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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30화 (43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30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22)

29.

오상진과 한소희는 한울빌딩 2층 커피숍으로 향했다. 자동문이 열리고 곧장 보이는 카운터에는 김소희가 앉아 있었다.

김소희는 카페에 들어서는 오상진과 한소희를 발견하고 환한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어머나, 아가씨. 오셨어요.”

“네, 언니. 잘 있었어요?”

“그럼요. 그런데 요즘은 점점 힘이 드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김소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나오셨네요.”

“네. 너무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나와요. 이제 얼마 안 있음 나오기 더 힘들 것 같아서요.”

“아, 언니. 그러고 보니 배가 더 부르셨다.”

“네. 이제 7개월째니까요.”

“우리 조카, 축복이는 잘 있는 거죠?”

“그럼요. 배 속에서 아주 잘 크고 있답니다.”

“다행이네요.”

한소희가 방긋 웃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전보다 많이 친해진 모양이었다.

“축복이?”

“아, 조카 태명이에요.”

김소희가 씨익 웃으면서 자신의 아랫배를 다시 쓰다듬었다. 이제 제법 많이 나와 있었다.

“출산일이 언제에요?”

“4월이 예정일이에요.”

“아,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해요.”

한소희와 김소희가 얘기를 나누며 자리로 가서 앉았다.

“차는 뭘로 드릴까요?”

“커피 주세요.”

“상진 씨도?”

“네. 저도 같은 거로 주세요.”

“알겠어요.”

김소희가 막 가려는데 한소희가 불렀다.

“새언니.”

“네?”

“저희 한 사람 더 오기로 했어요.”

“그래요? 그럼 그때 같이 드릴까요?”

“아뇨, 저희는 지금 주세요.”

“알았어요.”

김소희 동생이 곧바로 오면서 따뜻한 커피를 주었다.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네. 그런데 장사는 어때요?”

한소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생각보다 손님들도 많이 오고, 괜찮아요. 장사는 잘돼요.”

“아, 그래요. 다행이네요.”

“네. 그럼 얘기들 나누세요.”

김소희가 인사를 하고 갔다. 때마침 자동문이 열리며 변호사 차지애가 나타났다. 한소희가 그녀를 바로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언니! 여기요.”

차지애도 한소희를 발견하고는 표정을 밝게 했다.

“으응.”

차지애가 맞은편에 앉으며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오래 기다렸어요?”

오상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저희도 조금 전에 왔습니다.”

“아, 그래요.”

차지애가 겉옷을 벗어서 옆에 내려놓았다. 한소희가 곧바로 물었다.

“언니, 차는?”

“나, 커피.”

“알았어요. 새언니, 여기 커피요.”

“알았어요.”

잠시 후 김소희가 아메리카노를 가져와 내려놓곤 자리로 돌아갔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춥죠?”

“네. 눈도 많이 내리고.”

눈이라는 말에 오상진이 움찔했다.

“하하하, 그렇죠. 눈이 정말 많이 내렸죠.”

차지애가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해도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한소희가 불쑥 끼어들었다.

“언니도 참, 나도 들을 권리가 있거든요.”

차지애가 피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들어라. 그보다 소희랑 오 사장님하고는 이렇게 가까웠나?’

차지애가 살짝 의문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사귀는 사이일 뿐인데 가족 일을 서슴없이 말해도 되는지 살짝 의문이 들었다.

‘뭐, 당사자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차지애가 속으로 결론을 내린 후 바로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일단 말씀하신 대로 제주도 일은 처리를 했어요.”

“아, 그래요? 이모부님께서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텐데…….”

“솔직히 조금 애먹었어요.”

차지애가 담담히 웃었다. 그 모습만 봐도 이모부가 펜션 사업을 쉽사리 놓지 못해 고생깨나 했을 게 뻔했다.

“어쨌든 이모부께서는 사업을 정리하기로 확실히 마음을 굳히신 거죠?”

“네. 사업은 정리하기로 얘기는 끝냈습니다. 솔직히 일을 벌여놓은 것이 너무 많아요. 그것을 정리하고 최근에 매각절차를 마무리 중이에요. 근처에 펜션에 눈독 들였던 사람들이 많아서, 그 사람들에게 팔 예정이에요. 아무래도 제값은 받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적정가격에 펜션을 넘길 예정이에요.”

“그럼 모두 해결되는 거예요?”

“일단은 그래요. 일단은…….”

차지애가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상진 역시도 일을 한 번에 쉽게 풀 수 없다는 않다는 것쯤은 알았다.

“이모부이신 함 사장님께서 많이 아쉬워해요. 그래도 사모님께서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빠른 시간 안에 매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모부가 많이 아쉬워하죠?”

“네. 저도 그렇고, 사모님도 그렇고, 함 사장님의 뜻을 꺾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랜 설득 끝에 승낙했어요. 다만, 아직은 이 상황은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아마 그럴 겁니다. 그곳에 이모부의 꿈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이제 저희가 이모부를 치료해 드려야죠. 아, 그리고 채무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함 사장님께서 이 와중에도 성실하게 펜션 운영을 해주셔서 매각을 하고 나면 빚은 자동적으로 정리가 될 것 같아요. 수중에 남는 돈은 없을 것 같지만요.”

“아, 그렇습니까. 그래도 빚이 없다는 게 어디입니까.”

“뭐, 그렇긴 하죠.”

차지애가 멋쩍게 웃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 일 마무리될 때까지 조금만 더 신경 써주십시오.”

“오히려 내가 감사하죠. 저에게 일을 맡겨 주셔서요.”

“아닙니다. 차 변호사님께서 고생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오상진과 차지애는 환하게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그 옆에서 한소희가 눈을 반짝이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 죄송해요. 전화 좀 받아도 될까요?”

“네.”

차지애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오상진은 양해를 구하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가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중대장님.”

한소희는 전화를 받으러 가는 오상진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던 차지애가 피식 웃었다.

“야, 기집애야. 오 사장님 얼굴 뚫어지겠다.”

“언니는…….”

차지애는 살짝 부러운 눈으로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언니 왜 그런 눈으로 봐? 내가 부러워?”

“그래, 기집애야. 부럽다.”

“헤헤.”

“어떻게 언니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남자 친구를 만들어? 너 원래 남자에게 관심 없었잖아.”

“언니도 참, 무슨 연애를 허락받고 해? 그리고 내가 왜 남자에게 관심이 없어. 그냥 운명의 남자가 안 나타났을 뿐이었지.”

“그래서, 오 사장님이 네 운명의 상대다?”

“그럼! 딱 첫눈에 보고 알았지.”

“좋겠다, 이 년아.”

“응, 좋아.”

한소희는 매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차지애는 부러운 반 질투 반을 담아 말했다.

“그래도 남자를 만났으면 언니에게 제일 먼저 소개를 해줬어야지.”

“칫, 언니, 예전에 했던 말 기억 안 나요?”

“내가? 무슨 말을 했는데.”

“이봐, 이봐. 기억 못 하는 거. 언니가 뭐라고 했냐면, 남자 만날 때는 군인, 경찰은 거들떠도 보지 말라고 했어요.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하다고요.”

“내가 그랬나?”

사실 한소희 아버지가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었다.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면도 있고 말이다. 그런 아버지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차지애가 한 때 과외교사로 한소희를 가르쳤다. 그러니 한소희에게 무슨 소리를 하겠는가.

그때 이런 말을 했었다.

-소희야,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해. 절대 군인이나, 경찰은 안 돼.

-왜요?

-그런 남자들은 자기 우월주의에 빠져 있어서 매우 권위적이고, 고리타분해.

-어? 우리 아빠처럼요?

-그래.

이랬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지금 꺼낼 줄은 몰랐다.

“얘는 그때가 언제적인데……. 언니가 그냥 해본 소리야. 군인이 다 같은 군인이겠니. 고지식한 군인도 있는 반면, 스마트한 군인도 있는 거지.”

“우리 상진 씨처럼?”

“그래, 이 기집애야. 오 사장님처럼!”

“헤헤.”

한소희는 오상진을 칭찬하는 차지애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언니 말이 맞아. 나도 사실 오빠가 군인 소개시켜 준다고 했을 때 정말 싫었어. 그런데 오빠가 언니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했어. 좋은 군인이고, 좋은 남자라서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말이야. 그래서 일단 한번 만나나 보자 해서 만났지.”

“그러니? 좀 더 자세히 말해봐. 어떻게 만난 거니?”

차지애의 눈빛이 반짝였다. 무엇보다 남들의 연애사는 매우 흥미를 유발했다.

“상진 씨를 어떻게 만났냐면…….”

한소희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오상진과 처음 만났을 그때부터 그 기분을 고스란히 느끼며 얘기를 했다. 차지애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우연히 있을 수가 있니?”

“그치, 그치!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어떻게 그 남자가 이 남자였는지 말이야. 사실 그때 내가 살짝 맘에 들긴 했어. 그래서 처음으로 내가 먼저 전화번호까지 줬잖아.”

“뭐라고? 진짜?”

“그렇다니까. 아무튼 나도 그때 뭔가에 쓰였는가 봐. 그런데 저 남자는 연락도 없고, 까맣게 잊고 있던 거 있지.”

“그래서 서운했니?”

“약간?”

“이야, 대단하네. 공부밖에 모르던 얼음공주 한소희를 이렇게 녹여 버렸으니 말이야.”

“에효, 나도 인정! 그래도 이런 것이 운명이라는 것이 아닐까?”

“너 완전히 푹 빠졌구나.”

“그럼요. 상진 씨가 얼마나 좋은데.”

“좋겠다. 잘 만나!”

“네. 그보다 언니는 남자 친구 없어요?”

한소희의 물음에 차지애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있었는데 작년에 헤어졌어.”

“왜요? 그 남자가 별로였어요?”

“아니, 괜찮은 남자였어.”

“그런데 왜 헤어져요?”

“그게, 그 남자는 자꾸 결혼을 하자고 하는데 난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했지.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무엇보다 변호사로서 입지를 굳히고 싶었어. 그렇다 보니 그 남자가 못 견디고 물러나더라.”

“아무튼 언니는 눈이 높다니까.”

“얘! 내가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눈이라도 높아야지. 그리고 지금까지 고생했는데 아무나랑 결혼할 순 없잖니.”

“뭐, 그것도 맞죠.”

“그럼 언니. 상진 씨 주변에 괜찮은 남자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할까?”

“아휴, 됐어.”

“왜요? 언제는 상진 씨 같은 군인도 괜찮다면서요.”

“오 사장님 같은 군인이라면 나도 좋지. 그런데 너무 확률이 희박하지 않니? 군인들 중에서 태반이 고지식할 건데 그런 희박한 확률에 희망을 걸고 싶지 않아.”

“칫! 언니는 항상 그런 계산적인 것이 문제야.”

“내가 계산적이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못 왔지.”

“하긴 그렇긴 하지. 그래도 언니는 자기 사람은 끔찍하게 챙기잖아. 나처럼?”

“호호호, 그래 맞다!”

그때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왔다.

“무슨 얘기를 하시기에 웃음소리가 입구까지 들려요?”

“어멋, 그랬나요?”

차지애가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괜찮아요. 두 분 보기 좋아서 그래요. 그런데 무슨 얘기를 나눴어요?”

“아, 두 사람 처음에 만났던 얘기를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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