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96화
37장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2)
“아무래도 확실한 임팩트를 주려면 간첩신고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아서 시나리오 짜봐!”
“네, 알겠습니다.”
김선우 대령이 나갔다. 윤필용 중장이 주먹을 쥐며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망신은 안 당할지 몰라.”
윤필용 중장은 살짝 불안감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떻게든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줘서 군의 위상을 올려야 했다.
“일단 믿어봐야지.”
윤필용 중장의 중얼거림에서 강한 결의가 느껴졌다.
2
두 시간 후 휴식을 취한 임성범 의원이 나왔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기 위해 중앙현관으로 내려갔다.
“어디서 하기로 했습니까?”
임성범 의원이 먼저 물었다.
“52사단입니다.”
“어? 근처입니다.”
“네.”
“그곳에서 상황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집니까?”
“네?”
“상황 말입니다. 에이, 저도 병장 만기제대입니다.”
그러자 뒤따르던 김선우 대령이 바로 말했다.
“간첩을 신고한 것으로 상황을 만들어 봤습니다.”
임성범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어디 뭐, 관공서에 간첩신고자 세워놓고 그냥 인솔하는 그 정도입니까? 그래서 5분 안에 오면 되는 겁니까?”
윤필융 중장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그도 그럴 것이 임성범 의원의 말은 약간 비웃었다. 아니, 고작 ‘그 정도입니까?’ 이렇게 묻는 듯했다. 그러자 윤필융 중장이 빠득 이를 갈았다.
“고작 그 정도였으면 이렇게 같이 가자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호, 그래요? 뭔가 더 있나요?”
“대한민국 육군이 얼마나 훈련이 철두철미하게 잘 되어 있는지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윤필융 중장의 장담에 임성범 의원의 눈이 커졌다.
“이야, 기대가 되는데요.”
“네. 기대하십시오.”
그렇게 각자 차에 올라났다. 뒷좌석에 앉은 윤필융 중장이 다시 빠드득 이를 갈았다.
“비서실장.”
“네.”
“무조건 제대로 시나리오를 짜! 저 자식이 토를 달지 못하도록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선우 대령은 차량을 타고 가는 내내 시나리오를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젠장 하필 국회의원이 와서는…….’
52사단에 도착한 김선우 대령은 곧바로 참모부실로 갔다.
그곳에서 참모들과 함께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를 싸맨 결과 약간 억지스럽지만 추가 상황을 넣기로 결정이 났다.
그 사건이 현재 오상진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김선우 대령이 참모실에서 참모진들과 작전을 구상했다.
“……위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좋은 안건을 내놔!”
김선우 대령의 지휘 아래 참모진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의견을 내놓았다.
“교전 상황을 만드는 것은 어떻습니까?”
“교전 상황?”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말하는 교전 상황은 북한군이 떼로 몰려오고!”
“네.”
“실제 총도 쏘고!”
“네.”
“이거 미친 자식 아냐?”
“네?”
“너, 국회의원 앞에서 총 쏘려고? 너 미쳤어? 그러다가 사고 나면 네가 책임질래?”
“…….”
참모진 한 명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사실 준비를 잘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갑작스럽게 나온 상황이었다. 연습할 것도 아니고 실제와 같이 움직여야 했다. 그러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다른 참모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습니까?”
“말해봐.”
“신고자가 납치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겁니다.”
“납치? 그래서?”
“납치해서 끌고 가고, 어느 특정 건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5분대기조로 하여금 납치자를 수색 포위하게 하여서 무장해제까지 가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으음…… 그 얘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좀 심심하지 않을까?”
“최대한 빨리 신속정확하게 납치범을 쫓아서 신병 확보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장교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다가 실제 사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합니까? 오대기는 실탄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현지 경찰하고 조율해서 실제로 사격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 놓으면 됩니다.”
“그게 가능하겠어?”
“아시지 않습니까. 경찰은 사격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사격을 안 하려고 할 테고, 받는 입장도 그걸 느낄 겁니다. 무엇보다 훈련 상황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 주는 것이죠.”
“어떻게?”
“중대장과의 통화를 통해 추가 작전이 있다는 정도만 언질을 하면 됩니다.”
“으음, 알았어.”
“그리고 말입니다. 만약에 납치가 된다면 신고자를 경찰에 인계된 후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쪽에서는 경찰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지시만 내리고, 가급적이면 사격하지 않는 선에서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김선우 대령이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하아, 정말 이것밖에 아이디어가 안 나오나?”
“시간만 주어진다면 더 좋은 작전을 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 알았다. 자네 말대로 진행시키도록 하자. 경찰 쪽에는 알아서 협조요청 공문 보내고.”
“네, 알겠습니다.”
“나는 사령관님 따라 갈 테니까. 상황 처리되는 대로 보고하고.”
“네, 알겠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현재 오상진 앞에 경찰관이 나타나 있는 것이었다. 오상진은 황당한 얼굴로 경찰관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지금 최초신고자가 납치되었다는 겁니까?”
“네.”
오상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조금 전 분명 차를 타고 갔는데 갑자기 납치라니?
‘이것도 지금 훈련상황인가?’
오상진이 고민하고 있을 때 박중근 하사가 나섰다.
“납치 말입니까? 이 상황에서? 그런데 이거 훈련 아니었습니까?”
박중근 하사의 물음에 경찰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애써 시선을 외면하며 말했다.
“저희도 훈련인 줄 알고 나왔는데 최초신고자를 호송하던 차량이 피습을 당하고, 신고자를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피습요?”
박중근 하사가 깜짝 놀라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경찰분은요. 괜찮으십니까?”
“네, 잠깐 기절했다가 일어났습니다. 일단 그 경찰이 미행을 했다고 합니다.”
“미행요?”
“네. 그래서 최대한 빨리 구출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이미 인수인계를 했고, 그쪽 관할서 에서 처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준비하고 빠르게 오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린답니다. 그리고 서에 남아 있는 경찰관이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 지금 위치가 파악된 시점에서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도 이건 우리가…….”
“오 중위님 도와주십시오. 저희도 바쁜데 이렇듯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까. 이런 식으로 나 몰라라 하시면 정말 섭섭합니다. 저희 사이좋지 않습니까.”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잠시만요.”
오상진이 양해를 구한 후 바로 전화를 받았다.
“통신보안 오상진 중위입니다.”
-나다.
“네, 중대장님. 그렇지 않아도 여기 문제가 생겨서 연락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
“최초 신고자가 납치되었다고 합니다.”
-납치? 아, 이일이 그일 이었구나.
“네?”
-그렇지 않아도 나도 위에서 보고를 받았는데, 작전을 수행시 무조건 실전처럼 하라는 내용이었어.
“실전처럼 말입니까? 그럼…….”
-그래, 아마도 작전의 연장선인 것 같다.
“어쩐지 일이 쉽더라니…….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걸 나에게 물어보면 어떻게 해. 현장지휘관으로써, 네가 판단해서 내려야지! 소대장, 너의 판단은 뭐야?
오상진이 살짝 고민을 했다. 솔직히 이미 인수인계가 끝난 상황에서 5분대기조의 역할은 끝이 났다.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한다?’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1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해도 서쪽으로 거의 넘어가고 서서히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물며 경찰의 인력 파견은 좀 늦는다고 했다. 납치가 된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인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안 돼. 두 명의 경찰로도 분리하고, 만약 이것이 훈련 상황이 아니었다면 엄청난 큰 일이 될 판이었다.
‘이거 참 누가 이런 판을 짰는지 모르겠지만……. 어설퍼도 너무 어설퍼! 뭐, 그래도 따라줘야겠지.’
오상진이 결단을 내렸다.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도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경찰과 잘 협조해서 꼭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고 경찰관에게 물었다.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미행하는 경찰관에게 연락해서 위치 확인하겠습니다. 저희가 인력이 없으니까, 위치를 확인하면 주변 경계 및 최초신고자 신병 확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다. 박중근 하사와 1소대원들이 모여서 얘기를 듣고 있었다. 오상진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다들 얘기 들었지!”
“네.”
그러면서 소대원들이 총기를 매만졌다. 그 모습을 보던 경찰관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 그리고…….”
“네?”
“절대 발포하시면 안 됩니다. 실수라도 안 됩니다. 만약에 발포하시면 정말 난리 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들 조준간 안전에 놓고 대기하도록. 그래도 아직 장전은 안 되었지?”
“네. 그렇습니다.”
“밀봉도 아직 안 뜯었습니다.”
“알았다. 조준간 안전에 놓고, 수색에 들어간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경찰관을 봤다.
“어느 쪽입니까?”
“이쪽입니다.”
오상진을 선두로 뒤에는 박중근 하사와 1소대원들이 따랐다. 경찰관은 약 300미터 떨어진 어느 건물에 멈췄다.
“제가 연락받은 곳은 여기입니다.”
오상진이 낡은 5층짜리 건물을 올려다봤다. 세 들어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오상진이 건물을 확인한 후 얘기했다.
“우진아.”
“상병 김우진.”
“네가 맡은 분대는 이 건물 주위를 포위해서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바로 생포할 수 있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와 박 하사, 김일도는 건물로 진입한다.”
“네. 알겠습니다.”
“잘 들어라. 실제상황이다. 그러니 긴장 늦추지 말고, 알았지!”
“네! 소대장님!”
“좋았어. 그럼 각자 위치로 움직여!”
오상진의 명령이 떨어지고 각자 빠르게 움직였다.
김우진 상병은 소대원들을 적절하게 배치를 해 건물을 포위했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 김일도 병장은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적이 이곳에 있을 수 있다. 조심스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질이 있으니까. 그 점 유의하고!”
“네.”
“일도야.”
“병장 김일도.”
“우리 이런 일 많이 해봤잖아. 시가전 전투 말이야. 그때 훈련했던 것처럼 행동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오상진은 박중근 하사를 봤다. 박중근 하사야, 믿음직스러웠다. 박중근 하사는 오상진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 끝났다.
“갑시다.”
“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 김일도 병장이 재빨리 1층부터 수색에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층 건물 입구부터 자물쇠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