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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93화 (39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93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13)

“똥이 자존심이냐!”

“그게 아닙니다. 제가 저 현래에게 졌다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저 자식…… 저 보십시오. 저 의기양양한 얼굴! 오냐, 노현래, 내가 다음에는 꼭 널 이겨주마.”

김우진 상병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김일도 병장은 오대기를 하면서 소대원들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눈에 들어온 사람은 한태수 일병이었다.

“태수야. 너 왜 그래? 얼굴이 많이 누렇다. 어디 아파?”

“일병 한태수. 저 3일째지 말입니다.”

“뭐가?”

“첫날 신호가 온 이후로 벌써 3일째 똥을 못 누고 있습니다.”

“뭐?”

“그때 얼마나 놀랐으면……. 아, 이러다가 똥이 제 몸에서 썩어 저 죽는 거 아닙니까? 한태수 똥독에 올라 사망하다.”

한태수 일병의 한마디에 김일도 병장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야, 태수야! 너까지 왜 그러냐?”

점점 소대원들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똥을 빨리 싸는 것은 좋은데 말입니다. 다들 시원하긴 합니까?”

최강철 이병의 물음에 김우진 상병을 비롯해 모든 소대원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 모두 표정이 암울했다.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철이 네가 승자네.”

“네?”

“아니다.”

그때 한쪽에 누워 있던 운전병이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여기 소대는 원래 이렇게 재미있습니까?”

김일도 병장이 부끄러운 듯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해진 상병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운전병 아저씨.”

“네?”

“가만히 보니 운전병 완전히 꿀 보직입니다.”

“무슨 꿀 보직입니까. 저도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운전병은 총도 안 쏜다고 그러던데, 게다가 하도 쏘지 않아서 총열 안에 녹이 있다고…….”

“어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우리가 비록 총은 안 쏘지만…….”

“맞네. 총 진짜 안 쏘네.”

“아, 아닙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운전병이 당황했는지 고개를 돌려 의무병을 보았다.

“저, 저희보다 의무병 아저씨가 꿀 보직이죠.”

그러자 의무병이 발끈했다.

“무,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는 그래도 가끔 총은 쏩니다.”

그 한마디에 운전병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가 번뜩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초, 총을 쏜다고요?”

“네.”

“우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부대가 다른데 어떻게 봅니까?”

“바로 옆 부대 아닙니까.”

“그래도 다 압니까?”

운전병과 의무병이 서로 티격태격할 때 김우진 상병이 김일도 병장에게 슬쩍 말했다.

“지금 저 두 사람 우리 앞에서 뭐하자는 겁니까?”

“내버려 둬라. 저게 진정한 꿀 보직들의 다툼 아니겠냐. 누가 더 꿀 보직인지…….”

“아……. 그런 거죠? 나쁜 XX들…….”

김우진 상병이 인상을 썼다. 그런데 구진모 일병이 슬쩍 입을 열었다.

“그래도 오늘은 더 이상 오대기 비상이 없는 모양입니다. 더 이상 비상 없는 거겠죠?”

구진모 일병이 환하게 웃었다. 김일도 병장과 김우진 상병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저저, 입방정…….”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에에에엥’ 사이렌이 울렸다. 그리고 복도에서 다른 중대원들이 외쳤다.

“오대기 비상! 오대기 비상!”

김우진 상병이 곧바로 장비를 갖춰 입으며 소리쳤다.

“너 구진모 이 새끼…….”

그러면서 구진모 일병의 뒤통수를 한 대씩 때리며 뛰쳐나갔다.

딱!

“너 때문에…….”

딱!

“그놈의 입방정…….”

딱!

“입 다물고 있으라고 했지.”

방탄헬멧을 쓰고 있기에 별다른 충격은 없지만 상당히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이건 우연입니다. 우연!”

마지막으로 김일도 병장이 한 대 툭 치며 말했다.

“우연 같은 소리하고 있네. 야, 구진모.”

“일병 구진모!”

“너 내가 입조심 하라고 했어. 안 했어?”

“했습니다.”

“너, 청개구리냐?”

“아닙니다.”

“그런데 왜 입방정은 떨어서…….”

“……죄송합니다.”

“됐어! 빨리 뛰기나 해!”

“네, 네…….”

구진모 일병이 트럭을 향해 쏜살같이 뛰어갔다. 오상진도 나오며 입을 뗐다.

“모두 다 나왔나?”

“네. 그렇습니다.”

“그럼 상황 전파하겠다. 금일 17시 50분경 위병소 앞에 거수자…….”

1소대를 태운 트럭이 연병장을 벗어나 저 멀리 위병소를 향해 멀어지고 있었다.

20.

늦은 밤까지 1중대 행정반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상진이 자신의 책상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밤 11시가 넘은 거야?”

오상진이 서둘러 정리를 했다. 사실 오상진은 소대장들과 간부들이 다 퇴근한 행정반에 홀로 있었다. 1소대 내무실로 가서 소대원들과 지내도 되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장교와 병사 사이였다. 불편할 것이 뻔했다.

“이제 자러 가 볼까.”

행정반을 한 번 둘러본 후 불을 껐다. 단독군장 차림으로 방탄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행정반 문을 잠갔다. 지금쯤이면 내무실 한편에 매트리스와 침낭이 깔려 있을 것이다. 매번 그러지 말라고 해도 병사들이 알아서 준비를 해줬다.

“귀여운 녀석들…….”

지난 4일간 소대원들은 정말 잘해주었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5분대기조도 끝이 났다.

“이제 내일만 잘 버티면…….”

오상진이 혼잣말을 하면서 내무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오상진의 코를 극도로 자극하는 엄청난 냄새가 확 풍겨왔다.

“윽…….”

그 냄새는 나날이 진해지는 수컷들의 냄새였다.

“와, 이 냄새는 날이 갈수록 독해지네. 이제는 적응할 때도 되었는데…….”

오상진은 손으로 자신의 코를 막으며 내무실로 들어갔다. 그래도 조금 내무실에 있다 보면 금방 적응이 되었다.

“오늘 여기서 자야 되나? 그래도 자야겠지?”

오상진이 헬멧을 두고 탄띠를 둘러서 옆에 뒀다. 그리고 병사들이 마련해 둔 침낭에 몸을 눕혔다. 오늘 하루도 참 고단했다.

“힘들다…….”

오상진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 오상진을 흔들어 깨웠다.

“소대장님 기상입니다. 기상!”

“뭐? 비상?”

오상진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재빨리 탄띠와 방탄헬멧을 착용하고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소대원들이 그런 오상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뭐해? 오대기 비상 아냐? 뭐 하고 있어!”

오상진이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럴수록 소대원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소대원들은 입을 가리며 킥킥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해진 상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대장님 비상이 아니라, 기상입니다. 기상! 일어날 시간입니다.”

“뭐?”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 6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비, 비상 아냐?”

“아닙니다.”

순간 오상진은 민망함이 밀려왔다. 어느새 자세를 바로잡고 헛기침을 했다.

“어험, 그, 그래? 기상이었군. 다들 아침점호 준비하고 있다가 보자.”

오상진은 서둘러 내무실을 나간 후 행정반으로 향했다. 오상진의 얼굴엔 민망함이 가득 했다.

“와, 우리 소대장님 불쌍하다.”

“우리 소대장님도 역시 사람이었어!”

“이야, 군 생활하면서 우리 소대장님 저런 모습을 또 처음이네.”

소대원들이 각자 한마디씩 했다.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크게 소리쳤다.

“야, 새끼들아. 소대장님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그것까지도……. 마음껏 얘기하고 떠들도록! 저런 모습은 평생 처음일 거다. 하하핫!”

“넵!”

“알겠습니다.”

“오케이, 소대장님 흑역사 하나 입력 완료!”

“자자, 어쨌든 서두르자. 아침 점호하러 나가야지.”

“네!”

오대기여서 그런지 이런 상황에서도 소대원들의 손놀림은 엄청 빨랐다.

21.

아침을 먹고 내무실로 복귀를 했다. 그런데 다들 몸을 벅벅 긁고 있었다.

“와, 미치겠네. 몸이 근질거려 죽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야, 이래서는 안 되겠다.”

김일도 병장이 구진모 일병을 불렀다.

“진모야.”

“일병 구진모.”

“우리 물티슈 사다 놓은 거 있지?”

“네. 있습니다.”

“빨리 그거 꺼내라. 일단 물티슈로 대충 몸이라도 닦아야 하지 않겠냐?”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내무실 한편에 있던 간이창고를 뒤져 물티슈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야, 대충 이걸로 몸 좀 닦아라. 그나마 괜찮을 거다.”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물티슈 한 장을 뺐다. 상의 단추를 두 개 풀어서 겨드랑이랑 몸을 닦았다.

“어후, 시원하다. 그래도 이걸로 하니까. 좀 괜찮네.”

김우진 상병은 샤워는 못 했지만 그래도 물티슈로 상체를 닦으니 조금 만족스러웠다.

“우엑! 이거 때지? 때 좀 봐봐.”

김우진 상병은 시커멓게 변한 물티슈를 옆에 있던 구진모 일병에게 보였다.

“김 상병님. 왜 그러십니까?”

구진모 일병이 기겁하며 몸을 뒤로 젖혔다.

“왜 인마? 이거 보라니까.”

“그걸 왜 저에게 보여줍니까. 버리십시오.”

“이 자식이, 고참의 아름다운 때를 보라고 했더니.”

“그게 아름답습니까?”

그렇게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운전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최강철 이병이 물었다.

“아저씨는 안 간지러워요?”

“에헤이, 쓸데없이 움직이고 그러니까, 간지럽죠! 원래 저같이 베테랑의 운전병은 한 달 동안 안 씻어도 끄떡없습니다.”

운전병은 마치 이 일에 도가 튼 것처럼 그의 말투에서 깊은 내공이 느껴졌다. 이해진 상병이 생각해도 그동안 운전병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최소한이었다. 할 일만 딱하고, 그 외는 어디 짱박혀 있었다.

“혹시 장군님 차 대기 한 번 타 보셨습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전에 우리 부대 장교 한 분이 있는데 나이트클럽을 갔습니다. 자기가 두 시간 안에 여자를 꼬셔서 나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들어갔는데…….”

운전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다음 날 새벽 5시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혼자 말입니다. 내가 그 사람 기다리면서 좁은 차 안에서 장장 7시간을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렸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전까지 운전병을 꼴 보기 싫어했던 김일도 병장과 김우진 상병이 피식피식 웃었다.

“저 아저씨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게 말이야.”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내일만 무사히 지나면 좋겠다.”

“그래도 내일 비상은 걸리겠죠?”

“한두 번은 걸리지 않을까?”

“그렇겠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단장님 비상을 통과해서 진짜 다행입니다.”

“와, 그때 생각하면 나도 진짜 오금이 저린다. 차에서 내리는데 중대장님이 아닌 별 두 개가 딱 보였을 때 그때의 공포는…….”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우진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지릴 뻔했지 말입니다.”

“그래도 사단장님께서 칭찬해 주셔서 정말 다행이었죠.”

“그래! 그때 우리 4분 10초였냐?”

“네. 꾸준히 10초에서 20초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역시 처음보다는 잘했어!”

“몸에 익숙해졌다는 것 아닙니까.”

“맞다. 몸에 익숙해졌지. 아무튼 내일만 버티자!”

“네.”

김일도 병장은 아예 소대원들이 다 들리도록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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