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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44화 (44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44화

39장 착하게 살아요(12)

“야, 상진아. 이거 어디서 나는 냄새야? 아주 달달하다?”

“아마 1소대일 겁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사실 오상진도 알고 있었다. 최강희가 보낸 부식을 확인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물었다.

“너희 소대? 도대체 뭘 먹기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냐?”

“한번 가 보시겠습니까?”

“그래, 가 보자.”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1소대로 향했다.

“야, 뭘 그렇게 맛있게 먹냐?”

김일도 병장이 밥을 먹다가 일어났다.

“충성, 1소대 식사 중.”

“됐어. 됐어. 뭘 인사는……. 그런데 뭘 그렇게 맛있게 먹기에 냄새가 좋냐.”

김철환 1중대장이 힐끔거렸다. 그런데 밥 위에 다들 뭔가를 얹어 놓고 먹고 있었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중대장님, 소대장님, 두 분 식사 전이시면 같이 하시지 말입니다.”

“그런데 너희들 밥 위에 다 뭐냐?”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상진이 슬쩍 다가와 말했다.

“최강철 이병, 누나분께서 부식을 보내줬습니다.”

“야. 이건…….”

“제가 다 확인했습니다. 대부분 PX에 있던 것입니다. 다만, 좀 고급진 것뿐입니다.”

“그래도…….”

김철환 1중대장이 난감해했지만 침은 꿀꺽 삼켜졌다.

“맛있긴 하겠네.”

“네. 그렇지 말입니다. 어서 이리와 앉으십시오.”

“그, 그럴까?”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곧바로 함박스테이크가 뜨거운 물에 들어갔다. 3분이 흐른 후 밥 위에 함박스테이크를 올렸다.

“중대장님 드십시오.”

“나 참……, 훈련 와서 이런 음식은 또 처음이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꽁치 김치찌개는 누가 끓였냐?”

“이병 노헌래!”

노헌래 이병이 힘차게 손을 들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야, 맛나게 잘 끓였다. 잘했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1소대는 아주 맛난 저녁 식사를 했다.

16

오상진이 쉬고 있는 1소대 천막을 방문했다. 1소대원들은 모두 덜덜 떨며 천막에 앉아 있었다.

“자, 다들 춥냐?”

“아, 아닙니다.”

“아니긴. 그래도 오늘 불침번 근무는 서야 하니까. 새벽에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그러니까, 방한복을 잘 입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시각 21시 50분, 22시까지 소변 볼 사람은 보고, 모두 취침할 수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래, 점호 마친다. 다들 무사히 잘 자길 바란다. 그럼 잘 자라.”

“안녕히 주무십시오.”

1소대원들이 힘차게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2소대 쪽으로 갔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이 침낭을 펼쳤다.

“와. 얼굴이 얼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얼굴은 또 어떻습니까? 이거 보십시오. 입김이……. 후우, 후우.”

최강철 이병이 입김을 불어댔다. 뿌연 입김이 나왔다.

“자! 이거 받아서 침낭 안에 넣어. 특히 발 쪽으로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해진 상병은 침낭에서 신문지를 꺼내 뭉쳤다. 그것을 다시 전투화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해야, 낮에 물먹은 전투화가 아침에 뽀송뽀송해져. 물론 좀 얼기는 하겠지만 나름 임시방편이니까.”

“가, 감사합니다.”

“이런 노하우, 나도 윗 선임자에게 배운 거야. 너도 잘 기억했다가, 다음 혹한기 때 후임에게 알려줘.”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양말을 신은 채로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찌릿찌릿한 냉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으으으으. 추워라! 아씨!”

김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다들 춥기는 마찬가지지만 참고 있었다.

“X발, 무슨 혹한기는 혹한기야. 이러다가 진짜 입 돌아가는 거 아냐?”

“서, 설마 그러겠습니까?”

구진모 상병이 말했다.

“야, 진모야.”

“네.”

“오늘 너 근무 없지?”

“없습니다.”

“좋겠다. 젠장…….”

구진모 상병이 고개를 홱 돌렸다.

“김 병장님은 있습니까?”

“나? 나도 없지롱.”

“에이 뭡니까?”

“아, 몰라. 추워서 그래. 추워서.”

김우진 병장은 침낭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구진모 상병 역시도 자꾸 꼼지락거렸다.

“야, 잠 좀 자자! 왜 이렇게 꼼지락거려.”

“죄송합니다. 솔직히 완전 불편하지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 자리가 약간 경사가 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똑바로 눕지 못하고 있었다.

“참아! 그대로 참으면 알아서 잠이 올 거야. 이것들이 아직 훈련을 덜 했네.”

김일도 병장의 한 마디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최강철 이병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병님.”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불렀다.

“왜?”

이해진 상병 역시 아직 잠을 자고 있지 않았다.

“몸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아니, 딱딱했던 등이 뭔가 질퍽질퍽한 느낌이지 않냐 말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움찔움찔하며 물었다. 이해진 상병 역시 똑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아마 우리 체온 때문에 꽁꽁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했기 때문일 거다.”

“아…….”

최강철 이병이 이해가 되었다. 침낭 속 얼굴만 빼꼼히 내민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이해진 상병 말대로 발끝 부분이 취약해 그곳에 핫팩 두 개를 터뜨렸다.

그러자 잠시 후 침낭 속에 제법 따뜻해졌다. 자신의 체온과 핫팩의 기운이 이제야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 상태로 잠이 들었다. 천막 밖에는 영하 20도의 강추위였지만 이제 천막 안은 나름 버틸 만했다.

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강철 이병은 그 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잠이 들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침낭에 들어가서 애벌레가 된 1소대원은 서로의 체온을 의지하며 밤을 보냈다.

17

부스럭, 부스럭.

최강철 이병이 몇 번의 뒤척임을 하다가 눈을 떴다. 얼굴은 여전히 추위에 노출된 상태였지만 몸은 아직 따뜻했다.

“하아…….”

입김을 불어내 보았다. 어둠 속이지만 입김이 보이는 듯했다. 슬쩍 팔을 빼내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일어날 시간이네.”

최강철 이병은 불침번 말번이었다. 본능적으로 잠에서 일어났다. 사실 자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막말로 따뜻한 침낭 안에서 잠을 자는데 근무시간이라고 깨우는 것이 얼마나 싫겠는가.

하지만 최강철 이병은 이등병이었다. 춥고 힘들지만 해야 할 것 해야 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때 전 근무자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손전등 하나를 켜고 누군가를 찾는 듯했다.

“이병 최강철. 일어났습니다.”

“어어? 그, 그래.”

최강철 이병은 주섬주섬 복장을 갖추기 시작했다. 최강철 이병은 복장을 갖추면서 잠을 자고 있는 다른 소대원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전투화를 꺼냈다. 하룻밤 사이에 얼어 있었지만 그래도 신문지 때문인지 안은 어느 정도 괜찮았다. 전투화까지 다 신고, 밖으로 나왔다.

“으으으으, 춥다.”

방한복에, 방한 장갑까지 착용했지만, 천막 밖은 뼛속까지 시려오는 차가운 공기에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보고하고 오겠습니다.”

천막 밖에는 저번 근무자가 서 있었다. 다른 소대 고참이었다.

“빨리 갔다 와.”

“네.”

최강철 이병이 중대장 천막으로 향했다. 그곳이 임시 당직사령 장소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후끈 열기가 느껴졌다. 한 곳에 난로가 켜져 있었다.

‘우와, 따뜻하다.’

최강철 이병이 느낀 첫 감정이었다. 그때 오상진이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다가 부스스 눈을 떴다. 최강철 이병이 바로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충성, 이병 최강철 용무 있어 왔습니다.”

“어어, 강철이 뭐냐?”

오상진의 물음에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불침번 근무 교대하겠습니다.”

“알았다. 전 근무자에게 인수인계 잘 받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최강철 이병이 입은 방한복을 확인했다.

“내복은 입었지?”

“네.”

“그래, 나가서 근무 서.”

“충성. 이병 최강철 가 보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조금 전까지 따뜻했던 기운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다시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전 근무자에게 갔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니다. 많이 추우니까. 저쪽에 가서 근무서! 거긴 바람이 잘 안 불더라.”

“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전 근무자는 자신의 소대 천막으로 들어갔다. 이제 최강철 이병은 병사들이 일어날 06시까지 근무를 서면 되었다.

“후우…….”

다시 힘차게 입김을 불었다. 금방이라도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가 최강철 이병의 몸을 감쌌다. 잔뜩 웅크린 채 전방을 응시했다.

“춥긴 춥다! 진짜로 혹한기 훈련은 이 추위를 견디는 싸움이네.”

최강철 이병이 할 일은 딱히 없었다. 그저 천막 주변을 감시하며 행여 있을지 모르는 거수자를 통제하면 되었다.

일반 산속이다 보니 민간이 올 수 있었다. 혹여, 대항군의 공격도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주변을 잘 살펴야 했다.

“뭐, 첫날부터 대항군이 오지 않겠지?”

최강철 이병은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는 별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뭔가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어?”

최강철 이병의 눈빛이 번뜩였다. 곧바로 총을 들며 경계를 했다. 아직 아침 해가 뜨지 않았기에 전방은 어두컴컴했다.

“분명 인기척이 들렸는데…….”

2소대 천막을 안으로 들어갔다. 전 근무자는 어느새 참이 들었는지 조용했다.

‘여기가 아니라면?’

최강철 이병은 3소대 천막 쪽으로 향했다. 3소대 천막 쪽도 고요했다. 4소대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무슨 소리였지?’

순간 최강철 이병은 잔뜩 겁을 먹었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덜컥 겁이 났다.

‘서, 설마 대항군?’

최강철 이병의 눈이 번쩍였다. 곧바로 머릿속에서 어떻게 상황에 대처해야 할지 떠올렸다.

‘먼저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이게 먼저인가? 아니면 지금 보고를 해야 하나? 아, 진짜 모르겠네.’

최강철 이병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다시 한번 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정확히 소리가 들린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저곳이다. 대항군이라면 절대 혼자 오지 않았을 텐데…….’

최강철 이병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손과 발이 덜덜 떨리며 총을 들었다.

그리고 앞에서 불쑥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최강철 이병이 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꼬, 꼼짝 마! 우, 움직이면 쏜다!”

“…….”

검은 그림자는 우뚝 멈췄다. 최강철 이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바, 바다.”

“…….”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최강철 이병은 속으로 진짜 대항군인지 겁이 덜컥 났다.

‘아니야, 세 번은 불러야지.’

최강철 이병은 다시 한번 가다듬고 암구호를 외쳤다.

“바, 바다.”

“파도.”

암구호가 들려오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누, 누구냐.”

그러자 참지 못한 검은 그림자가 입을 열었다.

“야, 인마. 내 불침번 근무자잖아. 넌 같이 서는 근무자 체크도 안 하냐?”

“네?”

최강철 이병이 화들짝 놀랐다. 검은 그림자가 앞으로 나왔다. 최강철 이병이 슬쩍 플래시를 켰다. 그 앞에 3소대 강우석 상병이 서 있었다.

“가, 강 상병님.”

“너, 인마…….”

강우석 상병은 하도 어이가 없는지 한참을 최강철 이병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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