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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45화 (44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45화

39장 착하게 살아요(13)

“넌 같이 불침번 근무자가 누군지도 몰라?”

“……죄송합니다.”

“인마, 나도 놀랐어. 오줌 마려워서 뒤에 가서 오줌 누고 왔더니 갑자기 총을 들이밀고……. 뭐?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이게 진짜……. 잠 덜 깼냐?”

“아닙니다.”

“아이구……. 됐다.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너 위치로 가서 근무나 잘 서!”

“네. 알겠습니다. 고생하십시오.”

최강철 이병은 창피한지 벌게진 얼굴로 후다닥 자신의 위치로 가서 섰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대항군은 무슨 얼어 죽을…….”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대항군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진짜 대항군이었다면…….

“으으으으.”

최강철 이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정신 차리자.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스스로에게 말을 한 후 슬쩍 동쪽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도 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날은 밝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혹한기 훈련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상진은 전날 당직사령을 쓴 관계로 오전 훈련은 참가할 수 없었다. 소대원들이 빠져나간 차디찬 천막 안에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이었다.

“박 하사 잘 부탁합니다. 애들 사고 안 나게 말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소대장님. 어제 근무 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럼 전 훈련하러 가겠습니다.”

“네.”

오상진은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물론 박중근 하사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뭐, 별일 없겠지.”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막으로 들어갔다. 사람 온기 하나 없는 천막은 싸늘한 냉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으허허, 춥다. 잠을 잘 수 있으려나.”

오상진이 몸을 부르르 떨며 소대원들이 마련해 준 침낭 쪽으로 갔다. 전투화를 벗고, 장구류도 벗어서 한곳에 놨다. 그리고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따뜻하네?”

오상진이 침낭 내부를 확인했다. 서너 개의 핫팩이 들어 있었다.

“자식들…….”

오상진은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대원들의 마음이 담긴 핫팩이었다.

“고맙다, 이것들아.”

오상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내부는 한겨울이었지만 침낭 안은 여름과 마찬가지였다. 그 덕에 오상진은 곧바로 꿈나라로 갈 수 있었다.

18.

한편, 1소대원들은 오전 훈련을 위해 모였다. 오늘도 어제의 연장선으로 수색을 할 참이었다. 1소대는 어제와 다른 곳을 수색할 참이었다. 박중근 하사가 1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 녀석들 훈련 준비는 다 끝났나?”

1소대원들은 아침을 다 먹은 후 훈련 준비를 마쳤다. 작은 공터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특히 김일도 병장과 김우진 병장, 구진모 상병은 따로 나와 한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솔직히 부러우면 지는 건데 말입니다. 강철이 포상휴가 받은 거 있지 않습니까. 그거 언제쯤 쓸 수 있습니까?”

구진모 상병이 부러운 것도 있고, 궁금한 것도 있고 해서 물었다.

“대대장님께서 직접 주셨는데 바로 써도 되겠지.”

김일도 병장이 한마디 툭 던졌다. 그 말을 들은 김우진 병장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에이, 그건 아니죠. 무슨 이등병이 벌써부터 포상휴가입니까. 저희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야, 우진아. 너도 어지간히 해.”

“제가 무슨 틀린 말을 했습니까. 아무리 군대가 바뀌고 있다고 해도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지 말입니다. 감히 이등병이 포상휴가를 쓴다는 것은 좀 그렇지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김일도 병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그래서 뭐? 어제부터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불만이라기보다는 그냥 그렇다는 거죠. 막말로 제가 최강철이었다면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우리 소대 다 같이 한 것이니까, 소대원 모두에게 하루라도 휴가를 나눠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어이없어했다.

“에라이, 네가 퍽이나 그랬겠다.”

“진짜입니다. 저 정말 한다면 합니다.”

김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알았다. 알았어. 마음만 받을게.”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김우진 병장이 힐끔 최강철 이병을 봤다.

“자식, 아침부터 입에 귀에 걸렸네.”

“그만해라. 이등병에게 질투는 좀 그렇지 않냐?”

“질투? 제가 질투가 나서 그러는 것 같습니까?”

“그럼 아냐?”

“아닙니다. 전 이등병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솔직히 강철이가 포탄을 발견했지만 막말로 저희 소대원 전체 다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주변 사수 경계하면서 포탄을 지킨 것도 그렇고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은 약간 억지스러운 말을 했다. 김일도 병장 역시도 그것을 잘 알았다.

“우진아, 방금 네가 말한 거 억지스럽지 않냐?”

“억지는 아닙니다. 아무튼 저 자식 우리들은 전혀 안중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좀 짜증이 날 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어처구니없어했다.

“됐다. 아무튼 강철이가 포탄을 찾은 것은 맞는 말이지.”

“칫……. 운이 좋은 녀석일 뿐입니다.”

“운도 기회가 있는 자에게 오는 거야. 어제 그곳 그 장소에서 포탄이 나올 것이라 누가 상상을 했겠냐. 그러니, 너무 강철이에게 뭐라고 하지 마라.”

“제가 뭘 뭐라고 했습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죠.”

김우진 병장이 투덜거렸다.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구진모 상병이 입을 뗐다.

“그런데 말입니다. 전 대대장님께서 포상휴가를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굳이 대대장님께서 그렇게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구진모 상병도 김우진 병장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김우진 병장은 구진모 상병이 동의하자 곧바로 기가 살았다.

“그렇지? 네 생각도 그렇지?”

“네.”

“내 말이 그 말이야. 또 우리 중대장님도 그래. 대대장님께서 강철이 챙겨줬으면 중대장님께서는 우리를 챙겨줘야 할 것 아니야. 그게 맞는 거 아냐?”

“네, 맞습니다.”

김우진 병장은 구진모 상병의 호응에 힘입어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무슨 훈련은 다 같이 했는데 강철이 혼자만 칭찬받고, 포상휴가까지 받았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건 아니지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은 못 말리겠다는 듯 피식 웃으며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런데 박중근 하사가 지나가면서 김우진 병장의 얘기를 듣고 말았다.

“이것들이!”

박중근 하사가 곧장 세 사람이 모인 곳으로 갔다.

“그러긴 뭐가 그래!”

“충성.”

김일도 병장이 곧바로 담배를 끄며 경례를 했다. 박중근 하사는 인상을 썼다.

“너희들 방금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예? 뭐가 말입니까?”

김일도 병장은 짐짓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박중근 하사가 바로 말했다.

“방금 강철이 포상휴가 받은 거로 뭐라고 하지 않았냐?”

“아, 그건…….”

김일도 병장이 말끝을 흐리며 김우진 병장을 봤다. 김우진 병장은 그런 김일도 병장의 시선을 피했다. 박중근 하사는 김일도 병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야, 이 녀석들아. 강철이가 최초 발견을 했잖아. 그래서 당연히 포상휴가를 받는 건데 왜 그걸 가지고 못마땅해하고 있어. 그리고 무슨 너희들하고 나눠 가져야 해? 그건 또 무슨 논리야?”

“그건 그냥 해본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중근 하사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너희들 설마 이런 거로 강철이 갈구고 막 그러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저희 그런 거 없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박중근 하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야, 김일도.”

“병장 김일도.”

“나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좀 그렇다?”

“네?”

김일도 병장은 황당했다. 자신이 뭘 했다고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김우진 병장이 주도적으로 한 말에 김일도 병장이 덤터기를 쓰는 것 같았다. 같이 떠들었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하지만 박중근 하사의 입장에서는 김일도 병장이 중심을 잡아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에서 김일도 병장을 타박한 것이었다.

소대원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면 분대장으로서 중재를 해야 하는데 같이 웃고 떠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김일도 병장의 빈정이 팍 상해버렸다.

‘아, 젠장! 내가 얼마나 잘했는데……. 지금 내가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해?’

김일도 병장이 생각하고 있는데 김우진 병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부소대장님 왜 그러십니까?”

“너도 마찬가지야. 병장 단 녀석이 분대장이 이상한 소리를 하면 말릴 생각을 해야지. 같이 웃고 떠들고 있었니?”

그제야 김우진 병장도 알았다. 말이 와전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우진 병장은 자신이 한 말이 있어서 그런지 괜히 혼날 것 같아 바로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아무튼 잘해라. 그리고 오늘 오전은 소대장님도 안 계시니까. 사고 치지 말고.”

박중근 하사는 그 말을 남기고 소대원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김일도 병장이 인상을 팍 쓰며 김우진 병장을 봤다.

“야, 김우진 뭐냐?”

“봐주십시오. 제가 그랬다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예? 분대장님.”

김우진 병장이 아양을 떨었다. 김일도 병장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아놔, 이 새끼 진짜…….”

김일도 병장은 잔뜩 인상을 구긴 채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인마. 빨리 모이기나 해.”

“넵!”

김우진 병장과 구진모 상병이 뛰어갔다.

19.

김철환 1중대장이 1중대를 모아놓고 말했다.

“자, 오늘 오전도 수색이다. 어제 1소대에서 포탄 발견한 거 봤지? 그걸로 충분히 자극이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해 보자.”

“네.”

3소대장이 슬쩍 김철환 1중대장에게 다가갔다.

“중대장님 오늘 사단에서 통제관이 나왔습니다.”

“통제관?”

“네. 아무래도 우리 1중대 쪽에 붙는 것 같습니다.”

“으음……. 대항군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겠네.”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알았다. 각 소대에 잘 전달하고!”

“알겠습니다.”

3소대장이 소대장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오늘 대항군이 움직일 수 있으니까. 다들 수색에 신경을 쓰도록 하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각 소대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오상진은 없었다.

그 시각, 박중근 하사는 1소대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너희도 알다시피 오늘 오전에 소대장님은 없다. 그래서 내가 지휘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포탄 찾았다고 정신이 많이 해이해진 것 같다. 다들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자.”

김우진 병장이 박중근 하사의 마지막 말을 듣고 인상을 썼다.

“아, 진짜! 박 하사님 너무 하시네. 굳이 저런 말을 해야 했나?”

“그러게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이 동조를 하며 말을 거들었다. 가만히 듣던 이해진 상병이 뭔가 있다는 것을 알고 물었다.

“진모야, 무슨 일 있어?”

“아까, 담배 피우다가 한소리 들으셨습니다.”

“왜?”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슬쩍 몸을 돌려 일병 왕고인 한태수 일병에게 말했다.

“야, 지금 분위기 알지? 애들 입조심 잘 시키고.”

“네, 알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밑에 애들을 불러놓고 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훈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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