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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28화 (42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28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20)

똑똑똑!

그때 행정반 문이 열리며 최강철 이병이 들어왔다.

“충성, 이병 최강철.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들어 최강철 이병을 봤다.

“어? 강철아. 무슨 일이야.”

최강철 이병이 곧바로 오상진에게 갔다.

“저기, 소대장님.”

“그래, 말해.”

“외박 좀…… 가면 안 됩니까?”

“외박? 이번 주?”

“네. 그렇습니다.”

“우리 강철이가 벌써 외박을 나갈 때가 된 거야?”

“네. 그렇습니다.”

“얼굴 보니까, 너 여자 친구 만나냐?”

“여자 친구는 친구지만…….”

최강철 이병이 얼버무렸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자식……. 좋겠다.”

“네…….”

최강철 이병이 씨익 웃었다.

“행정계원에게 말해서 외박한다고 해놔.”

“네.”

“참, 강철아.”

“이병 최강철.”

“혹시 내일 오는 여자가 강하나는 아니지?”

최강철 이병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강하나 아닙니다.”

“강하나 씨하고는 잘 정리가 된 거냐?”

“네. 저희 누나와 얘기가 잘 된 모양입니다.”

“얘기가 잘 돼? 그때 내가 봤을 때는 잘 정리가 되지 않아 보이던데……. 어떻게 한 거래?”

“그게…… 그러니까…….”

최강철 이병이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솔직히 최강철 이병은 오상진이 최강희랑 강하나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는 자체를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꺼내는 얘기가 집안의 치부라는 생각이 들어 최강철 이병으로서는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런 것은 몰랐다. 다만, 자신이 최강희에게 부탁을 했기 때문에 궁금했던 것뿐이었다.

‘내가 괜한 걸 물어봤나? 하긴 강철이 누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셨을까.’

오상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최강철 이병이 저런 반응을 보이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알았다. 묻지 않으마. 아무튼 외박은 행정계원에게 미리 얘기는 해놓을 테니까. 내일 외박 잘 다녀와라.”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행정반을 나갔다. 오상진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휴대폰을 들어 최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최강희입니다.

“안녕하세요, 오상진 중위입니다.”

-나, 네에. 안녕하세요.

최강희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통화 가능하십니까?”

-네, 물론이죠. 무슨 일 있어요?

“다른 것이 아니라, 혹시 지난번에 강하나 씨…….”

-아, 맞다. 제가 말씀드린다고 했는데 깜빡했네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럼요. 충분히 물어보실 자격이 있죠. 소대장님 덕분에 일이 잘 풀렸어요. 강하나 씨가 우리 강철이를 사랑해서 접근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만약 그랬다면…….

‘응? 만약 그랬다면?’

오상진은 그 뒷얘기가 궁금했다. 하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왠지 좋지 않은 얘기일 것 같았다.

-아무튼, 다른 뭔가를 원해서 그런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강하나 씨가 원하는 것을 해줬어요.

“어떤 것을…….”

-일단 가게 하나를 차려줬어요. 옷가게요. 일단 직원으로 8개월 동안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면 가게 명의를 바꿔주는 조건으로요.

“아, 그렇군요.”

-왜요? 금전적으로 해결해서 조금 실망하셨어요?

“아뇨.”

-솔직히 그 강하나 씨한테는 이 방법이 제일 깔끔해요.

“네, 이해합니다.”

-우리 강철이는 잘하고 있죠?

“그럼요.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언제나 항상 감사드려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께서 안부 전해달라고 하십니다.

“네, 저도 의원님께 항상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네,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바쁘신데 통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언제 시간 되시면 식사라도 하시죠.

“네. 시간 될 때요.”

오상진이 휴대폰 종료 버튼을 눌렀다.

27.

토요일 아침.

최강철 이병이 휴가 때 입은 전투복을 꺼냈다. 전투화도 꺼내 깔끔하게 정리도 했다. 그때 1소대 내무실 문이 열리며 행정계원이 나타났다.

“최강철 이병?”

“이병 최강철. 네.”

“자, 받아.”

행정계원이 건넨 것은 외박증이었다. 최강철 이병은 외박증을 받고 기뻐했다. 그 모습을 김우진 병장이 바라봤다.

“뭐냐? 강철이 외박 나가냐?”

“이병 최강철. 네, 그렇습니다. 김우진 상병님.”

“그래서 아침부터 때 빼고 광내고 그랬구나? 그보다 외박? 너 누구에게 말하고 나가는 거냐?”

“어제 이해진 상병에게 얘기 했습니다.”

“그래?”

“네.”

그런데 김우진 병장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최강철 이병을 노려봤다.

“가만, 조금 전에 너 나한테 뭐라고 불렀냐?”

“네? 제가 뭐라고…….”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김우진 병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상병? 상벼어엉…….”

김우진 병장이 눈을 부라렸다. 최강철 이병이 움찔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이 새끼 봐라. 외박 나간다고 들떠서는 고참의 계급이 뭔지도 모르고……. 야, 한태수!”

“일병 한태수!”

“내가 누구냐?”

“김우진 병장님이십니다.”

순간 아차 한 최강철 이병이었다. 사실 김우진 병장은 어제부로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을 한 상태였다. 김우진 병장이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며 왼쪽 포켓 위에 네 개의 줄이 오바로크를 보여줬다.

“최강철! 내가 뭐라고?”

“김우진 병장님이십니다.”

“자식이 말이야. 이제 실수라도 상병으로 부르기만 해봐.”

“네, 알겠습니다.”

그때 김일도 병장이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김우진 병장을 봤다.

“야, 인마. 병장이라고 벌써부터 똥폼을 잡고 있냐.”

“아, 또 왜 그러십니까. 김 병장님.”

“어쭈, 이제 같은 병장이라고 말대꾸까지 하네.”

“제가 언제…… 아니지 원래부터 이랬지 않습니까. 새삼스럽게…….”

김일도 병장은 말없이 피식 웃었다. 김우진 병장의 시선이 이해진 상병에게 향했다.

“그보다 해진아, 강철이 외박 나간다고 말했냐?”

“네, 저에게 어제 말했습니다.”

“그래? 그보다 소대장님께서 허락을 한 거냐?”

“그렇습니다.”

“이야, 자식 좋겠다.”

김우진 병장이 최강철 이병 옆에 가서 앉았다.

“누가 오기로 했냐?”

“여, 여자 친구가…….”

“아, 그때 교회에서 봤던 그 사람?”

“네, 맞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살짝 부끄러워했다.

“그래, 그래. 잘 다녀와라. 그리고 복귀할 때 알지?”

“네? 어떤 걸?”

최강철 이병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김우진 병장이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아, 이런 걸 꼭 말해야 하나. 인마, 그거 있잖아. 맥삼 말이야.”

“맥삼? 그게 뭡니까?”

“와, 이 자식이 봐라. 맥삼을 몰라?”

최강철 이병은 진짜 맥삼을 몰랐다. 김우진 병장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를 수도 있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이 고참이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맥삼이라 함은 대한민국 군인들의 최애템! 군인들의 활력소, 군인들의 진정한 잡지! 그 이상 그 무엇도 바꿀 수가 없는 군인들의 희망이나 마찬가지이다!”

김우진 병장은 마치 신을 말하는 것처럼 경애심을 강하게 드러냈다.

“알겠냐. 그만큼 우리들에게 있어서 맥삼은 그냥 그런 잡지책이 아니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가지고 들어옵니까?”

“그건 알아서 해야지. 그것까지 가르쳐 줘야 하냐?”

“아,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때 최강철 이병을 구원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해진 상병이었다.

“김 병장님, 요즘 맥삼 못 가지고 들어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위병소 검문 강화된 거 말입니다.”

“그러냐?”

“네.”

“하아……. 나의 유일한 안식처인 그걸 못 본다고? 이런 제기랄…….”

김우진 병장이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맥삼은 됐고, 들어오는 길에 말보르나 한 보루 사와라. 그건 괜찮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김우진 병장이 머리를 감싸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김일도 병장님. 무슨 양담배입니까? 우린 다스 아닙니까. 다스!”

“야, 나도 이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준비를 해야지. 그리고 밖에서 다스 피우면, 왠지 아직도 군인인 것 같은 느낌이 들까 봐 싫어.”

“에이, 제대하고 나서 때를 벗기셔야죠. 벌써부터 그러십니까.”

“자식아, 말년이 괜히 말년이 아니야. 지금부터라도 연습해야지. 하긴 네가 말년의 기분을 알기나 하냐.”

“와, 진짜 너무합니다. 저도 4개월 후면 말년입니다.”

“그건 나도 모르지. 그때는 나 여기에 없는데……. 아, 우진이 너는 아직 있는 거구나.”

김일도 병장이 김우진 병장을 놀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티격태격거렸다.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최강철 이병에게 말했다.

“강철아, 어서 준비하고 나가라.”

“네.”

최강철 이병이 준비를 다 마친 후 경례를 했다.

“충성, 외박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잘 다녀와라.”

그 모습을 이은호 이병이 부러운 듯이 바라봤다.

“잘 다녀오십시오.”

최강철 이병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주말 잘 쉬고 있어.”

“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인 후 내무실을 빠져나갔다.

최강철 이병은 위병소에 외박증을 보여준 후 위병소 정문을 나섰다. 최강철 이병이 뚜벅뚜벅 큰 길로 나가는데 저 만치서 다가오는 군인들이 힐끔힐끔 뒤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와, 대박! 진짜 예쁘지 않냐?”

“맞습니다. 저도 봤는데 진짜 예쁩니다.”

“설마 면회 왔나?”

“면회를 왔으면 면회소에 갔겠지 말입니다.”

“그렇겠지?”

“네.”

“어험, 그럼 어디 내가 말이라도 걸어볼까?”

“한번 그렇게 해보시지 말입니다.”

군인들의 대화를 들으며 걷던 최강철 이병은 뭔가 번뜩 떠올랐다.

“설마…….”

최강철 이병은 허겁지겁 뛰어갔다. 저 멀리 예쁜 옷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최지현이 다소곳이 서 있었다. 최강철 이병의 얼굴이 환해졌다.

“많이 기다렸어요?”

“어? 나오셨네. 아뇨, 저도 금방 왔어요.”

최지현의 웃는 미소를 보니 마음이 그냥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금방오셨구나.”

최강철 이병은 여태껏 보지 못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최지현이 피식 웃으며 최강철 이병의 팔짱을 꼈다.

“가요.”

최강철 이병이 순간 움찔하며 배시시 웃었다.

“네!”

두 사람이 환한 얼굴로 걸어갔다. 막상 말을 걸어보겠다던 그 군인은 순간 암울한 얼굴이 되었다.

“젠장! 남자 친구가 있었어?”

“그러니까 말입니다. 원래 예쁜 애들은 다 남자 친구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 거야. 젠장!”

그 군인은 몸을 홱 돌리며 슬쩍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솔플 만세! 솔플 최강!”

최강철 이병과 최지현은 택시를 타고 번화가로 향했다.

“저 오늘 외박 나왔습니다.”

“어멋! 그럼 부대에 내일 들어가요?”

“네! 내일 오후 5시까지 부대 복귀하면 됩니다.”

“오오, 생각보다 기네요. 그보다 저 많이 보고 싶었어요?”

최지현이 수줍게 물어봤다. 최강철 이병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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