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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17화 (41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17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9)

다행인 것은 이 소위가 귀찮아하면서도 얼른 안수호 이병의 다친 부위를 확인했다는 점이었다.

상처를 확인한 소대장이 안수호 이병에게 뭐라고 얘기를 하는 듯했다. 고개를 끄덕인 안수호 이병은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오상진은 그런 안수호 이병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곧 안수호 이병의 옆으로 다가온 다른 병사의 도움으로 머리에 묻은 피와 흙을 씻어 내는 듯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이 소위는 그래도 괜찮네.”

오상진은 안도를 하며 안수호 이병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같이 간 병사는 2소대 병장이었다.

“강 병장!”

이 소위가 2소대 강 병장을 불렀다. 강 병장은 안수호의 모포를 뺐고, 핫팩을 뺏으려 했던 장본인이었다.

강 병장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것만으로도 안수호 이병은 몸을 움찔 떨었다. 이 소위는 강 병장을 보며 말했다.

“강 병장. 이 녀석 뒷머리가 깨졌으니까. 알아서 씻기고 상태 좀 확인해 봐.”

“네. 알겠습니다.”

강 병장이 안수호 이병에게 갔다.

“야, 안수호 일어나. 이 새끼가 진짜……. 하다 하다 별짓을 다 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 생활 끝나?”

“아닙니다.”

강 병장은 잠시 주위를 확인하며 안수호 이병에게 말했다.

“일단 내 어깨에 손 올려!”

“네?”

안수호가 눈을 크게 떴다.

“올리라고 새끼야!”

“아, 알겠습니다.”

안수호 이병이 강 병장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강 병장은 바로 안수호 이병을 부축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면서 낮게 말했다.

“야, 손만 올리라고 했지. 누가 무게를 실으라고 했지?”

“네.”

“깃털처럼 가볍게 자식아!”

“네.”

그렇게 강 병장은 근처 마을로 갔다. 마을회관에 들어갔다. 화장실로 간 안수호 이병을 보고 강 병장이 말했다.

“야, 안수호.”

“이병 안수호.”

“대충 씻는데 빨리하지 말고, 느긋하게 씻어. 느긋하게 알았어!”

“네.”

“난 좀 여기서 쉬고 있을 테니까. 나중에 뭔 말 나오면 너 때문에 늦은 거라고 말한다.”

“알겠습니다.”

안수호 이병은 뒤통수가 욱신거렸다. 그리고 찬물을 틀어 머리를 씻는데 갑자기 한심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10.

이대우 3중대장의 고집으로 1호 차가 겨우 빠져나왔다. 물론 육공트럭까지 동원해 차량을 빼내었다. 이대우 3중대장은 흡족한 얼굴로 한종태 대대장에게 말했다.

“저희 3중대가 차량을 빼냈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한종태 대대장은 그 한마디만 남기고 1호 차를 타고 가버렸다. 지금은 어쨌든 기분이 나빠서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이대우 3중대장은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를 들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고 난 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물었다.

“중대장님.”

“왜?”

“아까 쓰러진 안수호 이병 있지 않습니까.”

“그 녀석이 왜?”

“사실 확인을 해보니까. 뒷머리가 깨져서 피가 났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말입니다. 병원으로 이송해서 진찰을 받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머리가 깨져? 얼마나 심각한데?”

“그게 제 손에 피가 묻을 정도입니다.”

“그래? 흠……, 괜히 끌고 갔다가 탈 나는 거 아냐?”

김철환 1중대장이 살짝 고민을 하다가 이대우 3중대장에게 갔다.

“3중대장.”

이대우 3중대장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보셨습니까? 제가 말한 대로 했지 말입니다.”

“그래, 잘 봤다. 고생했어.”

“칭찬받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말이야. 아까 다친 병사 있잖아.”

“다친 병사? 누굴 말하는 겁니까?”

“아니. 처음에 1호 차 밀다가 뒤로 넘어져 다친 병사 말이야.”

“전 그런 보고 못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봤을 때 멀쩡하던데 말입니다. 다치긴 뭘 다쳤다고 합니까? 그냥 뒤로 벌러덩 넘어진 겁니다.”

“그래? 머리가 깨졌다고 그러던데.”

“누가 그럽니까? 혹시 오 중위가 그럽니까? 아, 진짜……. 오 중위 좋게 가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오 중위 어디 있습니까?”

“아, 왜 그래? 오 중위는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지.”

“그 얘기를 왜 1중대장님께서 하십니까. 나한테 찾아와서 직접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 알았어. 미안해. 아무튼 그 친구 안에 들어가면 한번 봐줘. 그게 뭐 어렵나? 그리고 이상이 있으면 보내면 되잖아. 안 그래?”

“네네. 알겠습니다. 확인을 하겠지만 그 녀석을 누가 데리고 나갑니까? 육공트럭을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지 않습니까. 그 녀석 한 명 때문에 말입니다. 아니면 1중대 차량을 빼서 해주시겠습니까?”

“야, 너희 중대 애잖아.”

“그러니까,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

김철환 1중대장은 입을 다물었다. 이대우 3중대장이 바로 앞으로 가서 차량에 올라탔다.

“저저, 성질머리 하고는…….”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량에 올라타자 오상진이 물었다.

“뭐라고 합니까?”

“그냥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신경 쓰지 말란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람마을에 도착한 후 오상진은 작업지시를 내린 후 슬그머니 안수호 이병을 찾았다.

안수호 이병을 발견하고 다가갔는데 머리 뒤쪽에 대일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안수호.”

“이병 안수호.”

“머리는 어때? 괜찮아?”

“조금 어지럽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오상진이 안수호 이병을 찬찬히 봤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았다.

“힘들면 말하고, 절대 무리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안수호 이병을 다시 확인한 후 자신의 소대로 복귀했다. 그리고 한창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쌓인 눈을 치우며 가람마을에 들어갔다.

지난 3일 동안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첫 번째 마을과 두 번째 마을보다는 작업 속도가 조금 느렸다.

“자, 3중대는 입구부터 제설 작업하면서 들어오고, 1중대와 2중대는 마을 전체를 확인한다.”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지시에 중대가 빠르게 움직였다. 어차피 해왔던 일이었기에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다만 기존에 쌓인 눈보다 많아서 힘들 뿐이었다.

“아우, 눈 쌓인 거 봐라.”

“이거 오늘 하루에 못 끝낼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게다가…….”

3소대장이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은 구름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눈까지 내릴 기세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해봐야죠.”

오상진이 말했다. 이미선 2소대장과 3소대장,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창 작업을 하는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눈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함박눈이 내렸다.

“1중대장님. 이 상태로는 안 됩니다. 마을 깊숙이 들어간 장병들이 고립될 수 있습니다.”

2중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보고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내리는 눈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안 되겠다. 게다가 시간도 얼추 4시가 넘어가고 있어. 애들 철수하라고 하게.”

“네.”

“그리고 두 번째 마을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도 이쪽으로 불러들여!”

“네. 알겠습니다.”

2중대장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1중대장님, 1중대장님.”

“왜 그러는가, 2중대장.”

“두 번째 마을에서 대기 중이던 트럭이 이곳으로 오던 중 차량 5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났습니다.”

“뭐? 이런…….”

1중대장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르게 정리를 할 필요를 느꼈다.

“지금 각 중대원들은 어디에 있지?”

“마을회관 입구에 몰려 있습니다.”

“수송대대에서 차량을 수소문해 봐.”

“안 그래도 수송대대에 알렸지만 지금 당장은 차를 공수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게다가 날까지 어두워져서 이 눈길에 차량 운행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저도 잘…….”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 상황에서는 3개 중대가 꼼짝없이 이곳에 고립되어야 할 판이었다.

한편, 오상진이 이끄는 1소대원들도 하우스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4시 가까이 되었다. 어둠도 일찍 찾아오는 듯했다.

“얘들아, 조금만 더 서두르자.”

“네.”

그사이 할아버지가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아이고, 고마워. 정말 고마우이.”

“아닙니다. 어르신.”

오상진이 따뜻하게 말했다. 이런 할아버지를 보고 작업을 중단하고 떠날 수가 없었다.

“이것만 마저 끝내고 가죠.”

“이것만…….”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작업이 점점 더디게 흘러갔다. 1소대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소대들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하는데 차마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하아, 큰일이네. 눈이 계속 내리네.”

오상진도 이제 서서히 걱정이 되었다. 이 상태로 계속 되었다가 큰일 날 것 같았다.

“일도야.”

“병장 김일도!”

“오늘은 아무래도 여기까지 해야겠다. 지금 작업하는 것만 대충 마무리 짓자!”

“그렇지만 할아버지께서…….”

“어쩔 수 없어. 이러다가 해가 다 떨어진다.”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지체되었다간 날이 어두워질 것 같았다.

“다 끝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지금 마을회관으로 집합 중이니까. 빨리 가자.”

“네.”

오상진은 1소대 인원을 확인한 후 집결지인 마을회관 공터로 내려갔다. 오상진이 마을회관에 도착을 하자 각 중대장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중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아무래도 우리 여기에 고립된 것 같다.”

“네?”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으로부터 대충 얘기를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일단 대대장님께 보고드렸어. 아무래도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3개 중대를 어디서 재웁니까?”

“각 마을 이장님께 연락을 돌렸다. 일단 마을회관에 각 중대별로 인원을 재우기로 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우리 1중대는 어디입니까?”

“바로 여기! 1소대장이 각 소대장에게 전달한 후 빠르게 조치를 취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3중대는 두 번째 마을, 2중대가 가장 먼 첫 번째 마을로 가기로 했다. 물론 거기까지는 걸어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을 주민들이 장병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준 것이었다. 저녁 식사도 대접해 주고 잠자리도 봐주었다.

그날 저녁이 되었다.

3중대원들이 한창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2소대장이 다가와 3중대장을 깨웠다.

“뭐야?”

“중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큰일?”

“병사 하나가 정신을 못 차립니다.”

“뭐?”

이대우 3중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녁 식사 중 반주로 먹었던 막걸리가 확 깨는 느낌이었다.

11.

3중대 2소대는 취침을 하기 전 불침번을 정했다. 아무리 외부 임시 숙소에서 잠을 청한다 해도 기본적인 불침번은 바로 짰다.

“자, 모두들 불침번 순번 기억했지?”

“와, 무슨 불침번입니까? 여기까지 와서…….”

“불침번은 기본 아니야? 기본! 잔소리 말고 근무 서고, 그보다 최 병장. 너는 어차피 불침번 근무 안 서잖아.”

“네, 뭐…….”

“그런데 뭔 말이 그리 많아!”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잔소리 말고, 어서 취침 준비나 해.”

“넵!”

최 병장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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