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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39화 (43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39화

39장 착하게 살아요(7)

-그래서, 뭐가 필요한데?

“그게 말이야. 부식이 필요해.”

-부식? 뭔 부식?

“다음 주에 우리 혹한기 훈련을 나가는데 그에 필요한 부식을 준비해야 하거든. 그런데 내가 큰 실수를 했어.”

최강철 이병은 누나에게 설명을 했다.

“……일이 이렇게 되어서 내가 책임지기로 했단 말이야. 그러니 누나 부탁 좀 하자!”

-알았어. 누나가 어떻게든 해볼게.

“고마워, 누나.”

최강철 이병이 전화를 끊고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9.

최강희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홍보 전략팀 비서를 불렀다.

“네. 팀장님.”

“우리 팀원 중에…… 아니다. 김 대리 있죠?”

“네.”

“김 대리 잠깐 내 방으로 오라고 해줘요.”

“알겠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김 대리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팀장님.”

“혹시 말이에요. 혹한기 훈련이라고 알아요?”

“물론이죠.”

김 대리가 대답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또 최강철 군 때문에 그럽니까?”

“네.”

“아, 최강철 군 이제 혹한기 훈련 들어가는구나. 하긴 날짜가 그러네. 강철군 많이 힘들겠습니다.”

“그런데 강철이 말로는 부식이 필요하다던데. 맞나요?”

“꼭 필요한 것은 아닌데. 사실 밖에 훈련 나가면 먹는 것이 조금 부실하거든요. 그래서 내무실에서는 돈을 모아서 부식을 좀 장만해서 가져갑니다. 반찬 대용으로 먹기 위해서요.”

“아, 그렇구나.”

최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우리 강철이가 부식을 못 샀다네요.”

“아이고…….”

김 대리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최강희가 물었다.

“그래서 제가 부식을 좀 보내주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죠?”

“으음, 일단 외부에서 부대로 들어가는 음식물 중에 생(生) 날 것은 절대 안 됩니다. 일단 통조림이나, 3분 요리 정도? 그것도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네. 이왕 보내주실 거면 사발면이나, 아니면 라면 종류로 보내주시죠.”

“으음…….”

최강희는 진심 고민을 했다. 그런데 김 대리가 한마디 툭 던졌다.

“팀장님, 소대장님과 통화되신다면서요. 그럼 소대장님을 통해서 물건을 전달하면 몇 가지는 아마 가능할지도 모르죠. 물론 꼼수지만…….”

“아, 네에. 알겠어요. 내가 소대장님과 통화를 해볼게요.”

“네.”

김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최강희는 잠깐 생각을 하고는 휴대폰을 들었다.

“소대장님, 안녕하세요. 저 최강철 누나예요.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아, 네에. 가능합니다. 무슨 일이시죠?

“아, 사실 강철이가…….”

최강희도 오상진에게 설명을 해줬다. 오상진이 크게 웃었다.

-하하핫, 강철이가 그랬습니까?

“네. 그래서 제가 부식을 좀 보내 줄까 하는데요.”

-안 그러셔도 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강철이가 자신이 책임지고 부식을 마련하겠다고 했대요. 그래서 전 그 약속을 지켜주고 싶어요. 그러니 부탁 좀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적당히 보내주십시오. 너무 과하게 보내시면 안 됩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식품은 절대 안 됩니다.

“네. 알겠어요.”

최강희가 전화를 끊고, 김 대리를 봤다.

“뭐라고 합니까?”

“적당한 선에서 하라고 하네요. 그래서 말인데 김 대리가 좀 해줄래요? 전 아무것도 몰라서…….”

“네, 알겠습니다. 어렵진 않죠. 그런데 금액은…….”

“그래도 내 동생이 부탁을 한 것인데 자존심은 세워줘야 하지 않겠어요?”

“후후후,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김 대리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10.

그다음 날 저녁, 퀵 배송으로 위병소에 뭔가가 배달이 되었다. 그리고 위병소장으로부터 오상진에게 전화가 왔다.

“네, 오상진 중위입니다.”

-여기 위병소입니다. 오 중위님 앞으로 퀵이 왔는데 말입니다.

“퀵이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오상진은 관사에서 대충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위병소에 뛰어갔다.

“물건 왔다면서요?”

“아, 네에. 위병소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오상진이 안으로 들어가자, 라면 박스 2개가 떡하니 있었다.

“이겁니까?”

“네. 그런데 이거 뭡니까?”

위병소장이 물었다. 오상진이 순간 뜨끔하며 말했다.

“아, 이거 라면이에요, 라면. 제가 관사에 있으면서 두고 먹으려고요.”

“아, 그렇습니까.”

위병소장은 장교가 시킨 물건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조사는 하지 않았다.

“그럼 여기에 물품 신고서에 사인하고 가져가 주십시오.”

“네.”

오상진이 사인을 한 후 라면 두 박스를 들었다. 그런데 뭔가 묵직했다. 오상진은 관사로 가져가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강철이 누나가 보낸 것 같은데……. 뭔 부식을 넣었기에 이렇게 묵직하지?”

오상진은 힘들게 라면 박스를 가장한 부식을 자신의 관사로 옮겼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오상진은 1소대 내무실로 라면 박스 두 개를 가지고 갔다.

11.

오상진이 차에서 내렸고, 때마침 밖에 나와 있는 노현래 이병을 마주쳤다.

“현래야.”

“이병 노현래.”

“너랑, 강철이 불러서 차에 있는 박스 좀 가져가라.”

“네, 알겠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최강철 이병을 불러서 왔다. 오상진이 차 트렁크를 열자 박스 두 개가 있었다.

“이게 뭡니까?”

최강철 이병이 물었다.

“너희 누나가 보낸 거다.”

“저희 누나가 말입니까?”

최강철 이병이 깜짝 놀랐다. 그 순간 어제 전화한 것이 떠올랐다.

‘누나가 벌써? 그런데 왜 소대장님께서?’

최강철 이병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어제 너희 누나에게 전화가 왔더라.”

“아, 그렇습니까?”

“그래. 일단 가져가라.”

오상진은 별3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최강철 이병이 박스를 들었다.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무겁다. 도대체 누나는 뭘 넣은 거야?’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1소대 내무실로 가져갔다.

“야, 이게 뭐냐?”

“박스 2개?”

노현래 이병이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소대장님께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강철이 거라면서 말입니다.”

“강철이?”

김우진 병장도 얘기를 듣고, 박스를 봤다.

“열어봐.”

“네.”

박스를 개봉하자 주위에 있던 소대원들의 눈이 커졌다.

“우오오오오, 이게 뭐냐?”

“우와, 대박! 이거 전부 부식이지 않습니까.”

“헐, 3분으로 모두 다 요리할 수 있다는 그것입니다.”

“게다가 각종 통조림 보셨습니까? 프리미엄 참치. 이거 엄청 비싼 건데…….”

“이거 보십시오. 해, 햄까지 있습니다.”

소대원들은 박스 안에 든 부식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최강철 이병도 솔직히 놀라고 있었다. 누나가 이렇듯 완벽하게 부식을 보내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김일도 병장이 최강철 이병을 봤다.

“강철아, 어떻게 된 거냐?”

“밖에 있는 누나에게 SOS를 쳤을 뿐입니다.”

“그래?”

“네.”

그때 김우진 병장이 최강철 이병을 봤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이리와.”

김우진 병장이 손짓을 했다.

“네?”

“이리와 안겨.”

“무, 무슨 말씀이신지.”

“자식아, 안기란 말이야.”

최강철 이병이 다가갔다. 김우진 병장이 최강철 이병을 와락 끌어안았다.

“최강철, 야, 인마! 사랑한다.”

“기, 김 병장님…….”

최강철 이병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김우진 병장의 얼굴에 뿌듯함이 떠올랐다.

“난 널 믿었다. 책임진다고 했을 때, 너의 눈빛! 그 눈빛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어. 아, 이놈은 꼭 책임을 질 놈이다.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아, 네에…….”

“아무튼 아주 맘에 들어!”

김우진 병장이 흐뭇한 얼굴로 최강철 이병의 팔을 툭툭 쳤다.

“아, 아닙니다.”

최강철 이병이 김우진 병장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다. 막말로 최강철 이병은 김우진 병장에게 초반 서먹서먹했던 것은 풀었지만 칭찬은 받아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고작 이걸로 칭찬을 해주다니.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었다. 그 옆으로 이해진 상병이 다가왔다.

“좋냐, 강철아?”

“네, 좋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그 어느 때보다 뿌듯했다. 물론 처음부터 자신의 실수가 없었더라면 이런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실수가 오히려 잘된 것 같았다. 김우진 병장에게 칭찬도 듣고, 소대원들이 전부 좋아해서 말이다.

‘이야, 이제야 내가 소대원들에게 도움을 준 것 같네.’

최강철 이병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최강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진짜 고마워 누나!’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저, 잠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어어, 그래 다녀와.”

김우진 병장이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리고 부식 박스에 시선을 돌렸다.

“야, 저거 뭐냐?”

“이거 꽁치 통조림입니다.”

“그래? 그런데 우리 PX에서 파는 거랑 다른데?”

“여기 보십시오. 프리미엄이 붙지 않았습니까. 안에 든 내용물 자체도 아마 다른 겁니다.”

“그래? 3분 요리도 다 다른데? 저건 함박스테이크 아니냐?”

“맞습니다. 와, 함박스테이크 자체도 다르네.”

다른 소대원들이 전부 놀라고 있을 때 최강철 이병이 내무실을 빠져나왔다. 그 길로 공중전화 박스로 가 곧바로 최강희에게 전화를 넣었다.

“누나, 나!”

-어, 그래. 강철아.

“지금 통화 가능해?”

-으음, 좀 있다가 회의 들어가야 해. 한 5분 정도는 괜찮아.

“다름이 아니라, 고마워…….”

-아, 도착했구나. 그 정도면 괜찮아?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 소대원들 난리가 났어. 완전 좋다고.”

-그러니?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 나중에 탱크 필요하면 말해.

“아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왜? 네 누나 무시하니? 진짜 탱크 사 준다니까?

“아, 됐고. 아무튼 고마웠어. 누나. 휴가 나가면 보답할게.”

-아이고, 됐네요. 그냥 무사히 군 생활 잘하고, 제대나 하셔.

“알았어.”

-그래, 더 할 말 없지? 누나 회의 들어가야겠다.

“으응, 알았어.”

최강철 이병이 전화를 끊고 다시 내무실로 올라갔다. 그사이 최강희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튼 별일이야. 강철이가 내게 고맙다는 말도 다하고 말이지. 역시 군대 가서 사람이 된 건가?”

최강희는 피식 웃으며 서류를 챙겨서 사무실을 나서며 말했다.

“자, 회의 시작하죠.”

12.

시간은 빠르게 흘러 혹한기 훈련 첫째 날이 되었다. 아직 군인들이 일어나기 전인 새벽 05시 30분이 되었다. 내무실 문이 열리며 불침번이 들어왔다.

“기상하십시오.”

불침번은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깔며 말했다. 그리고 불을 켰다.

“으으음…….”

소대원들이 하나둘 눈을 부비며 몸을 일으켰다. 김일도 병장도 오늘은 웬일인지 벌떡 일어나 자신의 자리를 정리했다.

“아직 기상 시간 아니다. 모두들 조용히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네. 알겠습니다.”

소대원들 역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라면 새벽 6시에 상황이 걸린다. 그때 신속하게 일어나 침구류를 정리하고, 전투복을 입는다. 전투화와 단독군장을 착용한 후 신속하게 완전군장을 결속시킨다. 그 뒤로 창고로 가서 약속된 물품을 챙겨서 연병장으로 나가면 된다.

원래 시나리오는 그랬다. 하지만 6시 상황 발생이 되고, 이 모든 것을 준비해서 출발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30분 전에 일어나서 모든 준비를 마칠 요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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