지역으로 갔다. 그리고 1중대 역시 5중대 지역으로 이동을 했다.
한편 그 시각 대항군들은 작전지역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항군 소대장은 혹시나 싶어 휴대폰은 진동으로 해둔 상태였다. 게다가 진지하게 이동하고 있는 상태로 휴대폰 진동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뒤통수를 친다.”
대항군 소대장이 말했다. 그러자 대항군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5중대장은 작전지역으로 가면서 고민을 했다.
‘설마 공격하지는 않겠지? 에이……, 내 얼굴을 다 아는데 그러겠어?’
5중대장은 괜찮을 거라며 스스로 위안을 했다. 그래서 원래 매복 지역을 두고, 약간 밖으로 나와 있었다. 5중대장은 아예 잘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이렇게 하면 날 알아보겠지.”
소대장들이 그 모습을 보며 한마디씩 했다.
“중대장님 위험합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네. 맞습니다. 지금 그 자리 대항군들이 사냥하기에 딱 좋은 장소입니다.”
“야야, 괜찮아. 괜찮아. 별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그래도 중대장님…….”
소대장은 오늘따라 이상행동을 하는 5중대장이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정작 5중대장은 의기양양했다.
“그리고 너희들은 편하게 혹한기 훈련 하는 줄이나 알아!”
5중대장이 허리에 손을 올리며 어딘가를 바라봤다.
한편, 그 시각 대항군들의 이동도 끝이 났다. 대항군 소대장이 손을 들었다. 대항군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대항군 소대장이 지도를 펼쳐 확인했다.
“여기다.”
“아, 맞습니다. 어제 왔던 곳입니다.”
“하지만 위치는 바뀌었다. 상욱아.”
“병장 이상욱.”
“너 내려가서 확인 좀 하고 와라.”
“네, 알겠습니다.”
대항군 이상욱 병장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사이 다른 대항군들은 장비를 점검했다.
“이번에 어제의 굴욕을 말끔히 씼자!”
“네. 알겠습니다.”
“당연합니다.”
대항군 소대장은 어제 잡힌 것이 정말 굴욕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각오를 다졌다. 잠시 후 이상욱 병장이 올라왔다.
“어떻게 됐어?”
“원래 잠복 하던 곳에 있었습니다.”
“그래? 잘 됐네. 작전대로 가자.”
대항군 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상욱 병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소대장님.”
“왜?”
“좀 이상한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이상해? 뭐가?”
“중대장으로 보이는 한 분이 당당하게 나와 있습니다. 마치 날 잡아가라는 듯이 말입니다.”
“그래? 1중대장인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중대장님은 확신합니다.”
“으음…….”
대항군 소대장이 턱을 매만졌다.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함정인가?”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상욱 병장이 말했다. 그러자 대항군 소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함정인데 굳이 중대장님이…….”
그때 뒤에 있던 상병 하나가 슬쩍 말했다.
“아니면 맘 놓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미 이곳은 두 번이나 저희다 타격을 한 곳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타격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 상병의 말에 대항군 소대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아마 그럴 것이다. 어차피 지금 매복한 곳에 다 병력이 있잖아?”
“네.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각 소대들은 다 사살하고. 1소대만 생포해 어제 우리가 받았던 굴욕을 그대로 보여준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동하자!”
대항군 소대장이 대항군을 이끌고 이동했다. 그 속에 있던 사단 통제관은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그럴까?’
그사이 대항군이 이동을 했다. 대항군 소대장이 선두에 서서 움직였다. 그리고 매복 위치에 왔을 때 큰 나무에 몸을 숨겼다.
“어, 진짜네.”
대항군 소대장이 낮게 말했다. 이상욱 병장이 확인한 대로 중대장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저분 5중대장…… 아니야?”
그 상병이 슬쩍 말했다. 대항군 소대장도 눈을 크게 뜨며 확인했다.
“어, 진짜네. 선배님이 왜 저기에 있지?”
대항군 소대장은 일단 대항군들을 스톱 시켰다. 모두 몸을 숨기게 한 후 머릿속으로 정리를 했다.
‘가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1중대가 있어야 하는데 5중대가 있다? 정보가 잘못된 건가?’
이상욱 병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5중대장님이면 소대장님과…….”
“쉿!”
대항군 소대장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렸다. 저 뒤에 몸을 숨긴 사단 통제관을 슬쩍 봤다. 다행인 것은 여기서 작게 대화를 하면 저기까지 들리지 않았다.
“소대장님 5중대장이 여기 있는 것이 이상합니다.”
“소대장도 고민 중이다.”
“설마…… 함정 아닙니까?”
“함정?”
“네. 5중대가 오히려 저희들을 엿 먹이려고 하는 것 말입니다. 어제부터 맘이 바뀌었다는 뭐…….”
이상욱 병장의 말을 듣던 대항군 소대장이 작게 무릎을 쳤다.
“아, 어쩐지……. 이제 알았다. 그거 였네. 선배가, 아니 5중대장이 우리를 갖고 놀았네. 아, 진짜 저 새끼……. 거짓 정보를 줘 놓고, 우리보고 똑바로 하라고 지랄을 했네.”
대항군 소대장은 저 멀리 있는 5중대장을 날카롭게 쳐다봤다. 이상욱 병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다 조져버려야지. 우리가 괜히 대항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당연합니다.”
“좋아, 애들 각자 위치 시켜!”
“네. 그럼 동시에 밀고 들어갑니까?”
“딱 보니까. 지금 우리 당황스럽게 만들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상욱아.”
“병장 이상욱.”
“신경 쓰지 말고, 다 밀어붙여!”
“넵!”
대항군들이 모두 위치를 했다. 대항군 소대장 역시 자리를 했다. 그리고 곧바로 신호를 줬다.
“공격!”
두두두두두두!
대항군들이 손에 총을 들고 입으로는 총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그 사이 제일 먼저 총에 맞은 사람은 5중대장이었다.
“너……. 자, 잠깐! 내말 좀 듣고!”
5중대장이 당황한 얼굴로 대항군 소대장을 봤다. 대항군 소대장이 입 꼬리를 슬쩍 올리며 말했다.
“제 총에 죽으셨습니다. 사망자는 입을 열지 못합니다.”
5중대장이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다시 말을 하려는데 사단 통제관이 나타났다. 그는 매서운 눈길로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5중대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이씨, 이게 아닌데…….’
5중대장은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잔뜩 인상을 썼다. 그사이 매복을 서고 있던 다른 소대의 지원이 왔다.
“뭐야? 뭔 소리야?”
“중대장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대항군들이 총을 쏘며 달려오고 있었다. 3소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하고 있어! 어서 대항군과 교전해!”
“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서로 입으로 총을 두드리며 교전을 했다. 그러는 사이 사단 통제관은 뭔가 빠르게 기록을 했다.
그사이 김철환 1중대장의 귀로 5중대가 교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씨익 웃었다.
“야, 우리도 슬슬 준비하자, 1소대장!”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곧바로 무전기로 전파를 날렸다. 대기하고 있던 2소대, 4소대만 남기고 1소대가 곧바로 대항군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뒤를 3소대가 조심스럽게 따랐다.
그러는 사이 5중대와의 교전은 대항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대항군에게 중대장의 사망에 의한 지휘관 부재로 우왕좌왕했다. 그 허점을 노린 대항군의 승리가 되었다.
하지만 대항군 역시도 절반가량 사망을 한 상태였다. 5중대 역시도 2개 소대가 전원 사망을 했다.
그러나 대항군 소대장은 전혀 아쉽지 않았다. 자신을 갖고 논 5중대장을 잡았다는 것에 그 뜻을 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때 상병 하나가 소리쳤다.
“기습입니다.”
대항군 소대장은 가만히 있었다. 어느덧 1중대가 와서 대항군을 전원 사망시켰다.
대항군 소대장은 살짝 어이없어했다. 조금 전까지 5중대를 잡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새 1중대가 도착해 있었다. 이건 미리 알고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작전이었다.
대항군 소대장 곁으로 김철환 1중대장이 다가왔다. 김철환 1중대장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그쪽이 대항군 대장?”
“네.”
“그러게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순간 대항군 소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지휘 막사에서 마지막 얘기를 하고 있었다. 대항군을 또 완전히 전멸시켰다는 소식에 한종태 대대장은 크게 기뻐했다. 그 와중에 뻘짓을 한 5중대장에게 실망한 눈길을 주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쯧쯧쯧 그리 잘난 척을 하더니. 어떻게 2개 소대를 전멸시키나.”
“죄송합니다.”
5중대장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데 김철환 1중대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대대장님.”
“어, 그래 뭔가? 1중대장.”
“사실 5중대장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번 작전 성공 못했을 것입니다.”
“뭐라고? 그게 뭔 소리인가?”
한종태 대대장이 눈을 번쩍하고 떴다. 5중대장 역시 무슨 말이냐는 듯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사실 5중대가 큰 희생을 치렀지만 대항군을 묶어 놔 준 덕분에 저희가 희생없이 일망타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그럼 5중대도 잘한 것이네. 그럼 그렇다고 말을 했어야지.”
“그래도 저희 5중대의 희생이 많았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작전을 하다 보면 이럴 수도 있지. 이번을 교훈 삼아 다음에는 좀 더 희생이 없는 방향으로 작전을 세우면 되는 거야.”
“아, 알겠습니다.”
5중대장이 답을 한 후 슬쩍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김철환 1중대장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실실 웃고 있었다.
‘젠장…….’
사실 5중대장은 너무 찝찝했다. 갑자기 김철환 1중대장이 도움을 줬다. 막말로 5중대장은 3사출신이었다. 태생상 육사 출신인 김철환 1중대장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으로 인해 5중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빚을 지게 되었다.
‘하아, 진짜 드럽네.’
그때 3중대장이 5중대장의 옆구리를 툭 치며 작게 물었다.
“자네, 정말 그랬던 거야?”
“아, 그런 것이 있습니다.”
5중대장은 진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대답을 하지 못했다. 3중대장은 괜히 인상을 썼다.
‘뭐야? 진짜 1중대장에게 넘어갔나?’
그렇게 찝찝한 회의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