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16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8)
운전병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렇게 운전하던 운전병이 원래는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데에서도 아까 그 일이 신경 쓰여 더 조심하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코너를 돌 때였다. 속도가 좀 떨어졌다고 생각한 운전병이 액셀을 살짝 밟았는데 갑자기 바퀴가 헛돌더니 기우뚱했다.
“어어어어!”
곽부용 작전과장이 소리를 지르며 안전손잡이를 강하게 잡았다. 눈을 감고 있던 한종태 대대장 역시도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뭐야! 차가 왜 이래?”
운전병 역시도 당황했다. 차가 한 번 휘청거리더니 핸들이 컨트롤되지 않았다.
운전병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클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눈길에 미끄러지며 옆 논두렁으로 차량 뒤쪽 바퀴가 빠져 버렸다.
우우우우웅!
운전병이 강하게 액셀을 밟아도 차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찌나 당황을 했는지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계속해서 차량 엔진음이 강하게 들려왔지만 앞바퀴는 그냥 헛돌기만 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힐끔 뒤쪽을 봤다. 논두렁에 뒷바퀴가 빠진 것이 보였다. 그리 높지 않은 논두렁이지만 이 상태로 뒤로 넘어지면 다치기 딱 좋은 높이였다.
“야, 운전병 그만해. 뒷바퀴 빠졌다. 그리고 대대장님께서는 안전을 위해서 잠시 차량에서 내려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눈 매섭게 떴다.
“이 새끼, 운전을 이 따위로 하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다시 말했다.
“일단 대대장님 차에서 내리시죠.”
“하아, 진짜 오늘 일진이 왜 이렇게 안 좋냐.”
한종태 대대장이 잔뜩 인상을 썼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다. 곽부용 작전과장도 차에서 내렸다. 물론 뒤쪽으로는 내릴 수가 없어 앞쪽 조수석을 통해 내렸다.
“대대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빨리빨리 해!”
“네, 알겠습니다.”
그때 저 앞에서 때마침 이대우 3중대장이 탄 육공트럭이 도착을 했다. 차에서 내린 이대우 3중대장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1호 차가 빠졌네.”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했다.
“1호 차 말입니까?”
이대우 3중대장이 힐끔 논두렁에 한쪽 바퀴가 빠진 1호 차를 보았다.
“일단 1호 차니까. 병력을 동원해서 들면 될 것 같습니다.”
“알았어. 빨리 조치해 봐.”
“네.”
그러는 사이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도 나타났다. 이대우 3중대장에게 대략적으로 보고를 받고, 오상진에게 말했다.
“1소대장 지금 1호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한쪽 바퀴가 빠졌다네.”
“그럼 빨리 조치를 해야죠.”
“그래야지.”
그런데 이대우 3중대장과 2중대장이 서로 약간의 언성을 높이며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었다. 먼저 2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그냥 병력을 다 동원해서 한꺼번에 들어서 합시다.”
하지만 이대우 3중대장은 반대였다.
“물론 병력으로 해서 올리면 되지만 눈 때문에 미끄럽고, 저 상태면 병사가 다칠 수도 있습니다. 육공트럭이 있지 않습니까. 끈으로 연결시켜서 육공트럭이 끌고 뒤에서 몇 명만 밀면 될 것 같습니다.”
“육공트럭은 안 미끄러지겠습니까? 그러다가 육공트럭마저 잘못되면 어떻게 합니까? 장병들도 안 다칠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힘을 줘서 들어서 옮기면 됩니다.”
“에헤이, 그러다가 다칩니다.”
“아직 해보지도 않고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이래저래 두 사람의 의견충돌이 일어났다. 따지고 보면 둘 다 대대장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방법으로 일을 진행해 차량을 뺀 거라고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의 의견충돌을 듣고 슬쩍 오상진에게 물었다.
“어떻게 좋을 것 같냐?”
“으음, 1호 차가 1톤쯤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병력이 5~6명만 붙어서 하면 들릴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지? 내 생각도 그게 좋을 것 같다.”
“그런데 3중대장이 저렇게 말했는데 무시하는 것도 좀 그럴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다. 그럼 일단 3중대장의 말대로 일단 밀어보고 안 되면 2중대장 뜻대로 하자.”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정리를 마친 후 두 사람에게 갔다.
“그만들 다퉈!”
김철환 1중대장이 나서자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일단 내가 들어봤는데, 두 사람 다 말이 맞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단 3중대장이 먼저 의견을 제시했으니까, 3중대장의 의견대로 한번 해보고 안 되면 2중대장 의견대로 하는 걸로 해.”
“네. 알겠습니다.”
“네.”
김철환 1중대장이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좋아. 그럼 각 중대에 힘 좀 쓰는 녀석 두 명만 데리고 와.”
그러자 3중대장이 나섰다.
“에이, 각 중대에서 부릅니까. 우리 3중대원들이 여기 다 있는데.”
이대우 3중대장이 승기를 잡았다는 듯 바로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래 3중대장이 책임지고 알아서 해. 일단 뒤에서 미는 것부터 해봐.”
“네.”
그사이 김철환 1중대장은 2중대장을 위로했다.
“왜 3중대장 의견을 승낙하셨습니까?”
2중대장은 김철환 1중대장에게 왜 3중대장 편을 들어준 건지 돌려서 묻고 있었다.
“딱 봐도 저렇게 하면 병사들 다칩니다.”
“2중대장 잘 알지 않나. 요새 3중대장 대대장님 눈 밖에 나서 어떻게든 대대장님 눈에 들려고 발악을 하는 거 말이야. 저게 뭐라고 저런 거로 아등바등하는 것이 안쓰럽지 않은가. 그러니 공 한번 세워보는 정도는 내버려 둬도 되지 않겠나.”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2중대장이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1중대장님의 말씀이신데…….”
한편, 그 시각 이대우 3중대장은 의기양양했다.
“후후후, 하늘이 날 돕는 건가. 하필 내가 앞서서 갈 때 1호차가 빠지지? 이래서 내가 선두에 서고 싶더라니.”
이대우 3중대장이 실실 웃으며 소대장들을 집합시켰다.
“야, 각 소대장 집합!”
“네.”
소대장들이 이대우 3중대장에 곁에 모였다.
“너희들 저기 1호차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내라.”
“대대장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대대장님은 추위 때문에 육공트럭에 모셨다.”
“네.”
“아무튼 한 번에 빼내라, 알았어?”
“네.”
이대우 3중대장이 1호차로 가서 요령을 알려주었다. 3중대 2소대가 나왔다. 이대우 3중대장이 직접 애들을 배치했다.
“순간적인 힘이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단 한 번에 밀어서 차량을 올려야 해.”
“네!”
이대우 3중대장의 당부에 소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 속에 안수호 이등병도 있었다.
“야, 다들 차 뒤에 붙어.”
하지만 병장들이 나서겠냐. 게다가 딱 봐도 옷이며, 전투화도 다 버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저 상태에서는 힘이 제대로 들어갈 것 같지도 않았다.
‘이거 괜히 나섰다가 피 본다.’
병장을 똥구녕으로 딴 것이 아니었다.
“야, 일병이랑 이등병들 중에서 튀어가!”
“네. 알겠습니다.”
안수호 이병이 자리를 잡았다. 그 옆으로 고참들 역시 자세를 잡았다. 소대장이 나타났다.
“자, 다들 자세 잡았냐?”
“네.”
“잘 들어라, 액셀을 밟으면 그때 힘껏 차량을 미는 거다.”
“네, 알겠습니다.”
소대장이 당부를 한 후 운전병에게 신호를 보냈다. 운전병이 천천히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아아아앙!
강한 엔진음이 들리고 그와 함께 소대장이 소리쳤다.
“밀어!”
“으찻!”
“으라라라랏!”
장병들이 힘껏 1호 차를 밀었다. 하지만 차량도 앞바퀴가 헛돌고 뒤에서 미는 장병들 역시 눈 때문인지 자꾸만 미끄러져 제대로 힘을 싣지 못했다.
부아아아앙!
“조금만 더 힘내! 조금만 더 밀어!”
1호 차가 빠질 듯 말 듯 덜컹거렸다. 그러다가 차량이 앞쪽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뒤로 살짝 밀리면서 멈췄다.
“어어어…….”
그때 안수호 이병이 힘을 주며 밀고 있었는데 차량이 멈추며 그 반발력에 의해 뒤로 튕겨 논두렁으로 넘어져 버렸다.
팍!
“으악!”
그런데 하필이면 넘어진 곳에 작은 돌멩이가 있었다. 그 돌멩이가 안수호의 뒷머리 부위를 강타했다. 뒤에서 오상진이 지켜보고 있었다.
“차량 스톱!”
소대장이 외쳤다.
3중대장이 의문을 가지며 물었다.
“뭐야? 왜 그래?”
“병사 한 명이 뒤로 넘어져 다쳤습니다.”
“아, 진짜.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고 빨리 치워!”
이대우 3중대장은 대대장님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바로 정리하려고 했다. 이대우 3중대장은 어떻게 해서 잡은 기회인데 절대 실수를 하면 안 되었다.
병사 한 명이 안수호 이병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상황을 확인했다. 이대우 3중대장은 한 번 실패한 것에 잔뜩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넘어졌던 안수호 이병이 옆에서 비틀거리고 있는데도 그 누구도 신경 써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을 불렀다.
“중대장님.”
“왜?”
“저 친구 상태 좀 봐야겠습니다.”
“누구? 저기 저 친구?”
“네?”
“아는 녀석이야?”
“네.”
“아이고……. 그래, 갔다 와라.”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바로 안수호 이병에게 뛰어가 물었다.
“어이, 안수호!”
“이, 이병 안수…… 호…….”
안수호 이병이 희미하게 대답을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신은 있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다친 곳은 없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 어지럽습니다.”
“그래?”
오상진이 살짝 머리 쪽을 확인했다. 그곳에 눈과 흙이 뒤엉켜 있었다. 그곳을 털어내던 오상진의 손에 살짝 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야, 너 머리 깨진 것 같다.”
“네?”
“잠깐 보자.”
오상진이 바로 안수호 이병 머리통을 확인했다. 그때 3중대 2소대장이 불편한 얼굴로 다가왔다.
“오 중위님. 지금 뭐 하십니까?”
“아, 이 소위, 그게 말이야. 이 친구가…….”
오상진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소위가 말했다.
“저희 소대 애입니다. 자꾸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3중대장님께서 보시면 뭐라고 할 것 같습니까.”
“그게 아니라 이 친구 머리 뒤가 깨졌다고.”
“네? 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 소위는 약간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자네가 그럴 말을 할 상황이 아니라니까. 지금 머리에 피가 난다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빨리 응급처치해야지.”
“하아…… 오 중위님. 3중대 애입니다. 자꾸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아니면 지금 3중대장님께 보고합니까?”
오상진은 그 말에 인상을 썼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 소위가 이 친구 응급처치해 줘.”
오상진이 손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마을 들어가서 상태 확인하고 약 발라서 응급치료해 놓겠습니다. 그럼 됐죠?”
“그래, 잘 봐줘.”
오상진이 그리 대답을 한 후 안수호 이병을 두고 김철환 1중대장 곁으로 갔다. 그러면서도 안수호 이병에게서 시선은 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