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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19화 (41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19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11)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군대 정서상 119를 부른다는 것이 좀 그렇다는 것은 오상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이다 보니 119의 도움을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3중대장도 그런 소리를 하더라. 그런데 알잖아. 대대장님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말이야. 3중대장도 자기가 해결하려고 쉬쉬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은데……. 하아, 젠장! 전화를 받았으니, 모른 척할 수도 없고.”

김철환 1중대장이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손으로 팍팍 긁적였다.

이렇게 되면 1중대에서 직접 나설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어쨌든 저희도 빨리 가서 돕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낫겠지?”

“네.”

“일단 마을 제설 작업 인원까지 다 빼서 큰길 뚫는 쪽으로 투입시켜.”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곧바로 각 소대장들을 불러 모았다.

“지금 각 병력 다 빼서 큰길 뚫는 곳으로 모두 투입시켜주십시오.”

“어? 저희 어제 마무리 못 한 작업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여기서 하루 더 머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일단 길부터 뚫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아, 이놈의 눈! 정말 징글징글합니다.”

4소대장이 한마디 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중대장님의 지시니까. 빠르게 움직이죠.”

“네.”

“알겠습니다.”

“바로 투입시키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을 비롯해 3소대장, 4소대장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대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 후 각 소대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선두에는 오상진을 비롯해 1소대가 먼저 도착해 미친 속도로 길을 뚫기 시작했다.

“으라차차!”

박중근 하사는 미친 듯이 삽질을 했다.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병사들 두 명분의 일을 거뜬하게 했다. 오상진도 박중근 하사와 같이 눈을 치우는 데 힘을 보탰다.

“소대장님. 쉬엄쉬엄하십시오. 저야 이렇게 해도 힘이 남아돌지만 소대장님은 여기서 무리하시면 애들 통제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박중근 하사의 생각은 괜히 자신의 페이스 때문에 오상진이 오버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오상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박 하사.”

“예?”

“어제 안수호 이병 기억합니까?”

“네. 기억합니다.”

“지금 안수호 이병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빨리 뚫고 가서 3중대 도와주지 않으면 안수호 이병 난리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겁니까? 어쩐지 잠자리가 뒤숭숭하더라니……. 알겠습니다. 제가 무조건 뚫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어딘가로 갔다. 그리고 각 부사관들을 한곳에 모았다. 뭔가 지시를 하니 곧 각 소대에서 삽질 잘하는 인원들이 차출되었다.

“길을 완벽하게 뚫을 필요는 없다. 몇 명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뚫는다. 최대한 빨리!”

“네!”

박중근 하사와 부사관들 병사들이 길을 뚫기 시작했다. 오상진도 곧바로 합류했다. 눈을 치우며 오상진은 생각했다.

‘내가 그때 조금만 더 챙겼으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텐데…….’

오상진은 스스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적극적 안수호 이병을 챙겼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책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중근 하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안수호 이병이 걱정되어서 그러십니까?”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대대장님 차에 태워서 보냈어야 했는데……. 제가 좀 더 챙겼어야 했는데…….”

박중근 하사가 오상진에게 말했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일단 길부터 뚫죠.”

“알겠습니다, 박 하사.”

오상진은 다시 힘을 내며 눈을 치워 나갔다.

점심때가 되었을 때 1중대는 3중대와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런데 3중대는 아직 반밖에 뚫지를 못했다. 전 병력이 나서서 열심히 삽질을 하고는 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이 드냐.”

“저도 죽겠습니다.”

병사들은 3일 내리 눈을 치우는 중이었다. 그렇다 보니 조금 지치는 모양이었다. 그때 1중대가 나타났다.

“아직 뚫지 못했나?”

김철환 1중대장이 나타났다. 이대우 3중대장도 삽을 든 채 고개를 들었다.

“네.”

“일단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만 확보하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1중대원들의 합류로 제설작업은 다시 한번 속도를 냈다. 그사이 오상진은 잠깐 안수호 이병이 있는 마을회관으로 갔다.

“안수호. 소대장 알아보겠나?”

안수호 이병이 희미하게 눈을 떴다.

“예.”

“상태가 어때?”

“지금 너무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 죽겠습니다.”

옆에 있던 고인호 상병이 말했다.

“아침도 먹자마자 토했습니다. 일단 수분은 충분히 공급하고 있지만…….”

“알았다. 아무래도 뇌진탕인 것 같다.”

3중대 2소대장이 조용히 말했다.

“미안합니다. 오 중위님.”

“네?”

“오 중위님 말 듣고 제가 강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제가 중대장님 설득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보다 2중대는 어쩌고 있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2중대도 길을 열고 있습니다. 최대한 차량이 들어올 수 있게 말입니다.”

“그런데 제시간 안에 길을 열 수 있겠습니까?”

“일단 해보는 데까진 해봐야죠.”

2소대장의 말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빨리 뚫어야 하는데…….”

오상진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안수호 이병의 안색이 갑자기 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 안수호! 정신 차려! 안수호!”

안수호 이병이 정신을 잃어버렸다. 오상진이 다시 한번 안수호 이병을 깨워봤지만 이번에는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안 되겠습니다. 이 상태로는 힘듭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일단 사람부터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상진은 밖으로 뛰어나갔다.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에게 달려갔다.

“중대장님 안수호 이병 상태가 더 안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정신도 잃었습니다.”

“뭐?”

“제가 지금 확인을 했는데,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금 당장 119 불러야 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대우 3중대장이 버럭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 3중대 2소대장도 뛰어나왔다. 이대우 3중대장이 바로 물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지금 안수호 상태가 너무 안 좋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었다가……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소대장은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안수호 이병은 자신이 맡고 있는 2소대 병사였다. 어떻게든 자신의 책임이었다.

이대우 3중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젠장할!”

김철환 1중대장이 이대우 3중대장에게 다가갔다.

“3중대장,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봅시다. 내가 대대장님에게 보고를 하겠습니다.”

이대우 3중대장은 말이 없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무언의 승낙으로 알고 전화를 걸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충성, 과장님 1중대장입니다.”

-1중대장 무슨 일이야?

“실은 여기에 사고가 생겼습니다.”

-사고 무슨 사고?

“사실은…….”

김철환 1중대장은 그간의 일을 포인트만 살려서 설명했다. 그러자 곽부용 작전과장이 버럭 호통을 쳤다.

-아니, 이 친구들이 지금 정신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그런 사고가 생겼으면 바로 보고를 했어야지. 이제 말하면 어떻게 하나.

“죄송합니다.”

-아니면 병원이라도 즉각 데려가든지!

“죄송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자기 잘못이 아니면서도 계속해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하아, 그래서 119는 불렀어?

“그게 아직…….”

-지금 당장 119 불러! 내가 대대장님께 보고 올릴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어느 정도 질책은 각오했던 상황이었다.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었다.

“빨리 119를 부르자.”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곧바로 휴대폰을 열어 119를 불렀다.

“119죠? 여기 병사 한 명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빨리 좀 와 주십시오.”

오상진은 119에 신고를 한 후 기다렸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는데 119에서는 소식이 없었다. 다들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와? 119에 신고한 거 맞아?”

이대우 3중대장이 버럭 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락했습니다.”

“그런데 왜 안 와!”

이대우 3중대장은 초조했다. 진짜 안수호 이병이 죽는다면 자신 역시도 옷을 벗어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젠장할!”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네, 여보세요?”

-네, 119대원인데요. 저희가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발이 꽁꽁 묶였습니다. 이곳은 아직 제설 작업이 되지 않은 상태라서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죄송한데 부상자를 이쪽으로 후송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오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거기 어디입니까?”

“여기 대창 마을입니다.”

“대창 마을이면 여기서 거기까지 대략적으로 10㎞가 넘는 거리입니다. 지금 뇌진탕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습니다. 억지로 후송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언제 그랬습니까?

“어제 낮부터 그랬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지금 상태로는 제설차가 와서 길을 열어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제설차요?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바로 광주시청에 전화를 넣었다. 예전 멧돼지 사건으로 명함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김한솔 팀장이라고 했지.”

오상진이 중얼거리며 통화음을 기다렸다. 잠시 후 김한솔 팀장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광주시청 민원실 팀장 김한솔입니다.

“안녕하세요. 오상진 중위입니다.”

-오상진 중위님?

“네, 예전에 멧돼지 사건 때…….”

-아, 오 중위님.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제설 작업 중 아닙니까?

“네. 그러고 있는데 어제 또다시 폭설이 내려서 지금 마을에 고립 중입니다.”

-네?

“아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저희 병사 한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당장 119를 불렀는데 어제 내린 폭설로 또다시 길이 막혔습니다. 저희가 뚫어도 되지만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려 힘들 것 같습니다. 무리한 부탁인 줄 알지만 제설 차량 좀 보내주십시오.”

-오. 그래요? 그럼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제가 한번 수배해 보겠습니다.

“그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한편, 김한솔 팀장은 전화를 끊은 후 앞에 있는 조 주임을 불렀다.

“조 주임.”

“네, 팀장님.”

“오상진 씨에게 전화가 왔는데.”

“오상진 씨……. 아, 중위요.”

“그래. 지금 그곳 병사 한 명이 다쳤다는데 119가 못 들어가고 있데. 눈 치워줄 제설 차량 보낼 줄 수 있어?”

조 주임이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그쪽에 보낼 제설 차량이 어디 있습니까? 그쪽은 대민지원이라고 해서 군인들이 알아서 해줄 거라 믿고, 제설 차량 다른 쪽으로 다 돌렸습니다.”

“그래? 한 대도 없어?”

“다른 곳도 난리입니다. 어제 폭설로 말입니다.”

“그래도 지금 저쪽이 급하다는데 한 대만 빼서 돌려봐.”

“하나 빼서 보낸다고 해도 시간 한 참 걸릴 텐데요.”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보내준다고 했는데? 이거 참 난감한데…….”

김한솔 팀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조 주임이 바로 말했다.

“제가 전화해 보겠습니다.”

조 주임이 곧바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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