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401화
37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7)
“물론이죠. 아주 건강합니다.”
“그럼 혹시 제 폐는 괜찮나요?”
오상진의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왜냐하면 오상진이 과거로 회귀한 것이 폐암으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폐에 관한 것에 조금 민감했다.
“아, 폐요? 잠시만 다시 한번 진맥 볼게요.”
“네.”
오상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오상진의 손목 위로 한의사 남편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혹시 담배는 많이 피십니까?”
“아뇨. 그다지…….”
“어디 보자.”
한의사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진맥을 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상진은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 문제 있나요?”
한의사 남편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뇨, 전혀 문제없는데요.”
“선생님, 놀랐잖아요.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으세요.”
“하하하, 제가 그랬습니까?”
그때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던 한소희가 말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뇨. 진맥을 다시 봤어요.”
“아…….”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한의사 아내분이 다가왔다.
“사모님 손 내밀어 보세요.”
“네? 왜요?”
“왜긴요. 진맥 봐드리려고 그러는 거죠.”
“아까 봤는데요?”
“남자랑 여자랑 진맥 보는 법이 다른데요.”
한소희가 고개를 갸웃하자 오상진이 말했다.
“다시 봐봐요.”
“네.”
한소희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한의사 아내분이 천천히 진맥을 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한소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작게 말했다. 그 순간 한소희의 귀가 빨개졌다. 한의사 아내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오상진은 잔뜩 궁금했지만 귓속말로 한 것과 한소희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면…….
‘뭔가 부끄러운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정말 궁금하네. 있다가 물어봐야겠다.’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한의원에서 나와 2층으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러자 오상진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다.
“아까 선생님이 귓속말로 뭐라고 했어요?”
“아, 몰라요.”
“말해줘요.”
“안 알려줄래요.”
“어? 자꾸 이러면 그냥 선생님한테 물어봐야겠네요.”
오상진이 다시 몸을 돌리려고 하자 한소희가 팔을 붙잡았다.
“칫, 치사해.”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뭐라고 했어요?”
한소희가 잠시 주위를 확인하더니 작게 말했다.
“피임 잘하라고 했어요.”
“네?”
오상진이 황당한 얼굴로 대답했다.
“피, 피임이라니요.”
오상진이 약간 큰 목소리로 말하자, 한소희가 당황한 얼굴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조용히 해요. 여기 복도예요.”
“아, 미안해요.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까, 남편분도 진맥을 하고 제 하체가 튼튼하다고 했잖아요.”
“그랬죠.”
“그런데 아내분도 똑같이 말을 하더라고요. 제 몸 체질이 워낙에 따뜻해서 씨를 잘 받는다나 뭐라나. 아무튼 아기를 잘 가질 체질이래요. 그래서 각별히 조심하라고…….”
“오, 그래요?”
오상진의 눈이 반짝였다. 그 눈빛을 본 한소희가 움찔했다.
“뭐예요, 그 눈빛은요.”
“네? 제 눈빛이 왜요?”
“뭐가 엄청난 일을 계획하는 그런 눈빛인데요?”
한소희가 갑자기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예요. 그냥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그 생각했는데.”
“진짜요?”
“그럼요.”
“진짜죠? 저 아직 21살이에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진짜 조심할게요.”
“칫!”
한소희가 오상진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리고 2층에 내려오자 커피숍 내부 공사가 한창이었다.
“안녕하세요.”
“오, 사장님.”
“인테리어 공사는 언제쯤 마무리됩니까?”
“네, 거의 끝나갑니다. 며칠 안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잘 부탁드립니다.”
“네네. 걱정 마십시오.”
오상진은 공사 현장을 한번 쭉 훑어본 후 나왔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을 올라갔다. 그사이 4층과 5층에 가게를 더 계약했다.
4층에는 영어와 수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주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원이었다.
4층도 한창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한소희가 고개를 내밀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멋, 사모님도 함께 오셨네.”
인사를 하는 사람은 40대 초반의 아줌마였다. 이 사람이 바로 지금 공사하는 학원의 원장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의 원장은 환한 미소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쩜 두 분은 이리도 잘 어울릴까요.”
한소희가 기분이 좋은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어머, 뭘요. 언제부터 시작하세요?”
“이번 주 안으로 마무리 짓고, 선생님들 채용 공고 냈으니까 그것도 마무리 지으면 겨울방학 맞이해서 원생들을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어머, 그러시구나. 오래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그리고 두 분도 아기 나으시면 저희 학원에 보내실 거죠? 50% 할인해 드릴게요.”
“하하, 네.”
그렇게 4층도 인사를 하고 5층으로 올라왔다. 5층은 총 4칸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하나는 작업실, 또 하나는 관리실. 그리고 30평짜리 큰 공간 두 개가 남아 있었다. 이곳은 아직 계약을 하지 않았다. 부동산 사장이 열심히 찾고 있었다.
“이제 5층만 하면 마무리되는 거네요.”
“그러게요.”
“5층은 어떤 곳에 내어줄 거예요?”
“글쎄요. 일단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으음, 5층도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게요.”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아지트로 들어갔다. 한소희는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몸을 눕혔다.
“아아, 힘들다.”
오상진이 자연스럽게 한소희 옆에 앉았다. 그 상태로 두 사람은 말없이 천정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한소희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음, 뭐예요. 신호도 없이 들어오기 있어요.”
“어? 내 여자 친구에게 뽀뽀하는 건데 그것도 허락받아야 해요?”
“당연하죠!”
“그럼 허락 받을게요.”
오상진이 손으로 ‘똑똑똑’ 하며 물었다.
“저 지금 뽀뽀하려고 하는데 들어가도 되나요?”
“네. 들어오세요.”
오상진이 뽀뽀를 쪽쪽 했다. 그러다가 키스로 이어졌다. 키스를 깊게 하고는 서로 떨어졌다. 한소희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요새 상진 씨, 너무 밝히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싫어요?”
“아니요. 뭐, 좋다고요.”
한소희가 기어들어 가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한소희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어멋!”
“뭘 놀라고 그래요.”
오상진이 웃으며 한소희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5.
일요일에는 한소희와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데이트를 즐긴 후 늦은 오후에 잠깐 집에 들렀다.
“엄마 저 왔어요.”
오상진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거실에 이모가 와 있었다.
“어? 이모!”
“어어, 사, 상진아.”
이모가 어색하게 웃으며 오상진을 반겼다. 오상진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니, 이모가 웬일로……. 제주도에 있어야 하지 않아요?”
“으응, 그게…….”
이모는 오상진과 눈을 쉽게 마주치지 못했다. 그때 엄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상진에게 갔다.
“그래, 상진아. 배고프지, 엄마가 밥 차려줄게. 부엌으로 가자.”
“아, 아니, 저는 지금 배가…….”
“어서 따라와.”
엄마가 눈치를 주자 오상진이 따라 부엌으로 갔다.
“엄마 무슨 일있어요?”
오상진도 대충 눈치를 채고 물었다. 엄마가 잠깐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말해야 하지?”
엄마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오상진도 대충 뭔지 알 것 같았다.
“이모부 일이 잘 안 되었구나.”
“사실 전에 아들이 빌려준 돈으로 급한 불은 해결했는데……. 그거로는 턱도 없나 봐.”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그때 이모가 빌려가면서 약속했잖아. 이걸로 안 되면 포기하겠다고 말이야. 그런데 이모부도 미련이 많이 남는가 봐. 그걸로 둘이 싸워서…….”
“아…….”
오상진의 시선이 거실에 홀로 앉아 있는 이모에게 향했다. 무척 수척해 보였다.
하긴, 이모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이모부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이모부의 입장이야, ‘처형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냐, 어떻게든 처형 돈이라도 갚아야지’ 그런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이모는 ‘분명 약속하지 않았냐, 이걸로 안 되면 미련 없이 그만두는 거라고’ 이렇게 서로 입장 차이를 두며 싸웠던 것이다.
“하아, 상진아, 어떻게 하면 좋니?”
“일단 이모는 이제 포기하시는 거죠?”
“으응, 너희 이모는 더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고, 이모부는 미련이 남는 거지.”
“알았어요. 이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오상진이 부엌에서 나오며 이모에게 말했다.
“이모, 저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요.”
“어어, 그래.”
오상진은 곧바로 알파룸으로 갔다. 창고로 만든 곳이지만 오상진이 잠시 잠을 자는 곳이기도 했다. 그곳으로 와서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희 씨.”
-어머, 상진 씨. 금세를 못 참고 전화한 거예요?
“그런 것도 있고, 소희 씨랑 상의 할 것도 있고 해서요.”
-상의요?
“네.”
오상진은 잠깐이지만 한소희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 그렇구나. 안타깝네요. 잘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게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소희 씨 주변에 유능한 변호사가 있을까요?”
-변호사요? 엄마 지인 중에 한 분 계시긴 한데…….
“그래요? 혹시 소개시켜 주실 수 있어요?”
-그건 어렵지 않아요.
“그럼 부탁 좀 할게요.”
-그래요.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옷을 후다닥 갈아입었다. 그리고 환한 얼굴로 거실로 나왔다.
“이모.”
“으응…….”
그렇게 두 사람은 거실에서 얘기를 나눴다.
6.
한편, 부대에서는 최강철 이병이 내무실에서 TV를 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내무실 문이 열리며 당직사병이 나타났다.
“야, 여기에 최강철 이병 있냐?”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손을 들었다.
“너냐?”
“네.”
“면회왔다. 준비하고 상황실로 와.”
“면회…… 말입니까?”
“그래.”
김우진 상병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누구랍니까?”
“여자 친구라는데…….”
“네? 여자 친구?”
최강철 이병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소대원들은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우리 강철이 여자 친구도 있었어?”
“대단하네. 여자 친구가 면회도 오고 말이야.”
“그런데 어찌 편지 한 통 없이 면회가 왔을까?”
“진짜 여자 친구 맞아?”
소대원들을 질문에 최강철 이병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뭐야. 여자 친구 없는 거야? 그럼 면회 온 사람은 누구인데?”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모르면 어떻게 해!”
“…….”
최강철 이병이 당황하며 아무 말도 못하자,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야, 시간 없다. 그만 잡담하고 애 보내.”
“아, 네에.”
이해진 상병이 곧바로 말했다.
“어서 준비해.”
“네.”
최강철 이병이 휴가 때 입은 A급 전투복을 꺼냈다. 대충 다림질을 하고, 전투화도 A급으로 꺼내 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