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43화
39장 착하게 살아요(11)
“자, 1소대.”
“네!”
“오늘 수색하느라 수고 많았다. 그리고 뜻밖의 성과도 있었고 말이지. 대대장님께서 특별 지시로 오늘 1소대의 훈련은 더 이상 없다. 다들 천막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와아아아. 좋네!”
“지금 몇 시야?”
“오후 3시밖에 안 되었는데 말입니다.”
“강철이 덕분에 우리 중대가 편히 쉬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나태해지지 말고, 이제 혹한기 훈련 첫날이다. 바짝 긴장들 해.”
“네. 알겠습니다.”
“그래. 쉬어라!”
오상진이 얘기를 하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해진 상병이 손을 들었다.
“상병 이해진. 질문 있습니다.”
“그래, 해진아.”
“출발 전에 말입니다. 소대장님께서 지뢰 찾으면 휴가 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강철이가 지뢰보다 더 큰 포탄을 발견하지 않았습니까. 이것도 포상휴가 주는 겁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준다!”
“와, 그럼 대대장님 포상휴가에 중대장님 포상휴가까지 말입니까?”
“아마도?”
“대박!”
김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최강철 이병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실룩거렸다.
“어쨌든 소대장이 약속했고, 약속대로 할 거다. 부대 복귀하면 강철이는 소대장에게 말하면 된다.”
“이병 최강철. 알겠습니다.”
“그래. 이제 쉬어라.”
오상진은 자신의 할 말을 다 하고 천막을 나섰다. 그러자 곧바로 소대원들이 최강철 이병에게 갔다.
“야, 축하한다. 포상휴가!”
“감사합니다.”
“넌 진짜 운도 좋다. 어떻게 거기서 포탄을 발견하냐.”
“운이 좋았지 말입니다.”
그때 김우진 병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잊지 마라. 수색할 때 누가 자리 바꿔줬는지. 나도 조금은 지분 있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그, 그래!”
김우진 병장이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무척이나 쪽팔렸다. 그건 옆에 앉아 있는 구진모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김 병장님.”
“왜?”
“방금 조금 유치했지 말입니다.”
“아, 알어! 그러니까, 닥쳐.”
“넵!”
구진모 상병이 입을 닫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어깨가 들썩였다.
15
산에 있을 때 해는 빨리 졌다. 날이 어둑어둑해진 상태에서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1소대는 천막에서 휴식을 취했다. 날씨는 추웠지만 그래도 천막 안은 사람들의 체온이 있어서 그런지 약간의 온기는 있었다.
“조금 춥긴 하지만 나름 괜찮습니다.”
“왜?”
최강철 이병의 말에 이해진 상병이 물었다.
“내무실에서 생활하다가 천막에서 생활하니 좀 색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처음이라 그래. 처음! 그리고 밤이나, 새벽만 되어봐. 그 추위는…….”
이해진 상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난 혹한기 훈련 때가 떠올랐던 모양이었다. 새벽에 얼마나 추웠는지 상상만 해도 몸이 떨려왔다.
“진짜 춥습니까?”
“그래,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말이야. 그래서 혹한기 훈련을 생존이라고 부르는 거다.”
“아…….”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은 공감을 못 하는 듯했다. 그때 오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식사 추진하러 가야 하니까. 오늘 저녁은 1소대에서 가지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대답하고 물었다.
“식사 추진 갈 사람?”
그러자 곧바로 지원자 세 명이 일어났다.
“상병 구진모.”
“일병 조영일.”
“이병 최강철.”
김일도 병장이 그 세 사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심히 다녀와라.”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구진모 상병과 조영일 일병, 최강철 이병 이렇게 세 사람이 천막을 나갔다. 오상진은 천막에서 나온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너희 세 명이 가는 거냐?”
“네. 그렇습니다.”
“알았다. 60 트럭에 올라타.”
“네.”
단독군장에 총을 휴대한 후 트럭에 올라탔다. 지금은 혹한기 훈련이기 때문에 항시 단독군장 차림으로 돌아다녀야 했다.
“자, 출발하자.”
오상진이 조수석에 올라탄 후 운전병에게 말했다. 1중대가 있는 곳에서 야외 취사장까지의 거리는 차로 약 10분 거리였다. 본부중대와 지휘 통제실, 대대장님이 계신 곳이기도 했다.
차에서 내린 오상진이 말했다.
“소대장은 지휘통제실에 다녀올 테니까. 너희들은 식사 수령해.”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취사장 쪽으로 갔다. 그곳에 많은 병사가 모여 있었다. 모두 식사를 받아가기 위함이었다. 그 속에 상사 민용기 대대 행보관이 그곳을 통제하고 있었다.
“너희 몇 중대야?”
“1중대입니다.”
“1중대? 가만있어 봐.”
민용기 상사가 체크를 하더니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1중대는 이거! 이거 가져가.”
큰 반합 통 5개가 있었다. 구진모 상병이 내용물을 확인했다. 밥과 국, 그리고 김치, 반찬 두 가지 더 있었다.
“행보관님 이거 가져가면 되는지 말입니다.”
“그래, 새끼야. 바빠 죽겠는데 몇 번을 물어보고 있어.”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살짝 무안한 얼굴이 되었다.
“이거 가져가자.”
“네.”
세 사람의 두 번의 움직임으로 60 트럭에 실었다. 잠시 후 오상진이 나왔다.
“식사 수령했냐?”
“네. 그렇습니다.”
“그래, 가자!”
“네.”
다시 10분을 달려 1중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강하게 소리쳤다.
“밥 가져가라!”
그리고 소대원들이 우르르 반합을 가져와 반찬과 밥, 그리고 국을 수령해 갔다. 1소대도 식사를 수령했다. 1소대원들이 쭉 둘러앉았다.
“드디어 때가 왔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1소대원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4소대원 중 한 명이 지나가면 한 마디 툭 던졌다.
“니들 먹을 것 있냐? 얘기 들어보니까, 니들 부식 다 털렸다며?”
김일도 병장은 조금 전까지 좋던 기분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뭐 인마? 누가 그래?”
“누가 그러긴 이미 소문 다 났던데. 뭐, 정 부족하면 우리가 부식 좀 주고! 워낙에 많이 사서 말이지.”
4소대 분대장이 비꼬오며 말했다. 김일도 병장이 인상을 썼다.
“됐거든! 우리도 부식 많아. 이번 주 안으로 다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쯧쯧쯧, 허세는…….”
4소대장 분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김일도 병장은 더욱 발끈했다.
“이 자식들이…….”
김일도 병장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김우진 병장이 옆으로 다가왔다.
“이대로 당하실 겁니까?”
“당해? 누가 당해?”
“그럼 초반에 기를 팍 죽여 버리지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럴까?”
“네. 함박에 꽁치 김치찌개 어떻습니까? 어차피 저녁에 해 먹으라고 고체 연료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다른 소대들도 나름 물을 끓이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해야지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참에 확실하게 보여줘야겠지.”
“물론입니다.”
“좋았어. 오늘은 함박에 꽁치 김치찌개로 가자! 준비해!”
“네.”
김우진 병장이 바로 일어나며 말했다.
“오늘 저녁은 함박에 꽁치 김치찌개다. 누가 요리를 잘하지?”
“이병 노현래. 제가 하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의 눈빛이 반짝였다. 김우진 병장은 살짝 의심의 눈초리를 지었다.
“현래, 너 요리 잘해?”
“제가 자취 생활만 3년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맛있게 끓일 자신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믿고 맡긴다.”
“네.”
그때 김일도 병장이 일어나며 말했다.
“좋아, 노현래. 오늘 너의 임무는 가장 맛있는 꽁치 김치찌개를 끓이는 거다. 할 수 있나?”
“할 수 있습니다.”
“좋았어! 투입!”
“투입!”
김우진 병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일도 병장을 봤다.
“김 병장님 현래, 요리 못 하지 않습니까?”
“자취 생활만 3년이라고 하잖아. 믿고 맡겨봐. 그리고 저 재료로 망치면 진짜 사람이 아니지.”
“하긴 이 재료는 그냥 넣어 끓여도 맛있지 말입니다.”
“그렇지. 그러니 절대 실패는 없다는 말이지.”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녁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부식이 가득 든 더블 백에서 3분 함박스테이크를 꺼냈다.
이미 박스는 제거하고 내용물만 들고 왔다. 그리고 꽁치 통조림 하나를 꺼내왔다.
그 사이 이해진 상병은 낮에 화장실을 지었던 것처럼 불을 지필 준비를 했다.
훈련 중이고, 겨울에는 산에 불을 지필 수가 없었다. 대신 고체 연료로 물을 끓일 수는 있었다.
“좋아. 라이터!”
“여기 있습니다.”
고체 연료에 라이터 불로 불을 붙였다. 연기가 나지 않고 뜨거운 불로 충분히 반합 속 물을 데울 수 있었다.
아, 참고로 물은 취사장에서 물통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꽁치 김치찌개를 끓일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후후후, 오늘 우리 1소대는 1인 1함박이다.”
“와아아아아!”
소대원들이 눈을 반짝이며 좋아했다. 곧바로 물 끓는 곳에 함박을 넣고 3분을 기다렸다. 그렇게 총 12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저기 김일도 병장님.”
꽁치 김치찌개를 담당한 노헌래 이병이 난감한 얼굴로 다가왔다.
“왜?”
“꽁치 뚜껑을 딸 것이 없습니다.”
“뭐?”
김일도 병장도 당황했다. 뚜껑이 다 막혀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합니까?”
잠시 고민을 하던 이해진 상병이 대검을 꺼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지 말입니다.”
돌멩이를 하나 구해 와서는 대검으로 뚜껑을 내리찍었다.
딱! 딱! 딱!
이런 식으로 구멍을 내서 꽁치 뚜껑을 땄다.
“와, 이해진이!”
김우진 병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자식, 똑똑한 줄을 알았지만, 이 정도였어?”
“아닙니다.”
이해진 상병이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야, 잘했어! 하마터면 꽁치 김치찌개 못 먹을 뻔했다.
“네.”
그렇게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에 꽁치가 투하되었다. 그 상태로 몇 분을 더 끓였다. 노헌래 이병이 살짝 맛을 보더니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 끝났습니다.”
“그래?”
김일도 병장의 표정이 밝아지고, 곧바로 꽁치 김치찌개가 등장했다.
“우와, 훈련 나와서 이런 음식을 먹을 줄이야.”
“저도 놀랐습니다. 어떻게…….”
“야, 이게 다 최강철 이병 누나 덕분이다. 모두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 먹자!”
“네!”
1소대원들은 함박스테이크가 올라간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잘 끊여진 꽁치 김치찌개를 한 숟갈 떠서 먹었다.
“허어, 허어. 뜨거…….”
하지만 세상 그 어떤 김치찌개보다 맛있었으며, 5성급 호텔에서 나온 함박스테이크보다 고급이었다.
함박스테이크의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아 사라졌다. 그리고 김치찌개가 입안의 느끼함을 한 번에 없애 주었다.
“진짜 맛있습니다.”
“헐헐헐, 내 평생 군대에서 이런 고급진 음식을 먹다니…….”
다들 혹한기 훈련 첫날인데도 너무나도 행복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편, 김철환 1중대와 오상진은 식사하기 전 중대원들이 밥을 잘 먹고 있는지 확인 차 들렸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주 맛난 냄새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