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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52화 (45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52화

40장 혹한기란 말이다(5)

“그래, 알았다.”

박중근 하사도 김일도 병장과 화해를 하고 이렇다 할 것이 없었다. 지금 김일도 병장이 나타난 것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볼 수 있었다.

“반찬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

박중근 하사가 김일도 병장과 함께 움직이며 말했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과연 그럴 것 같습니까?”

“아니야?”

“일단 가서 보십시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1소대에 도착한 박중근 하사는 소대원들이 먹는 것을 본 후 눈을 크게 떴다.

“헉! 이게 뭐야? 너희들 여태까지 이렇게 먹었던 거야?”

박중근 하사가 놀라고 있을 때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어? 박 하사 왔어요?”

“아, 네에. 소대장님…….”

“어서 앉으십시오. 카레가 아주 대박입니다.”

“아, 네네…….”

박중근 하사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밥을 준비해서 가져다줬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 그래. 고맙다.”

박중근 하사는 얼떨결에 카레밥을 받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오상진이 말했다.

“뭘 그렇게 넋 놓고 보십니까? 식사 안 하십니까?”

“아, 네에. 합니다.”

박중근 하사가 카레를 한 수저 떴다. 그리고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여태껏 먹어본 카레 중 최강이었다.

“이, 이게 카레입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그것도 3분 카레입니다.”

“허, 허걱…….”

박중근 하사가 깜짝 놀랐다. 이런 말도 안 되게 맛있는 게 3분 카레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오상진이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었다.

“놀랄 만합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십시오.”

오상진은 다시 식사를 위해 수저를 들었다. 박중근 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사에 열중했다. 그렇게 4일 차 밤이 지나갔다.

오상진은 일어나 천막을 나섰다. 수건 한 장과 비누를 들고 세면장으로 향했다. 산속이라 냇가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수압 차에 물을 받아서 씻고 했다. 물론 샤워는 꿈도 꾸지 못했다.

병사들은 대부분 간단하게 씻었다. 때론 물수건으로 대충 얼굴과 몸을 닦는 것으로 때웠다.

“어푸, 어푸, 어푸!”

그래도 오상진은 직접 물을 받아 세수를 했다. 얼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하고 나면 그 뒤에는 엄청난 개운함이 밀려왔다.

“후우.”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입김이 한가득 뿜어져 나왔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오상진은 붉어진 얼굴로 걸어갈 때 3소대장 4소대장이 나타났다.

“어? 세수하셨습니까?”

“네.”

“안 춥습니까? 저는 얼굴이 찢어질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런데 하고 나면 개운합니다. 한번 해보십시오.”

오상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해봅니까?”

하지만 4소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으으으, 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몸이 떨려 옵니다.”

“그럼 4소대장은 하지 마십시오. 얼마나 개운하고 좋은데…….”

3소대장이 눈을 반짝였다.

“정말 개운합니까.”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상쾌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3소대장은 오상진이 했던 것처럼 세수를 했다.

“어푸, 어푸, 어푸!”

오상진은 옆에서 자신의 수건을 내밀며 물었다.

“어떻습니까?”

“진짜 상쾌합니다.”

“그렇죠?”

오상진과 3소대장의 얘기에 4소대장이 슬쩍 눈치를 살폈다.

“어험, 그럼 나도 어디 한번…….”

4소대장이 슬쩍 물을 틀었다. 그런데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펄쩍 뛰었다.

“앗 차가! 앗 차가! 아니, 도대체 뭐가 개운하다는 거야? 손이 얼어버릴 것 같은데.”

4소대장이 붉게 변한 손에 연신 뜨거운 입김을 불며 오상진과 3소대장을 쳐다봤다. 두 사람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3소대장이 슬쩍 말했다.

“벌써 마지막 날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 적응하나 싶었는데……. 벌써 끝이라니.”

그때 4소대장이 다가왔다.

“뭐, 혹한기 별거 아닙니다.”

3소대장이 슬쩍 말했다.

“방금 물에 손 살짝 대고 펄쩍 뛰셨던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 장난이지 말입니다. 장난!”

4소대장이 살짝 민만한 얼굴로 말했다. 3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장난이었습니까?”

“당연하죠. 저 원래 겨울에 냉수로 샤워하던 사람이었습니다.”

4소대장은 여전히 허세로 위장을 했다. 오상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어쨌든 마지막 날입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합시다.”

“네.”

“오늘 점심 먹고 행군이지 말입니다.”

“그럴 겁니다.”

“하아, 행군이라…….”

4소대장은 벌써부터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3소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왜 그럽니까? 행군한다고 하니까. 막 신나고 그럽니까?”

“3소대장!”

4소대장은 3소대장이 자신을 놀리려고 그러는 것을 알았다. 3소대장과 오상진이 크게 웃었다.

한편 멀리서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이미선 2소대장이었다.

“칫, 남자들끼리 뭐가 그리 즐겁다고……. 그래도 나도 끼고 싶다.”

그러다가 이미선 2소대장은 물티슈를 꺼내 얼굴과 목 주위를 닦았다.

“앗, 차가워! 뭐야? 벌써 얼었어?”

이미선 2소대장이 인상을 썼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얼어버린 물티슈가 있었다. 이렇듯 물티슈도 가볍게 얼려 버리는 혹한기 훈련의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훈련인 만큼 한종태 대대장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얼굴로 작전 상황판을 바라봤다. 곽부용 작전과장은 지휘봉으로 각 중대 작전현황을 설명했다.

“이번 작전의 매복은 1중대가 이쪽! 2중대와 3중대는 여기. 그리고 4중대와 5중대…….”

곽부용 작전과장이 지휘봉으로 각 중대가 맡을 지역을 가리켰다. 각 중대장들은 작전지역을 메모했다.

“……이런 식으로 갈 것입니다. 다들 숙지했죠?”

“네. 그렇습니다.”

“네.”

곽부용 작전과장이 한종태 대대장을 바라봤다.

“이상입니다.”

“오케이! 다들 이렇게 나가는 것으로 하고, 오늘 마지막이니까. 사고 없이 잘 하자!”

“알겠습니다.”

중대장들이 힘차게 대답을 했다. 중대장들이 지휘막사를 나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2중대장에게 갔다.

“2중대장.”

“네.”

“나랑 담배 한 대 피우지.”

“아, 네에.”

두 사람은 슬쩍 한쪽으로 향했다. 그사이 김철환 1중대장의 시선은 5중대장을 좇고 있었다.

“중대장님 여기…….”

“어어, 고마워.”

김철환 1중대장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2중대장은 라이터 불까지 붙여주었다.

“후우…….”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빨아서 내 뱉었다. 그사이 5중대장은 통화를 위해 몸을 숨겼다. 어제와는 다른 곳으로 갔다. 그러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누가 오지는 않는지 확인을 했다.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지.”

5중대장은 어제 갑자기 나타난 김철환 1중대장을 떠올렸다. 그리고 매우 조심스럽게 통화를 했다.

“어, 난데. 작전 떨어졌다.”

-어디입니까?

“어제와 같은 곳이야. 이번에는 실수하면 안 돼!”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확실합니까?

“확실해! 방금 대대장님 승인도 떨어졌어. 너나 잘해. 이번에도 실수하면 알지?”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발, 제발 잘 좀 하자!”

-알겠습니다.

5중대장은 몇 번이나 당부를 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몸을 딱 돌려 나가려는데 그 앞에 또 김철환 1중대장과 2중대장 서 있었다.

5중대장이 화들짝 놀랐다.

“헉!”

“뭘 그리 놀라고 있어?”

“아, 아닙니다. 그보다 1중대장님이 여기 어쩐 일입니까?”

“아니, 2중대장과 담배 피우러 왔다가 자네가 있기에…….”

“아, 그런 겁니까? 그럼 담배 피우십시오.”

“왜? 같이 안 피워?”

“괜찮습니다.”

5중대장이 거절을 하고 두 사람을 피해 가려고 했다. 그런데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웃으며 물었다.

“뭐가 확실해?”

“네? 뭐, 뭐가 말입니까?”

“아니, 자네가 확실하다고 했잖아.”

“제가 말입니까? 다 들렸습니까?”

“그래. 내가 어제 그랬잖아. 제발 조용조용 통화하라고 말이야.”

5중대장이 움찔했다. 아니, 김철환 1중대장 하나로도 당황스러운데 2중대장까지 있으니 더욱 놀라고 있었다.

“2, 2중대장도 들었습니까?”

“네. 방금 누구랑 통화를 했기에 확실하냐고 그런 겁니까?”

“아, 마누라. 와이프 얘기였습니다. 하하하…….”

5중대장이 어색하게 웃었다. 2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별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2중대장에게 말했다.

“2중대장.”

“네. 말씀하십시오.”

“나, 잠깐 5중대장과 얘기할 것이 있거든. 자리 좀 피해 주겠나?”

“네. 그러십시오. 안 그래도 저도 2중대 야영지로 갈 참이었습니다.”

“그래, 수고해.”

“네. 수고하십시오. 5중대장도 수고하십시오.”

“수고하십시오.”

2중대장은 서로 인사를 하고 멀어졌다. 이제는 김철환 1중대장과 5중대장만 남았다.

“5중대장.”

“네?”

5중대장은 뭔가 찔리는 것이 있는지 대답할 때 목소리가 삐끗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뭘 그리 긴장하고 그러나. 이쪽으로 오게.”

“아, 네네.”

5중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의 뒤를 따라갔다. 좀 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사실 말이야. 부탁할 것이 있네.”

“부탁…… 말입니까?”

“그래, 별거는 아니고 우리 이번에 작전 지역을 바꿨으면 하는데 말이야.”

“네?”

5중대장이 눈이 커졌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그 지역이 맘에 안 들어! 그 지역에 가면 대항군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네?”

5중대장이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철환 1중대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느낌! 촉! 이런 거 있잖아. 그런데 오늘 내 촉이 딱 그러네.”

“촉 말입니까?”

“그렇다니까. 사실 이건 자네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내 느낌에 우리 부대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우리 작전지역 위치를 자꾸 알려주는 것 같아.”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말했다. 5중대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 자네 표정이 왜 그러나?”

“스, 스파이 말입니까?”

“그래! 그렇다고 자네가 스파이라는 뜻은 아니고.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대항군에게 혼란을 주잔 말이지. 자네 지역과 내 지역을 바꾸는 거 말이야.”

“그, 그런 겁니까?”

“그렇다니까. 아무튼 그래 줄 수 있지?”

김철환 1중대장이 조용히 말했다. 5중대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뭐야?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야?’

5중대장의 얼굴이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변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해줄 거야? 말 거야? 해줄 거지?”

“아, 그게…….”

5중대장이 망설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왜, 싫어?”

“그건 아닙니다.”

“그럼 상관없잖아. 중대 위치 바꾸는 거 어차피 똑같이 매복 서는 거고 말이야. 각자 위치에서 잘하면 되는 거고 말이지.”

“…….”

5중대장이 섣불리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럴 이유도 있었다.

‘젠장 진짜 왜 이래? 정말 눈치챈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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