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02화
37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8)
“충성, 면회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라. 아싸리 어제 왔으면 외박도 했을 텐데 말이야.”
“크크크,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뜨거운 밤을 보냈을지도…….”
“킥킥킥! 강철이 부끄러워한다. 그만 놀려라.”
“아무튼 면회 잘 다녀와라.”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넵!”
이해진 상병이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1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의 전투복 입은 모습을 확인해 주더니 말했다.
“어째 한두 시간밖에 못 보겠네.”
“괜찮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그래, 잘 다녀와라.”
최강철 이병이 경례를 하고 상황실로 갔다. 상황실에 보고하고 당직사령으로부터 간단히 얘기를 들은 후 위병소로 향했다.
최강철 이병이 위병소로 가는 동안 면회자가 누구인지 생각에 잠겼다.
“누구지? 누나인가? 누나는 바빠서 올 수가 없을 텐데. 게다가 누나가 여자 친구라고 할 것도 아니고. 엄마는 당연히 아니고, 설마…….”
최강철 이병이 걸음을 멈췄다.
“강하나?”
예전에 강하나에게 최강철 이병이 있는 부대를 알려줬었다. 이에 최강철 이병은 고민이 되었다.
“아, 강하나면 좀 그런데……. 아닐 거야, 걔가 나에게 한 짓이 있는데.”
최강철 이병이 중얼거렸지만 혹시라도 그럴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위병소에 도착을 했다. 먼저 위병소 앞으로 가서 보고부터 했다.
“면회 왔습니다.”
“네. 일지에 소속부대 계급 이름 군번 적으시고, 면회소로 들어가시면 돼요.”
“네.”
최강철 이병이 일지의 양식에 맞게 적었다.
“여기요.”
“네. 들어가세요.”
“저기, 오늘 면회자 많습니까?”
“아뇨, 한 세 팀?”
“그럼 저 만나러 오신다는 분이 누구인 줄 아십니까?”
“여기 보시면 여자 친구라고 되어 있는데요.”
“아, 여자 친구요.”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인 후 위병소 건물 뒷 쪽 면회소로 걸어갔다. 대략 20미터 거리였지만 그곳으로 가는 내내 최강철 이병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여자 친구라니? 내가 여자 친구가 어디 있어? 그런데 왜 자꾸 강하나가 떠오르지? 내가 강하나를 봐서 무슨 얘기를 해? 지난번에 왜 그랬냐? 그걸 물어봐야 하나?”
최강철 이병이 혼잣말을 하며 문을 열었다. 면회실 안을 훑었지만 강하나는 없었다. 그 순간 최강철 이병은 한결 안심이 되었다.
“일단 강하나는 없는데……. 그럼 누구지?”
최강철 이병이 면회실로 들어갔다. 그때 왼쪽 구석에 누군가 ‘어!’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강철 이병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잉?’
그곳에는 예쁘게 생긴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최강철 이병을 보며 환하게 웃는 것을 보니 분명 자신을 아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최강철 이병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뭐지? 날 보면 웃는데……. 저 여자가 진짜로 날 만나러 왔나? 에이, 설마…….’
최강철 이병은 그리 생각하며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진짜 그 여자가 손을 들며 말했다.
“여기에요, 강철 씨!”
‘진짜야? 아니, 누군데……?’
최강철 이병이 쭈뼛쭈뼛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요?”
“네.”
“진짜 저 만나러 오신 분이세요?”
“네. 최강철!”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강철 이병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일단 앉으세요.”
“아, 네에…….”
최강철 이병이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저 모르세요?”
“네? 제가 잘…….”
최강철 이병은 당황했다. 머릿속에 있는 모든 여자를 끄집어 봤다. 하지만 진짜로 기억 속에 없는 여자였다.
“미안합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그러자 그녀도 당황했는지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어머! 내가 화장을 너무 안 했나? 그래도 나름 알아봐 줄 줄 알았는데……. 조금 서운하네요.”
“화장이요?”
“지난번에 클럽에서…….”
“클럽요?”
“네. 막 사고 일어나고……. 제가 옆에 앉아서 귓속말도 하고…….”
그녀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순간 짙은 화장을 하고 웃으며 자신 옆에 앉았던 그 여자가 떠올랐다. 최강철 이병의 얼굴이 점점 밝아졌다.
‘맞아. 그 여자야. 연예인 지망생이었나? 이름이 뭐더라…….’
다시 이마를 찡그렸다. 그러다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최지현 씨죠? 제가 그때 전지현 아니냐고 그랬었는데.”
순간 최지현의 얼굴이 환해졌다.
“와, 기억해 주셨구나. 다행이다.”
최지형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강철 이병이 곧바로 사과를 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바로 기억을 못 했네요. 절 도와주신 분이신데…….”
“괜찮아요. 그때와 지금이 좀 다르죠?”
최지현이 배시시 웃었다. 최강철 이병이 두 손을 흔들었다.
“아, 아뇨. 지금도 훨씬 예쁘십니다.”
“어멋, 그래요? 고마워요.”
최지현이 또 웃었다. 그 웃는 모습에 최강철 이병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고맙긴요. 늦게 알아봐서 미안해요.”
“전혀 아니에요. 그때와 지금은 다르니까.”
최지현이 기어들어 가는 말투로 말했다.
“그때는 화장이 좀 짙어서……. 아, 아닙니다. 그때가 안 예뻤다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어요.”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무슨 일이겠어요. 면회왔죠.”
“면회는 알겠는데…… 왜 저를…….”
“그냥 만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강철 씨 부대가 어디인지 형사분께 물어 물어서 알아냈죠. 물론 찾아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최지현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 그러셨구나.”
“날 왜 만나고 싶었죠?”
최강철 이병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최지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강철 씨에게 할 말도 있고……. 게다가 위병소에서 무슨 관계냐고 물어서 애매하게 말했다가 면회가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여자 친구라고 했어요.”
“아, 그러셨군요. 하하하!”
“왜요? 제가 와서 실망하신 거예요?”
“전혀요.”
“그럼 여자 친구라고 해서 여자 친구분인 줄 아셨던 거예요?”
“아뇨. 전 여자 친구 없습니다.”
“그래요? 정말요?”
“네!”
“오홍, 그렇구나…….”
최지현이 대답을 하며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저도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대화도 나누지 못했네요. 감사의 뜻을 전했어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군대에 있어서…….”
“아, 아뇨. 뭘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에요. 그냥 싫어서……. 그래도 제가 찾아왔잖아요.”
“그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넬 기회를 주셔서 말이죠. 그때 정말 감사했습니다. 지현 씨 덕분에 큰일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니에요.”
최지현이 수줍게 대답을 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최강철 이병의 물음에 최지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정신없이 지냈어요.”
“혹시 그 일로 조사를 많이 받았습니까?”
“초반에 몇 번 진술 한 이후로는 안했어요. 형사분께서 많이 배려를 해주셨고요. 그것보다…… 저 연예인 이제 안 해요. 소속사 나왔어요.”
“어? 왜요?”
“뉴스 못 보셨어요?”
“뉴스요? 죄송합니다. 제가 군인이고, 보시다시피 작대기 하나입니다. 아직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아, 미안해요.”
“아뇨, 괜찮아요. 그보다 무슨 뉴스입니까?”
“최익현 의원님께서 연예인 관련 불공정 계약에 대해서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한동안 시끄러웠어요. 저희 소속사도 조사 들어왔었는데 제가 맺은 계약이 불공정 계약이라며 파기를 시켜주셨어요.”
“아, 그래요.”
최강철 이병은 듣는 내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럼 좋은 거예요?”
“그럼요. 완전 노예계약이었죠. 제가 멋모르고 연예인 되는 것에 눈이 멀어서 제대로 확인도 없이 사인을 했거든요. 알고 보니 계약금은커녕 완전 저에게 불리한 계약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그날도 김철중에게 휘둘려서 간 거였어요.”
“그렇군요.”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지현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사실 최익현 의원님께 감사를 하고, 왠지 강철 씨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무래도 강철씨가 제 얘기를 해줘서 이런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어서요.”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제가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저희 집에서 알아서 처리해 준 것 같아요.”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강철 씨 도와주면서 일이 이렇게 잘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때 내가 선택을 잘한 것은 같아요. 소속사와 계약 파기도 하고 지금은 무척 홀가분해요.”
“다행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최지현이 화들짝 놀랐다.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그러면서 테이블 위에 있던 치킨과 피자, 콜라를 펼쳤다.
“미안해요. 제가 정신없이 오는 바람에 근처 가게에서 사 왔어요. 이것 좀 드세요.”
“아,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최강철 이병은 콜라랑 치킨이 먹고 싶었다. 원래 밖에 있을 때는 전혀 찾지 않는 것인데 말이다. 최강철 이병이 아주 맛있게 먹었다. 최지현은 그 모습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지현 씨도 좀 드세요.”
“네에.”
최지현도 치킨 하나를 들어서 먹었다. 그러면서 최강철 이병에게 콜라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것저것 얘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둘의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지현 씨랑 이렇게 얘기가 잘 통하는 줄 몰랐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둘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면회 시간이 다 되었다.
“아, 면회 시간이 끝났네요.”
“벌써요?”
최지현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최강철 이병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게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네요.”
“제가 좀 빨리 왔으면…….”
“뭐, 오늘만 날인가요.”
“네?”
“아, 아닙니다. 제가 이상한 말을 했죠?”
“아니에요. 다음에는 제가 좀 더 일찍 올게요.”
“또 면회 오신다는 겁니까?”
“네.”
“진짜죠!”
“네.”
“기다리겠습니다.”
“아, 예에.”
최지현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최강철 이병은 뭔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그런데 음식은…….”
“아, 이건 제가 부대에 가져가면 됩니다. 아마 고참들이 좋아할 겁니다.”
“아, 네에.”
최지현이 조심조심 음식을 다시 포장했다. 최강철 이병이 바로 거들었다.
“그런데 좀 있으면 날이 어두워질 건데 어떻게 가십니까? 택시를 미리 부르시려면 위병소에 부탁하면 되는데…….”
“아, 저 차 가져왔어요.”
“차 가져왔어요? 그럼 뭐 괜찮네요.”
최강철 이병이 크게 웃었다. 최지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휴가는 언제에요?”
“휴가는 한 두 달 있어야 합니다. 그때 저 일병 달거든요. 일병 휴가 나갈 수 있습니다.”
“아, 두 달…….”
최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물었다.
“저, 그러면 편지 써도 되죠?”
“물론이죠. 저 같은 군인은 편지를 받으면 엄청 행복할 겁니다.”
“네. 또……. 면회 와도 되죠?”
“당연하죠. 지현 씨 면회 온다고 하면 외출……. 아니, 외박 미리 신청해 놓겠습니다.”
“외박요?”
순간 최강철 이병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