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38화
39장 착하게 살아요(6)
조영일 일병이 힐끔 장조림을 잡은 손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것을 본 타 중대 상병이 움찔했다. 자신이 잡은 장조림이 30% 정도 되었다. 60%의 손은 바로 조영일 일병이었다.
“자, 이래도 우기실 겁니까? 그리고 저라면 이렇게 우기지 말고, 빨리 다른 것부터 선점하겠습니다. 이러고 있는 사이 다른 중대가 먼저 필요한 물품을 가져갈지도 모릅니다.”
조영일 일병이 씨익 하고,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타 중대 상병이 고개를 홱 돌렸다. 조영일 일병 말 대로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에이씨…….”
상병이 재빨리 손을 놓고, 다른 곳으로 갔다. 조영일 일병이 피식 웃으며 마지막 하나 남은 소고기 장조림을 바구니에 넣었다.
최강철 이병은 그런 조영일 일병의 협상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와, 대박. 조 일병님 완전 짱입니다.”
“후후, 이정도가지고 뭘…….”
조영일 일병에게서 여유가 느껴졌다. 최강철 이병은 진짜 박수라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 다 했다. 슬슬 가서 계산하자!”
“네.”
계산대 앞에도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조영일 일병과 최강철 이병이 줄에 서서 대기했다. 그러던 중 조영일 일병이 아랫배를 잡으며 움찔했다.
“야, 강철아.”
“이병 최강철!”
“너, 혼자 계산할 수 있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계산하고 와. 나, 급 똥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계산하고 가겠습니다.”
“그래.”
조영일 일병이 후다닥 PX를 뛰쳐나갔다.
최강철 이병은 바구니에 든 물품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최강철 이병의 차례가 되었다.
테이블에 물건을 올려놓자, PX병이 재빨리 계산을 했다.
그 사이 최강철 이병은 돈을 꺼내기 위해 주머니를 뒤졌다.
“어? 돈이…… 돈이 어디 갔지?”
최강철 이병은 점점 당황했다.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도 돈이 없었다. 그 순간 최강철 이병이 떠올랐다.
“맞다. 아, 아까 화장실!”
PX병이 계산을 다 한 후 입을 뗐다.
“3만 8천740원이요.”
“자, 잠시만요.”
최강철 이병은 혹시나 싶어서 자신의 체크카드를 빼내 주었다.
삐이익!
PX병이 살짝 인상을 썼다.
“잔액 부족이라는데요.”
“그래요?”
최강철 이병이 지갑을 뒤지고, 주머니를 뒤졌다.
‘아, 미쳐! 지현 씨랑 논다고 돈 다 썼네.’
“이봐요, 아저씨! 계산 안 해요? 뒤에 사람 밀렸잖아요.”
“아, 미안해요. 죄송한데 이 물품 잠깐만 맡아 주시겠어요? 도, 돈을 안 가져왔어요.”
“아이, 진짜…… 이게 뭐예요.”
“미안해요. 금방, 금방 가져올게요.”
최강철 이병이 물품이 든 봉지를 PX병에게 맡기고 후다닥 뛰어나갔다. PX병이 살짝 인상을 썼다.
“아이씨! 바빠 죽겠는데 뭐야. 다음 분!”
그때 누군가 슬쩍 나타났다.
“아까 그거 내가 계산할게요.”
“네?”
“아까 그거 계산 못 했잖아요. 그거 내가 계산하겠다고요.”
“아니, 다른 분이…….”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안 그래요, 아저씨? 계산하고 물품만 가져가면 끝이지. 오케이?”
타 중대 상병이 실실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PX병도 괜히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알았어요.”
PX병이 내려놓았던 물품을 건넸다. 곧바로 계산을 마친 상병이 피식 웃었다.
“네, 수고해요.”
그리고 밖에 나와 외쳤다.
“아싸! 손대지 않고, 코 풀었네.”
“그러게 말입니다. 정 상병님은 진짜 타이밍이 짱입니다.”
“그러게 내가 괜히 타이밍의 신이겠냐! 크크크, 녀석들 오기 전에 빨리 복귀하자!”
“옙!”
두 사람이 킬킬 웃으며 내려갔다.
한편, 최강철 이병은 당혹스런 얼굴로 화장실에 도착을 했다.
“제발, 있어라. 제발!”
아까 볼일을 봤던 3사로 문을 열어 확인을 했다. 변기 옆에 하얀 봉지가 떨어져 있었다.
“하아, 찾았다.”
돈은 든 봉지를 확인한 최강철 이병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잃어버렸으면 나 진짜 X되는 거야.”
최강철 이병이 두 손 꼭 쥐고, 사로를 나왔다. 그때 볼일을 마친 조영일 일병이 나왔다.
“어? 강철아.”
“이병 최강철.”
“다 샀어?”
“아, 그게…….”
최강철 이병이 당황했다. 조영일 일병이 최강철 이병의 손을 확인했다.
“뭐야? 벌써 내무실에 가져갔어?”
“아니, 그게 아니라 말입니다.”
최강철 이병은 말을 하지 못했다. 조영일 일병이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뭐야? 왜 그래?”
“사실 말입니다. 제가 돈을 잃어버려서…….”
“뭐? X발! 돈을 잃어버려?”
“네. 그런데 방금 찾았습니다. 여기!”
최강철 이병이 곧바로 손에 든 돈 봉투를 보여줬다. 조영일 일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찾았으면 됐네. 다행이다. 그런데 물품은?”
“PX 아저씨에게 맡겨두고 왔습니다.”
“그래? 맡아 준데?”
“아니,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그냥 맡아 달라고 말만 하고…….”
“아, 젠장……. 따라와!”
조영일 일병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며 PX로 뛰어갔다.
최강철 이병은 영문도 모른 채 뒤를 따랐다.
PX에 온 조영일 일병이 PX병에게 물었다.
“아저씨, 아까 우리가 샀던 부식 그거 어디 있어요?”
“부식? 어떤 거요?”
“아까, 이 녀석이 돈이 없어서 맡겨 뒀던 거 말이에요. 그거 없어요?”
“아까 누가 1소대라고 말을 하고 계산하고 갔는데…….”
“네? 아, 젠장…….”
조영일 일병이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이 녀석이 맡겼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팔아요!”
“이봐요. 아저씨. 지금 저 바쁜 거 안 보여요? 그리고 내가 부식 맡겨 놓는 창고에요. 바빠 죽겠구만 괜히 시비야!”
“시비가 아니라. 돈을 잠시 놓고 와서 맡겨 놓은 거잖아요. 그걸 다른 사람에게 홀라당 팔면 어떻게 합니까!”
“그게 왜 내 잘못이에요. 돈을 미리 준비 못 한 아저씨들 잘못이지! 아, 몰라요. 저 지금 퇴근도 못 하고 있구만…….”
PX병은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는 듯 손을 휙휙 내저었다.
최강철 이병은 당황했다. 조영일 일병이 힘들게 모은 부식을 다른 중대에게 홀라당 가져다 바쳤으니 말이다.
“제, 제가…….”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영일 일병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너, 하필 돈을…….”
“죄송합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숙였다. 조영일 일병은 머리를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하아, 제기랄…….”
그때 아까 소고기 장조림으로 다퉜던 상병이 피식 웃으며 다가왔다.
“이러고 있으면 큰일이지 않나? 이제 물품도 거의 없던데…….”
순간 조영일 일병의 눈이 번쩍였다. 손바구니를 들고 다시 한번 PX를 훑었다. 하지만 부식은 이미 동이 나고 없었다.
7
내무실로 돌아온 조영일 일병과 최강철 이병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 이게 뭐냐?”
침상에 참치 캔 하나와 깻잎 통조림 두 개가 달랑 놓여 있었다.
김일도 병장도 그렇고, 김우진 병장도 의아해하며 그것을 바라봤다.
“영일아, 이게 뭐냐고.”
“일병 조영일. 그게…….”
조영일 일병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최강철 이병이 입을 뗐다.
“저 때문입니다. 제가 돈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돈을 잃어? 그게 뭔 소리야?”
최강철 이병이 조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 김일도 병장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 최강철! 이건 아니지 않냐?”
“죄송합니다.”
“아니,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했어!”
“…….”
최강철 이병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김우진 병장이 오랜만에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아, 최강철 이 새끼! 오랜만에 사고를 치네. 그것도 큰 사고를 말이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어떻게 할 거야?”
“죄송합니다.”
“X발, 죄송하다고 하지 말고.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다른 차 중대는 부식 빵빵하게 있고, 우린 초라하게 쫄쫄 굶으란 말이야?”
“아닙니다.”
“아니면 네가 책임을 져!”
김우진 병장이 고함을 질렀다. 최강철 이병은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숙였다. 김일도 병장이 김우진 병장을 진정시켰다.
“야, 우진아. 그만해라. 어쩔 수 없지 않냐.”
“김 병장님, 그래도…….”
“알아.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때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제가 부식 책임지겠습니다.”
“뭐? 새끼야? 이등병 새끼가 뭐라고 하는 거야.”
김우진 병장이 눈을 부라렸다. 최강철 이병이 바로 말했다.
“제 실수입니다. 제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최강철 이병의 말에 이해진 상병이 나섰다.
“야, 최강철. 안 그래도 돼!”
“아닙니다.”
김우진 병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네가 책임진다고?”
“네,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책임 져봐! 혹한기 훈련 부식, 최강철 네가 책임지고 마련해!”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일어났다.
“야, 최강철. 안 해도 돼!”
“왜 그러십니까, 강철이가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김우진 병장이 나섰다. 김우진 병장 역시 안 될 거라는 것을 뻔히 알기에 그냥 해보라고 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은 진심 화가 좀 났기 때문이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아닙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저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는 김일도 병장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 새끼가 진짜…….”
김일도 병장 역시 이등병이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의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김일도 병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았다. 어디 한 번 해봐. 단, 내일까지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대답을 한 후 내무실을 나갔다. 이해진 상병이 바로 말했다.
“김 병장님. 강철이가 어떻게 해결을 합니까?”
“냅둬! 자기도 실수를 만회해 보겠다고 하는 건데. 그걸 꺾기가 좀 그랬다.”
“그래도…….”
“야, 이해진! 그냥 내버려 둬!”
김우진 병장이 목소리를 쫙 가라앉히며 말했다.
이해진 상병이 입을 다물며 자리에 앉았다. 김우진 병장이 김일도 병장을 봤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소대장님께 부탁을 해보든지. 아니면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지.”
그때 구진모 상병이 손을 들었다.
“상병 구진모!”
“그래, 진모야.”
“우리 PX에는 없지만 다른 부대 PX에는 있지 않겠습니까?”
충성대대는 사단 내에 있는 부대였다. 게다가 사단 안에도 각 부대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각 부대마다 PX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누군가 사단으로 일이 있어서 나가야 하잖아.”
“행정계원에게 부탁을 해보든지. 아니면 소대장님께 SOS를 쳐야죠.”
“그래. 일단 내일, 아니면 이번 주말에 준비를 해보자.”
“네.”
최강철 이병이 나간 사이 1소대원들은 다른 방도를 강구하고 있었다.
8
한편 최강철 이병은 자신의 실수로 부식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다.
“내가 해야 해. 내가!”
그 길로 공중전화로 내려갔다. 다행히 사람은 없어 바로 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누나 나 큰일 났어.”
-어? 왜? 탱크라도 필요해? 하나 사서 보내줘?
“무슨 탱크야. 탱크는! 아니, 탱크 사달라면 사 줄 수는 있고?”
-강철아! 누나야. 누나가 그 정도도 못 해줄 것 같아?
“아, 진짜 누나 돈 많은 거 아니까. 농담 그만하고, 나 진짜 심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