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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400화 (40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400화

37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6)

“오빠, 나 오빠 지지해. 영화 제작 좋아! 그래도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제작할 때마다 죄다 망하면 어떻게 해.”

“이번에는 성공해…….”

한중만은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지만 대화하는 상대는 한소희였다.

“성공은 개뿔! 지난번에 영화 제작한다고 해서 그거 쫄딱 망하니까, 아빠가 뭐라고 했어!”

“호, 호적 판다고 했지.”

“그거 내가 말리느라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알지!”

“그, 그럼 알지. 우리 착한 소희가 이 오빠를 끔찍히 생각한다는 거?”

“아, 몰라. 이번에 또 망하면 진짜 큰일 나. 이번에는 나도 못 도와줘.”

한소희는 잔뜩 걱정이 되었다. 한중만인 고개를 끄덕였다.

“안 망해. 오빠 믿어보라니까.”

“알았어. 이번에는 제발 잘해.”

“그럼, 꼭 성공해.”

“알았어. 그러지 말고, 요새 제작하는 거 뭐야?”

한소희가 물었다. 한중만이 당황하며 말했다.

“제, 제작은 무슨……. 그냥 시나리오 몇 개 확인 중이야.”

“시나리오? 이번에 진짜 제작하고 있는 거 아니지?”

“안 해! 아직 시나리오도 결정 못했어.”

“그래? 뭔데? 나에게 보여줘봐. 내가 한번 볼게.”

“됐어! 네가 뭘 안다고……. 아무튼 시나리오는 많이 보는데 영 끌리는 것이 없네.”

한중만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한소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한번 말해봐. 내가 한번 들어봐 줄게.”

“으음, 글쎄다. 이 영화 저 영화 떠돌아다니는 대본은 많아. 그런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딱 와닿는 것이 없어.”

한중만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한소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말해줘! 안 그럼 내 투자금 뺀다.”

“아, 알았어. 요새 하나를 보고 있긴 해.”

“뭐?”

“광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인데…….”

오상진은 한중만의 얘기를 듣고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 하나가 있었다.

“혹시 말입니다. 그 영화 제목이 왕의 광대입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한중만이 깜짝 놀랐다.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이거 시놉시스밖에 안 풀렸는데…….”

순간 오상진이 당황했다.

‘아차…….’

그러고는 재치 있게 말했다.

“광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라고 해서, 혹시나 왕의 광대가 아닐까. 해서 물어 본 겁니다.”

“아, 이 친구 센스인네.”

한중만의 칭찬에 한소희가 바로 받았다.

“우리 상진 씨 센스가 철철 넘치지.”

“어휴! 팔불출…….”

“뭐 어때, 내가 좋은데. 그보다 그 왕의 광대라고 했지. 그거 내용 한번 말해봐.”

“그러니까, 연산군에 관한 얘기인데…….”

한중만이 시놉시스에 관한 얘기를 쭉 늘어놓았다. 한소희는 얘기를 듣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뭐? 이거 뭐, 왕을 가지고 노는 거야?”

“그게 아니라 광대가 왕에게 이런저런 광대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때 당시 연산군이 가졌던 회환과 고뇌 뭐, 그런 거 있잖아.”

“아, 몰라. 몰라. 딱 봐도 안 될 것 같네. 무슨 연산군에 광대야.”

한소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달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자신이 재미있게 봤던 왕의 광대가 확실했다.

‘왕의 광대가 맞긴 한데…….’

오상진이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소희는 잔뜩 부정적이라고 말하고, 이에 한중만이 오상진에게 시선이 갔다.

“오상진 씨는 어때요? 괜찮은 것 같아요?”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나중에요. 처음이니까. 아무튼 제 얘기 들어봤죠.”

“네.”

“어때요?”

“저는…….”

오상진이 잠시 뜸을 들이며 한소희를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한중만을 봤다.

“아주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영화로 만들면 잘될 것 같습니다.”

“오, 그래요? 오상진 씨, 영화 좀 알아요?”

한중만이 좀 의외라는 듯 말했다. 한소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이에요?”

“네, 소희 씨!”

“진짜요? 잘 될 것 같아요?”

“물론이죠. 뭔가 확신이 팍 들어요.”

“그래요?”

한소희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들었다.

“상진 씨가 그렇다면야……. 괜찮을 것 같네.”

“뭐야. 아까는 안 된다며!”

“안 돼! 그런데 우리 상진 씨가 이렇듯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면 그건 되는 거야.”

“헐, 뭔가 맹목적인 믿음이야?”

“아니지. 내 남자의 촉에 대한 확신이지!”

한소희가 눈을 찡긋했다. 한중만의 그런 한소희의 행동에 놀라고 있었다.

“이야, 소희야. 너 이런 모습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 모습 맞아!”

그러자 한중만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원래, 이 녀석이 이러지 않거든요. 그런데 상진 씨를 만나고 얘기 많이 변했네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한소희가 바로 끼어들었다.

“내가 뭐? 나 원래 이랬어. 왜 이래.”

“그래, 그래 알았다! 아무튼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오래 살지도 않았으면서…….”

한소희의 작은 투덜거림에 한중만은 그저 웃고 말았다. 그리고 오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잘 될 것 같아요.”

“네. 시놉만 들어도 느낌이 확 옵니다. 형님, 꼭 이 영화 제작하십시오.”

“그래요…….”

한중만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오상진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빠, 우리 상진 씨 말 믿고 한번 해봐. 사실 우리 상진 씨 영화 좋아해. 나랑 영화 코드도 잘 맞고.”

“그래……. 알았어. 그럼 일단 한번 해보는 쪽으로 생각해 볼게요.”

한중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상진이 바로 답했다.

“네. 꼭 해보십시오. 정말 잘 될 겁니다.”

“그러죠.”

한소희가 얘기를 듣고 물었다.

“그런데 오빠가 할 수 있다면 바로 제작할 수 있는 거야?”

“에이, 어떻게 바로 찍어! 제작비를 한번 모아봐야지.”

오상진은 그냥 가만히 얘기만 듣고 있었다. 바로 투자하겠단 말은 할 수 없었다.

한중만이 한소희를 바라봤다.

“동생! 네가 좀 투자해라.”

“뭐래? 이미 투자 했잖아.”

“좀 더 하라는 거지.”

“웃겨! 지난번에 투자한 것도 겨우 해준 거거든.”

“5천? 그걸로 턱도 없지.”

“와, 오빠! 나 이제 대학생이야. 돈이 어디 있어.”

“너 아버지가 준 건물 있잖아. 그거 임대료 따박따박 받아서 어디다 쓰려고?”

“어디다 쓰긴 시집갈 때 써야지. 아빠가 지원 안 해준다는 전제하에 나에게 건물 준 거 몰라?”

“어이구, 어이구…….”

한중만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오상진 씨는 좋겠어요.”

그러자 한소희가 정색하며 말했다.

“오빠, 우리 상진 씨에게 그런 말 하지 마.”

“왜? 그냥 편해서 말한 건데…….”

그러자 한소희가 살짝 자리에서 일어나 한중만에게 작게 귓속말을 했다.

“오, 그래?”

순간 한중만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오상진이 한중만과의 식사를 마치고 한소희와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소희 씨.”

“네?”

“아까 작은 오빠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했어요?”

“어? 그거 안 알려줄 건데.”

“알려줘요. 뭐라고 했어요.”

“그냥 별 얘기 안 했어요. 상진 씨 백억 자산가라고 했어요.”

“어? 어…….”

오상진이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바로 한소희가 말했다.

“왜요? 말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아뇨, 잘했어요.”

오상진은 이미 얘기한 거 그냥 생각 안 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달랐다.

“전 다른 것보다 작은 오빠가 상진 씨가 나 돈 때문에 만난다는 소릴 듣기 싫어서요. 우리 서로 사랑해서 만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럼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뭔가 다짐하듯 말했다.

“그리고 중요한 게 있어요. 작은 오빠가 투자하라고 하면 절대 하면 안 돼요. 알았죠!”

“아…… 예.”

“만약에 하고 싶어도 무조건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돼요.”

“네. 알았어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한소희의 입장에서는 오상진이 돈이 많다는 것을 한중만이 알게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투자를 하라고 할지도 몰랐다. 그것을 아예 처음부터 막을 생각이었다.

한울빌딩에 주차를 하고 떡볶이 가게로 향했다. 그전에 엄마 가게 안을 봤는데 엄마는 외출을 했는지 최말숙 이모만 있었다.

‘엄마 어디 갔나?’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할 때 한소희가 다가왔다.

“어머니 없어요?”

“그러네요. 일단 떡볶이집에 가요. 먹고 싶다고 했잖아요.”

“네.”

여전히 떡볶이집은 장사가 잘되었다. 몇몇은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 저번보다 손님이 더 많아 진 것 같아요.”

“그러네요. 장사가 잘되니 뿌듯합니다.”

“저도요.”

오상진과 한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떡볶이를 샀다. 그리고 3층 한의원으로 향했다. 한의원이 잘되는지 안 되는지 조심스럽게 확인을 했다.

“어? 오셨어요?”

한의원 남편이 오상진을 발견했다.

“어떻게 환자는 많이 찾아옵니까?”

“네. 오히려 저쪽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찾아옵니다. 이러다가 한의사 한 분을 더 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쁘시다니 다행입니다.”

“이게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이왕 오신 김에 진맥 한번 보시죠.”

“네? 괘, 괜찮은데요.”

“에이. 그래도 한번 보세요.”

남편분에게 이끌려 오상진이 진맥을 봤다. 게다가 한소희도 진맥을 봐줬다. 남편분이 환하게 웃었다.

“아이고, 두 분 다 건강하시네요. 그리고 우리 사모님은 하체가 튼튼하셔서 아이도 잘 낳으시겠어요.”

“어멋!”

한소희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런 모습이 오상진은 또 보기 좋았다. 한소희가 손에 든 떡볶이를 내밀었다.

“진맥도 봐주셨는데……. 떡볶이 좀 드세요. 밑에서 사 왔어요.”

그러자 아내분이 어느새 나타나 말했다.

“어머나. 그렇지 않아도 출출하던 차였는데. 잘되었네요.”

그렇게 떡볶이가 차려졌다. 잠시 후 찜질을 끝낸 할아버지가 나오면서 말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찜질 다 끝나셨어요? 그럼 이쪽으로 와서 떡볶이 좀 드세요.”

“에이, 다 늙어서 떡볶이는……. 떡 때문에 틀니 빠져서 못 먹어. 자네들이나 실컷 먹어.”

“그럼 귤 좀 드세요. 안 그래도 아까 한 박스 사다 놨거든요.”

“귤? 그거 좋지.”

할아버지는 금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내분이 환한 얼굴로 귤을 담아 가지고 나왔다.

“아이고, 귤이 아주 실하네.”

“네. 제가 먹어보고 샀는데 많이 달더라고요.”

“알았어. 고맙네. 고마워.”

“네, 어르신!”

아내는 다시 인사를 하고 오상진이 있는 곳으로 왔다. 오상진은 그런 한의사 부부의 모습에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오상진이 슬쩍 말했다.

“진짜 환자분들이 많으시네요.”

“다, 이 근처에 사시는 단골들이에요. 어르신들은 사실 아파서 오시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오면 말벗하실 분들이 많아서 찾아오시는 거죠. 물론 아파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아내분이 바로 말을 받아서 이어갔다.

“예전에는 공간이 좁아서 오시는 분들이 절반은 돌아가셨는데, 사장님 덕분에 3층을 크게 써서 단골분들 쉬고 가셔서 좋습니다.”

“아……. 그런데 이렇게 해도 장사는 됩니까?”

“아이고,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 돈벌이 안 되는 거 하지도 않습니다. 먹고 살 정도는 충분히 법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오상진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조금 전 진맥 본 것을 떠올리며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네?”

“저, 정말 건강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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