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18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10)
한편, 안수호 이병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 계속해서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왔다. 하지만 안수호 이병은 혹시라도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 봐 괜찮다며 숨겼다.
“야, 안수호.”
“이병 안수호.”
“너 불침번 4번째네. 내가 이름 부르면 바로 일어나라.”
“네, 알겠습니다.”
“야, 왜 힘없이 대답해. 어디 아파?”
“아, 아닙니다.”
“아닌 것 같은데…….”
상병이 걱정스레 다가왔다. 안수호 이병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그럼 전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안수호 이병은 몸을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상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 녀석 진짜 괜찮나?”
그러는 사이 간단하게 취침 점호를 한 후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상병이 누워 있는 안수호 이병을 봤다.
“최 병장님.”
“왜?”
“안수호 이병 불침번인데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머리 깨졌다고 불침번 빠져도 돼? 난 말년에 이러고 있는데?”
최 병장이 투덜거렸다.
“그래도 아까 보니까. 상태가 별로 안 좋았는데 말입니다. 아니면 순번을 앞으로 좀 돌리시죠. 일찍 순번을 돌려서 재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안수호 몇 번째인데?”
“지금 가운데 껴 있습니다. 가뜩이나 컨디션 안 좋은데 괜히 불침번 중간에 서게 했다가 더 상태 안 좋으면 어떡해 합니까?”
“야, 그냥 해. 여기서 안 피곤한 사람이 어디 있냐? 나도 피곤해. 나도! 그리고 네가 계속해서 수호 감싸고 그러니까, 저 녀석이 저러는 거야.”
그러자 상병이 약간 빈정이 상했다.
“그러는 최 병장님은 왜 그렇게 수호가 못마땅하십니까?”
“뭐? 너 차기 분대장이라고 말을 막 하는 경향이 있다.”
“제 말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최 병장과 상병이 약간 언질을 벌였다. 최 병장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분대장인 박 병장이 중재에 나섰다.
“야, 인호야.”
“상병 고인호.”
“그만해라. 그래도 우리 소대 왕고다. 그리고 최 병장님도 그만하시죠.”
“쳇! 이것들이 내가 말년이라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어디 말년 꼬장 한번 부려봐?”
“아, 왜 그러십니까. 대민지원 나와서 다 같이 고생하고 있는데. 꼭 그렇게 하셔야 합니까?”
“그래, 인마. 그럴 거다. 왜, 불만 있냐?”
최 병장이 서서히 꼬장을 부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2소대장이 나타났다.
“야,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얼른 자라. 아니면 단체로 기합받을래?”
“아닙니다.”
박 병장이 바로 말했다. 2소대장이 박 병장을 바라봤다.
“빨리 재워.”
“네. 충성.”
2소대장이 가고 박 병장이 몸을 돌렸다.
“최 병장님, 그래서 안 주무실 겁니까?”
“칫…….”
최 병장은 인상을 한 번 찡그리곤 휙 누워 버렸다. 박 병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인호 상병을 봤다.
“인호야, 너도 자라. 그리고 불침번은 지금 당장 바꿀 수가 없다.”
“네, 알겠습니다.”
고인호 상병이 안수호 이병을 한 번 보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리고 누워 있는 안수호 이병에게 다가갔다.
“수호야, 괜찮냐?”
“네. 고 상병님 괜찮습니다.”
“상처는 어때? 확실히 말해봐.”
“지금은 누워 있어서 괜찮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저녁은 좀 먹었어?”
“대충 먹었습니다.”
“하아, 자식. 하필이면 대민지원나와서…… 어쨌든 내일이면 부대 복귀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푹 쉬고 있어.”
“네.”
“너 불침번 빼주려고 했는데…….”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 바로 전이 고 상병님이시죠?”
“그래.”
“그럼 저 깨워주시면 바로 일어나겠습니다.”
“알았다. 그리고 정 힘들면 말해. 내가 당직사령님께 말해놓을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쉬어라.”
고인호 상병이 자신의 자리로 갔다. 자신도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다.
12.
“수호야, 안수호?”
고인호 상병이 안수호 이병을 깨웠다. 그런데 반응이 없었다.
“야, 안수호. 일어나.”
이번에는 흔들어 보았다. 그럼에도 반응이 없었다. 고인호 상병은 화들짝 놀라며 코에 손을 가져갔다. 다행히 미약하지만 숨은 쉬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보다 이 녀석…… 땀을 너무 흘리는데.”
안수호 이병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많이 힘드나? 그냥 내가 계속 불침번 설까?”
고인호 상병은 힘들어하는 안수호 이병을 깨우기가 미안했다. 그래서 이참에 고참 노릇을 한번 해볼 생각이었다.
“그래, 당직사령께 사정 말하고 내가 서도록 하자.”
고인호 상병이 그 결심을 한 후 일어나려는데 안수호 이병에게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으으음…….”
고인호 상병이 곧바로 안수호 이병의 상태를 확인했다.
“안수호, 수호야. 너 괜찮아?”
“으으으음…….”
몸까지 부르르 떨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녀석, 괜찮지가 않은데…….”
조금 전에는 그냥 잠에서 깨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앓는 소리를 듣고, 다시 한번 상태를 확인하니 이건 그냥 둬서는 뭔가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보고해야겠다.”
고인호 상병은 곧장 당직사령에게 보고를 하러 움직였다. 다행히 당직사령은 3중대 2소대장이었다.
“소대장님 수호가, 안수호가 이상합니다.”
“뭐? 안수호가? 왜? 갑자기 왜?”
“지금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자는 게 아니야?”
“아닙니다. 앓는 소리와 함께 식은땀을 엄청 흘리고 있습니다.”
“젠장…….”
2소대장이 벌떡 일어나 안수호 이병 곁으로 갔다. 안수호 이병의 상태를 확인한 2소대장은 진짜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중대장님 어디 계시지?”
“저쪽에 주무십니다.”
고인호 상병이 구석진 방을 가리켰다. 그곳에 이대우 3중대장과 간부진들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2소대장이 곧장 그곳으로 갔다. 조심스럽게 이대우 3중대장을 깨웠다.
“중대장님, 중대장님.”
“으음, 뭐야?”
“지금 안수호 이병 상태가 엄청 좋지 않습니다.”
“안수호? 그 녀석이 왜?”
“낮에 뒤로 넘어져서 머리가 깨진 병사입니다.”
그 소리에 이대우 3중대장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났다. 곧장 밖으로 나갔다. 주위의 소란스러움에 3중대 전체가 일어나 있었다. 불까지 켜진 상태였다.
고인호 상병이 안수호 이병의 뺨을 치며 정신 차리라며 깨우고 있었다. 그사이 안수호 이병의 정신을 돌아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네, 중대장님. 다행히 정신은 들었는데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아, 깜짝 놀랐네. 그런데 상태가 안 좋아?”
“네. 지금 너무 안 좋습니다.”
“어떻게 안 좋아? 정확하게 말해봐.”
“지금 겨우 정신을 들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합니다.”
“확실해?”
이대우 3중대장은 꾀병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볼 요량으로 재차 물었다. 고인호 상병이 바로 답했다.
“네, 확실합니다. 지금 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젠장, 환장하겠네.”
이대우 3중대장의 시선이 창문으로 향했다.
“밖에 눈 아직 오나?”
“아뇨, 그쳤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가?”
이대우 3중대장이 잠깐 고민을 했다. 이대로 두면 아무래도 송장을 치를 것 같았다. 그럼 자신의 커리어에 큰 오점이 남게 되었다.
“빨리 안수호 누가 업어. 어서!”
“네.”
고인호 상병이 곧바로 안수호 이병을 업었다.
“일단 첫 번째 마을에 2중대가 있지?”
“네.”
“그럼 2중대가 있는 마을까지 나가보자. 그곳에서 도움을 요청해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고인호 상병이 안수호 이병을 업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대우 3중대장이 걸음을 멈췄다. 눈이 생각보다 가득 쌓여 있었다. 옆에 있던 2소대장이 난색을 표했다.
“중대장님 눈이 너무 많이 쌓였습니다.”
“그래도 일단 나가보자.”
“네.”
2소대장이 앞장서서 길을 내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였다. 고인호 상병도 안수호 이병을 업고 있는 상태로 눈을 헤치며 전진하지만, 얼마 못 가 체력의 한계가 왔다.
“하아, 하아…….”
“중대장님 더 이상 뚫고 나가기에는 무리입니다.”
이대우 3중대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제설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침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안수호 이병 상태가 나빠지지 않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2소대장이 고인호 상병 등에 업힌 안수호 이병을 봤다. 숨을 쉬고 있지만 눈은 이미 감긴 상태였다. 게다가 고인호 상병의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중대장님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일단 마을회관으로 돌아가시죠.”
2소대장의 진언에 이대우 3중대장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그래, 복귀하자!”
다시 마을회관으로 복귀를 한 이대우 3중대장은 미칠 것만 같았다.
“아, 제기랄 어떻게 하지?”
2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119를 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
“야, 인마. 우린 군인이야. 군인이 어떻게 119를 불러!”
“그래도 저희는 현재 부대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불러도…….”
“시끄러! 야, 2소대장.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죄송합니다.”
2소대장이 바로 입을 닫았다. 이대우 3중대장이 2소대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일단, 안수호 이병 직접 챙기고.”
“네.”
“날이 밝는 즉시, 전 병력 큰길 제설 작업에 투입시켜. 어떻게든 길을 뚫으란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아침이 밝아왔다.
이대우 3중대장이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안수호 이병을 찾았다.
“상태 어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 녀석, 뭐 좀 먹이긴 했어?”
“아뇨, 잘 씹지도 못합니다.”
“하아, 시발! 진짜…….”
이대우 3중대장이 거칠게 숨을 쉬기 시작한 안수호 이병을 봤다.
“병력은? 제설 작업에 투입되었지?”
“네. 밥 먹자마자 투입시켰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좀 더딥니다. 일단 1중대와 2중대 쪽에 연락을 취해 도움을 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젠장할, 내가 1중대장에게 도움을 청해야 해!”
“중대장님…….”
2소대장이 다시 조심스럽게 불렀다. 이대우 3중대장이 버럭댔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대우 3중대장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네, 1중대장님. 접니다.”
-무슨 일인가?
“식사는 하셨습니까?”
-우리야, 벌써 먹었지. 2중대는?
“저, 저희도 먹었습니다.”
-그래, 우리 지금 제설 작업 중이니까, 2~3시간 안에 그쪽으로 넘어갈 수 있을 거야. 아마도 점심때쯤에 보겠네.
“그런데 1중대장님.”
-왜?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대우 3중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어렵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통화를 끊자마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와, 진짜 살다 살다 이런 미친 새끼를…….”
“무슨 일입니까?”
오상진이 바로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1소대장, 3중대장이 송장 하나 치르게 생겼다.”
“네? 무슨 말입니까?”
“안수호 말이야. 간밤에 애가 상태가 안 좋아졌나 봐. 지금 3중대장 길 뚫는다고 난리다.”
“그럼 저희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도와야지. 그런데 우리도 여기 마을에 고립되어 있잖아. 길을 뚫으면서 가야 하는데…….”
“그럼 119라도 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