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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03화 (40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03화

37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9)

“아, 외, 외박이라고 해도 나 혼자 자면 되니까요. 지현 씨는 가도 되고……. 차가 있으니까.”

최강철 이병이 많이 당황했는지 횡설수설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최지현이 ‘풋’ 하고 웃었다.

“알았어요. 일단 외출부터…….”

“하핫, 그, 그래요.”

그러다가 최강철 이병이 물었다.

“지현 씨, 제가 지금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죠? 아니, 오해하는 건가?”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최지현이 피식 웃었다.

“오해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설마 아무 이유도 없이 ‘외출부터’라고 말하겠어요?”

“하하하, 그렇죠!”

최강철 이병은 자신이 오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렇게 그녀와의 짧은 면회를 마치고 최강철 이병이 복귀를 했다.

“충성. 이병 최강철. 면회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강철이 복귀했냐?”

“여자 친구랑은 얘기 잘 나누고?”

“네. 그렇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소대원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뭐야? 진짜 여자 친구야? 너 여자 친구 없다고 했잖아.”

“네. 없었습니다.”

“없었습니다? 그 말은 과거형인데. 그럼 지금 생긴 거란 말이야.”

“……그렇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1소대 내무실이 발칵 뒤집어졌다.

“와, 미친!”

“야, 최강철. 나 너 그리 안 봤다. 감히 면회를 가서 여자 친구를 만들고 와!”

“누구야? 도대체 어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여자가 최강철을 좋아한대!”

“우연히 알게 된 친구입니다.”

“예쁘냐?”

“네에…….”

“시발! 예쁘기까지 해! 뭐 이런 운도 지지리 좋은 녀석을 봤나!”

김우진 상병은 거의 울먹이며 최강철 이병에게 다가갔다.

“어이, 운도 지지리 좋은 강철아.”

“이병 최강철.”

“여자 친구가 예쁘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엮어라.”

“네?”

“그러니까, 굴비 엮듯이 엮으라고! 너만 좋으면 다 끝나냐? 다 끝나?”

“아, 알겠습니다.”

“그 말 꼭 지켜라. 앞으로 군 생활 편안하게 할라면.”

“아, 네에. 그보다 우선 이것 좀 드십시오.”

“뭐야. 그 여자 친구분이 사 오신 건가?”

“네.”

“화려한 김밥이 아니라. 고작 치킨에 피자?”

“코, 콜라도 있습니다.”

“아, 네에. 운도 지지리도 좋은 강철이 여자 친구가 사 온 콜라. 네, 아주 맛나게 먹겠습니다.”

“네에…….”

최강철 이병은 소대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누군가는 연신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식, 부럽다! 진짜로…….”

“노, 노 이병님.”

이번 달에 일병을 단 손주영 일병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 김 상병님 해주는 김에 나도 좀…….”

“야! 손주영.”

“일병 손주영!”

“이제 일병 달았다고 나는 안 보이지? 감히 나보다 먼저 여자 친구 만들려고?”

“아, 아닙니다.”

이번 달에 같이 상병을 단 구진모 상병이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최강철 이병을 위아래로 쭉 훑어보며 말했다.

“자식이 말이야. 나보다 얼굴이 아닌 놈이 먼저 여자 친구를 만들어?”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뿜을 뻔했다.

“야! 누가? 어딜 봐서?”

“왜 그러십니까? 딱 봐도 제가 더 잘 생기지 않았습니까.”

“지랄하네. 닥치고, 치킨이나 먹어.”

“네에.”

구진모 상병이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에게 말했다.

“너 상황실에 보고는 했냐?”

“아, 안 했습니다.”

“빨리 갔다와!”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대답을 하고는 후다닥 내무실을 빠져나갔다. 상황실로 가는 복도를 걸어가며 최강철 이병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7

그렇게 다시 한 주가 지났다.

토요일 아침 휴식을 취하고 있는 1소대 내무실. 구진모 상병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내무실로 들어왔다.

“야! 최강철.”

“이병 최강철!”

“너 이 자식!”

구진모 상병이 대뜸 최강철 이병의 멱살을 잡았다. 최강철 이병이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쁜 자식! 너 자꾸 솔로 군인들의 가슴에 비수 꽂을래? 넌 진짜 나쁜 녀석이야.”

“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좋아. 편지 오는 것은 이해하겠어. 그런데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면회냐?”

“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김우진 상병이 놀라며 물었다.

“야! 구진모. 뭔 말이야.”

“김 상병님 이 자식 있지 않습니까. 또 여자 친구 면회랍니다.”

“뭐? 면회?”

“네!”

“와, 정성이네, 정성이야. 이번 주에 또 면회를 오고 말이지.”

최강철 이병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 보십시오. 지금 웃고 있지 않습니까.”

구진모 상병이 펄쩍펄쩍 뛰었다.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어?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매주 봐도 모자라지. 그래, 갔다 와.”

김우진 상병이 무척이나 관대한 얼굴로 말했다. 구진모 상병이 놀라며 물었다.

“뭡니까?”

“뭐가?”

“왜 갑자기 관대해졌습니까? 김 상병님 원래 이런 분 아니셨지 않습니까. 왜 그러십니까? 설마…….”

구진모 상병의 눈이 커졌다.

“여자 친구 소개시켜 주기로 했습니까?”

그러자 김우진 상병의 입가가 올라가며 피식 웃었다.

“배신자!”

“뭐 인마?”

“이건 배신이지 말입니다.”

“이 자식……. 입 닫아! 고참에게 배신자라니.”

“그럼 배신자가 아니고 뭡니까? 저는, 아니, 저희들은 생각이 안 났던 겁니까?”

“응! 그 누구도 생각이 안 나던데.”

“김 상병님 이기주의자였습니까?”

“맞아, 나 이기주의야. 나밖에 몰라! 강철아, 면회 나갈 준비 해. 그리고 알지?”

“네.”

“그래, 그래 여긴 걱정 말고 잘 다녀와.”

김우진 상병의 호위 속에 최강철 이병이 면회 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어, 그러고 보니 강철이 너 외박 신청했냐?”

“아뇨.”

“에이, 신청했어야지. 그래야 여자 친구랑 밖에서 놀지.”

“아, 지금은 안 됩니까?”

“안 되지. 그거 중대장님 결재가 있어야 해.”

“그렇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시무룩해졌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어떤 방법입니까?”

“우리 소대장님께 한번 부탁해 봐. 아마 외박 허락해 주실지도 몰라.”

“소대장님 말입니까?”

“그래. 한번 해봐!”

“네.”

최강철 이병이 상황실에 보고를 한 후 공중전화로 갔다. 곧바로 오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충성, 이병 최강철입니다.”

-그래, 강철아. 어쩐 일이야?

“소대장님 죄송한데 말입니다. 혹시 오늘 외박 가능합니까?”

-외박? 인마, 그거 이미 끝났잖아.

“네. 그런데 오늘 여자 친구가 면화를 왔다고 해서 말입니다.”

-여자 친구가 면회를 와서? 그래도 외박은 안 되지. 부모님이면 모를까.

“아, 그렇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바로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서 꼭 외박 나가야 해?

“아니, 꼭은 아니지만…….”

최강철 이병이 말을 얼버무렸다. 오상진의 음성이 잠시 멈췄다.

“소대장님?”

-그렇다면 외박은 안 되고, 외출 정도는 소대장이 끊어줄 수 있는데.

“정말입니까?”

-자식이 여자 친구가 면회를 온다면 미리 신청을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저도 몰랐던 일이었습니다.”

-뭐, 서프라이즈라도 한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알았다. 외출이라도 나갈래?

“네.”

-알았다. 행정계원에게 말해. 소대장이 허락했다고. 외출증 끊어달라고 해.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됐어, 인마. 여자 친구랑 재미나게 놀다가 복귀해.

“네.”

-그리고 이번 한 번뿐이야. 다음은 없어.

“알겠습니다. 충성!”

최강철 이병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기뻐 날뛰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외출이었다. 물론 외박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래, 외출이 어디야.”

그 길로 곧바로 위병소를 향해 뛰어갔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런데 지현이는 분명 다음 주에 온다고 했는데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그러나?”

최강철 이병은 최지현에게 편지를 받았다. 다음 주에 면회 간다고 외출증을 미리 신청해 놓으라고 했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데 이번 주에 면회를 온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외출증을 끊을 수 있어서.”

최강철 이병은 윗주머니에 든든하게 자리한 외출증을 툭툭 건드리며 위병소에 도착을 했다. 일지를 작성하고 뛰어가 면회소 문을 확 열었다.

“지현…….”

최강철 이병 얼굴이 환했던 것이 갑자기 싸늘하게 바뀌었다. 저번 주에 최지현이 앉아 있던 자리에 강하나가 환한 얼굴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오, 오빠…….”

분명 저번 주에 강하나가 면회를 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최지현이 왔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최지현이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강하나가 왔다. 최강철 이병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최강철 이병은 한동안 면회소 입구에 서서 강하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하나 역시도 뭔가 어색한지 미소를 지은 체 바라보고 있었다.

“강하나……. 쟤가 왜 여기에 왔지?”

최강철 이병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강하나가 다시 최강철 이병을 불렀다.

“오, 오빠. 여기…….”

강하나는 최강철 이병을 부르면서도 주위 눈치를 봤다. 왠지 최강철 이병이 자신에게 안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최강철 이병이 강하나에게 다가갔다. 앞자리에 털썩 앉으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하나, 네가 여기에 왜 왔어?”

“왜 오긴! 오빠 보러 왔지.”

“날 왜?”

“왜라니……. 서운하게. 당연히 보고 싶으니까 왔지.”

“날 보고 싶어? 진짜?”

“그럼 진짜지. 그러지 말고 내가 싸 온 음식 먹어봐. 김밥이랑 불고기, 이런 것 좀 만들어 왔거든.”

강하나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준비해 온 음식을 꺼냈다. 찬합에 김밥이며 불고기, 각종 전과 반찬, 그리고 과일까지 정성스럽게 준비를 해 온 것 같았다.

“이걸 네가 준비했다고?”

“으응,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했지.”

최강철 이병은 강하나의 말에 음식을 봤다. 그런데 딱 봐도 집에서 한 요리가 아니었다.

‘강하나, 네가 요리를 한다고? 라면도 못 끊이는 주제에? 이봐, 딱 봐도 밖에서 사 온 거네.’

최강철 이병은 대번에 요리를 사와 찬합에 옮긴 것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래도 가져온 성의를 생각해서 김밥 하나를 입에 물었다. 입에서 오물오물거려보니 김밥나라에서 만든 김밥 맛이었다.

“이거 진짜 네가 만든 거야?”

“그럼. 내가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준비한 건데.”

강하나는 진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최강철 이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막말로 그런 일이 없었고, 옛날이었다면 그냥 속아 넘어가 주었을 것이다. 하는 짓이 귀여웠으니까.

그러나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데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강하나, 너 언제까지 그럴래?”

“뭐가?”

“딱 봐도 이거 김밥나라에서 사 온 건데. 그리고 불고기도 옛날 우리가 자주 가서 먹던 그거고. 그런데 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칫! 오빠는 남자가 되어서, 여자 친구가 이렇게 얘기하면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 줘야지. 얼굴에 대놓고 얘기를 하냐!”

순간 최강철 이병이 정색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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