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46화
39장 착하게 살아요(14)
오늘 맡은 수색은 어제 했던 곳에서 왼쪽으로 좀 떨어진 곳이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수색을 하며 목표 지점까지 올라가는 것이었다.
“윽…….
김일도 병장이 인상을 쓰며 배를 움켜잡았다. 옆에 있던 김우진 병장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배가 아프다.”
김우진 병장이 잠깐 주위를 확인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걸 확인하곤 김일도 병장에게 말했다.
“잠시 뒤로 빠져서 볼일 보시지 말입니다.”
“부 소대장님은?”
“먼저 앞장서서 가시고 계십니다.”
“알았다.”
김일도 병장이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빠졌다. 그러자 김우진 병장도 그를 따라 슬쩍 빠졌다.
“넌 왜, 인마?”
“망봐드려야 하지 않습니까.”
“망은……. 짱박히고 싶어서 그런 거면서.”
“아닙니다. 진짜 망봐드리는 겁니다.”
“알았다.”
그때 구진모 상병도 나섰다.
“저, 저도 봐드리겠습니다.”
“야, 너는…….”
“저도 망봐드리겠습니다.”
그때 김일도 병장이 배를 움켜쥐며 인상을 썼다.
“아, 몰라. 새끼들아. 알아서들 해.”
그리고 부랴부랴 큰 볼일을 보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물색했다. 약간 능선이 있는 곳이 보여 그곳으로 갔다. 김우진 병장이 곧장 이해진 상병을 불렀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김 병장님 큰일 때문에 잠깐 뒤처지니까. 알아서 잘 처리해라.”
이해진 상병이 힐끔 김일도 병장을 확인했다. 배를 움켜쥐며 어딘가로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큰 것입니까?”
“그래.”
“그런데 왜 김 병장님은…….”
“망봐야 하잖아. 망!”
“혹시 같이 짱박히려는 것은 아닙니까?”
이해진 상병의 정곡에 김우진 병장이 움찔했다.
“새끼, 넌 눈치는 빨라서……. 아무튼 망보는 거다. 부소대장님께도 우리 찾으면 알아서 잘 둘러대. 나랑 진모랑 김 병장님 챙겨서 올라갈 테니까.”
“꼭 올라오셔야 합니다.”
“알았어, 인마.”
김우진 병장이 그리 말을 하고는 후다닥 뛰어갔다. 이해진 상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에 찍혔으면서 또 찍히시려고…….”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상태였다. 이해진 상병이 몸을 돌려 수색을 하며 산을 올라갔다.
20.
김일도 병장은 곧바로 볼일을 본 후 대충 낙엽으로 흔적을 가렸다.
“아이씨, 똥을 싸도 찝찝하네.”
“볼일 다 봤습니까?”
김우진 병장과 구진모 상병이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야, 너희들 뭐냐?”
“쾌변하셨습니까?”
구진모 상병이 물었다. 김일도 병장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니, 너희들 뭐냐고!”
“아, 혼자 올라오기 심심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아놔, 이 새끼들. 왜 그러냐? 이것들이 진짜 빠져 가지고……. 야, 김우진, 구진모. 계급 하나씩 올라가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없지?”
“왜 그러십니까. 저희는 동지 아닙니까.”
김우진 병장이 실실 쪼개며 말했다.
“어라? 이 새끼가 쪼개네.”
“에이, 왜 그러십니까. 좋게 웃으며 올라가시지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의 말에 김일도 병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새끼들. 빠져 가지고……. 빨리 올라가기나 해.”
“네.”
그런데 구진모 상병이 슬쩍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럼 굳이 올라갈 필요 없지 않습니까? 여기 짱박혔다가 내려오면 그때 합류해도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어이없어했다.
“야, 인마. 너희들 이러려고 안 올라간 거지?”
“아닙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 김 병장님 기분 풀어드리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김일도 병장이 쓰윽 위쪽을 봤다. 조만간 수색하러 올라가던 소대원들이 내려올 것 같았다.
“에효, 그래. 여기서 담배 한 대 피우자.”
“네.”
“좋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다가 구진모 상병이 슬쩍 위쪽을 바라봤다.
“이제 서서히 내려올 때 아닙니까?”
“그렇지.”
“그냥 올라가죠.”
구진모 상병은 조금씩 걱정이 되는지 말했다. 김우진 병장이 입을 뗐다.
“그래, 너 먼저 올라가라.”
“에이, 또 저 혼자 올라갑니까.”
“나도 올라가고 싶은데 너무 힘드네.”
김우진 병장이 말했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부소대장이 찾을지도 모른다. 일단 천천히 올라가자.”
“아이고, 좀만 더 쉬다가 가죠.”
김우진 병장은 전혀 엉덩이를 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야, 일어나.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어. 지금쯤 내려오는 것이 보여야 하는데 말이야.”
“그러지 말고 기다렸다가 저 멀리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이면 그때 올라가는 척이라도 하지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은 계속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었다. 그리고 기지개를 켜는데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방금 무슨 소리 들었지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이 바로 말했다.
“맞아, 나도 들었어.”
김일도 병장이 총을 들었다. 산 위쪽을 보았지만 아직 1소대 병력이 내려오지는 않았다. 김일도 병장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곧바로 총을 들었다.
“총 들어!”
김우진 병장과 구진모 상병이 총을 들었다. 바로 경계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주위는 붉은 머리띠를 한 대항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소대장으로 보이는 한 명이 나왔다.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다들 두 손 들어!”
“제, 제기랄…….”
김일도 병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대항군 소대장이 다시 한번 나직이 말했다.
“손들라고 했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돌려 김우진 병장을 봤다.
“아놔, 김우진 너 이 자식아……. 내가 아까 올라가자고…….”
“죄송합니다.”
김우진 병장은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김일도 병장은 총을 놓고 두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21.
박중근 하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박중근 하사는 초조한 얼굴로 이해진 상병을 보며 소리쳤다.
“이해진!”
“상병 이해진.”
“김 병장 어디 있어!”
“그게…….”
이해진 상병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 역시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네가 그랬잖아. 똥 싸고 바로 합류한다고! 그런데 훈련이 끝날 때까지 안 나타나는 이유는 뭐야. 김우진과 구진모 이 녀석까지 말이야.”
“…….”
박중근 하사는 세 사람이 탈영을 했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곧 있으면 제대할 말년 병장이고, 상병이지 않은가.
“아놔, 이 새끼들. 어디 처박혀서 자고 있는 거 아냐?”
박중근 하사가 열을 내고 있을 때 노현래 이병이 소리쳤다.
“저, 저기 옵니다.”
“뭐?”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눈을 크게 떴다.
“……?!”
박중근 하사가 바라보는 곳으로 김일도 병장, 김우진 병장, 구진모 상병이 내려오고 있었다. 일단 복귀한 것을 알겠는데 그들의 몸이 포승줄로 묶여 있었다. 그 뒤로 사단에서 파견된 통제관과 대항군들이 나타났다.
“저, 저 녀석들이 왜…….”
박중근 하사는 대항군과 포승줄에 굴욕적으로 묶인 세 사람을 보고 인상을 썼다. 저것만 봐도 상황이 금세 이해가 되었다.
“이 자식들이…….”
사단 통제관이 다가왔다.
“중대장 어디 있습니까?”
“지휘 막사에 가셨습니다.”
“네.”
사단 통제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저 세 명을 인도해도 되겠습니까?”
“네.”
사단 통제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항군 소대장을 바라봤다. 대항군 소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풀어줘.”
“넵!”
김일도 병장, 김우진 병장, 구진모 일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고생하십시오.”
사단 통제관이 말했다. 박중근 하사가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수고하십시오.”
사단 통제관이 다시 대항군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박중근 하사는 주먹을 쥐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야, 김일도!”
김일도 병장은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푹 숙여다. 김우진 병장, 구진모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박중근 하사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미치겠네.”
22.
한편, 지휘 막사에는 한종태 대대장을 포함해 각 중대장들이 혹한기 훈련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무전기를 통해 뭔가가 상황이 전달되었다.
“뭐? 포로로 잡혀? 누가? 우리 대대가?”
곽부용 작전과장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상황을 보고 받은 후 한종태 대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저기 대대장님.”
“어, 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해.”
곽부용 작전과장은 방금 보고받은 것을 얘기했다. 한종태 대대장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뭐? 진짜야?”
“네. 그렇습니다.”
“어느 얼빠진 놈들이 싸워보지도 않고, 포로로 잡혀!”
“정확한 상황은 저도 잘…….”
“누구야? 어느 중대야!”
한종태 대대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3중대장과 5중대장을 바라봤다. 아예 김철환 1중대장은 바라보지도 않았다. 순간 빈정 상한 3중대장과 5중대장이었다.
“저희는 보고받은 것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또 한 번 3사 출신에 대한 서러움을 느꼈다.
‘젠장…….’
‘빌어먹을!’
“그럼 어느 중대야? 6중대야? 아니면 7중대야?”
한종태 대대장의 억측에 6중대, 7중대장들이 움찔했다. 그런데 곽부용 과장이 조용히 말했다.
“1중대라고 합니다.”
“뭐?”
한종태 대대장이 깜짝 놀랐다. 아니, 더 놀란 것은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다른 중대장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뭐? 1중대라고?”
“에이, 설마……. 초 엘리트 중대 아냐.”
각 중대장들이 수군거렸다. 한종태 대대장 역시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중대라니? 어떻게 된 거야?”
“그게 말입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사단 통제관을 통해 상황을 들었다. 그것을 고스란히 한종태 대대장에게 전했다.
“진짜야? 싸우다가 포로가 된 것이 아니라 똥 싸다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을 봤다.
“야, 1중대장.”
“넵!”
“어떻게 된 거야?”
“…….”
김철환 1중대장도 할 말이 없었다. 잡혀도 너무 어이없게 잡혔다. 게다가 총 한 번 쏘지 않고 잡힌 것이다. 한종태 대대장이 인상을 쓰며 입을 뗐다.
“요즘 1중대 하도 잘 나가니까 간이 부은 거지? 어제 포탄까지 발견했으니 많이 해이해진 거야. 그렇지?”
“아, 아닙니다.”
“아니야, 아니야. 너무 잘해도 문제지. 요즘 너무 잘했어. 그렇지? 한 번쯤 사고도 치고 그래야 인간적인지. 그런 거지.”
한종태 대대장이 어느 정도 화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더욱 할 말이 없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돌려 곽부용 작전과장을 봤다.
“그래서 작전과장. 어느 소대야? 2소대? 아니면 3소대, 4소대?”
한종태 대대장은 이번에도 1소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상진이 맡고 있는 1소대였다. 절대 사고 칠 소대가 아니라고 확신을 했다. 그러나 곽부용 작전과장의 입에서 나온 말에 다들 놀라고 말았다.
“1소대입니다.”
“뭐? 1소대?”
“1소대입니까?”
“네.”
순간 한종태 대대장이 당황했다. 아니, 대대장보다 더 당황한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