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51화
40장 혹한기란 말이다(4)
“그런데 말입니다. 전 김일도 병장님의 한마디에 소름이 돋았지 말입니다. ‘이제 대항군 아저씨들이 X 된 거죠’ 이 말 할 때 진짜, 와…….”
노현래 이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탄했다. 김일도 병장은 괜히 쑥스러운지 웃고만 있었다.
“진짜! 저도 멋있었던 장면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됐어! 다들 그만해. 자자, 이제 잡담 그만하고, 점심 먹을 준비 하자!”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이 후다닥 움직였다. 그 속에 김일도 병장이 소리쳤다.
“점심 식사 추진 누가 가냐?”
“상병 이해진!”
“이병 노현래.”
“일병 한태수.”
세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래, 어서 준비하고 움직여라!”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다시 밝아진 1소대를 보며 그저 흐뭇한 미소만 머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지휘 막사 쪽을 향했다.
“이제 중대장님 차례입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흐뭇한 얼굴로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잘했어. 1중대장.”
“감사합니다.”
“내가 여태까지 대항군을 사살하는 것은 봤지만 전부 다 포로로 잡은 것은 오랜만이네. 어떻게 한 거야?”
“1소대 작품입니다.”
“오 중위가?”
“네. 이번에 이를 갈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갈아?”
“네. 지난번에 1소대가 붙잡혔지 않습니까.”
“아, 그거? 오 중위는 당직 쓴다고 없었다면서?”
“그래도 오 중위가 워낙에 책임감이 있어서 이번에 이를 갈고 어떻게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나섰던 것 같습니다.”
“크으, 그래 내가 이래서 오 중위를 좋아한다니까. 미워할 수가 없어. 아주 맘에 들어!”
한종태 대대장이 무릎까지 치며 좋았다. 김철환 1중대장은 계속된 칭찬에 미소를 띠웠다. 하지만 시선은 5중대장 쪽으로 향해 있었다.
5중대장의 표정은 뭔가 답답해 보였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그 정도 정보를 알려줬으면 잡아야지. 도리어 포로로 붙잡혀?’
5중대장은 테이블 아래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그 어떤 답변도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은 점점 더 올라갔다.
‘빨리 회의 좀 끝나라.’
5중대장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 통화를 하고 싶었다. 5중대장이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본 김철환 1중대장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초조하겠지. 많이 답답할 거야. 하나도 모르겠지?’
김철환 1중대장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사이 한종태 대대장은 마지막 얘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내일이 마지막이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내일까지 마무리 잘 하고! 확실히 하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중대장들이 지휘 막사를 하나둘 빠져나갔다. 제일 먼저 빠져나간 사람은 5중대장이었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해 부랴부랴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한적한 곳으로 간 5중대장이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습니다. 녀석들은 원래 있던 자리에 없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저희를 잡을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진짜?”
-네. 함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야, 그게 말이지. 어떻게 알고 함정을 파!”
-저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했지만 뭐?”
-아, 아닙니다.
대항군 소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말을 해도 믿지 않을 눈치였다.
“그리고 막말로 내가 정보 위치만 알려주면 됐지. 일일이 숟가락으로 떠먹여 줘야 해?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잖아.”
-……그렇습니다.
대항군 소대장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다고 선배에게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었다.
“알았어. 그리고 잡혔을 때 내 말은 안 했겠지?”
-당연하죠.
“그래. 이제부터라도 평소처럼 행동해.”
-복수 안 합니까?
“야, 새끼야. 지금 당장 어떻게 복수를 해. 조금만 기다려 봐. 내일 내가 다시 알려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보다 내일은 확실한 정보 좀 주십시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선배님 말만 믿고 움직였다가 지금 저도 곤란한 입장이 되었습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자식이 잔소리는…….”
5중대장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그때 자신의 뒤에서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렸다.
“아이고, 5중대장 여기서 뭐해?”
순간 움찔한 5중대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몸을 돌렸다.
“하하하, 1중대장님. 여긴 어쩐 일입니까?”
“그런 자네는 왜 여기에 있나?”
“아, 저는……. 통화를 좀 할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집에 전화했어?”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5중대장이 살짝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어, 그게……. 아니지. 1중대장님이야 말로 이쪽으로 오십니까? 1중대 야영지는 이쪽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지. 잠깐 생각 좀 할 것이 있어서 걷다 보니 이쪽으로 왔네. 그리고 5중대장 목소리가 들렸고 말이야. 그보다 무슨 통화를 그렇게 크게 해? 자네 목소리가 저기까지 다 들렸어.”
김철환 1중대장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5중대장이 움찔했다.
‘뭐? 내 소리가 컸다고? 그럼 통화한 내용도 들었단 말이야?’
5중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럼 제가 통화하는 소리를 엿들었단 말입니까?”
“어허, 엿듣기는……. 이 사람이 날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네. 그냥 자네가 큰 소리로 떠드니까 들린 거지. 내가 엿들은 거야?”
김철환 1중대장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5중대장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제가 그렇게 큰 소리로 통화를 했단 말입니까?”
“그렇지. 얼마나 큰 소리로 통화를 하던지 말이야. 저쪽에서 걸어오는데 다 들리더라고.”
‘말도 안 돼…….’
5중대장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통화하는 내용을 주위에 알려지면 안 되는 내용이기에 큰 목소리를 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저, 정말 제 목소리가 컸습니까?”
“그렇다니까. 내가 거짓말하겠나?”
5중대장이 당황했다. 조금 전 가졌던 자신감마저 살짝 떨어졌다.
‘정말 내가 큰 소리로 통화를 했나? 하긴 살짝 화가 나긴 했지만 큰 소리로 통화를 하지는 않았어. 도대체 뭐야?’
5중대장은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보며 의중을 떠보았다.
“제가 통화를 했다면 누구랑 통화를 한 것 같습니까?”
“에헤이. 내가 꼭 말해야 하나?”
“네. 말씀해 주십시오.”
“거참……. 사람 무안하게. 이봐, 5중대장.”
“네.”
“자넨 말이야. 사람이 말하는 것을 너무 다큐로 받아들이고 있어.”
“네?”
“못 들었어. 못 들었다고!”
“네?”
“자네 그런데 진짜 누군가와 통화를 했나?”
오히려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5중대장의 눈이 커졌다. 도저히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 모른다고! 자네가 누구랑 통화를 했는지. 그냥 이 길로 가는데 자네가 불쑥 튀어나와서 한 소리야.”
“네에?”
5중대장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그보다 진짜 누구랑 통화를 한 거야?”
“누, 누구랑 통화를 합니까. 와이프죠.”
“아, 제수씨?”
“네.”
“제수씨는 잘 있지?”
“잘 있습니다.”
“뭐, 잘 있다면 다행이고. 그리고 요즘 왜 이렇게 날이 서 있어. 자네 진짜 나에게 불만 있나?”
김철환 1중대장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5중대장이 당황하며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그래? 그런데 왜 난 그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5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차, 착각이십니다. 착각!”
“그래? 알았어.”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우뚝 멈추며 말했다.
“참, 5중대장.”
5중대장이 순간 뜨끔했다.
“네?”
“1중대 야영지가 이쪽이 아니지?”
“반대편입니다.”
“맞다. 반대편! 산길은 이 길이 그길 같고, 그 길이 이 길 같고 말이지. 헷갈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걸어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일도 대항군 잡으면 좋겠네.”
물론 5중대장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 못 들었을 거야. 들었으면 저렇게 행동하지 않지. 그래, 내가 얼마나 꼼꼼하게 주위를 살폈는데…….’
5중대장은 스스로가 잘 행동했다고 생각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1중대 야영지에 도착을 하고 곧바로 오상진을 불렀다.
“충성. 저 찾으셨습니까?”
오상진이 경례를 하며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보며 표정을 밝게 했다.
“어, 왔냐?”
“네. 회의는 잘 하셨습니까?”
“야, 대대장님께서 우리 1중대 칭찬 엄청 하셨다. 특히 상진이 너를 말이야.”
“아, 그렇셨습니까?”
“그래. 기분 엄청 좋아하시던데.”
“다행입니다. 그보다 5중대장은 어땠습니까?”
오상진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그 새끼. 대단하더라.”
“왜 그럽니까?”
“끝나자마자 밖으로 나가더니 통화하더라.”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마 5중대장은 궁금할 겁니다.”
“하긴 작전 상황 듣고 얘기를 해줬을 테니까. 우리가 바로 바꾼 줄도 모르고 말이야.”
“혹시 말했습니까?”
“뭘?”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입니다.”
“아니, 말 안 했지. 일부러 말이야. 내일까지 훈련 남았는데 써 먹어야지.”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말했다. 오상진이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와우! 역시 중대장님이십니다.”
“자식이, 나를 뭐로 보고 말이야.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그보다 얘들은 어때?”
“아주 좋습니다. 전부 기분이 날아 갈 듯합니다.”
“후후, 그래. 내일도 오늘처럼만 하자.”
“네!”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과 대화를 마치고 막사를 나왔다. 그리고 이제 막 저녁식사를 하려는 1소대로 뛰어갔다.
“얘들아, 소대장 먹을 것도 있냐?”
“네. 있습니다.”
“그럼 같이 먹자.”
오상진이 신난 표정으로 1소대 저녁 먹는 곳으로 갔다. 하얀 쌀밥 위에 딱 봐도 고급져 보이는 카레가 올려져 있었다.
“야, 이게 뭐냐?”
“3분 카레입니다.”
“3분 카레? 그런데 내가 알던 3분 카레랑은 좀 거리가 있다?”
그 소리에 소대원들이 피식 웃었다.
“저도 이런 3분 카레가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도 5성급 호텔 주방장이 만든 카레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카레를 한 숟갈 떠서 먹었다. 그리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야, 이거 진짜 맛있다.”
“네. 정말 맛있습니다.”
오상진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그때 김일도 병장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오상진이 김일도 병장이 가는 곳을 봤다. 그러곤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김일도 병장이 향한 곳은 부사관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박 하사님.”
“왜?”
“식사 전이십니까?”
“이제 먹으려고!”
“그럼 저희랑 하시죠.”
“너희랑?”
“네. 지금 소대장님도 계십니다.”
박중근 하사가 살짝 고민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