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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05화 (40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05화

37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11)

“자, 그럼 표창장 줘야지.”

백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자 수여식을 했다.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에게 군단장 표창과 사단장 표창을 내렸다. 그리고 기념촬영까지 마친 후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과 함께 부대에 복귀했다.

오상진이 운전대를 잡으며 물었다.

“중대장님 왜 대대장님은 안 오셨습니까?”

“말도 마. 대대장님 사단장님에게 찍힌 모양이야.”

“네? 왜 그러죠?”

“너 지난번에 뺑소니 때부터 사단장님이 영 맘에 들어 하지 않았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것 참, 내가 내 입으로 말하기가 좀 그런데. 그때 내가 ‘누가 책임질래?’ 그렇게 물어봤을 때 내가 옷 벗겠다고 했어, 인마!”

김철환 1중대장이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오상진은 깜짝 놀랐다.

“왜 그러셨습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서, 분위기상!”

“그래도 옷 벗으시면 어쩔 뻔했습니까.”

“너 갑자기 왜 그래? 왜 마누라 잔소리처럼 그래. 아, 그리고 너 형수에게는 비밀이다. 말하기만 해.”

“그 얘기를 어떻게 합니까. 저 때문에 옷까지 벗을 뻔했다고 말입니다. 제발 좀 그러지 마십시오.”

“뭘, 너 때문에 그래. 너도 중대장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럴 거 아니야.”

그러자 오상진은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을 했다.

“그건…… 그때 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뭐? 이런 치사한 자식을 봤나.”

“아시지 않습니까. 전 무척이나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에라이, 내가 널 믿고……. 알았어. 나도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 되어 볼 테니까.”

“네네, 그러셔야죠.”

“뭐, 말이 엉뚱한 쪽으로 빠졌는데 아무튼 그때 대대장님이 판단을 잘하셨어야 했는데……. 좀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은 아무리 그래도 상관을 바보 병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오상진도 대충 눈치를 챘다.

‘중대장님 말하는 것으로 모아 대대장님이 사단장님에게 밉보이는 행동을 했구나.’

“아무튼 네 덕분에 또 표창장을 받고 좋다, 야.”

김철환 1중대장은 표창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가 뭔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맞다. 아까 사령관님께서 금일봉을 하사하셨다는데……. 회식하라고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품속에서 하얀 봉투를 꺼냈다.

“후후후, 얼마나 들었을까?”

봉투 속 내용물을 확인했다. 수표 한 장이었는데 김철환 1중대장은 돈이 더 있는지 확인을 했다.

“수표 달랑 한 장이네. 10만 원이겠지.”

김철환 1중대장이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야, 사령관님 좀 짠돌이 갔지 않냐? 10만 원이 뭐야. 10만 원이.”

그러면서 다시 돈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때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에이, 설마 10만 원이겠습니까. 다시 확인해 보십시오. 0 하나가 더 붙어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야! 우리 군인들이 얼마나 짠돌이 들인데. 100만 원을 주겠냐.”

“그래도 모르지 않습니까. 우리 사령관님이 배포가 크실지.”

“그런 경우는 드물어. 그래도 뭐, 확인은 해보겠지만…….”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꺼내서 확인했다.

“어디 보자, 공이 하나, 둘, 셋…….”

김철환 1중대장이 거기까지 세고 조용해졌다. 오상진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며 물었다.

“중대장님, 진짜 10만 원입니까?”

“야, 상진아. 금액이…… 뭐지?”

“뭡니까? 진짜 0 하나 더 붙었습니까?”

“그래! 미쳤다. 우리 사령관님 진짜 배포가…….”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0 하나가 더 붙어 있을 거라고 했지 말입니다.”

“와, 하하하…….”

김철환 1중대장도 믿어지지 않는 듯 한참이나 백만 원짜리 수표를 바라봤다.

“내가 살다 살다 백만 원짜리 수표를 본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니야. 절대 군대가……. 이건 뭔가 함정이거나. 잘못 준 거야.”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아니야. 뭐든지 안전이 중요해. 확인할 필요가 있어.”

그러고는 김철환 1중대장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충성, 대위 김철환입니다.”

-어어, 그래 김 대위. 무슨 일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전화한 곳은 바로 사단 비서실장인 김학래 중령이었다.

“비서실장님 혹시 사령관님께서 내려 주신 금일봉 있지 않습니까.”

-어어, 그게 왜?

“아무래도 잘못 온 것 같습니다.”

-잘못 가?

“네. 금액이…….”

-금액이 왜? 백만 원이 아니야?

“어? 맞는데……. 진짜 백만 원 주신 겁니까?”

-이 친구 많이 들어와서 놀란 거구만. 사령관님께서 배포가 크신 분이야.

“아, 네에. 그렇습니까?”

-그래. 그러니까, 제대로 중대 회식 한번 즐겨봐!

“감사합니다.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이 전화를 끊고 연신 싱글벙글했다.

“그리 좋습니까?”

“당연히 좋지. 안 좋을 리가 있나.”

“그렇죠. 당연히 좋죠!”

“아무튼 오랜만에 중대 회식 한번 하자.”

“네.”

“그건 그렇고, 이제 12월인데 크리스마스 준비해야 하지 않냐.”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해야죠. 일단 월동준비부터 하려고요. 그나마 녹는 눈이 내려서 치울 필요가 없었는데 이제 쌓이는 눈이 내리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지난번에 창고를 봤는데 월동장비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중대 행보관하고 필요한 거 얘기해서 준비해.”

“네.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눈만 많이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중대장도 동감이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우리 뜻대로 되겠냐.”

“그렇죠.”

그렇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량 앞 유리로 뭔가가 터덕터덕 붙었다.

“어? 중대장님 앞 유리에 내리는 거 진눈깨비 아닙니까?”

“뭐? 아니야. 아닐 거야…….”

김철환 1중대장이 애써 부인했다.

“아니겠죠? 그냥 비겠죠?”

“그래 비야. 비!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기나 해.”

“넵!”

그렇게 두 사람은 아니길 바랐는데, 그다음 날 아침, 연병장, 도로, 부대 주변에 하얗게 눈이 쌓였다.

“하아…… 제기랄 끝내…….”

김일도 병장이 창밖을 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김우진 상병이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을 봤다.

“아, 시발……. 진짜 쌓였네. 내가 어제 그렇게 쌓이지만 말라고 했는데…….”

그때였다.

-치익, 상황실에서 알린다. 금일 아침점호는 없다. 대신 각자 맡은 구역의 눈을 아침 식사 전까지 치울 수 있도록 한다. 이상!

그와 동시에 각 내무실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제기랄!”

창밖으로 눈이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새벽 내내 내리던 눈은 아침이 되어서도 멈출 기세가 아니었다.

“와, 젠장! 눈이다.”

“또 하루 종일 눈 치우겠네.”

김우진 상병이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침낭과 매트리스를 정리하고 전투화를 신었다. 그리고 귀마개와 장갑을 챙기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눈 치우러 갑시다. 그래도 올해 첫눈인데 살포시 만져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우진 상병이 호기롭게 일어났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으며 이제 상병이 된 구진모 상병을 봤다.

“자, 진모야.”

“상병 구진모.”

“넌 창고로 애들 데리고 가서 싸리비하고 넉가래 다 가지고 나와라.”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소리쳤다.

“내 밑으로 다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은 나머지 소대원을 데리고 곧장 맡은 구역으로 향했다. 최강철 이병은 건물 뒤편에 있는 1중대 창고로 향했다.

“이야, 눈이다.”

최강철 이병이 눈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실 사회에 있을 때 눈은 그저 눈이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맞이한 첫눈은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야, 눈이 쌓였다. 진짜 눈입니다.”

그러자 구진모 상병이 인상을 썼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눈이 좋아?”

“군대에서 눈 처음 봅니다.”

“그래? 그럼 얼마 있지 않아 곧 느끼겠네. 눈이 곧 지옥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네?”

최강철 이병은 구진모 상병이 말했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구진모 상병이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이건 눈이 아니야. 악마의 비듬이야.”

“네?”

“아무튼 지금 당장은 말해도 이해 못 할 거야. 그러니 일단은 많이 좋아해라.”

“…….”

그사이 한태수 일병이 창고 문을 열었다. 구진모 상병이 들어가 한쪽에 마련된 제설 도구를 가리켰다.

“싸리비와 넉가래만 챙겨서 나간다.”

“네, 알겠습니다.”

“서둘러라.”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이 싸리비와 넉가래를 챙겨서 부대 건물 우측으로 갔다. 김일도 병장이 싸리비와 넉가래를 확인하며 말했다.

“각자 하나씩 들고 눈을 치운다.”

“네. 알겠습니다.”

1소대가 맡은 구역은 부대 건물 중앙현관을 중심으로 우측 계단까지였다.

“자자, 서두르자.”

“알겠습니다.”

당직사령은 아침점호 대신 눈 치우는 것에 집중했다. 대신 각 내무실 분대장으로 하여금 간밤에 인원 이상 있는지 보고만 받았다.

“우진아.”

“상병 김우진.”

“난 상황실에 다녀올 테니까. 네가 애들 좀 관리해라.”

“알겠습니다.”

“그래.”

김일도 병장이 상황실로 갔다. 상황실에는 각 분대장들이 보고를 하고 있었다. 당직 사병이 일일이 보드 판에 체크를 했다.

“4중대 3소대 인원 이상 없습니다.”

“7중대 1소대 열외 2. 휴가자 2명입니다.”

모두 보고를 한 후 당직사령이 입을 열었다.

“각 구역 눈 확실하게 치우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다들 나가봐.”

하나둘 나갔다. 그날 박중근 하사가 일찍 출근을 했다. 그도 밤사이 내린 눈 때문에 서둘러 나왔던 것이다.

“야, 다들 눈 치우고 있냐?”

“네.”

“일도는?”

“상황실에 보고하러 갔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바로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박중근 하사가 주변을 확인했다.

“안 미끄러지게 빗질 잘해라. 이곳으로 1호 차가 오니까.”

“네. 알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꼼꼼히 확인을 한 후 다른 곳으로 갔다. 도로변을 쓸고 있는 소대원을 봤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싸리비가 왜 그 모양이냐?”

“창고에 있던 것을 가져왔습니다.”

“새건 없냐?”

“네. 현재 이게 다입니다.”

“으음…….”

박중근 하사가 신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행보관님께 말해야겠네.”

“네. 제설 도구 대부분이 새로 작업하든지 교체를 해야 할 판입니다.”

“알았다. 넉가래는 몇 개 있냐?”

“현재 4개 정도 있습니다.”

“넉가래도 많이 부족하겠네. 알았다. 일단 그걸로 마무리 짓도록 해라.”

“네.”

이해진 상병이 대답을 하고 빗질을 했다. 박중근 하사는 일단 도로 상태를 확인한 후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김일도 병장이 나왔다.

“우진아. 청소 다 했냐?”

“네. 여긴 다 끝났습니다.”

“도로변 쪽은?”

“해진이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알았다. 애들 정리해서 아침밥 먹을 준비하자.”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도로변으로 향했다. 도로변도 거의 끝나는 분위기였다.

“해진아.”

“상병 이해진.”

“다 끝났냐?”

“방금 다 끝냈습니다.”

“고생했다. 애들 철수시켜라. 밥 먹으러 가자.”

“네.”

“그리고 싸리비랑 넉가래는 잘 챙겨서 창고에 넣어 놓고.”

“넵!”

김일도 병장이 지시를 내리고 부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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