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42화
39장 착하게 살아요(10)
“어? 이게 뭐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포…… 탄 같지 않습니까?”
“포탄? 강철아, 좀만 더 파보자.”
“네.”
두 사람은 구멍을 좀 더 넓게 해서 땅을 팠다. 그러자 포탄의 옆면이 드러났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맞지 말입니다. 이거 포탄 맞지 말입니다.”
오랜 세월 땅속에 있어서 그런지 녹이 슬고, 색이 바랬지만 확실히 포탄이 맞았다.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말했다.
“강철아, 일단 물러나 있어.”
“하, 하지만…….”
“됐고, 일단 물러나!”
“네.”
그리고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저 멀리 오상진이 보였다.
“소대장님! 소대장님!”
이해진 상병이 오상진을 불렀다. 오상진은 수색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왜?”
“여, 여기 좀 와보십시오. 포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포탄?”
그 소리에 주위에 있던 1소대원 전원이 이해진 상병에게 향했다.
“포탄? 진짜야?”
“진짜 포탄 찾았어?”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상진은 믿지 않았다. 박중근 하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이고, 저놈의 자식들. 포상휴가를 받고 싶어서 난리가 났네. 소대장님 제가 한번 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박 하사가 한번 가 보세요.”
“네.”
박중근 하사가 그곳으로 갔다. 오상진은 수색을 멈추고 지켜봤다. 박중근 하사가 화들짝 놀라며 오상진을 봤다.
“소대장님, 이리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박중근 하사의 말에 오상진 역시도 약간 놀라고 있었다.
“뭐야? 진짜야?”
오상진이 재빨리 박중근 하사 곁으로 가 보았다.
“뭡니까?”
“지, 진짜인 것 같습니다.”
“정말 포탄입니까?”
“네.”
오상진이 재빨리 땅 판 곳을 확인했다.
“지, 진짜네…….”
땅이 파여 있고, 그곳에 확실히 포탄이 있었다.
“바, 박 하사 일단 병력 물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심각한 얼굴로 김일도 병장을 불렀다.
“일도야.”
“병장 김일도.”
“잠시 수색 멈추고 소대원들 100m 후방으로 물러나 있어. 어서!”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소대원들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오상진은 무전을 때렸다.
“여기는 섹터, 섹터! 찰리 나와라, 오버!”
오상진이 무전을 때려도 응답이 없었다.
“왜, 답이 없지?”
그러곤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안테나가 한두 개가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씨…….”
휴대폰 안테나를 꺼내 이리저리 휙휙 돌려봤다. 안테나가 올라갔다가 떨어지길 반복했다. 일단 안테나 2개가 뜨는 지점에 멈춘 후 전화를 했다.
“충성, 1소대장입니다. 지금 저희 위치로 중대장님 한번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아무래도 불발된 포탄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뭐야? 진짜야?
“네. 그렇습니다.”
-알겠어. 거기 위치 어디야?
“저희 위치는…….”
오상진이 지도를 펼쳐 현재 위치를 좌표로 알려주었다.
-알았어. 금방 갈 테니까. 소대원들 접근 금지시켜.
“이미 조치했습니다.”
-잘했다. 지금 가마.
전화를 끊고, 약 30분 후 헐레벌떡 김철환 1중대장이 뛰어 올라오고 있었다.
“중대장님.”
“하아, 하아. 어디냐?”
“네, 바로 저곳입니다.”
오상진이 가리킨 곳을 김철환 1중대장이 바라봤다.
“젠장, 엄청 빡세네. 일단 가 보자.”
“네.”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포탄이 묻혀 있는 곳으로 가 보았다.
“후우…….”
김철환 1중대장이 확인을 했다. 역시 그의 표정이 굳었다.
“포탄 맞네. 아무래도 6.25 전쟁 당시의 포탄인 것 같은데…….”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일어났다. 그리고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일단 훈련 중단하고, 1소대 철수해! 지금 당장, 대대장님께 보고 올릴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1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김철환 1중대장이 휴대폰을 꺼냈다. 역시나 안테나를 세워서 전화했다.
“충성, 1중대장입니다. 네, 현재 위치에 6.25 당시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 1정이 발견되었습니다. 네, 현재 병력은 철수시킨 상태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일단 위치 지정해 놓고 내려가자. 아무래도 대대장님께서 직접 오실 모양이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한종태 대대장이 나타났고, 사단에서 파견된 폭발물 처리반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것이 6.25 전쟁 당시 사용된 155㎜ 구경의 포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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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태 대대장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1중대를 방문했다.
“1중대장.”
“대위 김철환.”
“역시 자네 중대는 뭔가 한 건 한단 말이야. 수고했어!”
“네. 감사합니다.”
“그보다 발견한 병사는 누구야?”
“1소대의 최강철 이병이 최초 발견자입니다.”
“1소대? 오 중위의?”
“네. 그렇습니다.”
“역시…….”
한종태 대대장은 흐뭇한 얼굴로 1소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오상진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오 중위. 쉬어.”
“쉬어!”
1소대원들이 눈을 반짝이며 서 있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물었다.
“포탄 찾은 병사가 누구라고?”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재빨리 손을 들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이병이네?”
“네. 그렇습니다.”
“이병이 아주 큰일을 했어.”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역시 오 중위 소대구만. 안 그래?”
한종태 대대장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은 멋쩍게 웃었다.
“아무튼, 기분이다. 대대장 권한으로 이 친구 포상휴가 보내.”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힘차게 대답을 하며 입술을 실룩거렸다.
* * *
최강철 이병은 신이 났다. 절로 입가로 미소가 지어졌다. 옆에 있던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좋냐?”
“이병 최강철. 아, 아닙니다.”
“자식, 아니긴. 입이 찢어지려고 하네.”
“아, 보셨습니까?”
“인마, 안 보려고 해도 보이는 걸 어떻게 해.”
“이 상병님. 있지 않습니까. 역시 사람은 궁하면 통한다고……, 제가 어떻게 포탄을 발견할 수 있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나도 신기하다. 어떻게 거기서 불발탄이 나오냐!”
“저도 신기해 죽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좋아 죽으려고 했다. 그 모습을 김우진 병장이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으으으, 부러운 새끼! 으으, 운도 지지리도 좋은 새끼! 거기서 지뢰, 아니, 포탄을 발견할 줄은 누가 알았냐.”
김우진 병장은 앞서 걸어가는 최강철 이병의 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옆에 있던 구진모 상병이 말했다.
“김 병장님,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그러자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알아! 안다고 새끼야. 너는 꼭 내 속을 뒤집어 놔야겠냐?”
“제가 언제 말입니까.”
“방금! 방금 말했잖아.”
“전,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닥쳐, 그 입!”
“네.”
구진모 상병이 괜히 말했다가 혼이 났다.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 말이야. 원래 그 수색하던 자리가 처음에 내가 아니었냐?”
“맞습니다. 김 병장님 자리였지 말입니다.”
“그런데 내가 왜 끝으로 갔지?”
“에이, 김 병장님이 소대장님하고 되도록이면 멀리 떨어져야 한다면서 강철이랑 자리 바꿨지 않습니까.”
“내가?”
김우진 병장은 전혀 몰랐다는 듯 말했다. 구진모 상병이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맨 처음 말입니다. 김 병장님이 원래 강철이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수색하기 전에 자리를 바꾼 겁니다. 기억 안 나십니까?”
구진모 상병의 말을 듣고, 그제야 기억이 난 김우진 병장이었다.
“아, 맞다! 내가 그랬었지…….”
“그런 겁니다.”
“미쳐, 내가 왜 그랬지? 진모야, 내가 왜 그랬을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발견하는 건데. 그럼 포상휴가는 내 차지인데…….”
“이미 버스가 한 참이나 지나갔습니다. 손을 들어 불러도 소용없습니다.”
“하아…….”
김우진 병장이 어깨가 축 늘어졌다. 구진모 상병은 그런 김우진 병장을 위로했다.
“혹시 압니까? 포탄이 하나만 있을지?”
순간 김우진 병장의 얼굴이 홱 하고 들려졌다.
“그렇지? 하나만 있겠냐? 그렇지?”
“네. 포탄 하나가 있다면 분명 다른 포탄도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좋았어. 그럼 내일도 수색이라고 했냐?”
“네. 일단은…….”
“다 죽었어. 내일 꼭 포탄이든 지뢰든 발견해서 포상휴가 꼭 따고 만다.”
김우진 병장의 눈빛이 어느 순간 활활 타올랐다.
* * *
한편, 오상진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거기서 포탄이 나올 줄이야.”
박중근 하사도 피식 웃었다.
“참 신기하지 말입니다. 이런 험악한 산 중에 불발탄이라니 말입니다. 그것도 6.25 때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박 하사도 신기하죠?”
“네. 그보다 전 강철이가 더 신기합니다. 어떻게 넓고 넓은 산에서 포탄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그건 뭐,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 아! 아니다.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있습니다.”
“뭡니까?”
“의지!”
“네?”
“꼭 지뢰를 찾고 말겠다는 의지 말입니다. 아마도 그 의지가 포탄으로 이어졌나 봅니다.”
오상진의 말에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의지라면 출발 전에 지뢰 찾으면 포상휴가 주겠다는 그것 말입니까?”
“네. 아마도 강철이가 포상휴가가 엄청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포상휴가야 모든 군인이 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거 가지고는…….”
“그렇긴 한데, 강철이는 그 의지가 강했다는 거죠. 남들은 에이, 설마 여기에 지뢰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반면, 강철이는 꼭 지뢰를 찾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아? 그랬습니까?”
“네. 좀 더 특별했다고 할 수 있죠.”
“강철이가 포상휴가를 원한 큰 이유가 있습니까?”
박중근 하사의 물음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네. 있죠.”
“그 이유가 뭡니까?”
“그 녀석 요즘 연애하거든요.”
“연애요?
“네. 아주 푹 빠졌습니다. 가까이 가면 활활 타오를 정도로 말이죠.”
“하하핫.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지뢰를 찾았던 거군요.”
“네. 그 의지가 강해서 아마도 포탄을 찾았나 봅니다.”
“하긴 그 의지라면…….”
박중근 하사가 피식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참, 그런데 소대장님. 원래 이곳은 혹한기 때마다 오는 곳 아닙니까?”
“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발견되다니…….”
“그만큼 강철이 녀석이 운이 좋았다는 거죠. 그리고 군에 발견되어서 다행이고 말입니다. 행여나 민간인에게 발견되었다가 터져 버리면…….”
“오오오, 그러면 안 되죠. 아무튼, 잘된 일입니다. 강철이는 포상휴가도 받고 말이죠.”
“네. 잘된 일입니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내려왔다. 김철환 1중대장이 소대장들을 모았다.
“애들 휴식 취하게 하고, 1소대장은 저녁 식사 전에 식사 추진하고.”
“네. 알겠습니다.”
“다들 고생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오상진도 다른 소대장들에게 말했다.
“자, 모두 각자 소대로 가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시죠.”
“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인사를 하고 각 소대 천막으로 향했다.
오상진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