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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10화 (41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10화

38장 메리 크리스마스(2)

“그, 그런 건 아닙니다.”

-칫, 맞구나.

“아, 아닙니다. 전혀 그렇게 생각지 않았습니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수화기 너머 최지현의 목소리가 다소 실망하는 것처럼 들렸다.

“아뇨.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 지현 씨랑 썸 타는 사이지만 걱정이 됩니다. 조금 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취소할게요. 완전 신경이 쓰입니다. 저는 이렇듯 군대에 있고……. 지현 씨는 밖에 있으니까.”

최강철 이병이 말을 얼버무렸다.

-아, 그러셨구나. 걱정하지 말아요. 저 그렇게 헤픈 여자 아니에요. 제가 말 안 했나요?

“네? 무슨 말을…….”

-저 현모양처가 꿈이에요.

“아, 그렇습니까? 아주 좋은 꿈이네요. 꼭 제가 그 꿈을 들어드리고 싶은 심정이네요.”

-어머, 진짜요?

“그럼요.”

최강철 이병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강철 씨는 크리스마스 때 뭐 해요?

“아, 저는 아마 교회 갈 것 같습니다.”

-교회요? 강철 씨 교회 다녀요?

“아뇨, 교회는 안 다니는데. 크리스마스 때에는 꼭 교회를 가줘야 한다고 고참이 말해서요.”

-아, 맛난 거 먹으러 가시는구나.

“네. 좀 웃기죠?”

-아뇨, 하나도 안 웃겨요. 그런데 그 교회는 군인들만 다니는 곳이에요?

“아뇨. 부대 내에 있긴 한데 외부에서도 같이 들어와서 예배를 보고 그럽니다.”

-아, 그래요. 제가 거기 가면 강철 씨랑 얘기 가능해요?

“아마 가능할 겁니다. 물론 고참들의 따가운 눈치를 봐야겠지만요. 예배 끝난 다음에 잠깐 얘기는 가능해요. 왜요? 오게요?”

최강철 이병이 기대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

-에이, 거기가 어딘데 가요. 그냥 한번 물어본 거예요.

“하긴 그렇죠.”

최강철 이병이 살짝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누구 때문에 혼자 보내게 생겼어요.

“미안해요. 다음에 휴가 나가면 꼭 보답할게요.”

-그 말 꼭 지켜요.

“네.”

그때 밖에 대기하던 다른 중대 고참이 똑똑 두드렸다.

“아, 이제 끊어야 할 것 같아요.”

-아, 네에. 알겠어요. 강철 씨 다치지 말고요.

“네. 지현 씨도 감기 조심해요.”

그렇게 최강철 이병이 전화를 끊었다.

2.

금요일 크리스마스이브 날이 밝아왔다.

오상진이 차를 몰고 한소희를 만나러 갔다. 저 멀리 한소희가 서 있었다.

“소희 씨!”

“어? 왔어요?”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차에 올라탔다. 오상진은 오늘따라 꽃단장을 하고 나온 한소희를 바라봤다.

“왜요?”

“아뇨, 너무 예뻐서요.”

“칫, 만날 예쁘다고만 해.”

“예뻐서 예쁘다고 하는데, 예쁘다고 한다고 뭐라고 하면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죠?”

오상진이 시무룩하게 말하자, 한소희가 환하게 웃었다.

“알았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자 금세 또 기분이 풀어져 버린 오상진이었다. 오상진은 핸들을 잡으며 물었다.

“오늘 뭐 하고 싶어요?”

“으음, 저는 그냥 상진 씨랑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걸요.”

“그것뿐이에요?”

“네. 지금은요.”

“알았어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차를 몰았다. 그리고 명동에 도착해 주차를 한 후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으며 명동 거리를 걸었다. 명동에서 유명한 칼국수도 먹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보냈다.

“와, 이거 예쁘다.”

한소희가 한 액세서리 노점 앞에 서서 귀걸이 하나를 골랐다.

“예뻐요?”

“네.”

“그럼 하나 사요.”

“사 줄래요?”

“그럼요.”

오상진은 곧바로 한소희가 고른 귀걸이를 들었다.

“이거 포장해 주세요.”

“네.”

“고마워요.”

“고맙긴요. 얼마 하지도 않는 것을……. 더 비싼 거 사 줄 수 있는데요.”

“아뇨, 됐어요. 전 이거면 충분해요.”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어? 엄마다.”

“네. 어머니요?”

“네.”

“어서 받아봐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전화를 받았다.

“네, 엄마.”

-상진아, 엄마가 이번에 크리스마스이기도 하고, 연말도 되고 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 모시고 식사를 한 끼 대접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오상진은 솔직히 놀랐다.

‘우리 엄마가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엄마, 저야 당연히 좋죠. 우리 엄마가 좋은 일 한다는데요.”

-그러니? 그럼 한다.

“네. 그런데 안 힘드시겠어요?”

-힘들기는, 크리스마스 때 딱히 별일도 없고. 그리고 요새 누가 국밥 먹으러 오겠니.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의원 때문에 매일같이 오시니까. 내가 한의원에 올라가서 선생님께 말해놓지 뭐. 내가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말이야.

“그래요, 엄마. 아주 좋은 생각이에요.”

-알았다.

“네. 엄마.”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서 있던 한소희가 급히 물었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세요?”

“엄마가 할아버지, 할머니분들께 국밥을 대접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오오, 어머니 좋은 생각을 하시네요.”

“네. 그렇죠.”

오상진이 대답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회귀 전 과거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때는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 힘들게 일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지금은 오상진 덕분에 식당도 차리고, 게다가 장사도 잘되고 하니 주변을 둘러보게 된 것이었다.

이렇듯 신순애가 남들에게 베푸는 삶은 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이 다 오상진이 바꾼 작은 변화들이었다.

‘다행이다. 정말……. 좋게 바뀌어서.’

그때 한소희가 입을 뗐다.

“상진 씨, 이럴 때가 아니라, 우리도 건물 세입자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해 주는 것이 어때요? 산타 할아버지처럼!”

“선물요?”

“네. 우리 건물에 들어온 첫 세입자분들이잖아요. 어머니도 봉사하시는데 우리도 건물주로서 선물을 하는 것이 어떤가 해서요.”

막말로 오상진은 세입자들에게 선물을 받는 입장이어야 했다. 그런데 한소희는 오히려 역발상으로 건물주가 세입자분들에게 선물을 하자고 했다. 오상진이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인데요.”

“그렇죠!”

“네.”

“그럼 뭐가 좋을까요?”

“으음…… 이왕이면 실용적인 것이 좋지 않겠어요?”

“실용적인 거라……. 뭐가 좋을까요?”

“글쎄요.”

한소희도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커피숍을 가리켰다.

“우리 길에서 생각하지 말고, 커피라도 먹으면서 생각할까요?”

“네, 좋아요.”

오상진과 한소희가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커피를 주문한 후 창가를 통해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명동의 거리를 바라봤다.

“사람 참 많아요.”

“그쵸.”

그리고 말없이 있던 한소희가 박수를 쳤다.

“맞다! 공기청정기 어때요?”

“공기청정기요?”

“네. 요새 안 그래도 미세먼지 때문에 난리인데. 공기청정기를 선물해 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오오, 역시 우리 소희 씨. 생각하는 것도 남달라요.”

“헤헤. 제가 좀 그렇죠.”

“그럼요. 그럼 커피 마시고, 공기청정기 보러 가요.”

“네.”

오상진과 한소희는 커피를 마시며 창가를 바라봤다. 그리고 명동의 거리를 한참이나 구경을 한 후 전자제품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으음…… 어디 보자. 공기청정기는 뭐가 좋을까요?”

“글쎄요. 저는 잘 몰라요.”

그때 종업원이 다가왔다.

“손님, 뭘 찾으세요?”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나섰다.

“공기청정기 좀 보려고요. 어떤 것이 좋아요?”

종업원이 바로 설명을 했다.

“아, 이 제품이 새로 나온 건데요. 기능이 뭐가 있냐면…….”

종업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한소희는 설명을 들으면 연신 놀라고 있었다.

“우와, 그래요? 그런 기능까지 있어요?”

“네.”

그런데 오상진은 웃겼다. 사실 오상진은 어찌 보면 미래에서 왔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 당시 공기청정기 기능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거 공기청정 필터링은 있어요?”

“네?”

종업원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미세먼지 걸러주는 기능요.”

“아, 미세먼지요. 나오느니 마니, 얘기는 있는 것 같은데……. 아직 그 기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종업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아, 그래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한소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요, 상진 씨는 별로예요?”

“아니요, 이걸로 해요. 우리 소희 씨가 어련히 알아서 잘 골랐을까요. 이거 최신형이죠?”

“네. 이번에 나온 따끈따끈 최신형입니다.”

“그럼 몇 개 사야 하죠? 어머니 가게에 하나, 떡볶이집, 한의원…….”

한소희는 손가락을 접으며 건물에 들어온 세입자들의 수를 세고 있었다.

“우리 아지트에도 하나 놓고, 관리소에도 하나 놔야겠죠?”

“네.”

“그럼 8개 정도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8개 사죠.”

순간 종업원이 깜짝 놀랐다.

“8개 말이에요? 손님?”

“네. 8개 주세요.”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종원업이 곧장 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저쪽으로 가서 계약서부터 작성하시죠.”

“알겠어요.”

한소희가 당당한 걸음으로 움직였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한소희는 종업원과 계약서를 마무리했다.

“그럼 여기 주소로 배달해 드리면 되죠?”

“네. 언제 가능해요?”

“오늘 저녁까지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계산은…….”

오상진이 지갑에서 블랙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일시불이요.”

“아, 네에. 일시불…….”

결재를 마무리 짓고, 오상진과 한소희가 전자백화점에서 나왔다. 종업원이 입구 앞까지 나와 인사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오상진는 차를 몰고 그곳에서 나왔다. 그 길로 곧장 한울빌딩으로 향했다.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1층으로 올라왔다.

“엄마는 계시나?”

오상진이 엄마 가게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최말숙이 있었다.

“오오, 상진이 왔어?”

“네. 이모. 엄마는요?”

“엄마는 지금 부엌에서 탕 끓여!”

“네.”

그리고 한소희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소희도 왔어?”

“네, 이모.”

“그런데 오늘따라 엄청 예쁘네. 크리스마스이브라고 그런 거야?”

“네. 신경 좀 썼어요.”

“후후후, 잘했네. 남자 여럿 울리겠어.”

“어머, 이모님도. 전 한 남자만 울리면 돼요.”

“그렇지, 한 남자! 그런데 무슨 일로 왔어?”

최말숙이 오상진을 봤다.

“아, 크리스마스고 해서 우리 세입자분들에게 선물 하나 하려고요.”

“선물? 내 선물도 있는 거야?”

“이모 선물은 나중에 따로! 지금은 가게에 줄 선물?”

“그러니? 난 또……. 서운하다, 야.”

“에이, 이모는 내가 따로 드릴게요.”

“알았어. 그런데 무슨 선물이야?”

“곧 도착할 건데.”

“무슨 선물이야.”

최말숙이 재차 물었다.

“별거 아니에요.”

그때 밖에 전자백화점에서 나온 차량이 도착을 했다.

“아, 왔네요.”

그때를 부엌에서 신순애가 나왔다.

“아들 왔니.”

“네, 엄마.”

“어머니, 저도 왔어요.”

“으응, 소희도 왔구나.”

“네, 어머니.”

“그런데 무슨 선물을 사 왔어?”

“공기청정기요. 요새 공기도 안 좋은데 이거 하나 가게에 떡하니 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한소희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

“어구, 뭐, 그런데 돈을 써.”

그러자 한소희가 약간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솔직히 엄마 입장에서는 그냥 하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신순애가 한소희의 표정을 봤다.

“아니야, 잘 샀어.”

“정말요? 아까는…….”

“고마워서 그랬지. 고마워서.”

“그런 거예요?”

“그럼.”

금세 또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트럭에서 제품을 내린 기사들이 나타났다.

“사장님 이거 어디다 놓을까요?”

“여기다 내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차에서 하나둘 공기청정기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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