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37화
39장 착하게 살아요(5)
“건너편 누구냐?”
“상병 이해진!”
“해진아, 신호 주면 잡아당겨라!”
“네.”
“하나, 둘, 셋. 당겨! 으찻! 으찻! 으찻!”
그렇게 세 번을 당겼다. 이것 역시 건너편에 있는 줄 당기는 사람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다음 끈, 그다음 끈의 순으로 차례대로 잡아서 팽팽하게 고정시켰다.
김일도 병장이 돌아가면서 줄 상태를 확인했다.
“됐다. 나머지 입구 쪽 세워!”
“네.”
다시 십여 분의 시간이 흐른 후 24인용 천막이 완성되었다.
“와, 여기서 우리 소대가 다 잡니까?”
“그래!”
최강철 이병이 내부로 들어갔다.
유격할 때 사용했던 A형 텐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크기의 천막이었다.
이해진 상병이 들어와 설명을 해 줬다.
“기둥을 중심으로 양옆에서 누워 자는 거지. 일단 바닥에 찬 기운을 막는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다시 박스를 덮어! 그 상태로 매트리스 있지? 그걸 깔고 모포 깔고, 잠을 자는 거지.”
이해진 상병의 설명을 듣고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거의 우리 내무실을 옮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거지.”
이은호 이병도 안에 들어와서 천막 내부를 확인했다. 곰팡이 같은 냄새가 나긴 했지만 넓은 실내공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진짜 넓습니다.”
“그렇지.”
구경도 잠깐, 밖에 대기하던 김일도 병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짝짝짝짝.
“야, 다들 나와라!”
“네.”
“이게 바로 24인용 천막이다. 크지?”
“네. 그렇습니다.”
“다음 주에 있을 혹한기 훈련 때 우리가 생활할 공간이다. 이제 익숙해져야겠지?”
“네.”
“설치하는 것도 잘 봤지?”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무너뜨리는 것까지 보여주고 다시 설치를 해 본다.”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은 잘 설치된 천막을 다시 무너뜨렸다.
“야야, 양쪽 끈 느슨하게 만들어. 좀 더, 좀 더! 그래, 스톱! 해진이랑, 우진이 안에 들어가.”
“네.”
“자, 지시 내리면 천천히 넘어뜨린다. 안 다치게 모두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안에 들어간 두 사람이 동시에 기둥을 밀자 그대로 넘어갔다. 조금 전까지 위풍당당하게 처져 있던 천막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쿵!
“야, 괜찮냐?”
김일도 병장이 물었다. 두 기둥을 가지고 나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야, 상도도 빼 와.”
“알겠습니다.”
다시 들어가 상동을 빼 왔다. 그리고 다시 처음과 똑같이 배치를 했다.
해머로 막았던 앙카까지 뽑은 상태였다. 김일도 병장이 가볍게 숨을 내쉰 후 말했다.
“야, 다들 봤지?”
“네.”
“똑같이 할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다시 시작!”
그로부터 약 1시간 동안 24인용 천막이 다시 쳐졌다.
“하아, 하아.”
추운 겨울인데도 1소대원들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힘드냐?”
“네, 그렇습니다.”
“그럼 24인용 천막 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던 그때, 옆에서 다른 1중대 소대원들도 나와서 천막을 치고 있었다.
“이야, 저쪽 봐라. 어리바리하지 않냐?”
“저거 상동을 제대로 끼지 않아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야.”
“저 봐, 저 봐! 저러면 안 될 텐데…….”
먼저 천막 치는 것을 끝낸 후 다른 소대들이 치고 있는 천막을 바라봤다.
대부분 엉성하게 천막을 치는 듯했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은 천막 한 동이 더 생긴 것뿐이었다.
그때 각 소대의 분대장들이 슬쩍 모였다.
“우리 만원 빵 어때?”
김일도 병장이 내기를 제안했다.
“무슨 만원 빵 말입니까?”
다른 소대 분대장들 대부분이 김일도 병장보다는 아래였다.
“설마 천막 누가 빨리 치나 그 내기는 아니죠?”
2소대 강인한 병장이 슬쩍 물었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아니긴, 맞지!”
“에이, 그럼 무조건 우리 2소대가 이기지 말입니다.”
“무슨 소리야. 우리 3소대가 이기지.”
“4소대입니다.”
“야야, 그러니까 내기하자는 거 아니야.”
김일도 병장은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천막 치는 것을 눈여겨봤다.
그런데 딱 봐도 1소대가 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으음…….”
“저는 찬성입니다.”
3소대가 먼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저도 좋습니다.”
2소대도 들었다. 김일도 병장이 3소대를 바라봤다.
“저희는…….”
4소대 분대장 역시 자신의 소대가 잘 못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씨, 해? 말아? 빨리 결정해.”
“네, 합니다. 합시다. 까짓것 잃어봤자, 만원인데.”
“그럼 제일 먼저 한 팀이 돈 다 먹는 거다. 이참에 부식비 좀 챙겨보자!”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이렇듯 각 소대 분대장들끼리 얘기를 하고, 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2소대 강인한 병장이 실실 웃고 있었다. 그는 각 소대 분대장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손을 내밀었다.
“우리 2소대가 이길 줄은 몰랐습니다. 부식 잘 먹겠습니다.”
그러자 그의 손에는 각 분대 분대장들이 건넨 돈이 들려 있었다.
“에이, 젠장할…….”
김일도 병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분명 중반까지는 1소대가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앙카 박는데 돌이 있었던지 잘 박히지 않았다. 게다가 고리 끝을 걸 때도 끈이 엉켜 시간을 지체했다. 그래도 2소대 다음으로 천막을 칠 수 있었다.
“우리 1소대가 이길 줄 알았는데.”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됐다. 고생했다.”
김일도 병장이 1소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다른 분대장들도 자신들의 소대로 돌아갔다. 강인한 병장은 실실 웃으며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6
충성대대 전체 다 혹한기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각 중대는 방한복과 방한 준비로 열을 내고 있었다.
“야, 핫팩은 많이 준비했냐?”
“행보관님께 보고는 올렸습니다.”
“그래? 경계 설 때 입은 방한복은?”
“미리 다 준비해 뒀습니다.”
“잘했다.”
김일도 병장은 창고에서 일일이 준비를 체크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없도록 철저히 했다. 그러다가 김우진 병장이 슬쩍 다가왔다.
“이제 우리도 슬슬 부식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중대 애들도 벌써부터 준비하던데 말입니다. 이러다가 PX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겁니다.”
“으음…… 그래. 이제 서서히 준비를 해야 하긴 하겠다.”
김일도 병장도 공감을 했다. 그래서 그날 저녁, 김일도 병장이 소대원들을 모았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다음 주면 혹한기 훈련인 거 알지?”
“네, 그렇습니다.”
“그 와중에 저녁에 한 끼, 아니면 두 끼 정도는 우리가 직접 밥을 해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에이, 긴말하지 않겠다. 우리 소대는 공동이다. 다 같이 함께 먹는 부식을 위해 돈 좀 걷자. 단, 이등병은 열외!”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부터 돈을 꺼냈다.
“야, 난 이게 전부다!”
김일도 병장이 낸 돈은 5천 원이었다.
“내가 며칠 전에 내기에 지지만 않았어도 더 많이 낼 수 있었다.”
그 뒤로 김우진 병장이 만원, 이해진 상병 만원, 그렇게 돈을 모아봤다.
하지만 생각처럼 돈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3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뭐야? 왜 이렇게 적게 모였어?”
“그게 이번 달은 새해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게다가 저희 소대는 이등병도 많습니다.”
그랬다, 1소대의 인원 중 3명이 아직 이등병이었다. 김일도 병장이 살짝 인상을 썼다.
“그래도 말이야, 이건 좀 적지 않냐?”
“그러게 말입니다.”
이해진 상병이 슬쩍 말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많이 모였지 말입니다.”
“작년보다 많았어?”
김일도 병장이 의문을 그리며 물었다. 그러자 김우진 병장이 곧바로 말했다.
“작년에는 최용수랑 강상식이 엄청 해 먹었지 않습니까. 이걸로 충분합니다.”
김일도 병장이 김우진 병장을 바라봤다.
“야, 인마. 아무리 그래도 예전 선임인데 최용수랑 강상식은 너무 하지 않았냐?”
“아, 그렇게 부르면 안 되는 겁니까?”
“아니, 돼! 불러!”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활짝 웃었다.
“어쨌든 이걸로 어떻게든 해 보자. 영일아.”
“일병 조영일.”
“네가 강철이 데리고 가서 부식 좀 깔끔하게 준비해서 와.”
“네, 알겠습니다. 가자, 강철아.”
“이병 최강철. 네, 알겠습니다.”
조영일 일병과 최강철 이병이 PX로 올라갔다. 그 전에 최강철 이병이 화장실에 잠깐 들렸다.
“조 일병님, 저 잠시 급하게 똥 좀…….”
“에이, 더러운 자식. 빨리 갔다 와.”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갔다.
조영일 일병이 소리쳤다.
“난 먼저 PX에 가 있을게. 빨리와.”
“네, 알겠습니다.”
조영일 일병이 PX로 향했다.
다른 중대에서도 이미 나왔는지 PX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게다가 한 쪽에서는 이미 모자란 상품들로 인해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건 제 꺼지 말입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잡았어.”
“와, 무슨 그런 억지를 부립니까. 제가 먼저 잡았지 않습니까.”
조영일 일병은 PX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거 큰일인데…….”
조영일 일병이 PX 입구에 섰다. 그리고 빠르게 스캔을 했다.
물품 위치 파악부터 동선까지 빠르게 확인을 거쳤다. 그때 최강철 이병이 뛰어 올라왔다.
“저, 저 왔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뛰어 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조영일 일병이 손바구니를 들어 최강철 이병에게 건넸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너, 이거 들고 나 잘 따라와라. 알았냐?”
“네!”
“좋아, 접수하러 가자!”
조영일 일병은 최단루트로 빠르게 물품들을 손에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바구니로 들어갔다.
‘손은 눈보다 빠르게, 그리고 날렵하게…….’
조영일 일병의 고개가 홱홱 돌아갔다. 마치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아는 것처럼 몸은 매우 날렵하게 움직였다.
최강철 이병은 그런 조영일 일병의 몸놀림에 처음으로 놀랐다.
‘헉! 조 일병님 몸놀림이 이렇게 빨랐나?’
평소의 조영일 일병이라면 전혀 나오지 않는 그런 몸놀림이었다.
척! 척! 척!
조영일 일병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재빨리 물건을 낚아채 바구니에 넣었다.
바구니에 점점 물건이 쌓여갔다. 각종 통조림부터 3분 요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렇게 최단루트와 빠른 선점으로 물건을 짚던 끝에 정점은 바로 소고기 장조림이었다.
‘하나 남았군! 그럼 내가 먼저…….’
조영일 일병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또 다른 손이 소고기 장조림을 잡았다.
척! 척!
“제가 먼저 잡았습니다.”
조영일 일병이 먼저 선수를 쳤다.
‘지금 상황에서 제일 먼저 선빵을 날리는 것이 중요해.’
조영일 일병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아, 무슨 소리죠? 내가 먼저 잡았습니다. 일병님!”
타 중대 상병이었다. 이때 은근히 계급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이 상병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으로 쫄 조영일 일병이 아니었다.
“아하, 그렇습니까, 상병님? 누가 봐도 장조림 지분이 저에게 상당히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