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12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4)
“어멋!”
“왜 그래요?”
“상진 씨, 저기 봐봐요. 눈이에요.”
“어? 그러네요.”
“어머나,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예요.”
오상진도 창가를 봤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저 눈 계속 오는 건 아니겠지?’
오상진은 불현듯 부대에 있는 소대원들이 걱정되었다.
전날 늦은 시각까지 함께 했던 오상진과 한소희. 한소희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그녀의 집에 들어갔다.
“미안해요. 상진 씨.”
한소희가 울먹였다. 오상진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해해요. 저라도 부모님의 입장이라면 외박 안 된다고 했을 겁니다. 이렇듯 예쁜 딸을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에이! 이렇게 헤어지기 싫은데……. 이럴 때면 진짜 결혼하고 싶다니까요.”
한소희가 툭 내뱉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살포시 안아주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게 두 사람은 내일을 기약하며 애틋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날. 오상진은 데이트를 위해 분산히 움직였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띠동!
오상진이 곧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그런데 그 앞에 이모부가 서 있었다.
“어? 이모부!”
“상진이 집에 있었구나.”
“네, 이모부. 어쩐 일이세요.”
오상진이 당황한 눈으로 신순애를 봤다. 신순애가 입을 뗐다.
“어, 아들이 어제 늦게 들어와서 얘기를 못 했어. 이모부 오늘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시려고 오는 길이야.”
“아, 잘하셨어요.”
그런데 이모부가 또 뭔가 바리바리 싸 왔다. 두 손으로 다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이모부, 뭘 이리 가져오셨어요.”
“크리스마스인데 빈손으로 올 수 있나.”
제주도에서만 나는 생선과 먹을 것을 잔뜩 사 오셨다. 신지애가 어느새 나와 있었다.
“이이는 그냥……. 이 상황에서 이렇게 잔뜩 사 와도 돼요.”
“이 사람이…….”
이모부는 한 차례 신지애를 노려 본 후 곧바로 신순애를 보며 화제를 돌렸다.
“처형, 저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
“그럼요. 바로 준비할 게요. 이쪽으로 오세요.”
“네네.”
이모부가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부엌으로 갔다. 그 앞에 오상진이 앉았다. 그동안 맘고생이 심했는지 얼굴은 약간 거칠어져 있었다.
“이모부 오신다면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그렇게 됐다. 참, 상진아.”
“네. 말씀하세요.”
이모부는 미안한 얼굴이 되며 망설였다. 그러다가 눈을 크게 하며 입을 뗐다.
“고맙다. 네가 보내준 변호사 덕분에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정말 고맙다. 그리고 돈 빌려준 것도 고맙다. 난 처형이 그런 큰돈이 어디서 났나 했는데……. 이모부가 너무 염치가 없다.”
“아니에요. 일단 식사하세요. 전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이따가 다시 얘기 나눠요.”
오상진은 식사도 해야 하고, 대화도 길어질 것 같아서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 어디 나가?”
신순애가 바로 말했다.
“우리 상진이 여자 친구 생겼잖아요.”
“뭐? 여자 친구? 어떤 사람이야?”
그러자 신지애가 반찬을 깔며 말했다.
“완전 예뻐! 연예인인 줄 알았어.”
“그, 그 정도야? 상진아 이 참에 이모부에게도 소개시켜 줘. 이모부 봐야지.”
그러자 신지애가 이모부의 어깨를 때렸다.
짝!
“당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당신이 아빠도 아니고 뭐 그런 소리를 해.”
“그래도 내가 볼 수도 있는 거지. 안 그러냐, 상진아? 안 그래요, 처형!”
“그럼요. 제부가 볼 수도 있죠.”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 제가 다음에 소개시켜 드릴 게요.”
“꼭이다, 상진아.”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알파 룸으로 갔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네.”
문이 열리며 오상희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오상진을 불렀다.
“오빠아앙!”
“뭐야? 그 목소리는?”
오상진이 바로 경계를 했다. 오상희가 오상진 팔에 매달리며 물었다.
“오빠! 데이트 나가?”
“그래.”
“그런데 오늘 크리스마스잖아.”
“어.”
“뭐, 잊은 거 없어?”
“잊은거? 설마 너 선물을 바라는 거야?”
“안 돼?”
오상희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봤다. 오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선물은 개뿔.”
“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다른 집은 산타클로스다 뭐다 해서 선물 주고 막 그러는데 우리 집은 너무 한 거 아냐!”
“나이 먹고 오빠에게 용돈도 많이 받아가면서 선물까지 바라는 네가 더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넌 선물 준비했어?”
오상희가 움찔했다.
“칫! 오빠 너무해!”
“알았어, 알았어! 오빠가 선물은 못 준비했고. 용돈이면 되지?”
그 순간 오상희의 얼굴이 환해졌다.
“당연히 용돈이면 되지.”
오상진은 지갑에서 10만 원을 꺼내 건넸다.
“아껴 써!”
“오빠, 고마워. 오예!”
오상희가 기뻐하며 알파 룸을 나갔다. 이번에는 오정진이 들어왔다.
“아, 형! 왜 상희한테 용돈을 줘.”
“왜? 너도 용돈 필요해?”
“그런 거 아니야. 형이 준 돈 다 쓰지도 못하고, 통장에 넣어 뒀어.”
“참, 정진아.”
“왜?”
“너 아랫집 그 애 안 만나냐? 크리스마스인데?”
“아랫집? 정수현?”
“아, 정수현이었냐? 그래, 그 애!”
“그 애를 왜 만나?”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 둘이 함께 보내면 좋지. 영화도 보고…….”
오상진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오정진이 버럭 했다.
“아, 진짜! 수현이는 그냥 친구라니까.”
“뭐래? 친구끼리 영화 보고 그럴 수 있지. 그것 가지고 그래?”
“아, 진짜. 그런 거 아니야.”
“야, 그러지 말고. 오늘은 좀 나가서 머리 좀 식혀! 만날 공부만 한다고 성적 오르는 거 아냐. 쉬어줄 때는 쉬어야지.”
오상진은 다시 10만 원을 꺼내 오정진에게 주었다.
“나 돈 있다니까.”
“알고 있어. 그냥 크리스마스고 하니까. 형이 주는 거야.”
오정진이 돈을 받고는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형, 주혁이랑 주희는?”
“아, 맞다.”
오상진이 돈을 더 꺼내 주었다.
“정진이 네가 전해줘. 형은 지금 빨리 나가봐야 하거든.”
“알았어. 형, 내가 줄게.”
오정진이 나가고 곧바로 전화가 왔다.
“네, 소희 씨.”
-저 준비 다 했어요.
“미안해요. 저 지금 나가요. 도착하면 전화할게요.”
-네, 기다릴게요.
오상진이 부랴부랴 집을 나갔다.
3.
크리스마스 당일.
1소대는 오늘 크리스마스라고 교회에 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이야, 토요일날 종교행사라니. 진짜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소대원들이 들뜬 마음으로 하나 둘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미 밖에는 교회를 가기 위해 대대원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인솔하는 부사관이 깜짝 놀랐다.
“뭐야? 너희들 전부 교회 간다고?”
“네.”
“야, 새끼들아. 아무리 그래도……, 양심이 없냐. 평소에는 교회가 가지도 않는 것들이 크리스마스라고 다 기어 나와! 우리 부대를 뭐로 보겠어!”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그냥 가시죠.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와, 내가 너희들 이럴 때마다 회의감이 든다.”
부사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오늘 갈 애들 똑바로 들어! 종교 활동 빼 먹기만 해봐. 내가 지금 너희들 얼굴 다 기억했다.”
그러자 줄 서 있던 몇 몇이 중얼거렸다.
“아이씨…….”
“우리 그냥 가지 말까?”
그러자 몇 명이 슬쩍슬쩍 빠졌다. 하지만 1소대 최강철 이병이 살짝 고민을 했다.
‘이거 고민되네. 기독교도 아닌데…….’
그런 생각에 슬쩍 빠지려고 했다.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붙잡았다.
“강철아 어디가.”
“오늘 갔다가 괜히 붙잡혀서 교회 다녀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야, 그냥 해본 소리야. 저 소리 작년에도 했어. 그러니 신경 쓰지 마.”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다시 줄을 섰다. 부사관은 힐끔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그래도 인원이 많이 안 줄어드네. 젠장, 아무튼 가자!”
그렇게 교회를 향해 출발했다. 줄을 서서 걸어갔다. 대대에서 교회까지 약 15분이 걸렸다.
“그래도 눈이 그쳐서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어제 눈 오는 거 보고 눈 쌓이면 큰일인데. 하고 걱정했잖아.”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교회에 도착을 했다. 충성대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대에서도 많은 인원이 교회에 참석했다.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나오고, 여기저기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다. 일반인들도 함께 나와 있었다. 그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인사를 건넸다.
“어서들 오십시오.”
목사님과 장로들이 밖에서 인사를 했다. 교회 안은 이미 많은 장병들로 가득했다. 자리가 없으면 옆에 섰다. 1소대는 간신히 자리를 차지해 앉았다.
“이 상병님.”
“왜?”
“김 병장님은 안 오십니까?”
“김 병장님은 무교에다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어. 차라리 내무실에 누워서 쉬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야. 그리고 이제 몇 달 후면 제대인데 이런 것에 신경 쓰겠냐?”
“아, 그렇구나.”
“아마 너도 그때가 되면 이런 행사에 안 오게 될걸.”
이해진 상병이 웃으며 말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행사가 벌어졌다. 찬송가를 부르고, 찬양대회도 열었다. 당연히 휴가증과 카세트를 상품으로 내걸었다.
장병들은 열심히 찬송가를 불렀고, 몇몇 팀이 상품을 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위문의 계절이었다. 많은 일반인 사람들이 참여해 공연을 해주었다.
무엇보다 오늘 교회에서는 햄버거가 간식으로 나왔다. 최강철 이병이 햄버거를 맛나게 먹고 있을 때 뭔가 술렁술렁거렸다.
“와, 저기 봐봐. 엄청 예쁜 애 있다.”
“진짜 천사네.”
“야, 수군거리지 마. 민간인이야!”
최강철 이병도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에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서 있었다. 바로 최지현이었다.
“어?”
때마침 최지현도 고개를 돌려 최강철 이병을 봤다. 최지현이 씨익 하고 웃었다. 최강철 이병이 깜짝 놀랐다. 그런데 옆에 있던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툭툭 건드렸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봤냐? 봤어?”
“뭐가 말입니까?”
“저 여자 말이야. 나보고 웃었다. 내가 진짜 오늘 갑자기 교회가 가고 싶더라니. 이런 느낌인가?”
이해진 상병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투복을 매만졌다.
“강철아 나 어때? 괜찮아?”
최강철 이병은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다른 사람이었다면 피식 웃고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끔찍이 챙겨주는 이해진 상병이었다.
‘아, 미치겠네. 말해야 하나? 그럼 상처 받을 텐데.’
최강철 이병이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저기 이 상병님.”
“응?”
“저 아는 사람입니다.”
“뭐?”
“아무래도 저 보러 온 것 같습니다.”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었다.
“강철아, 아무리 그래도 그런 농담 재미없어.”
“정말입니다.”
“진짜 너 아는 사람이라고?”
“네.”
“지금 저 만나는 사람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힘주어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진 상병은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진짜야?”
“네. 저 사람이 이번에 소포 보내 준 사람입니다. 아니, 제 여자 친구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아예 선언을 해버렸다. 물론 아직은 썸을 타고 있는 상태이지만…….
‘뭐, 어때? 이제 진짜 사귀면 되잖아.’
이해진 상병이 실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면회 온 사람이 저 여자였어?”
“네.”
“와,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너무한 거 아니냐.”
“죄송합니다.”
“됐어. 뭐가 죄송해. 그보다 지금 사귄다고?”
“아, 아뇨. 사귀기 직전입니다.”
“그럼 꼭 사귀라. 사귀어서 나도 여자 좀 소개시켜주라.”
“예,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모든 크리스마스 행사가 끝이 났다. 최강철 이병이 밖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을 때 최지현이 나왔다.
“지현 씨.”
“깜짝 놀랐죠.”
“네. 완전요. 그렇데 어떻게 된 거예요?”
“강철 씨 보고 싶어서 왔죠.”
“제가 안 오면 어쩔 뻔했어요?”
“응? 강철 씨가 온다면서요.”
“사실 교회도 안 다니는데 이런 행사 가야 하나? 살짝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최강철 이병이 슬쩍 최지현의 손을 잡았다. 그때 누군가 소리를 쳤다.
“야, 거기 너희들 뭐야!”
최강철 이병이 황급히 손을 놓았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최강철 이병이 주위 눈치를 살폈다.
“지현 씨, 저 아무래도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네? 벌써요?”
“미안해요. 군대에서는 따로 민간인과 얘기를 나누면 안 돼요. 특히 종교 행사 때는요.”
“그래요?”
최지현이 많이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최강철 이병이 뭐라고 말을 해주고 싶지만 충성대대 인솔자 부사관이 인원수를 체크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지현 씨. 저, 전화할게요.”
최강철 이병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최지현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줄을 선 상태에서도 최지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최지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아, 젠장! 진짜 만남이 짧네. 짧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강철 이병은 크리스마스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