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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47화 (44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47화

39장 착하게 살아요(15)

“1중대장 어떻게 된 거야? 오 중위가 그런 사고를 친 거야?”

“아, 아닙니다. 오 중위는 어제 당직근무를 서는 바람에 오전에는 훈련에서 빠졌습니다.”

“그럼 뭐야? 누가 1소대를 지휘했어!”

“아마도 부소대장인 것 같습니다.”

“뭐? 박중근 하사?”

“네.”

“박중근 하사도 잘하잖아.”

“그, 그렇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도 깜짝 놀랐다. 박중근 하사도 절대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야, 1중대장.”

“대위 김철환.”

“너 말이야. 요즘 잘 나간다고 막 대충대충 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한종태 대대장은 언성은 높이지 않았지만 말 속엔 뼈가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래, 오 중위가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맞습니다.”

“잘 좀 하자! 이제 훈련 이틀째밖에 안 되었어!”

“네.”

한종태 대대장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네.”

회의를 끝낸 다른 중대장들이 지휘 막사를 나갔다. 김철환 1중대장도 잔뜩 얼굴을 굳힌 채 사단 통제관을 찾아갔다. 그에게 어찌 된 일인지 상세히 들은 후 목소리를 높였다.

“진짜입니까? 아, 이 새끼들이…….”

김철환 1중대장은 인상을 구긴 채 1중대 야영지로 왔다. 그리고 곧바로 박중근 하사를 찾았다.

“박 하사! 박 하사 어디 있어.”

곧바로 박중근 하사가 뛰어왔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런 박중근 하사를 보며 말했다.

“박 하사! 나 따라와.”

박중근 하사도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을 왜 찾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다. 잔뜩 굳어진 표정으로 김철환 1중대장의 뒤를 따라갔다.

23.

서늘한 기운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에에에에취!”

오상진은 기침과 함께 눈을 떴다.

“으으으, 추워.”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오상진은 침낭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퍼를 열고 상체를 세웠다.

“몸은 따뜻한데 얼굴이 차갑네.”

침낭 안에 핫팩을 넣어서 그런지 몸은 따뜻했다. 다만 얼굴이 드러난 상태여서 천막의 찬 기운에 뺨이 붉게 얼어 있었다.

“우선 핫팩으로 진정을 시키고.”

오상진은 뺨을 녹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낭과 매트리스를 정리한 후 천막을 나왔다.

“으으으으윽!”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 오상진은 1소대원들을 찾았다.

“우리 애들이 어디 있지? 오전 훈련은 잘했나?”

오상진은 1소대원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그런데 소대원들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얘들아.”

김일도 병장이 움찔하며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했다.

“충성.”

“그래, 일도야. 별일 없었지?”

오상진이 산뜻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숙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그게…….”

김일도 병장은 입안에서 우물거렸다. 오상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보다 박 하사는?”

“박 하사는…….”

“말을 해봐, 박 하사 어디 있어?”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바로 말했다.

“중대장님에게 가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김철환 1중대장 천막으로 향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김철환 1중대장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애들을 어떻게 관리했기에 그래! 1소대장이 없는 티를 이렇게 내야 했어? 내가 박 하사를 믿었던 것이 잘못이야?”

“아닙니다.”

“도대체 자넨 어떻게 했기에 애들이 세 명이나 빠졌는데 그걸 몰랐어! 그러고도 부소대장이라고 할 수 있나!”

“죄송합니다.”

박중근 하사는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에게 깨지고 있는 박중근 하사를 봤다.

“뭔가 큰일이 벌어졌구나. 그래도 중대장님께서 저렇게 크게 화를 내시다니…….”

오상진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다급히 박중근 하사 옆에 가서 섰다. 그러곤 박중근 하사와 같이 고개를 푹 숙여 보였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런 오상진을 보며 물었다.

“너, 뭐야?”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다 제 불찰입니다.”

“야, 1소대장…….”

김철환 1중대장이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어쨌든 1소대 일입니다. 제가 소대장으로서…….”

“닥쳐! 모든 걸 네가 끌어안는다고 다가 아냐! 너 박 하사가 왜 내게 깨지고 있는지 알고서 그러는 거야?”

“잘 모르지만 그래도 제가 1소대 소대장으로서…….”

“하아…….”

김철환 1중대장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오상진은 오전에 쉬고 있었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자기 불찰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런 오상진이 솔직히 답답했다.

“됐다. 1소대장.”

“네.”

“어떻게 된 일이지 확인하고, 재발 방지해. 그리고 박 하사.”

“중사 박중근.”

“다음 달에 중사 달지?”

“그, 그렇습니다.”

“오늘같이 해서 중사 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박중근 하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좀 하자. 자네도 알잖아. 아무리 열 번 잘해도, 한 번 실수로 앞에 거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거. 다음에는 이런 실수 없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다들 그만 가 봐.”

“네.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하고 박중근 하사와 몸을 돌렸다. 박중근 하사는 잔뜩 굳어진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괜찮습니까, 박 하사.”

박중근 하사가 바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대장님.”

“아뇨, 그런 것보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박중근 하사는 뒤늦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오상진 역시 모든 것을 다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우리 애들이 그럴 애들이 아닌데 참…….”

오상진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박중근 하사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요즘 너무 풀어준 모양입니다. 다들 군기가 빠져도 단단히 빠진 거 같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한마디 했다. 오상진은 그런 박중근 하사를 위로했다.

“박 하사가 이해하십시오. 그렇다고 너무 흥분하지도 말고 말입니다. 이미 사건은 터졌고, 모두 지나간 일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앞으로 재발 방지를 해야죠. 그리고 녀석들도 반성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 것 같습니까?”

박중근 하사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우리 애들이지 않습니까. 정 그러시면 훈련 끝나고 부대 복귀하면 그때 처벌을 하는 것으로 하죠. 어쨌든 지금은 혹한기 훈련 중 아닙니까.”

오상진의 말에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박중근 하사의 기분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일단 전 중대장님 좀 진정시키겠습니다. 박 하사도 좀 진정하십시오.”

“네, 소대장님.”

오상진은 몸을 돌려 김철환 1중대장에게 향했다. 그리고 박중근 하사는 1소대원들이 모인 곳으로 걸어갔다.

“야, 김일도!”

“병장 김일도.”

김일도 병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박중근 하사가 손가락을 까닥했다. 김일도 병장은 그래도 지은 죄가 있기에 곧바로 후다닥 뛰어갔다.

“너, 왜 그랬냐?”

“네?”

“왜 그랬냐고.”

“무슨 말씀이신지…….”

“너, 아침에 내가 한소리 했다고. 뒤통수 친 거냐?”

“무, 무슨 말씀입니까. 전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럼 왜 그랬냐고!”

“그, 그건 진짜 제가 똥이 마려워서…….”

“그럼 똥을 싸면 즉각 복귀를 해야지, 왜 뭉그적거리고 짱박혔냐? 거긴 수색 구역이 아니잖아.”

“…….”

“야, 새끼야! 똑바로 말하라고! 왜 그랬냐고!”

김일도 병장은 입을 다물었다. 차마 김우진 병장이 짱박히자 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박중근 하사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진짜 죽고 싶어! 아니면 정말 날 물 먹일 생각이었어!?”

“아닙니다. 절대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럼 왜 그랬냐고! 말해! 말 안 해?”

김일도 병장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박중근 하사는 그런 김일도 병장의 태도가 자신에게 대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엎드려! 엎드리라고 새끼야!”

김일도 병장이 그 자리에 엎드렸다.

“어쭈, 동작 봐라. 일어서!”

김일도 병장이 일어났다.

“지금 나랑 해보자 이거냐?”

“아닙니다.”

“엎드려!”

이번에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일어나! 엎드려!”

김일도 병장은 좀 있으면 제대였다. 그런데 모든 소대원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김철환 1중대장을 진정시키고 나온 오상진도 봤다.

“아, 박 하사…….”

오상진의 인상을 썼다. 그대로 박중근 하사에게 뛰어갔다.

“박 하사!”

“네, 소대장님.”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그래도 이 녀석이…….”

“여기까지 하시죠!”

오상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본 박중근 하사가 움찔했다.

“제가 분명히 부대 복귀하고 나서 얘기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제 말이 우습습니까?”

“죄송합니다.”

박중근 하사도 자신의 실수를 알았다. 하지만 아침에 자신이 한마디 했다고 바로 물 먹였다는 생각에 흥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일단 다른 곳으로 가서 열 좀 식히십시오.”

“네.”

박중근 하사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갔다. 오상진은 엎드려 뻗쳐 있는 김일도 병장에게 말했다.

“일어나.”

김일도 병장이 일어났다. 얼굴이 잔뜩 붉게 물들어 있었다.

“너 소대장이랑 얘기 좀 하자.”

“네.”

오상진은 일단 김일도 병장을 데리고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으로 이동했다. 오상진이 김일도 병장을 나직이 불렀다.

“일도야.”

“병장 김일도.”

“박 하사 왜 저렇게 화가 났지? 단순히 네가 대항군에게 붙잡혀서 그런 것 같지는 않는데.”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울먹였다.

“흐흑, 사, 사실 오해입니다. 박 하사님께서 아무래도 오해를 하신 것 같습니다.”

“박 하사가 오해?”

“네.”

“그럼 그 오해가 뭔지 한번 얘기해 봐.”

김일도 병장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얘기부터 사고가 생기는 얘기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했다.

“소대장님 전 정말 그럴 의도가 추호도 없습니다.”

“그래, 소대장은 너 말을 믿는다. 하지만 박 하사도 오해할 만해. 그래서 박 하사가 흥분한 것도 맞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차마 후임을 팔 수는 없었습니다.”

“인마, 그건 맞긴 한데. 우진이가 이병, 일병이냐. 병장이잖아.”

“그래도 제게는 후임이지 않습니까.”

“후우, 알았다. 어쨌든 잘했다.”

오상진은 김일도 병장의 얘기를 듣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사실을 다 알고 나니 김일도 병장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괜찮아. 매번 잘할 수는 없는 거야. 그래도 일도 너 오늘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은 알고 있지?”

“네.”

“나중에 박 하사 흥분을 좀 가라앉히며 사과하고! 오해를 풀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후임 생각하는 너의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박 하사도 그런 거 이해 못 해줄 사람 아니니까. 사정 설명해도 돼. 지금 당장 말고, 기분이 좀 풀어졌을 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그래, 그래!”

오상진은 다시 한번 김일도 병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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