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36화
39장 착하게 살아요(4)
“저기, 최 이병님.”
“왜?”
“저, 정말 동상 걸리면 발가락 자릅니까?”
“아마도 그렇겠지.”
“헉!”
이은호 이병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 아까 김 병장님께서는 농담이라고 하셨는데 말입니다.”
“농담이라기보다는 최악의 가능성을 말씀하신 거야. 그만큼 방한에 신경 쓰라는 뜻이지.”
“아, 그런 겁니까? 그럼 동상 안 걸리면 되는 겁니까?”
“그래. 양말 두 개 신고 있으면 동상 안 걸려.”
“아, 네에.”
이은호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었다.
사실 최강철 이병 본인도 이병이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바로 밑에 후임이 저런 식으로 겁을 먹으니 자신이 겁을 먹을 기회조차 없었다.
‘아이고, 은호야. 나도 혹한기 처음이다. 겁이 난다. 그런데 네가 그러니 솔직히 겁을 못 먹겠다.’
최강철 이병이 속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입가로 미소를 머금었다.
‘나도 이등병인 것을…….’
그때 최강철 이병의 맘을 아는 듯 이해진 상병이 옆으로 다가왔다.
“걱정 마. 그런 일 없을 테니까. 뭐, 좀 춥기는 하지만 못 견딜 만한 추위는 아니야.”
이해진 상병이 환한 얼굴로 말하자, 최강철 이병과 이은호 이병의 얼굴이 조금 전보다는 좋아졌다.
“네!”
“그래, 일단 창고에서 우리가 지낼 천막부터 서둘러 봐야겠지? 그리고 그걸 치는 것도 알아야 하고!”
“네.”
“그럼 서두르자.”
“알겠습니다.”
1소대의 병사 3명은 창고로 가서 까맣고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천막을 낑낑거리며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5
이해진 상병은 창고 앞에다가 24인용 천막을 놓았다. 엄청난 무게에 3명이 겨우 들어 창고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와, 무게 엄청 납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해진 상병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야, 이거 펼쳐봐.”
“네.”
커다란 사각형의 천막을 쫙 펼치니 엄청나게 넓어졌다. 이해진 상병이 쭉 상태를 확인하더니 최강철 이병을 불렀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창고에서 싸리비 좀 가져와라.”
“네.”
최강철 이병이 재빨리 움직여 싸리비를 꺼내왔다.
“여기, 여기. 묻은 흙 좀 털어내라.”
“네.”
지난 훈련 때 사용하고 정비를 했음에도 흙이 묻어 있었다. 그때 구진모 상병이 쫓아 올라왔다.
“이 상병님.”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돌렸다.
“왜?”
“오전 중으로 24인용 천막 확인 다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연병장에서 천막 칠 테니까. 준비하라고도 합니다.”
“오후에 천막 친데?”
“네, 그렇답니다.”
“으음…….”
이해진 상병이 낮게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후임병들을 훑었다.
“하긴 이 녀석들 한 번도 천막 쳐 보지 않았지. 이참에 가르칠 모양이구나.”
이해진 상병은 바로 김일도 병장의 의도를 파악했다.
“알았다. 강철이 빼고 너희들 다 나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긴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펴보더니 말했다.
“일단 이거, 이거, 이거 들고 연병장으로 가져다 놔.”
“네!”
이해진 상병이 가져가라고 하는 것은 24인용 천막을 칠 대 사용하는 기둥들이었다. 게다가 앙카와 해머, 끈들을 챙겨서 연병장으로 가지고 갔다.
“한 곳에 둬.”
“네.”
“그리고 강철이에게 가서 천막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잠시 후 천막을 가져왔다.
“자, 여기다 둬.”
24인용 천막을 칠 준비는 다 끝냈다. 그리곤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점심 먹으러 가자.”
“알겠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연병장에는 1소대 대원들이 섰다. 김일도 병장이 24인용 천막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혹한기 훈련을 하게 되면 여기 있는 천막을 치고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24인용 천막 치는 것에 대해서 알려 주겠다. 모두 잘 보도록!”
“네, 알겠습니다.”
1소대 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김일도 병장이 이해진 상병을 불렀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천막 칠 준비부터 해.”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의 지도하에 24인용 천막을 칠 준비를 했다.
먼저 천막을 길게 펼쳤다. 그리고 각 포인트마다 지지대 하나씩을 놓았다. 마지막으로 앙카를 놓은 후 천막 칠 준비를 마쳤다.
“자, 우선 너희들에게 기본적인 것을 알려 주겠다.”
김일도 병장이 검은 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24인용 천막이다. 그리고 그 뒤에 상동, 일명 용마루라고 불리는 24인용 천막의 핵심 지지대이다. 혹시 한옥을 자세히 본 사람 거수!”
김일도 병장의 질문에 몇몇이 손을 들었다.
“좋아, 한옥에 가서 혹시 천정을 올려다본 적 있나? 거기 보면 길게 늘어선 상동을 봤지?”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것과 똑같은 거야.”
김일도 병장은 그것을 시작으로 상동을 지지하는 지지대까지 쭉 설명을 했다.
“원래 24인용 천막은 병사들 10명이서 치는 천막이다. 우리는 네 명이서 친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인원이 많으니까 한 번 처 보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곧바로 자리를 배치했다.
“가운데 상동 들어 올릴 인원 4명 하자.”
“네.”
김일도 병장이 힘 좀 쓴 것 같다는 인원을 살폈다.
“해진이랑, 강철이.”
“상병 이해진.”
“이병 최강철.”
“둘이 하나 잡고!”
“우진아,”
“병장 김우진. 너랑 은호는…….”
김일도 병장이 이은호 이병을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한태수 일병을 봤다.
“태수야.”
“일병 한태수!”
“네가 우진이랑 함께 상동 들어 올려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각자 양옆에 있는 여덟 개의 지지대 있지? 그거 잡아!”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이 후다닥 움직였다. 24인용 천막을 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자, 내 말 잘 들어라. 천막 칠 때 웃고 떠드는 새끼들. 안 오길 바란다. 이거 잘못 쳤다가 어디 한 군데 부러지니까. 긴장들 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해머질할 때도 다치지 않게 잘하고! 무엇보다 장갑 착용하는 거 잊지 말고!”
“네!”
“좋아. 그럼 상동 들어가!”
“네.”
김일도 병장의 지시를 받은 상동을 들어 올리는 조가 천천히 들어갔다.
먼저 상동을 받치는 지지대를 꽂았다. 그것을 그대로 천막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야, 새끼들아 뭐해? 빨리 상동 들어갈 천막 들어줘야지!”
김일도 병장의 언성이 점점 높아갔다.
“네, 알겠습니다.”
작은 지지대를 들고 있던 후임병들이 후다닥 한 쪽의 천막을 들었다. 그 뒤로 상동을 밀고 들어갔다. 중앙에 위치한 천막의 구멍 홀을 찾아야 했다.
“빨리 구멍 찾아!”
“네, 알겠습니다.”
상동을 가지고 들어간 이해진 상병과 최강철 이병은 상동의 어마어마한 무게와 천막의 무게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찾았어?”
김일도 병장이 소리쳤다. 이해진 상병이 곧장 말했다.
“아직 입니다.”
“뭐 하고 있어. 빨리 안 찾고!”
“차, 찾았습니다.”
“그럼 끼워!”
상동을 받치는 지지대 끝에는 쇠로 된 강철이 나와 있었다.
그것을 상동의 구멍 난 곳에 꽂고, 다시 튀어나온 부위를 천막 상동 위치가 될 곳에 꽂으면 되었다.
“아이씨…….”
상동을 들고 안에 들어간 병사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욕지거리가 나왔다.
최강철 이병도 처음으로 쳐 보는 24인용 천막이라 어리바리했다.
“야, 강철아. 빨리 좀 꽂아봐.”
“네, 지금 하고 있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천막 구멍과 상동과 연결된 지지대를 꼽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렵게 끼워 넣었다.
“하아, 하아. 이 상병님, 꽂았습니다.”
“잘했다. 여기 끝났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외쳤다. 김일도 병장은 김우진 병장을 불렀다.
“우진이는?”
“여기도 꽂았습니다.”
“그럼 신호를 줄 테니까. 힘껏 밀어, 허리 안 다치게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좋아! 하나, 둘, 셋! 밀어!”
김일도 병장이 소리쳤다. 그리고 안에 있던 네 사람이 동시에 힘을 줬다. 그리고 두 개의 큰 지지대를 미는 사람들의 호흡도 중요했다.
“으라라라찻찻! 밀어! 새끼야! 밀어!”
김우진 병장이 머리에 핏발이 서며 상동 지지대로 올렸다. 그러자 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던 천막이 천천히 올라갔다.
“으아아아아!”
최강철 이병도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상동을 들어 올렸다. 바닥에 긴 두 개의 줄이 생겨났다.
“밀어! 좀 더, 좀 더!”
이해진 상병이 소리쳤다. 최강철 이병이 어깨에 지지대를 받치고 조금씩 들면서 밀었다. 그리고 드디어 상동이 세워졌다.
“하아, 하아.”
최강철 이병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단지 상동을 올렸을 뿐인데 힘에 부쳤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이거 잘 지탱하고 있어야 한다. 넘어지면 안 돼!”
“네, 알겠습니다.”
“그래.”
이해진 상병이 대답을 한 후 천막을 헤치며 밖으로 나갔다.
김우진 병장도 한태수 일병에게 기둥을 붙잡으라고 한 후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해진 상병은 발 빠르게 앙카와 해머를 집어 들었다. 그 사이 김일도 병장은 밖에서 지휘를 했다.
“야, 새끼들아 뭐 가만히 쳐다보고 있어! 천막 펼쳐서 지지대 박아!”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은 밖에 작은 지지대를 보고 앙카를 박았다.
팍! 팍! 팍!
맞은편에도 앙카를 박기 시작했다. 이해진 상병이 앙카 하나를 박은 후 해머를 놓으며 말했다.
“고리 걸어!”
“네.”
앙카와 지지대에 고리끈을 연결했다. 그리고 빠르게 잡아당겼다. 느슨했던 줄이 갑자기 팽팽해졌다.
“좋아, 옆으로 이동하자.”
“네.”
그렇게 이해진 상병은 앙카를 박고, 고리끈으로 걸어 빠르게 설치를 했다. 맞은편에서도 김우진 병장이 의외로 해머를 들고 앙카를 박았다.
캉! 캉! 캉! 캉!
“야, 고리 걸어!”
“넵!”
그렇게 순식간에 고리가 걸어졌다. 그 와중에 안에서는 두 기둥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의 몸이 휘청거렸다.
“으으으윽…….”
“야, 버텨! 안이 무너지면 끝장이야!”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는 사이 양옆의 앙카를 박고 지지대를 고정시켰다.
“됐어! 이제 나와도 돼.”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과 한태수 일병이 천막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곧바로 긴 숨을 내뱉었다.
“후우…….”
어느새 이해진 상병이 옆으로 다가왔다.
“괜찮냐?”
“네.”
“허리는?”
“괜찮습니다.”
“됐다, 그럼.”
이해진 상병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김일도 병장이 천막 안으로 들어가 두 기둥을 확인했다. 그리곤 밖을 향해 소리쳤다.
“야, 해머 좀 가지고 와라.”
“여기 있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후다닥 뛰어와 해머를 건네줬다. 김일도 병장이 두 기둥을 나란히 보며 해머로 밑둥을 ‘퉁퉁’ 쳤다. 일자로 나란히 맞추기 위함이었다.
“됐다, 가지고 나가.”
노현래 이병이 해머를 다시 받아서 가지고 나갔다.
“양쪽 다시 고정시켜!”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대답을 한 후 최강철 이병에게 말했다.
“너, 끈 확인해봐. 팽팽한지.”
“네.”
이해진 상병이 첫 번째 끈을 잡았다. 그러자 반대편에서 김우진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