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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41화 (44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41화

39장 착하게 살아요(9)

“그렇지! 작년에도 여기서 똥을 누는데 말이야. 딱 내려가자마자 그대로 얼어버리는 거야. 그만큼 추웠다는 거지.”

“와, 대박.”

“아마 올해도 그 장면을 직접 보지 않을까 싶다! 쿡쿡쿡!”

이해진 상병이 웃었다. 아무래도 그때의 일이 상상이 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최강철 이병과 이해진 상병은 이해를 못했다. 그저 약간 더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에이, 설마 자기가 싼 똥을 직접 보겠습니까?”

“안 보려고 해도 보게 될 거야.”

“아아아아, 저는 절대로 똥 안 쌀 겁니다. 변비에 걸려도 참고 참았다가 부대 복귀하면 쌀 겁니다.”

“후후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해진 상병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조영일 일병은 고개를 흔들었다.

“진짜입니다.”

“알았다. 알았어. 잘 참아봐. 이제 화장실도 만들어졌으니까. 가자!”

“네.”

최강철 이병은 야삽을 챙겨서 천막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힐끔힐끔 화장실을 바라봤다. 나름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 조영일 일병이 화장실을 다 만든 사이 천막 역시 다 쳐져 있었다.

내부에서 돌을 걷어낸 후 두꺼운 비닐을 가져왔다.

“비닐 안 찢어지게 잘 깔아!”

“네.”

천막 양옆으로 비닐을 깔았다. 그 위로 박스를 깔아 땅의 찬 기운을 막았다.

“야, 박스 좀 더 가져와.”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후다닥 움직였다. 그사이 내부는 빠르게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다.

“매트리스 가져와!”

그리고 내무실에서 챙겨왔던 매트리스를 양옆으로 나란히 깔았다. 그 위에 모포를 깔면 준비 끝이었다.

그사이 중대본부에서 나온 통신병들이 전원을 깔아주고 있었다.

“아저씨를 잠시만요.”

어느새 끌고 온 전선을 천막 위, 양옆에 설치해 주었다. 바로 전등이었다.

“우와, 전등까지 설치해 줍니까?”

“그럼. 대대장님 머무는 텐트에는 TV 안테나까지 있다.”

“네? 정말입니까?”

“그래. 몰랐어?”

최강철 이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후, TV뿐만이 아니라. 전화기에 간이침대, 무엇보다 난로까지 설치된다는 거야.”

“와, 대박.”

최강철 이병이 눈을 크게 떴다. 엄청나게 부러운 눈치였다.

“그럼 대대장님은 엄청 따뜻하겠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우리는…….”

최강철 이병이 숨만 쉬어도 입김이 나오는 천막 안을 훑었다. 뭔가 갑자기 스스로의 처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낮이라 이 정도지. 밤이 되면 말이야.”

이해진 상병이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 팔을 비비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만큼 추운 날씨라는 것이다.

그 뒤로도 총기 거치대를 가져와 설치하고, 군장은 한 곳에 나란히 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식이 담긴 더플백 역시도 가져와 놓았다.

“자, 준비 다 됐지?”

“네.”

“화장실도 문제없고?”

“네. 그렇습니다.”

“천막도 이상 없고, 부식도 이상 없고. 모든 것이 이상 없습니다.”

“좋았어!”

김일도 병장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다가왔다.

“일도야, 다 끝났냐?”

“네. 그렇습니다.”

“그럼 점심 먹게 준비해라.”

“오늘 점심은 뭡니까?”

“당연히 전투식량이지.”

“알겠습니다.”

“인원 체크해서 가지러 와라.”

“네.”

오상진이 다시 중대 천막으로 갔다. 그곳은 1중대 상황실 겸 중대장 숙소였다.

김일도 병장이 전투식량이 담긴 박스를 가지고 왔다.

“얘들아, 모여라. 점심 먹자.”

“네.”

1소대원들이 모였다. 모두 잔뜩 기대에 찬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전투식량을 마주해야 했다.

“하아, 점심도 전투식량입니까?”

“괜찮아. 그래도 저녁을 맛있게 먹으면 되잖아.”

“그건 그렇지 말입니다.”

“그보다 참치캔이라도 꺼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우진 병장의 말에 소대원들 전부 눈빛을 반짝였다. 모두들 부식을 바라고 있는 눈빛이었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자식들……. 알았다. 참치 꺼내!”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고추참치로 꺼내! 다른 거 말고!”

“넵!”

그렇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을 전달받고, 목표한 곳으로 이동했다.

“자, 오늘 오후는 수색이다. 특이사항이나, 조금의 이상이 있다면 언제든지 보고할 수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각 소대장들도 잘 확인해서 지도하도록.”

“네.”

소대장들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오상진이 1소대로 갔다.

“자, 오늘 우리가 수색할 곳으로 이동한다.”

오상진이 대답을 한 후 이동했다. 그 뒤로 통신병인 한태수 일병이 뒤를 따랐다. 1소대원들이 2열로 서서 이동했다.

김우진 병장이 가만히 있다가 손을 들었다.

“병장 김우진 질문 있습니다.”

앞서 걸어가던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다.

“어, 왜?”

“만약에 말입니다. 지뢰를 찾으면 어떻게 합니까?”

“지뢰 찾으면 바로 보고해야지.”

“에이, 소대장님 제가 묻는 것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뭔데?”

“적절한 보상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아닙니까.”

“적절한 보상? 있지. 중대장님께서 포상휴가 보내주신다고 한다.”

“진짜입니까?”

김우진 병장이 눈을 번쩍 떴다.

“그래. 그러니 열심히 수색해 봐.”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김일도 병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김우진 병장을 보며 말했다.

“야, 우진아. 말도 안 되는 걸 왜 물어보냐.”

“뭐가 말입니까?”

“넌, 이 산에 지뢰가 있다고 생각해?”

“당연히 없지 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해?”

“크크크, 분명 누군가는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수색을 할 거란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 모습에 김일도 병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이 추운 날 꼭 그래야겠냐?”

“뭐, 어떻습니까. 그리고 그 희망이라도 있어야. 수색에 열을 내지 않겠습니까?”

“아, 그래. 알았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우진 병장은 피식 웃었다.

김우진 병장의 바람과 같이 누군가의 눈빛이 엄청 반짝이고 있었다. 바로 최강철 이병이었다

‘휴가? 포상휴가라고?’

최강철 이병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뜨겁게 활활 타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휴가와 외박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이번 포상휴가 내가 꼭 타고 만다. 그리고 지현이와……. 으흐흐흐.’

최강철 이병은 여자 친구인 최지현과 놀 생각에 벌써부터 미소가 지어졌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툭 건드렸다.

“뭘 그리 실실 웃고 그래?”

“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오상진은 목표한 곳에 도착을 했다.

“자, 여기부터 산 중턱까지 수색을 하면서 올라간다. 훈련이지만 실전처럼 꼼꼼히 수색을 할 수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 길로 1소대원들은 일렬로 나란히 서서 수색을 시작했다. 최강철 이병은 총 끝에 대검을 꽂아서 땅을 푹푹 쑤시며 반드시 지뢰를 찾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 모습을 이해진 상병이 지켜보다가 물었다.

“강철아.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

“저 꼭 지뢰를 찾고 말 것입니다.”

“지뢰?”

“네.”

“에이,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마. 못 찾아.”

그러자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홱 들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야, 생각을 해봐라. 이 산에 지뢰가 있을 것 같냐?”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 아닙니까.”

최강철 이병은 정말 순수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해진 상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강철아.”

“이병 최강철.”

“넌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냐?”

“한국이지 말입니다.”

“그래, 한국! 저기 북한, 아니, 휴전선 비무장지대하고는 다른 그냥 토종 한국 산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런 곳에 지뢰가 있을 리 만무하잖아.”

“아까 소대장님께서는…….”

“소대장님께서도 그냥 한 말이지. 넌 그걸 믿어? 그냥 이번 수색 훈련은 행색만 갖추는 거야.”

“헐, 그럼 대검으로 그냥 쑤시는 것이 다입니까?”

“그래!”

순간 최강철 이병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여태껏 지뢰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땅을 쑤시고 다녔다. 그런데 그것이 다란다. 지뢰는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하긴 그러니까, 포상휴가를 걸었지. 아예 못 찾을 것을 아시니까.”

최강철 이병이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생각을 해봐라. 지뢰 찾는데 대검으로 쑤시는 것이 말이 되냐? 안 그래? 지뢰를 찾는다면 탐지기라도 줘야지.”

이해진 상병의 거듭된 말에 최강철 이병은 점점 더 힘이 쭉 빠졌다. 이해진 상병이 안쓰러운 얼굴로 최강철 이병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열심히 하는 것은 좋아. 그래도 적당히 해. 적당히.”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시무룩한 얼굴로 다시 수색을 시작했다. 처음과 달리 수색에 그리 열을 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다.

그렇게 약 1시간 동안 산을 타고 올라가던 중 최강철 이병이 건성으로 대검을 푹 쑤셨다. 그런데 대검 끝으로 뭔가 ‘띵’ 하고 걸리는 것이 있었다.

“응? 뭐지?”

최강철 이병은 다시 한번 그 자리를 쑤셨다. 역시 딱딱한 뭔가가 걸렸다.

“이 상병님 여기 뭔가가 있습니다.”

“뭐가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딱딱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돌 아냐?”

“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쇠인 것 같습니다.”

“쇠?”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갔다. 최강철 이병을 보며 물었다.

“혹시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캔을 착각한 거 아니야?”

“에이, 이 상병님도. 딱 봐도 깊은 산속인데 여기까지 등산객들이 오겠습니까?”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휙휙 돌려 확인을 하더니 말했다.

“하긴…….”

“제가 한번 파보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바로 땅을 팠다. 그 모습을 본 이해진 상병이 말렸다.

“야,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

“궁금하지 않습니까. 혹시 지뢰가 있을지도 모르잖습니까.”

최강철 이병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야, 아까 말했잖아. 지뢰는 없다고.”

“그래도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 마음대로 해.”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이 땅 파는 것을 멈추고 이해진 상병을 불렀다.

“이 상병님.”

“왜?”

“여기 좀 보시지 말입니다.”

“왜? 뭐가 있는데?”

“일단 와서 보시지 말입니다.”

이해진 상병이 다시 최강철 이병에게 다가갔다.

“왜?”

“이거 좀…….”

최강철 이병이 가리킨 곳은 땅을 판 자리였다. 이해진 상병이 확인을 하자 눈을 크게 떴다.

“어? 이게 뭐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거 포탄…… 같지 않습니까?”

“포탄? 강철아, 좀만 더 파보자.”

“네.”

두 사람은 구멍을 좀 더 넓게 해서 땅을 팠다. 그러자 포탄의 옆면이 드러났다.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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