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449화 (44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49화

40. 혹한기란 말이다(2)

“아니, 난 이대로는 못 끝낸다. 진짜 자존심 상해서 말이야.”

“네? 왜 그러십니까?”

“너 말이야. 포승줄에 묶여봤냐?”

“아닙니다.”

“막말로 아무리 훈련이라고 해도 포로처럼 포승줄에 묶이는 것이 기분 겁나 나쁘다. 그런데 대항군 새끼들 진짜 완전 꽉 묶고 포로처럼 대하는데……. 어찌나 기분 엿 같던지.”

“아, 그랬습니까?”

“그래! 포승줄이 묶여 내려올 때 그 굴욕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이해하십시오. 타 부대 애들 아닙니까. 내가 듣기론 충효대대 애들이라고 그러던데.”

“뭐든 난 그냥 이대로 못 넘어가.”

하영운 일병이 궁금증을 느끼며 물었다.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뭘 어떻게 해. 진짜 할 수만 있다면 똑같이 복수해 주고 싶지. 에효.”

“똑같지 말입니까?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하영운 일병이 부정적으로 말했다. 김우진 병장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알아, 아는데……. 그래도 분하다. 젠장!”

“이해합니다.”

“제기랄, 오늘따라 더럽게 춥네.”

김우진 병장의 한탄 소리를 들었다. 오상진이 누워 있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뭔가 번뜩 떠올랐다.

‘가만 똑같이? 똑같이라…….’

오상진은 갑자기 막혔던 머리가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게 좋겠어.’

오상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3

그 다음 날 생존신고를 확인한 후 오상진은 곧장 김철환 1중대장을 찾아갔다.

“충성.”

“어, 그래. 상진아. 잘 잤냐?”

“중대장님께서도 잘 주무셨습니까?”

“뭐, 대충……. 그래. 무슨 일이야?”

“실은 회의 전에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오상진은 어제 얘기 들었던 것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의 눈이 커졌다.

“뭐? 그게 사실이야?”

“네.”

“이런 나라를 팔아먹을 새끼들! 아무리 훈련이라지만 적들에게 정보를 흘려!”

김철환 1중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몇 중대 몇 소대장이라고 했어? 그 새끼들 잡아와.”

“자, 잠깐 중대장님.”

“왜? 그 새끼들 잡아와서 족쳐야 하잖아.”

“그러면 우리 중대, 아니, 저희 소대의 명예를 살릴 수 없습니다.”

오상진의 말에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해야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누가 정보를 흘리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일단은 그 사람부터 찾아내고 난 후 역으로 정보를 흘리는 겁니다.”

“역으로?”

“네. 그래서 말인데…….”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귓속말로 작전을 설명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그래. 알았어. 내가 그렇게만 하면 된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알았다. 그보다 오전 매복 훈련 잘해.”

“걱정 마십시오.”

“알았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날 점심시각 한종태 대대장을 비롯해 각 중대장들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자, 맛있게들 먹자고.”

한종태 대대장이 말했다. 각 중대장들이 일제히 답했다.

“네. 맛있게 드십시오.”

모두들 식사에 열중을 했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 바로 옆자리에 앉은 2중대장이 슬쩍 물었다.

“1중대장님.”

“응?”

“지금 중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2중대장은 살짝 걱정이 되어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괜찮아. 고작 그 일 가지고 아무 문제 없어.”

“그렇습니까?”

“그렇지. 솔직히 오 중위 있었으면 그런 일도 없었어. 하필 자리 비울 때 사고가 나서는……. 오늘 만회할 거다.”

“만회…… 말입니까?”

2중대장이 눈을 번쩍하고 떴다.

“어떻게 말입니까? 혹시 생각해 둔 것이라도 있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국을 한 번 떠먹으면서 히죽 웃었다.

“아, 뭡니까? 얘기해 주십시오.”

“알았어. 사실은 이번에 양동작전을 할 생각이야.”

“양동작전 말입니까?”

“그렇지.”

김철환 1중대장은 일단 작게 말을 하면서도 주변 중대장들이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일단 소대원 일부를 후방에 남겨두고 대항군을 직접 타격하기로 했어.”

“대항군을 직접 말입니까?”

“그래.”

“대항군이 어디 있는 줄 알고 말입니까?”

“내일 말이야. 내일! 우리 훈련이 뭐야?”

2중대장이 금세 생각이 떠올랐는지 박수를 쳤다.

“내일 산에 적이 숨어들었다는 과정하에 하는 작전 말이죠.”

“그렇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김철환 1중대장은 여전히 밥을 먹으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우리에게 오 중위가 있잖아. 오 중위가 알아서 잘할 거다.”

“아무리 그래도…….”

“에헤이. 괜찮다니까.”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 2중대장은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으음, 오늘따라 1중대장님이 좀 이상하네. 과연 잘 될까?’

2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다른 중대장들은 몰래 코웃음을 흘렸다.

“훗, 뭐야. 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그러게 말이야. 이거 꼭 나 잡아가라 그 말이잖아.”

“이번에 또 망신당하겠네. 1중대.”

“쉬쉬, 조용히 하자고 다 듣겠다.”

그때 5중대장이 눈치를 살피며 몰래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철환 1중대장이 힐끔 5중대장을 바라봤다.

‘뭐야? 5중대장 너냐?’

김철환 1중대장의 눈매가 가느다랗게 변했다.

“나도 그만 일어나 볼게.”

김철환 1중대장이 식판을 들고 일어났다. 2중대장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네? 아직 식사 다 안 하셨지 않습니까?”

“아니야. 다 먹었어. 2중대장 맛있게 먹고 와.”

“아, 네에…….”

김철환 1중대장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 있지?”

그때 주위를 확인하며 어딘가로 가는 5중대장의 모습이 보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곧바로 뒤를 따라갔다. 5중대장은 5중대 막사 근처에 도착을 했다. 다시 한 번 주위를 확인한 후 어딘가로 구석진 곳으로 갔다.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이 붙었다. 5중대장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난데 그래. 내일도 부탁하마.”

-내일 말입니까?

“그래. 그때는 오 중위가 없었잖아. 이번에 오 중위도 합류를 한다니까. 확실하게 잡아!”

-당연하죠. 선배님.

“그래, 그래! 작전 상황은 내가 따로 문자로 알려줄게. 그리고 꼭 오 중위 잡아! 포승줄에 묶어서 데리고 내려오라고!”

-걱정 마십시오. 1소대 위치나 잘 알려 주십시오.

“그래, 알겠다.”

5중대장이 전화를 끊고 나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을 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김철환 1중대장이 나왔다.

“오호라, 진짜 너였구나. 이 자식이…….”

김철환 1중대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리곤 곧장 1중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한편, 1소대는 산 중턱에서 매복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늦은 오후라 기온이 뚝 떨어졌다. 현재 기온은 영하 19도였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영화 30도였다.

“와,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곤욕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한마디 했다. 그 옆에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바닥에 판초우의 깔 것이 어디냐.”

“그래도 찬 기운이 고스란히 올라옵니다. 점심때 먹었던 미트볼이 그대로 얼어버린 것 같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자신의 배를 툭툭 건드렸다. 이해진 상병이 피식 울었다.

“그렇다고 졸지 마라. 지금 소대 분위기 안 좋은 거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슬쩍 아래쪽 김우진 병장과 이은호 이병이 있는 곳을 봤다. 두 사람은 말도 없이 가만히 경계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님 그때 그 일 이후 너무 열심히 하지 않습니까? 농땡이도 안 부리고 말입니다.”

“후후, 너 같으면 그렇게 큰 사건을 벌여 놓고, 농땡이 피우고 싶겠냐.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만회를 하고 싶겠지.”

“아, 하긴…….”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가만히 있어야 합니까?”

“언제까지긴 소대장님께서 철수하라는 소리 해야 끝나지.”

“아,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내 말이.”

김우진 병장과 이은호 이병은 말없이 전방만 응시했다. 김우진 병장이 슬쩍 말했다.

“야, 말 좀 해봐. 살아 있냐?”

“으으윽, 죽지 않았습니다.”

“이 추위에 가만히 있어도 얼어 죽는 거야. 그러니 조금씩 몸을 움직여.”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 병장님.”

“왜?”

“그냥 이렇게 가만히 매복만 합니까?”

“일단은 그래야지. 차라리 대항군이라도 나타나면 좋겠다.”

“와, 대항군 나타나면 어떻게 됩니까?”

“어떻게 되긴 총싸움하는 거지.”

“네?”

이은호 이병이 깜짝 놀랐다.

“총싸움 말입니까? 진짜로 말입니까?”

“야, 인마 그럼 적을 만났는데 가짜로 총싸움하냐?”

“그, 그렇지만……. 원래는 같은 편 아닙니까?”

“이 새끼 뭔 소리야?”

“아니, 아무리 대항군이라고 해도 원래는 같은 군인 아닙니까. 총싸움은…….”

“헐. 야, 이은호.”

“이병 이은호.”

“너 바보냐?”

“네?”

김우진 병장이 너무 어이가 없어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너 설마, 총싸움 한다고 해서. 진짜 실탄으로 쏘는 건 줄 알았냐?”

“아, 아닙니까?”

이은호 이병이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물었다. 김우진 병장은 ‘풋’ 하고 웃었다.

“와, 진짜 너 대박 웃긴다. 고맙다, 그래도 너 때문에 웃는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생각을 해봐라. 진짜 실탄으로 쏘겠냐?”

“아, 아니지 말입니다.”

순간 이은호 이병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너, 실탄 받았냐?”

“안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상큼한 말을 할 수 있냐?”

“그, 그게 아니라…….”

이은호 이병은 민망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돌려 다시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입으로 말해. ‘두두두두’ 라고 말이야. 그럼 우리가 이겨!”

“아, 그런 겁니까?”

“그래.”

이은호 이병은 이해를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1소대의 매복은 아무 일도 없이 끝이 났다.

“자, 철수!”

“철수!”

1소대가 매복했던 곳에서 일어났다. 잔뜩 낙엽으로 위장을 하고 누워있었다. 몸을 일으키니 우수수 낙엽에 떨어졌다.

“으아아아! 뼈마디가 아우성을 친다.”

“전 이대로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됐고, 빨리 판초우의 정리하고 내려가자.”

“네.”

1소대원들이 모든 정리를 마쳤다. 오상진은 모인 1소대원들을 확인했다.

“모두 다 모였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내려가자.”

이대로 30분만 가면 1중대 야영지에 도착을 했다. 그렇게 3일 차 훈련도 끝이 났다. 1중대 야영지에 도착한 오상진이 입을 열었다.

“자, 오늘도 고생했다. 각자 단독군장 풀고, 저녁 먹기 전까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네.”

“김일도.”

“병장 김일도.”

“애들 인솔해.”

김일도 병장이 병력 중앙에 섰다.

“1소대, 앞으로 가!”

1소대가 자신들의 천막으로 향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의 막사 앞에 서 있었다. 오상진과 눈이 마주치자 손짓을 했다.

오상진이 급히 김철환 1중대장에게 뛰어갔다.

“부르셨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진아, 물었다.”

“물었습니까?”

“그래. 5중대장이었다.”

“네? 5중대장 말입니까?”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김철환 1중대장이 인상을 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