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98화
37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4)
임성범 의원이 몸을 돌려 건물을 내려갔다. 임성범 의원이 가고 윤필융 중장이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 서 있는 백 소장을 봤다.
“백 소장.”
“네.”
“고생했어.”
“아닙니다. 저희 사단의 부대는 매번 훈련을 해왔기에 이런 일쯤은 거뜬히 해낼 줄 알았습니다.”
“그래, 그래.”
윤필융 중장이 백 소장 뒤쪽에 서 있는 한종태 대대장을 봤다.
“자네가 충성대대장인가?”
“중령 한종태. 네, 그렇습니다.”
“그래, 고생 많았네.”
“감사합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환하게 웃었다. 윤필융 중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철환 1중대장을 봤다.
“1중대장!”
“대위 김철환!”
“자네 말이야. 아까 너무 호들갑스럽게 총 쏘지 말라고 그러지 않았냐?”
“아,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 없는데, 네 중대고, 소대잖아. 그런 소대원들을 못 믿으면 어떻게 해?”
“네. 믿겠습니다.”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눈치 없게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의를 주겠습니다.”
윤필융 중장이 고개를 돌렸다.
“주의는 무슨 주의! 내가 지금 농담하는 거잖아. 농담! 분위기 좋게 말이야.”
“아, 그런 겁니까?”
“에효, 중대장 봐라. 중대장은 눈치 있게 바로 대답을 하는데…….”
“죄, 죄송합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대답을 한 후 인상을 썼다. 윤필융 중장이 다시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이런저런 말을 했다.
“자네 소대라고 했나?”
“네.”
“오상진 중위라……. 제법 괜찮은 수하를 뒀어.”
“맞습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뒤에 서 있는 한종태 대대장이 구시렁거렸다.
‘젠장, 이리치고, 저리치고 이게 뭐야.’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뭐라고 할 상황은 아니었다. 옆에 있던 곽부용 작전과장이 눈치는 있었다.
“그래도 사령관님 기분은 좋아 보이십니다. 국회의원 입회하에 훈련이 매우 흡족하게 끝난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포상 나올 것 같은데 말입니다.”
“포상?”
그 말에 한종태 대대장이 얼굴이 밝아졌다.
때마침 윤필융 중장과 대화를 마친 김철환 1중대장이 왔다. 한종태 대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1중대장, 고생했어. 역시 1중대는 자네가 있어 믿을 만해.”
“감사합니다.”
“이렇게만 해. 이렇게만! 내가 너 때문에 산다.”
“네, 대대장님.”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오상진에게 갔다.
“상진아 고생 많았다.”
“고생은 고생인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오상진은 아직까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 눈앞에 사령관님이 와 있는 것도 어리둥절하고 국회의원이 왔다간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후, 얘기 하면 길다. 일단 여기 정리하고 나중에 얘기하자!”
“아,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철환 1중대장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이 잘 끝났으니 망정이지……. 아무튼 오늘 하루 진짜 길다. 길어! 우리도 복귀하자!”
“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은 건물을 나서며 상황종료를 알렸다.
“얘들아 고생 많았다. 이제 상황종료다!”
“와아아아!”
“그리고 오대기도 상황 끝! 다음 주부터는 다른 중대가 맡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우오오오, 드디어 끝입니까?”
“진짜 끝! 복귀하자!”
“네!”
1소대원들은 뿌듯한 얼굴로 부대로 복귀를 했다.
전부 내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방탄헬멧과 탄띠를 벗었다.
“와, 홀가분하다. 진짜 시원하네.”
김우진 상병은 오대기가 끝났다는 것에 너무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진짜 끝났지 말입니다. 다시 사이렌 울고 그러지는 않죠?”
“그렇지!”
그때 운전병과 의무병이 자신들의 짐을 쌌다. 김일도 병장이 일어나 말했다.
“아저씨, 고생했어요. 운전하느라.”
“고생은 무슨 아무튼 오늘 멋졌습니다.”
운전병이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의무병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수고들 하세요. 저는 부대 차량이 와서…….”
“네. 의무병 아저씨도 수고했어요.”
그렇게 일주일의 짧은 파견근무를 마치고 복귀를 했다.
운전병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오상진이 내무실에 나타났다.
“자, 지난 한 주가 간 오대기 하느라 고생 많았다. 다들 활동복으로 환복한 후 샤워장에 모인다.”
“샤, 샤워장 말입니까?”
“그래! 오늘 특별히 우리 1소대에게만 30분의 샤워시간을 허용했다. 뜨거운 물도 마음껏 쓰라고 한다.”
“와아아아아!”
“대박!”
“뭐 하냐, 빨리 환복 안 하고!”
“아,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은 재빨리 장구류를 관물대에 정리를 한 후 환복을 실시했다.
“전투복도 따로 빼놓고, 세탁기 돌리도록 하고!”
“네.”
“소대장님도 샤워하십니까?”
“나? 나는 일 좀 마무리하고 관사 가서 씻어야지.”
“네. 알겠습니다.”
“일도가 알아서 잘 통제하고.”
“네.”
“그래, 수고했다. 주말 잘 보내고.”
“네, 소대장님도 잘 보내십시오.”
“오냐!”
김일도 병장이 경례를 했다.
“충성! 수고하십시오.”
“그래.”
오상진이 내무실을 나갔다. 미리 정리한 자신의 가방을 챙겨서 말이다. 그리고 김일도 병장이 입을 뗐다.
“활동복을 환복한 후 샤워장 입구에 모이는 시간, 5분!”
후다다다닥!
김일도 병장의 지시에 소대원들의 움직임이 엄청 빨라졌다. 지난 오대기의 실력이 지금 상황에서도 발휘되는 것 같았다.
쏴아아아아!
뜨거운 물이 샤워기에서 품어져 나왔다.
“와, 대박! 진짜 뜨거운 물입니다. 우리 이렇게 뜨거운 물 막 써도 됩니까?”
“못 들었냐? 오늘 30분간은 여기 샤워장 우리 1소대가 전세 냈다는 사실 말이야.”
“아, 알고 있지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듯 여유 있게 샤워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나도 동감이다. 지난 2년 동안 군에서 이런 샤워는 처음이야.”
김일도 병장도 감동받은 것 같았다. 김일도 병장이 뜨거운 물줄기에 몸을 맡기며 시원함을 느끼고 있을 때 옆에서 김우진 상병이 때를 밀고 있었다.
“와, 시발! 이 때 좀 봐! 여기 봤냐? 봤어?”
“시커먼 때 말이야.”
“앗! 징그럽습니다.”
“나도 그래!”
“그보다 얼마 만에 머리를 감아봅니까? 정말 너무 시원합니다.”
“맞습니다.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김 병장님! 김 병장님!”
“왜?”
“욕탕 보십시오. 뜨거운 물이 반이나 차 있습니다.”
“뭐?”
김일도 병장이 욕탕으로 가 보았다. 진짜 그곳에 뜨거운 물이 찰랑찰랑 거렸다.
“어서 들어가자!”
“진짜 들어가도 됩니까?”
“아, 몰라! 아무튼 30분 동안은 여기 샤워장은 우리 꺼야!”
김일도 병장이 먼저 욕탕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이 온몸을 터치하자 노곤함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아아아아……. 좋다!”
“그럼 저도…….”
그 뒤로 소대원들 전부 들어왔다.
“야, 다들 샤워는 하고 들어 온 거지?”
“네!”
그리고 다들 눈을 감으며 오랜만에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30분이 흐른 후 하나 둘 샤워장에서 나왔다. 모두의 얼굴에 광채라도 나는 듯 환한 표정이었다.
4
한편, 오상진도 관사에서 오랜만에 깨끗하게 샤워를 했다. 수건으로 머리를 턴 후 추리닝을 입었다.
“아, 오늘은 쉬고 싶은데…….”
하지만 고개를 젓고는 휴대폰을 챙겨서 관사를 빠져나왔다. 오상진이 향한 곳은 김철환 1중대장의 아파트였다.
딩동!
“어, 왔냐?”
김철환 1중대장이 문을 열어주었다.
“네.”
“자식 얼굴이 훤하다?”
“진짜 간만에 샤워를 했더니 날아갈 것 같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그렇지? 후후후! 여보, 상진이 왔어.”
김철환 1중대장이 부엌을 향해 소리쳤다. 김선아가 튀어나왔다.
“어머나, 도련님 왔어요.”
“네. 형수님. 오랜만입니다.”
“네. 잠깐만 기다려요. 밥 다 됐어요.”
“네, 형수님.”
그리고 잠시 후 김선아가 말했다.
“식사하러 오세요.”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식탁으로 갔다. 식탁에는 푸짐한 요리가 가득 나와 있었다.
“아이고, 형수님. 상다리 부러지겠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차렸습니까.”
“호호호, 별거 아니에요. 많이들 먹어요.”
“네. 형수님. 형수님도 식사하세요.”
“네. 국 떠갈게요.”
그 사이 김철환 1중대장은 냉장고에서 소주와 소주잔을 꺼내왔다.
“야, 일단 받아!”
“네.”
둘 다 잔을 따르고 잔을 부딪친 후 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술 맛 좋다. 내가 이 맛에 산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오상진도 훈련이 끝나고 샤워를 한 후 소주를 마시니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보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제는 말씀 좀 해주십시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술병을 들어 오상진과 자신의 잔에 따랐다.
“내가 진짜…… 이런 말은 안하고 싶은데. 오늘 내가 너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갔다.”
“네?”
“처음에 말이야. 내가 이 얘기를 듣고, 널 어쩌면 좋니. 이런 생각을 했다.”
“무슨 말씀입니까?”
“인마, 무려 사령관님께서 비상을 건다고 하잖아! 그때 난 무슨 생각을 했겠냐. 너 때문에 이러다가 옷 벗게 생긴 것은 아닌지 고민을 했다. 게다가 더 암울 했던 것은 국회의원이 시찰을 왔다고 하는데 추가상황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하긴 너무 했습니다.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래 많이 놀라겠지. 그래도 난 상진이가 자랑스럽다. 그 와중에 이렇게 일을 잘하니. 얼마나 좋아.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상진아!”
“네.”
“진짜 고맙다. 내가 네 덕분에 잘하면 초고속 진급하게 생겼다.”
“그럼 잘 된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중대장이 솔직히 말해서 연도 없지, 끈도 없지. 그렇다고 우리 장인어른 덕분에 신경 써 주시는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 정도는 군대에서 끗발도 아니잖아. 그래서 진급은 생각도 안했는데……. 요새 나 위에서 칭찬받고, 포상 받는 거 보니까, 나 조만간 소령 진급하겠다.”
“그럼 엄청 좋은 거 아닙니까. 소령 진급도 하고, 중령 진급 하셔서 대대장도 하시고 말입니다.”
“그래, 맞다. 쭉쭉 나가야지! 이참에 우리 사령관님 라인을 한 번 타봐?”
“오오, 그거 좋지 말입니다. 제가 팍팍 밀어 드리겠습니다.”
“고맙다. 아무튼 다 상진이 너 덕분이다. 한 잔 받아!”
“네.”
오상진이 술잔을 입에 털어 넣은 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내밀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술을 따랐다. 오상진이 바로 술병을 받아서 따라줬다.
“제 덕분이라니요. 아닙니다.”
“아니야, 상진이 네 덕분이야. 한 잔 해!”
그렇게 김철환 1중대장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술잔을 기울였다. 그 옆에 김선아가 입을 열었다.
“여보! 안주라도 먹으면서 술 마셔요.”
“네네. 마누라님!”
“도련님도요. 여기 갈비찜 맛나게 되었요.”
“네, 형수님. 형수님표 갈비찜은 진짜 맛있죠.”
“에이, 도련님만 그 말씀하세요.”
“어? 아닌데…….”
“아무튼 감사해요. 저도 도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어요. 그거 알고 있죠?”
“네. 형수님!”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갈비 한 덩어리를 집어서 밥 위에 올렸다. 크게 밥 한 숟갈에 갈비 한 덩어리를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맛있냐?”
“네.”
“그럼 됐다!”
김철환 1중대장이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는 오상진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를 보며 오상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중대장님.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오상진은 환하게 웃으며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