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11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3)
오상진이 박스에서 공기청정기 한 대를 꺼내 가게 한곳에 뒀다.
“엄마, 이거 가게에 두고 써.”
“어이쿠…….”
신순애는 공기청정기 앞으로 와서 그것을 만졌다.
“상진아, 이거 얼마나 하니?”
신순애는 아들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걱정이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이었다.
“엄마! 많이 비싼 것도 아니야. 선물로 충분하니까, 괜찮아.”
“그래도…….”
“엄마, 아끼는 것도 좋은데, 쓸 때는 써야지. 왜 그래, 아들 돈 많아.”
“그래, 알았다. 알았어. 엄마가 무슨 얘기를 하겠니. 아무튼 아들 잘 쓸게.”
“그래요, 엄마.”
오상진은 대답을 한 후 옆집 떡볶이 가게로 향했다. 그때까지 신순애는 공기청정기 옆에서 떠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떡볶이집에 인사를 했다.
“네, 어서 오세요.”
두 부부도 환하게 오상진과 한소희를 맞이해 주었다. 그러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와 응대를 해야 했다. 그렇게 10여 분이 흐르고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많이 바쁘시네요.”
“네. 조만간 임대료 깎아주셨던 거 다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아, 그거요. 그건 나중에 천천히 주셔도 되니까. 장사만 잘해주세요. 이제 2호점도 내셔야죠.”
“2호점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아직은 지금 상태로 만족해요.”
“알겠어요. 당장은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꼭 2호점 내도록 해요. 파이팅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사장님도요.”
오상진이 덕담을 하며 공기청정기를 선물로 주었다. 떡볶이집 부부는 너무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그들을 뒤로하고 2층 커피숍으로 올라갔다.
“어서 오세요.”
알바생이 인사를 했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주위를 확인하며 물었다.
“사장님은요?”
“네, 안 계시는데요.”
그때 한쪽에서 김소희 동생이 나왔다. 그녀는 한소희를 발견하고 인사를 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사돈.”
“네. 안녕하세요.”
“언니는요?”
“배가 자꾸 불러오니까, 조금 불편한가 봐요. 그래서 좀 늦게 나와요.”
“아, 그렇구나.”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인 후 공기청정기를 건넸다.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이게 뭐예요?”
“공기청정기예요.”
“어머나, 안 그래도 필요했었는데……. 감사해요.”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물었다.
“그런데 사돈은 새언니랑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런가요?”
그녀가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 곧바로 말했다.
“그럼 수고하세요. 전 또 다른 곳에 선물을 전달해야 해서요.”
“네. 들어가세요.”
오상진과 한소희는 3층으로 향했다. 3층 건물 전체는 한의원이 쓰고 있었다. 한의원에는 여전히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았다.
“어머 어서 오세요.”
여기 간호사들도 오상진과 한소희를 익히 알고 있었다.
“지금 원장님 진료 중이에요.”
“괜찮아요. 이것만 전달하고 갈게요.”
오상진은 공기청정기를 줬다.
“어머나! 이게 뭐예요?”
“공기청정기예요. 크리스마스 선물요.”
“이야. 크리스마스 선물요? 건물주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는 또 처음이에요.”
“하하하, 저도 처음입니다.”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원장 남편이 나왔다.
“어? 사장님.”
“네. 환자는 오늘도 많아 보입니다.”
“네, 뭐. 항상 그렇죠.”
그러다가 원장 남편이 공기청정기를 봤다. 간호사가 곧바로 다가와 얘기를 해줬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래요.”
“크리스마스 선물? 뭘 이런 걸…….”
“아, 그리고 저희 어머니께서 1층에서 식당 운영하시는 거 아시죠?”
“네, 알죠.”
“그래서 어머니께서 여기 계신 어르신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시겠다고 하시는데 어떻습니까?”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장 남편이 반색했다.
“어이구, 그렇게 얘기해 주시면 감사하죠. 언제 하신다고 하면 제가 할아버지, 할머니분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정은 조만간 알려 드릴게요.”
“네.”
한의원도 선물을 전달한 후 4층으로 올라갔다. 처음 인사를 할 때는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사를 다 끝내고 원생모집 중이었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들어가자 곧바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네. 원장님 안 계십니까?”
“원장님요? 잠시만요.”
직원은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원장님 상담하러 오신 것 같은데요.”
“상담?”
원장이 뛰어나왔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며 인사를 했다.
“어머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상진이 인사를 했다. 그리고 원장이 옆에 있던 김 선생에게 말했다.
“김 선생! 이분은 여기 건물주님이셔.”
“네?”
그러자 원장이 환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너무 젊으셔서 신혼부부인 줄 아셨나 봐요.”
“괜찮습니다.”
김 선생이 바로 말했다.
“어쩐지 너무 젊으신데 무슨 일로 오셨나 했어요. 죄송해요.”
“아니,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거 받으세요.”
“이건…….”
원장이 깜짝 놀랐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네? 아니 이렇게 안 주셔도…….”
“제 건물에 들어와주셔서 감사의 뜻도 있고, 첫 크리스마스이기도 해서요.”
“대박! 건물주가 직접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해주다니. 난 들은 적도 없어요.”
김 선생이 깜짝 놀랐다. 원장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보다 저희는 선물 준비 못 했는데 어쩌죠?”
“아, 아뇨! 저는 선물을 받으려고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저의 작은 서프라이즈 선물입니다. 너무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돼요.”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장은 너무 고마웠다.
“그래도 이렇게 크리스마스 선물가지 주셨는데…….”
“괜찮습니다. 저희 건물에서 오래오래 하셔서 돈 많이 버는 것이 저에게는 선물입니다.”
오상진의 따뜻한 말에 원장과 김 선생은 기뻐했다.
“세상에, 이런 건물주가 어디 있대요.”
“맞습니다.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선물까지 주고, 게다가 따뜻한 말까지. 진짜 오래오래 여기 머물게요.”
“네. 꼭 그래주세요.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네. 메리크리스마스.”
오상진과 한소희는 4층을 나와 5층으로 올라갔다. 5층에서 몇 개의 사무실이 있었다. 그곳에 작은 출판사와 개인 사무실이 있었다. 오상진은 글벗 출판사의 간판이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아, 네에.”
“혹시 일하시는데 방해되는 겁니까?”
오상진은 너무 조용한 분위기에 조용히 말했다. 그러자 직원이 일어나 말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들어오세요.”
“네.”
오상진과 한소희가 글벗 출판사로 들어갔다. 출판사답게 책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 건물 주인입니다.”
“네? 아, 안녕하세요. 잠시만 앉아계세요.”
그러면서 곧바로 사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사장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글벗 사장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글벗 사장이 명함을 건넸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명함을 받아 들고 확인을 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계약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아뇨, 전혀 없습니다. 다만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그래서 작은 선물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선물요?”
“네.”
오상진이 공기청정기를 건넸다. 글벗 사장이 환하게 웃었다.
“아니, 공기청정기 아닙니까.”
“네. 아무래도 여기는 꼭 필요할 것 같네요.”
“안 그래도 생각 중이었는데……. 감사합니다.”
글벗 사장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저희는 준비도 못했는데……. 혹시 차라도 드시겠습니까?”
“아뇨, 밑에서 먹고 왔습니다. 그리고 일하시는 데 방해하면 안 되죠. 저희는 이것만 전달하고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오셨는데…….”
“괜찮습니다. 그리고 대박 나시길 빕니다.”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일단 처음이니까, 간단히 얼굴만 보여주는 걸로 했다. 그런데 글벗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 두 권을 가져왔다.
“일단 드릴 것은 없고, 이거 받으세요. 이번에 나온 신간입니다. 안 그래도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변변치 않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렇게 오신 김에 드리는 겁니다.”
“아, 네에. 감사합니다. 여기서 나온 책 많이 읽어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오상진과 한소희는 글벗 출판사를 나왔다. 손에는 책 한 권씩 들고서 말이다. 그리고 오상진이 향한 곳은 관리실이었다.
“장씨 아저씨 있어요?”
“아, 네에. 사장님.”
나이 지긋한 경비원 아저씨였다. 일단 관리실에는 경비와 건물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 이렇게 있었다.
“고생많으시죠.”
“에이, 원래 하는 일인데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별거 아니고 공기청정기 여기다가 놓고 쓰시라고 가져왔어요.”
“아이고,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사장님.”
“네?”
“관리소장님은 언제 오십니까?”
장씨 아저씨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관리소장님요? 조만간에 오실 겁니다. 그런데 왜요?”
“아니, 관리소장 할 사람이 필요하면 제가 아는 사람이 생각이 있다고 해서 말씀을 드릴까 해서요.”
장씨 아저씨는 그래도 자기 아는 사람이 오면 편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말했던 것이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닙니다. 따로 하실 분이 있어요.”
“아, 그래요.”
“네. 만약에 제가 원하는 분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들 하세요.”
오상진과 한소희는 곧장 자신들의 아지트로 들어갔다. 한소희는 힘든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고, 힘들다.”
오상진은 한소희를 보며 웃었다.
“많이 힘들죠. 온종일 걷고, 또 건물 사람들 만나고 말이에요.”
“네. 조금 힘드네요.”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그사이 오상진은 공기청정기를 꺼내 설치를 했다. 그리고 주변 정리를 마무리 지은 후 한소희 옆에 가서 앉았다. 한소희가 곧바로 오상진의 어깨에 기대어 왔다.
“우리 잠깐만 쉬다가 나가요.”
오상진이 말했다. 그러자 한소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전 그냥 상진 씨만 있으면 되요.”
“그래요? 그럼 영화 볼까요?”
“영화 좋죠.”
오상진은 바로 프로젝트 빔을 틀었다. 예열이 되는 동안 벽에 설치했던 스크린을 내렸다.
지이이잉.
모터 소리가 들리며 스크린이 내려왔다.
“오늘은 무슨 영화 볼래요?”
“으음……. 크리스마스잖아요. 그럼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영화 봐요.”
“크리스마스 하면 나 홀로 집에서?”
오상진의 말에 한소희가 빵 터졌다.
“네? 나 홀로 집에서요? 그거 아직도 해요?”
“그럼요. 매번 크리스마스때마다 나오는데요.”
“아, 맞다. 그거 재미있었는데…….”
“한번 볼까요?”
“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나홀로 집에 영화를 찾았다. 그리고 그것을 구입해 바로 틀었다.
한소희는 팔짱을 끼며 오상진의 어깨에 기대 영화 봤다. 오늘 이 순간 한소희는 그 어느 크리스마스 때보다 가슴 따뜻하고, 행복했다.
영화가 중반쯤 되었을 때 한소희의 시선이 창가로 향했다. 때마침 창가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